Description
현실의 고난을 딛고 나아가는 삶의 나침반 같은 이야기
이창윤 시인의 첫 산문집 『풍경의 에피소드』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 산문집에 범상치 않은 가족사와 현실의 고난을 딛고 살아온 자서전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며, 바람직한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시선으로 일상의 생활과 세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에는 콧물을 흘리지 않았는데도 왼쪽 가슴에 흰 손수건을 달고 학교로 향했다. 아이를 따라 학교에 가는 일은 엄마들 몫이라고 정해진 것마냥 아버지들의 발길은 드문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집 나설 작정도 하지 않는 것이어서 나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고 혼자만의 쓸쓸한 입학식을 치렀다. 초, 중, 고, 입학식과 졸업식 전체를 통틀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만의 행사였으니 얼마나 혼자에 익숙했었던가.
-「변함없는 부재의 기억」 중에서
시인은 만 4세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의 도주 이후 집안의 풍비박산, 이십 대에 아버지를 잃는 등 가난과 불행을 겪으며 고통스런 성장기를 거쳐 왔다.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처럼 엄마를 잃었고, 엄마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치유할 수 없는 상실감에 지배당하며 살아”온 시인은 우여곡절 청년기를 지나 “결혼한 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는 “나의 엄마인 나”라고 명명한다.
1980년대 초반이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와 남동생이 사회생활을 하게 된 이후에는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일손을 완전히 놓지 않고 소소하게나마 경제적 능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부천 월세방으로 이사한 후 일터를 마련하지 못하자 돈벌이를 영영 못 하게 되었다. 소일거리 없이 지내던 아버지는 추석 연휴가 지난 어느 날 쓰러지셨고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손쓸 도리 없이 반신불수가 되었다.
-「아, 아버지」 중에서
“병원에서 퇴원한 후 작은언니의 병수발을 받으며 보름가량 누워계시”다가 “목숨을 끊기로 작정했는지 며칠 동안 곡기를 거부하다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역시 시인에게는 “행복보다는 우여곡절 많았던, 참으로 기구하고 애처로운” 존재다.
나는 시를 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시를 썼다. 고난을 견디고 고통 속에 허우적대는 나를 치유하여 해방시키기 위해 시를 쓰고 있다. 시는 나의 주치의이며 처방약이다. 시를 쓰는 일은 누가 강요해서도 아니고 내 스스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시가 오면 받아쓰고 오지 않으면 기다린다. 시가 오지 않으면 시가 올 때까지 산문을 쓰며 기다릴 것이다. 생을 마칠 때까지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형편이 닿는 대로 쓸 것이다. 너무 목숨 걸지 않고 일상을 살듯 시를 쓰는 것 즉 시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다.
-「시를 쓴다는 것」 중에서
삶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시인 역시 결혼 후 IMF를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지만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로 극복하고 시와 그림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환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고백하듯 시인에게 시는 “높은 제단에 바쳐져 피 흘리는/순결한 제물이기보다는/마음의 결박 풀어주는/해방구”(「시를 품고 날다」)로서 “주치의이며 처방약”으로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맞잡듯 과거와 현재의 내가 교류하며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향해 나아갈 때 간혹 허무감 느낄지라도 포기의 유혹 뿌리치기를 간절히 원한다. 거대한 바윗돌을 언덕 꼭대기로 매번 들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의 고난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막다른 골목을 뛰어넘듯 역경을 겪더라도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진실 깨닫게 되기를 나는 또 다른 나에게 연거푸 일러주고 있다. 내게 있어 삶이란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고 살아 있는, 또는 살아가는 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나라는 타인」 중에서
시인은 “외롭고 쓸쓸해도 어느 한 곳 기댈 곳 없어 바람 불 때마다 갈대처럼 휘청거리던” 자신을 일으키고 토닥이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또 다른 나”라고 한다. 그래서 “시간을 겪을수록 시시각각 재설정되는 변화의 존재”로서 소박하고 평온한 삶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했던 시절을 녹여내고 있는 『풍경의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들 역시 현실 삶을 반추하며 잔잔한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에는 콧물을 흘리지 않았는데도 왼쪽 가슴에 흰 손수건을 달고 학교로 향했다. 아이를 따라 학교에 가는 일은 엄마들 몫이라고 정해진 것마냥 아버지들의 발길은 드문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집 나설 작정도 하지 않는 것이어서 나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고 혼자만의 쓸쓸한 입학식을 치렀다. 초, 중, 고, 입학식과 졸업식 전체를 통틀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만의 행사였으니 얼마나 혼자에 익숙했었던가.
