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들판 텅 비게 보이는 것은 (박운식 시선집)

텅 빈 들판 텅 비게 보이는 것은 (박운식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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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논과 밭과 가고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농민시!
저자

박운식

충북영동에서태어나1974년『현대시학』으로등단하였다.시집으로『연가』,『모두모두즐거워서술도먹고떡도먹고』,『아버지의논』등이있다.현재영동작가회회장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겨울
햇살속에서
벽시계
낙숫물
가을
빈터에서
어둠속에서
찔레꽃
아침
잠속에서
농부
씨앗
감자를심으며
골방에서
가뭄
농투산이
괭이질을하며
비오는날
논다랑이에서
돌을던지며
장작을패며
두엄을뒤지며
콩심기
보리타작

제2부
피사리
마늘캐는날
이삭줍기
풍구질
감을따며
사랑방
담배농사
배추밭
낫을갈며
겨울들판
미루나무
눈오는날
보리밭
질경이
지게
해질녘에
묵밭을보며

호랑이
빚걱정을하다
애기콩
콩타작
포도나무진정을하며
담배하는날

제3부
봄은왔는데
벼잎속으로
식전바람
논에가다
아버지의논
논둑에서서
논둑의풀을깍다
어린모
가을논에서
벼를거두다
가을걷이끝난후
벼매상하는날
못된놈들
빈다랑이
안부
쟁기
사랑방
할머니
누렁이소를팔고
방에누워있다
집수리를하며
술먹으로가는길
겨울밭에서
눈내리는밤
콩을가리며
담배건조실

제4부
지렁이1
지렁이2
지렁이3
지렁이4
지렁이5
조선낫
눈오는날에
넋두리
날아가버린새
낙엽
물꼬옆에서
곶감
여보게
꽃길
빈집
아버지의손
어머니
빈외양간
몽동발이삽
겨울논에서
마늘
바람세게부는날
논매기

출판사 서평

박운식농민시인의시선집『텅빈들판텅비게보이는것은』이‘詩와에세이’에서출간되었다.이번시선집은「시인의말」에서밝히고있듯이팔순의나이에도불구하고여전히농사(포도)를짓고있는평생농사꾼으로서삶의무게를오롯이담아내고있다.

오늘도괭이를둘러메고밭에간다
질긴뿌리의나무들이잡풀들이
밭둑을넘어
슬금슬금먹어들어온다
나무뿌리풀뿌리를찍어내야지
젊은놈들은다대처로떠나고
무디어진괭이로는어림없구나
그래도이밭을지켜야지
잠시먼하늘바라보는사이에도
담배를피우는사이에도
내발바닥밑으로담배연기속으로
철사보다질긴뿌리들이기어들어온다
치켜든괭잇날이부릅뜬두눈이
나무뿌리를힘껏내리찍지만
서러움만가득밭뙈기에쌓인다
-「농부」전문

박운식시인은고등학교졸업이후군복무기간을제외하고평생농사꾼으로살았다.위시의제목처럼농사짓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그래서눈만뜨면“괭이를둘러메고밭에”가고“나무뿌리풀뿌리를찍어내”며땀을쏟고“밭을지켜”온사람이다.그러나농사를방해하고억압하고빼앗아가는무리가있다.그것들은농촌을텅비게하고“서러움만가득밭뙈기에쌓고”현실삶을서글프게한다.

텅빈들판텅비게보이는것은
겨울들판이기때문이다
들판마다커다란발자국
우리들이잠든사이커다란자루를
들고가던검은그림자
그검은그림자의깜깜한뱃속엔
무엇이들었을까
알수없어라어리석은눈은
텅빈들판텅비게보이는것은
어리석은눈때문이다감은눈때문이다
살찐바람이잘도불더니만
햇살은잘도내리더니만
내가는팔뚝에주렁주렁많이도매달리는
농비,학비,조합빚,사채빚
내가는팔뚝이부러질것같구나
텅빈들판에바람아
더세게세게불어봐라
지금껏견디어온질긴내팔뚝은
부러지지않으리라부러지지않으리라
-「겨울들판」전문

박운식시인은“텅빈들판텅비게보이는것은/겨울들판이기때문이다”라고단정짓는다.대부분농사의수확은가을에이루어진다.그런데그수확은온갖빚을갚고나면아무것도남는것이없다.그래서농민의마음은황량한겨울들판처럼텅비게되는것인데,겨울들판은농민의황량한마음을여실히보여준다.이시는1989년그의두번째시집에수록된것으로보아대략35년전작품임을알수있다.그럼에도이시가여전히설득력있게읽히는것은아직도우리농촌의현실이조금도나아진게없다는증거다.

얘야여시골논다랑이묵히지마라
니어미하고긴긴해허기를참아가며
손바닥에피가나도록
괭이질해서만든논이다

바람불고비가오고눈이오고
꽃이피고새가울고
아픈세월논다랑이집삼아살아왔다
서로붙들고울기도많이했었다

내눈에흙들어가기전에묵히지마라
둘째다랑이찬물받이벼는어떠냐
다섯째다랑이중간쯤큰돌박혔다
부디보습날조심하거라

자주자주논밭에가보아라
주인의발소리듣고곡식들이자라느니라

거동조차못하시어누워계셔도
눈감으면환하게떠오르는아버지의논
-「아버지의논-논5」

도종환시인은추천사에서“삶의고단함과아픔과무거움이뚝살처럼박힌”박운식시인의농민시에서“삶의진실이시적진실이되는거짓없는목소리를만난다.”고하였는데이제농촌은농사지을사람이없다.설령농사를짓는다해도박운식시인처럼팔십전후의농부가대부분이다.박운식시인에의하면금년포도농사도외국노동자의손을빌려알솎기와봉지싸기등의일을했단다.아버지살아생전“눈에흙들어가기전에묵히지마라”는간곡한부탁이있었는데,“아버지이제논농사는지을수없어요”울먹이는시인이눈앞에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