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며 그냥 돌아섰네 (박금리 시집)

사랑한다며 그냥 돌아섰네 (박금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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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산골 농사꾼 삶의 노정을 곡진하게 일구어낸 시편!
박금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사랑한다며 그냥 돌아섰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금리 시인은 한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일했고 출판사를 경영한 적도 있다. 이번 시집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해서 쓴 네 번째 시집으로 충남 목천의 외진 산골마을에서의 삶의 노정을 곡진하게 일구어낸 시편이다.
저자

박금리

충남천안에서태어났다.1990년『한길문학』으로등단했다.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총무국부장을역임했다.시집으로『아뇩다라삼먁삼보리』,『술꾼』,『슬픈추수의밤이놓여있었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04

제1부
농부윤회·13
농욕(農慾)·14
다시배우다·16
파종·17
농사꾼·18
발톱을뽑다·20
생사·22
창·24
농사의미래·26
그사이·29
농사의이유·30
쌀·32
산과들에서처럼·34
그들앞에서·36
가을걷이·38
노각·40
눈내리니·44
봄날·45

제2부
회한·49
가족잔치·50
가로등애가·52
달팽이식사람·54
장날예찬·56
상여·58
자식·59
자화상·60
벗·62
사랑·63
늦사랑·64
간장종지·66
복선·67
변비·68
화장·70
보라꽃·71
계곡에서·72
꽃잎·74

제3부
술·77
소주의도수가낮아진날·78
포장마차홍합담치·80
술탐(貪)·82
옛날여자·84
강江·85
흐린날에탁주먹기·86
신통한삶·88
성묘·90
술술술·91
사랑과이별·92
늙다구니·94
향·96
사랑하는마음·98
별은낮부터있어왔다·100
주사·102
주정·103
솔숲·104

제4부
활·107
시와노래의시대는가고·108
줄다리기·110
입공양·111
그에게·112
갑론을박·114
사랑이끝나다·115
염색쟁이여사님·116
은자를그리워하다·118
개씨부랄·120
의문부호·121
하늘땅새에가장슬픈일·122
불면의전과·125
들꽃·126
나무가땅에게·128
별여행·129
단풍·130
구토·131

시인의산문·133

출판사 서평

빈들을보니다시농사짓고싶어졌다
허망한저누더기흙덤북에
터진발바닥묻어생채기틈바구니
농약에절어삭아빠진진흙진창을
백설기찌는시루가마에김메꿈을하는
떡살마냥밀어넣어
늙은짐승의막바지를이겨버리고싶다
세상의어느잘난놈있어
거름통으로익어가는내정수리에
오줌한방갈기어주겠냐마는
쉰내나는목숨이오줌통이아니된들
화장터재가되어강물에뿌려지면
저남도바닥의삭은홍어와
한몸이되지말란법있다더냐
썩고후미진곳도나락과채미는
제벗은몸으로초근을내리는법
이제까지썩혀왔던문둥이헤진살을
저쑥굴헝논바닥에서
버둥거리며새살을돋아내고싶다
-「농욕(農慾)」

“빈들을보니다시농사짓고싶”은시인은끝이없는씨뿌리고거두는농사일처럼새로운시집을냈다.이번시집은농사와관련된시집이지만시인의시적철학을집대성했다.“농약에절어삭아빠진”농부의삶이“거름통으로익”듯시인은스스로거름이되었다.그래서“논바닥에서/바둥거리며”후손들에게먹거리를제공하는농부의마음이오롯하다.온몸으로“새살을돋아”내듯생의희망을노정(路程)했다.

가만보면농사는
사람만을위해짓는게아니다
잎새에붙어잠시수액을빠는
진딧물이나굴파리도
내노고를먹고사는한가족이다
살충제나수화제에중독되어
잠시잎채소를탐하다가는
별볼일없는버러지들이나
내땀을먹고살다가기는마찬가지니
저것들도농사짓는이유의한가지이다
뿐이랴배추청벌레무당벌레
이루헤아릴수없는생명들이
사람이라일컫는식솔들의허기를
채워주는순간이오기까지
농사의비지땀과한순간을맺고산다
내육신기운딸려자빠져버리면
마지막양분덜어먹으며
사람농사마무리지어주러
저깊은땅속농사에도찾아와줄까
-「농사의이유」

“가만보면농사”와시는닮았다.“사람만을위해짓는게아니다”.시와농사는사람만을위한것이아니라,“진딧물”과“굴파리”를위해서짓기도하고,시를모르는살아있는모든생명을섬긴다는말이다.이처럼재너머논밭에서있어야할자리를지키는시인이쓴시는넉넉하다.검박하고알곡가득찬,진실한시집이다.“배추청벌레”나“무당벌레”나자본을좇아도시로떠나고없는폐허속모든생명들에게시인박금리는시와농사를빌려철저하게세상의환한봄을이루려는노래를부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