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삶의 쓸쓸함과 막막함도 환한 축복으로 나아가는 시
박재학 시인의 시집 『끼니 거르지 마라』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는 가난을 일상으로 겪으며 살아온 부모님들이 했던 ‘끼니 거르지 마라’는 말같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자식들에 대한 염려를 담은 말과 같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빨랫줄에 걸려 있는 소쿠리의
삼베 보자기 들추고
보리밥 찬물에 말아
풋고추 마늘쫑 고추장에 찍어
먹어본 사람은 안다
기막힌 말을
끼니 거르지 마라
-「끼니 거르지 마라」 전문
단순한 한 끼니의 밥이지만 가난한 시절 그 속에는 농부들의 힘들고 애달픈 시간이 들어 있으며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순박함과 뜨거움이 담겨 있다. 소쿠리에 담긴 “보리밥 찬물에 말아/풋고추, 마늘쫑 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소박한 한 끼의 밥은 어렵던 시절의 따스한 풍경이자 삶을 밀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자식이 밥을 거르지 않고 고된 생활을 이겨 나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다. 또한 시인이 독자들에게 마음의 온기를 전해주는 마음이다.
껌 한 통 손에 들고 서서
받으라는 듯 바라보는 무거운 삶
고기 한 점 먹고 콜라 한 잔 마시고
모른 척 불판에 눈길을 주는데
내가 몰랐던 것은
당신의 앙상한 어깨를 짓누르는 냉기
알전구의 온기로 떨림을 덥히는 절망
찬바람이 모래처럼 얼굴을 때리는
부서지는 시간 속으로 껌을 씹으며 걸으면서
고이는 눈물
그러니까, 내 손에서 저 손으로 건너간
지폐 한 장이 가시처럼 찌르는
-「지폐 한 장」 전문
시인은 직장생활을 하며 버티며 살아야 했던 모든 것들, 거칠게 지나온 시간을 놓아 버리고 오랜 세월을 숨차게 살아왔던 시절을 돌아보니 점수를 따기 위하여 눈치를 보던 야만적인 세월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고단했던 삶과 일상의 비루함, 뼈아픈 현실을 건너와 담담하고 고요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산길에 눈이 내리고
그대 이름 묻고 돌아서면
거기 그대 옷깃이 펄럭인다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너무 늦지 않도록 해라
산길에 눈이 녹고 꽃이 피기 전에
내가 녹아 버리기 전에
그대여, 시간을 놓치기 전에
-「몌별」 부분
위 시에서 말하는 ‘그대’는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대’는 마음속의 존재론적인 대상,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이라 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현실의 대상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보편의 희망을 기다리는 외침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절망, 이룰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외로움과 좌절, 바라는 꿈과 이상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인간 영혼의 본향에 대한 외침이다.
나도 새털같이 청순한 청년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아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른거리는 새의 날갯짓을 본다
무책임하게 많은 욕망은 여전히 존재하고
푸르스름한 밤이 발소리도 없이
왔다가 가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좋은 날들은 멈추지 않고 지나가고
나뭇잎들이 몸을 비비는 소리만 들린다
청순한 시간 속
너의 덤덤한 미소를 보면 안타깝다
마른 손으로 배를 어루만져 주던
어머니 같은 하늘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동고새비 울던 청순한 시절의 정글에서는
잔인해야 살 수 있었지만
생이 그렇듯이, 지금은
창문에 낯선 남자 혼자 서 있다
-「한 남자」 전문
쉼 없이 달려도 허리 한번 펼 틈이 없었던 나날, 굽은 허리로 이제 느리게 가고 싶은데 세상은 여전히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어떤 이들은 왕년에 잘 나갔다지만 나는 왜 왕년이 없을까. 구멍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시절을 담아 놓은 상자를 열면 모르던 무엇이 빠져나올까.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시인은 삶의 추위도, 쓸쓸함과 묵언으로 다가오는 막막함도 환한 축복으로 펼쳐지길 소망한다.
빨랫줄에 걸려 있는 소쿠리의
삼베 보자기 들추고
보리밥 찬물에 말아
풋고추 마늘쫑 고추장에 찍어
먹어본 사람은 안다
기막힌 말을
끼니 거르지 마라
-「끼니 거르지 마라」 전문
단순한 한 끼니의 밥이지만 가난한 시절 그 속에는 농부들의 힘들고 애달픈 시간이 들어 있으며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순박함과 뜨거움이 담겨 있다. 소쿠리에 담긴 “보리밥 찬물에 말아/풋고추, 마늘쫑 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소박한 한 끼의 밥은 어렵던 시절의 따스한 풍경이자 삶을 밀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자식이 밥을 거르지 않고 고된 생활을 이겨 나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다. 또한 시인이 독자들에게 마음의 온기를 전해주는 마음이다.
껌 한 통 손에 들고 서서
받으라는 듯 바라보는 무거운 삶
고기 한 점 먹고 콜라 한 잔 마시고
모른 척 불판에 눈길을 주는데
내가 몰랐던 것은
당신의 앙상한 어깨를 짓누르는 냉기
알전구의 온기로 떨림을 덥히는 절망
찬바람이 모래처럼 얼굴을 때리는
부서지는 시간 속으로 껌을 씹으며 걸으면서
고이는 눈물
그러니까, 내 손에서 저 손으로 건너간
지폐 한 장이 가시처럼 찌르는
-「지폐 한 장」 전문
시인은 직장생활을 하며 버티며 살아야 했던 모든 것들, 거칠게 지나온 시간을 놓아 버리고 오랜 세월을 숨차게 살아왔던 시절을 돌아보니 점수를 따기 위하여 눈치를 보던 야만적인 세월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고단했던 삶과 일상의 비루함, 뼈아픈 현실을 건너와 담담하고 고요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산길에 눈이 내리고
그대 이름 묻고 돌아서면
거기 그대 옷깃이 펄럭인다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너무 늦지 않도록 해라
산길에 눈이 녹고 꽃이 피기 전에
내가 녹아 버리기 전에
그대여, 시간을 놓치기 전에
-「몌별」 부분
위 시에서 말하는 ‘그대’는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대’는 마음속의 존재론적인 대상,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이라 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현실의 대상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보편의 희망을 기다리는 외침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절망, 이룰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외로움과 좌절, 바라는 꿈과 이상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인간 영혼의 본향에 대한 외침이다.
나도 새털같이 청순한 청년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아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른거리는 새의 날갯짓을 본다
무책임하게 많은 욕망은 여전히 존재하고
푸르스름한 밤이 발소리도 없이
왔다가 가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좋은 날들은 멈추지 않고 지나가고
나뭇잎들이 몸을 비비는 소리만 들린다
청순한 시간 속
너의 덤덤한 미소를 보면 안타깝다
마른 손으로 배를 어루만져 주던
어머니 같은 하늘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동고새비 울던 청순한 시절의 정글에서는
잔인해야 살 수 있었지만
생이 그렇듯이, 지금은
창문에 낯선 남자 혼자 서 있다
-「한 남자」 전문
쉼 없이 달려도 허리 한번 펼 틈이 없었던 나날, 굽은 허리로 이제 느리게 가고 싶은데 세상은 여전히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어떤 이들은 왕년에 잘 나갔다지만 나는 왜 왕년이 없을까. 구멍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시절을 담아 놓은 상자를 열면 모르던 무엇이 빠져나올까.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시인은 삶의 추위도, 쓸쓸함과 묵언으로 다가오는 막막함도 환한 축복으로 펼쳐지길 소망한다.
끼니 거르지 마라 (박재학 시집)
$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