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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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영행 시인의 첫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감각적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회상을 통해 형이상학적 단계까지 이른다. 아주 생소한 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시집이다.
저자

조영행

충남천안에서태어났다.2021년『시에』로등단하였다.

목차

제1부
나사·11
출장용접·12
황매화한분·14
갈대꽃은오늘도귀를열어놓고·15
은행나무앞에서·16
시장육거리붉은벽돌집1·17
밥그릇탑·18
배추를묶으며·20
덤프트럭들·22
봄볕사·24
나는매일나비를낳는다·26
향일성·28
도대체뭔지·30
물푸레나무의상상력·32

제2부
그녀의목련·35
의자들·36
김장하는날·38
드릴·40
오늘의기상도·42
꽃들의행로·44
주름의기원·46
봄을번식하다·48
살맛나는요리시간·50
이명·52
상처의힘·54
불온한세계·56
싸리꽃·58

제3부
닻근리에서·61
엄마의가방·62
고등어시편·64
나팔꽃우체통·66
봄볕을깎는노인·68
산상기도원·70
삭아가는자전거·72
작은공작나비의우화·74
아득도해라·76
꽃으로왔다가는시간·78
꽃방·80
시장육거리붉은벽돌집2·82
어떤연애론·84
수몰지·86
라일락미용실·88

제4부
시큰거리는저녁·93
돌담도서관·94
갱년기·96
누수·98
굴참나무는푸른새들을키우고있다·100
도배·102
정박·104
목련꽃출구·106
꽃의각질·108
서울로간모소대나무·110
안부·112
비워지는골목·114
엄마의뜨개질·116
찔레꽃·118

해설│호병탁·119
시인의말·143

출판사 서평

삶의기억과회상이빚어내는독창적은유의시편들

조영행시인의첫시집『닻근리호두나무제작소』가‘詩와에세이’에서출간되었다.이시집은자신만의언어를통해감각적선명도를서서히높여가고회상을통해형이상학적단계까지이른다.아주생소한말들이궁금증과호기심을돋우는시집이다.

늙은호두나무한그루수액을맞고있다//절반쯤비어있는몸통/그동안저몸을누구에게내주었으려나//빈나무에서/한가계의피고짐을본다//나의풍요와/우리의계절이드나든/적막//이제속울음조차내놓을수없는/나의닻근리//그리움의방식이란/단단한호두껍데기를깨는일이어야하는지//내아버지가저기있다
-「닻근리에서」전문

수액으로견디는“늙은호두나무”는이제그몸통이“절반쯤비어있”다.시인은그빈몸통을보며“그동안저몸을누구에게내주었”을까생각한다.그리고“한가계의피고짐을”보게된다.몸속창고에보관되었던‘웃음과눈물’,‘즐거움과괴로움’등과거의사연을말한다.그래서인가.“빈나무에”는화자와가족의“계절이드나든/적막”이감돌고있다.더나아가“이제속울음조차내놓을수없는”‘닻근리’의여러사연을담은적막도함께감돌고있다.
시인은몸속창고에간직하고있던기억을회상을통해언어로인출하고있다.‘늙은호두나무’나“이만치와서돌아보면/보일듯보일듯와서돌아보면//내어머니같은황매화한분이/비를맞고서계셨네”(「황매화한분」)의‘황매화’라는확보된배경을시작으로하여자신만의언어운용으로작품을완성하고있다.
또한여러작품에서자기가사는곳주위에서일어나는체험적사실들을형상화하고있다.쓸쓸하게이사가는동네골목치킨집의사연을그린「비워지는골목」도그중하나다.동네골목의치킨집이가게문을닫고이사를간다.‘폐업’을하여덜그럭거리는주방집기들을리어카에싣고이사를가고있는것이다.주인의“꿈의날개”는“몇번의계절도못버”티고접히고말았다.“번듯하게한번일어나보자고모셨던북어”덕분이었던지가게앞에는“잠깐배달오토바이가줄을서기도했”었다.그러나오늘,“하필이눈쏟아지는대설에”“인생을튀겨보겠다던”튀김기계는“고물상”을향하는길을가고있다.그길에는“빠진닭털처럼공과금독촉장들이날리”고있다.그야말로“장지로가는길”에다름아니다.가게주인에게는“대설의하늘이무너져내”리는것같은날이되고있는것이다.
문학의특징중의하나는언어를특별한방식으로운용한다는데있다고볼수있다.지금까지시인이묘사하는풍경은전혀색다른것이아니고주위에서흔히볼수있는익숙한풍경들이다.그러나이런풍경은시인언어운용방식,즉여러문학장치의압력을받아낯설게변형되는가하면오히려그풍경의특징이선명하게부각되기도한다.

검정봉지에생선을포장해주면서/그녀의토막난꿈조각과/고향을떠나오던봄날도줘버렸다/동태내장을손질하면서그녀의오장육부도/내장처럼버려지는날이많아졌다/그런날에는파란쓸개에서쓴웃음이나기도했다/나는괜찮다/저녁마다붉은벽돌을밀고가는저은빛갈치떼
-「시장육거리붉은벽돌집1」부분

시인은왜“생선으로벽돌을찍어”낸다고하는것일까.도마위에서“손님이주문한고등어가토막날때마다”그하나하나의‘토막’은-개인적이고주관적인인식이겠지만-벽돌로비유될수도있을것이다.“저녁마다붉은벽돌을밀고”돌아갈수있기때문에붉은벽돌이‘생선을판수익’이라는것을인지한다.이는여인의현재생계뿐만아니라미래삶의든든한담보가되기도한다.그래서작품은긍정적인결론으로마감되고있는것이아닌가.
비록어려운삶이지만생선좌판이늘어선시장골목은새벽부터“싱싱하게살아숨쉬는/비린내”가출렁거린다.많은사람들이“은빛고기떼로몰려다”닌다.생선가게여인도시장골목귀퉁이에좌판한칸세우고아침을건져올린다.활기차고분주한시장의모습이선연하다.우리는몸은약할지몰라도강한정신력으로골목시장에서싱싱한존재의가치를보여주는이여인의모습에절로박수를보내지않을수없다.
시가만들어지는상황에서는산만하고흩어진언어가아니라당연히“응축된언어”가쏟아지게마련이다.시인은본인스스로말한다.이런상황의세계가“독창적은유의세계”라고.조영행시인의시의가장큰특징은‘의미들의연결고리’이고이는바로심상,비유,상징을포함한“독창적은유의세계”에서창출되는것이다.시집『닻근리호두나무제작소』에삶의“시편이구워지는냄새”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