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김주대 그림 산문집)

사람냄새 (김주대 그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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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방방곡곡 사람과 삶의 풍경을 쓰고 그리다
김주대 시인의 그림 산문집 『사람냄새』 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그림 산문집은 코로나의 절정기를 거쳐 코로나 사태 이후인 2023년까지 계간 『시에』에 연재했던 이야기다. 돈, 기계, 자동차, 전쟁, 재난, 참사, 정쟁의 냄새가 지독한 시대에 방방곡곡 ‘사람냄새’를 찾아내어 우리들 앞에 그림과 함께 뜨거운 삶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사람냄새』라는 제목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댓글에서 "천재 주대 시인 글에는 사람냄새가 나요."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김주대 시인이 붙인 것이다.

“엄마, ‘코’하고 ‘콩’은 글자가 다르잖아?”
“코나 콩이나 비슷하잖나. 그게 고마 약이다. 그리 알고 콩나물 좀 마이 사다 먹거라. 콩나물을 마이 먹으마 간에도 좋고 코로나 이긴다. 또 너 술 마이 먹는 데도 콩나물이 좋다.”
-「어머니 생신」 중에서

‘코로나’를 ‘코로 나오나’ 혹은 ‘코 나오나’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는 따뜻한 웃음과 뭉클한 눈물을 동반케 하며 이번 산문집에 자주 등장한다. “욕을 자꾸 하만 사람도 욕이 된다. 좋은 말을 자꾸 쓰만 좋은 사람이 되고 그렇다.” “아침 물안개가 술렁술렁 핑께 죽은 너 아바이 담배 연기 같더라. 어제는 꽃밭에 나비가 오길래 징용 간 너 이할밴가 했다. 그것들이 다 내 애인이”(「봉선화」)라며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며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엄마는 삶의 좌표이자 가장 든든한 기둥이 아니겠는가.

주암정 주변을 한참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다. 배를 닮은 바위 위의 정자에 오른다. 정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정자 기둥에 쓰인 글씨를 발견한다. “주 인 이 업 서 도 차 한 잔 드 세 요” 글씨 아래에는 물 끓이는 주전자와 커피가 놓여 있다.
-「주암정」 중에서

술에 취해서 ‘동해에 자살하러 와서 할머니네 여인숙에 자고 나면 다들 안 죽고 서울로 돌아간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쓰고 간단하게 그림을 그렸다.
-「여름 3박 4일」 중에서

주암정 한켠 방문객들에게 커피 한 잔을 나누어주는 마음씀에 시인은 “틀린 표기가 따듯해서,/못 먹는 커피를 그만 두 잔이나 마셨다”는데 “하여튼 누구든 죽지 말고 목숨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자. ‘살아서 부귀영화를 노리자’는” 김주대 시인이 전국을 빌~빌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과 풍경은 결코 높거나 화려하지 않다. 낮고 어두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풍경에 눈빛을 반짝이고 가난하고 아프지만 선한 사람들 속으로 ‘슬쩍’ 스며들어 ‘사람냄새’로 함께 어우러진다.
할머니가 끄는 손수레를 뒤에서 밀고 가다가 밧줄이 풀려 폐지들이 쏟아지자 일에 익숙한 어른처럼 주섬주섬 폐지를 손수레에 올려 담는 소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생계가 더 무서운 목숨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 라면 국물만 좀 남았을 때 밥 한 공기를 주시는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 명쾌하고 해박한 정세를 이야기해 주는 목욕탕 때밀이 아저씨, 콘크리트 담벼락에 조화를 심는 폐지 줍는 노인, 풀 한 포기가 문을 지킨다며 뽑지 않는 90도 할머니 등 김주대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틈엔가 뭉클 눈물이 흐른다.
또한 “사는 데 답이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무료하겠느냐. 답이 없으니 답을 찾아가는 묘한 긴장으로 사는 게 삶이”(「큰스님요, 제가 제대로 살까요?」)라는 것과 “말없이 가르치는 자가 최고수라면, 많이 떠들며 가르치려 대드는 자는 하수이고, 자신이 독립적 대가리라고 생각하는 자는 옹졸한 최하수”(「동갑내기 스님의 도(道)」)라는 일침은 서늘하다.
김주대 시인은 “시는 들리는[聽] 그림이고 그림은 보이는[視] 시”라고 한다. 그래서 “이것들은 몸의 삐걱거림에서 비롯된 울림 혹은 누수 현상이다.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사는 일이 다 열렬한 삐걱거림이어서 울며 내가 내게서 새어 나간다. 고춧가루 먹은 것처럼 열이 나고 목구멍이 확장될 때, 코가 화끈거릴 때, 미간이 붉어질 때, 눈이 뜨거워질 때, 침을 꿀꺽 삼키면 도달하는 첫 지점에서 울음이 시작된다. 오늘도 물컹한 울음을 도화지에” 그리고 “방방곡곡 그리운 건 언제나 상처에서 오고, 꽃은 너무도 불안하여 그만 예뻐져 버렸다”고 곡진하게 쓰고 있다.
저자

김주대

(金周大)
경북상주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보냈다.1985년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입학최루탄연기속에서시를배웠다.1991년『창작과비평』여름호에시를발표하면서문단에얼굴을내밀었고,‘그리운것은언제나상처에서온다’는생각으로2014년부터시를그림으로그리기시작했다.
그동안한겨레신문,서울신문,법보신문,계간『시에』등에글과그림을연재하였다.시집으로『도화동사십계단』,『그리움의넓이』,『사랑을기억하는방식』등이있고화첩『그리움은언제나광속』,『시인의붓』,『꽃이져도오시라』,『108동자승』과산문집『포옹』이있다.

목차

작가의말·04

제1부
훈기네상회·11
노벨물리학상과시·19
주암정·23
밥·31
시(詩)팔놈아,시나제대로·37
독거중년죽다살다·45
당당한소녀·51
큰스님요,제가제대로살까요?·55
천공,동갑내기친구로서한마디함세·65

제2부
거지박동완·71
여름3박4일·81
동갑내기스님의도(道)·91
팬데믹시대의아픈이야기몇·101
코딱지만한동네목욕탕에서ICBM을논하다·111
어머니생신·123
단순한나의시론과낯설게하기·133

제3부
청년과의대화·143
엄청난봄·153
만원만,오천원·161
동해건어물처자·167
108동자승전시장풍경·181
강릉에서만난두여인·191
잠복근무성공·199

제4부
낯선사내에게잠자리를팔다·205
50주고300받고·211
시를쓰지않고,그림을그리지않고,책을읽지않는다·215
90도할머니의풀·221
봉선화·225
우짼양반이전화를했더라·229
사지선다형문제·235

출판사 서평

좋은날이오지않아도온거고,오면더좋고,
꿈은마음속에이미이룩한것을
미래에단지물리적으로확인하는절차가아니겠는가?
수많은원자로인간이라는물질이이루어졌다.
인간의꿈은원자들의패턴이고작용이다.
우주의모든물질이꿈을꾼다.
아니우주가꿈을꾼다.
꿈이물질로변하기도하고
물질이꿈으로변하기도한다.
나는,우리는이미꿈을이룩하였다.
방방곡곡그리운건언제나상처에서오고,
꽃은너무도불안하여그만예뻐져버렸다.
_김주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