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다시 오는 봄날 (남중희 시집)

시안 다시 오는 봄날 (남중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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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국에서의 오랜 생활 성찰하고 내면화된 삶의 기록
남중희 시인의 첫 시집 『시안(西安) 다시 오는 봄날』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오랜 중국에서의 생활과 가족, 어머니, 사랑, 이루지 못한 꿈 그리고 여러 형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늘에는 하늘의 길 땅에도 땅의 길 있고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도 가야 하는 길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 천도 무너지면
온 세상 재앙에 빠지고 땅의 길 갈라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 인륜 무너진다고
하늘 두려워하고 땅과 사람의 화합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습니다
-「가야 하는 길」 부분

우리네 현실 삶은 녹록지 않다. 더구나 이국에서의 생활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시인은 “하늘에는 하늘의 길 땅에도 땅의 길 있고/사람 살아가는 세상에도 가야 하는 길”이 있음을 알고 현실 삶을 끌어안는다. 그것은 “사람의 길/비록 길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가야 할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초하의 더위 기승부리더니/오후 비 내려/메마른 대지 적시고/내려간 기온/급히 긴 팔 상의 찾는다/오늘 내리는 비/본격적인 장마 알리는 비/맹하(孟夏) 알린다/사시사철 일하는 사람들/어느 계절 가리지 않지만/공사 현장의 우리/한여름 알리는/장맛비는 두려움의 대상/봄가을 짧고/여름 겨울 긴 서북 시안/다시 오는 장맛비 바라보며/계절의 변화 느끼고/흐트러진 마음 다잡는다
-「시안 장마는 시작되고」 전문

시안은 물이 귀하다고 한다. 무더위와 먼지바람 속 간만에 내리는 비 소식이 반갑기도 하지만 “공사 현장의 우리”에게 “장맛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긴 여름 동안 내리는 비는 재해를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서 반가운 사람 올 때마다/관광하던 졸정원(拙政苑)/비 오는 가을날/오붓하게 혼자 거닐고 싶지만/오랜만에 찾은 소주(蘇州)/땅 넓고 시간 짧고 만나야 할 사람 많아/호구(虎丘)도 가 보지 못하고/소주 사는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시간에 쫓겨 밤 열차 타고 떠나네
-「소주(蘇州)를 떠나며」 부분

“백성 근심 먼저 생각하고/세상의 기쁨 나중 즐긴다는/전통적 유교 지식인의 철학”을 생각하면서도 “시간에 쫓겨 밤 열차 타고 떠나”야 하는 현실 삶에 붙들려 사는 자신을 향한 애잔함이 서려 있는 시다. 그래서 “소소한 것 연연하며 살아가는 일상이/한없이 부끄럽”다고 한다.

난릉진(蘭陵鎭) 허허벌판 순자 사당
신유학 바람 타고 성역화되었지만
겨울 날씨 불순해서인지
편벽한 광야에 있어서인지
거의 찾는 이 없이
거대한 순자 동상 우뚝 서 있는
적막한 사당
-「다시 순자(荀子)를 생각한다」 부분

맹자와 본성 논쟁을 하며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 “거의 찾는 이 없어” 사당은 적막하기만 하다. 시인은 오랫동안 잊히고 있는 순자를 생각하며 “다원화된 세계, 복잡한 사회 문제들, 다면화한 본성”의 난제(難題)를 순자라는 인물을 통해 각성해보고자 한다. 우리 삶에서 찾아야 할 것, 잊지 않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남중희 시인에게 있어 시는 삶을 내면화하고 되돌아보는 고백이다. 그래서 시인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며 나아간다. 남중희 시인에게 시는 곧 삶이고 삶이 곧 시이기 때문이다.
저자

남중희

충북청주에서태어나2023년『문학사랑』신인상당선으로등단하였다.충북대중문과를졸업하고한국외대무역대학원을거쳐중국동북사범대학에서경제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2년중국수교이전부터왕래하기시작하여북경,장춘,상해,우시,서안등지에서30여년생활하였다.사단법인북방권교류협의회중국담당과장,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상해사무소장,중국한영그룹서안법인장,중국서안과기대학고신원객원교수를역임하였다.현재고향에서중국고전을공부하며바람직한한중관계를고민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05

제1부
백거이(白居易)묘를지나며·12
화산(華山)을지나며·15
봄이오는소리·17
벚꽃휘날리는잉화광장(樱花廣場)·18
호우시절(好雨時節)1·20
상유이말(相濡以沫)·22
목련송(木蓮頌)·24
가야하는길·27
차(茶)와나·29
고향생각1·31
고향생각2·34
박물관에서살아있는병마용(兵馬俑)을보다·36
곡강별곡(曲江别曲)·39
나의하루·41
약수(若水)순대집·44
살아가는것들·45

제2부
천우차장(天佑茶莊)·48
우리를기쁘게하는것들·50
무심천변(無心川邊)길·53
푸르름이보인다·55
세월은가고·57
늦은인사는인사가아니다·59
바람부는대로·62
길을걸어도·64
봄소풍·66
길을떠나며·68
함께가는길·70
길없는길·72
자은사(慈恩寺)돌담길·77
시안장마는시작되고·78
백록원(白鹿原)지나며·79
홍문연가(鴻門宴歌)·83

제3부
어느주말잉화광장(樱花廣場)거리·90
들꽃이되어라·93
장마1·96
장마2·99
장마3·101
장마4·103
어느여름날추억·104
어제오늘그리고내일·107
상선약수(上善若水)·110
「천리간판금수도」에부쳐·112
여주도·115
고성지정(古城之情)·117
낯선변방의즐거움·121
날씨가무더운이유·124
자오고도(子午古道)·127

제4부
소주(蘇州)를떠나며·130
호우시절2·132
송죽도(松竹圖)·134
그를꽃잎이라고하자·136
사랑은·138
길·140
서귀포에서·142
또다른길·143
정월대보름날곡강(曲江)·145
비내리는상해역·147
소요유(逍遙遊)·148
사골을끓이며·150
늦가을비는소식을나른다·152
노현연면(盧縣軟麵)집부부·153
백록원(白鹿原)·155
려산별곡(驪山别曲)·157

제5부
오래된정원·162
왕희지(王羲之)고가(古家)를지나며·164
안개도시·166
한성고성(韓城古城)·167
간이우체국·169
어느사(士)의이야기1·170
어느사(士)의이야기2·172
어느사(士)의이야기3·174
어느사(士)의이야기4·176
어느사(士)의이야기5·179
어느사(士)의이야기6·182
어느사(士)의이야기7·184
어느사(士)의이야기8·187
어느사(士)의이야기9·189
어느사(士)의이야기10·191
다시순자(荀子)를생각한다·194

시인의산문·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