-「변함없는 부재의 기억」 중에서
시인은 만 4세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의 도주 이후 집안의 풍비박산, 이십 대에 아버지를 잃는 등 가난과 불행을 겪으며 고통스런 성장기를 거쳐 왔다.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처럼 엄마를 잃었고, 엄마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치유할 수 없는 상실감에 지배당하며 살아”온 시인은 우여곡절 청년기를 지나 “결혼한 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는 “나의 엄마인 나”라고 명명한다.
1980년대 초반이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와 남동생이 사회생활을 하게 된 이후에는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일손을 완전히 놓지 않고 소소하게나마 경제적 능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부천 월세방으로 이사한 후 일터를 마련하지 못하자 돈벌이를 영영 못 하게 되었다. 소일거리 없이 지내던 아버지는 추석 연휴가 지난 어느 날 쓰러지셨고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손쓸 도리 없이 반신불수가 되었다.
-「아, 아버지」 중에서
“병원에서 퇴원한 후 작은언니의 병수발을 받으며 보름가량 누워계시”다가 “목숨을 끊기로 작정했는지 며칠 동안 곡기를 거부하다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역시 시인에게는 “행복보다는 우여곡절 많았던, 참으로 기구하고 애처로운” 존재다.
나는 시를 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시를 썼다. 고난을 견디고 고통 속에 허우적대는 나를 치유하여 해방시키기 위해 시를 쓰고 있다. 시는 나의 주치의이며 처방약이다. 시를 쓰는 일은 누가 강요해서도 아니고 내 스스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시가 오면 받아쓰고 오지 않으면 기다린다. 시가 오지 않으면 시가 올 때까지 산문을 쓰며 기다릴 것이다. 생을 마칠 때까지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형편이 닿는 대로 쓸 것이다. 너무 목숨 걸지 않고 일상을 살듯 시를 쓰는 것 즉 시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다.
-「시를 쓴다는 것」 중에서
삶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시인 역시 결혼 후 IMF를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지만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로 극복하고 시와 그림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환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고백하듯 시인에게 시는 “높은 제단에 바쳐져 피 흘리는/순결한 제물이기보다는/마음의 결박 풀어주는/해방구”(「시를 품고 날다」)로서 “주치의이며 처방약”으로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맞잡듯 과거와 현재의 내가 교류하며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향해 나아갈 때 간혹 허무감 느낄지라도 포기의 유혹 뿌리치기를 간절히 원한다. 거대한 바윗돌을 언덕 꼭대기로 매번 들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의 고난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막다른 골목을 뛰어넘듯 역경을 겪더라도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진실 깨닫게 되기를 나는 또 다른 나에게 연거푸 일러주고 있다. 내게 있어 삶이란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고 살아 있는, 또는 살아가는 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나라는 타인」 중에서
시인은 “외롭고 쓸쓸해도 어느 한 곳 기댈 곳 없어 바람 불 때마다 갈대처럼 휘청거리던” 자신을 일으키고 토닥이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또 다른 나”라고 한다. 그래서 “시간을 겪을수록 시시각각 재설정되는 변화의 존재”로서 소박하고 평온한 삶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했던 시절을 녹여내고 있는 『풍경의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들 역시 현실 삶을 반추하며 잔잔한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풍경의 에피소드 (이창윤 산문집)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