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

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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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에시선 89권. 한종훈 시인의 첫 시집 『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가난이라는 문제의 지속성과 그로 인한 고통의 무한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유통기한이 없다’는 단언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가 지닐 수밖에 없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한종훈 시인은 가난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소되지 않는, 오히려 개인과 사회가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임을 시편들을 통해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저자

한종훈

경북상주에서태어나2021년『다층』으로등단하였다.

목차

제1부
에스컬레이터·11
비혼·12
연이·14
악플·16
잠좀자게해주세요·18
3월진눈깨비·20
고물상·22
고독한죽음·24
입춘·25
저녁뉴스·26
12월25일맑음·28
비상(非常)·30
어느유품정리사의방문일지·32

제2부
새벽배송·37
배달의민족·38
스티커를붙여주세요·40
도서관에는계절이없다·42
코로나19가새치기했다·44
통증·46
다른울음·48
컵라면이불었다·49
완행열차·50
노을속으로날아가는새본다·52
상주역·54
가을비·56

제3부
내집마련·61
누수·62
연민·64
장미·66
향연·67
샛별오름·68
유수암상동정류장·70
두고오다·72
선배님·74
정취암·75
작명소앞을지나며·76
객실·78

제4부
닳은것들·81
고양이부자·82
유전(遺傳)·84
달걀한판·86
아버지의은행·88
구멍난문장·90
비오는날·91
자전거타는법·92
추석·94
보은·96
삼우제·98
할아버지제사·100
강아지풀·101

해설|김정숙·103
시인의말·119

출판사 서평

사회적불평등과가난의시대길을찾는청춘의시편


한종훈시인의첫시집『가난은유통기한이없다』가‘詩와에세이’에서출간되었다.이시집은가난이라는문제의지속성과그로인한고통의무한성을함축적으로드러낸다.‘유통기한이없다’는단언은자본주의시대를살아가는사회적존재가지닐수밖에없는숙명처럼다가온다.한종훈시인은가난은저절로사라지거나시간의흐름에따라해소되지않는,오히려개인과사회가지속적으로직면하고해결해야할고질적인문제임을시편들을통해다층적으로보여준다.

박스안에누군가몰래넣은감자가있는걸/알기나하는듯이/손수레에산처럼높이쌓은종이박스를싣고가는/노인의발걸음은가볍다//경찰이제지하며벌금을내라는데/가난은사람의말을알아듣지못한다//엄마와아들의희망은/휴전선너머볕잘드는남쪽에있었다//그저배만채우면된다/두목숨을걸었는데/배속에곰팡이가피었다//가난은유통기한이길지만여는순간상한다//간단한심부름값20만원,/보이스피싱전달책인턴으로취직하고/하루살이청년생기가돌았다/눈덩이처럼커진합의금앞에눈을질끈감았다//가난은캄캄한이자가달라붙는다//서로가서로에게산타라는/비정규직신랑신부의결혼식장에서읽은기사//캐럴소리까지담은뽀얀봉투를건네고/배불리먹은뷔페에도허기가진다//가난은어느누구에게도선물이아니다
-「12월25일맑음」전문

한종훈시인은가난이남의말을믿지않고,벗어나기힘들지만뚜껑을열면상해버린다는걸안다.또한가난은벗어나기힘들어한번가난해지면절대로벗어나지못하고더욱심화되어그가난이결코아름답지못하다는걸그는안다.그래서가난은불편한진실이며모두가피하고싶어하는고통이다.이가난때문에사람은비루해지고결혼도하지못하고때로는죽기도한다.“눈덩이처럼커진합의금”이나“캄캄한이자가달라붙는”가난이감당할수없는짐으로커져만간다.가난은일상의굽이에서뿐만아니라‘어린이날’,‘12월25일크리스마스’,‘결혼식’,‘장례식’과같은시간에더욱비참하게드러난다.곧“가난은어느누구에게도선물이아니다”.

형은폭염을가로지르며바퀴를굴렸다//아,죄송합니다/음료를쏟았습니다//방지턱을넘을때/쏟아지는얼음소리가/철렁,/형의마음도흘러내렸을것이다//고개숙이며헬멧을벗자/땀이흘러내렸을것이다//쏟은음료대신/커피한잔을더만들었다/형이계산한다는쪽지와함께//그리고//지역신문에실린/음주차량에치어사망한/이름석자//여전히/길어딘가에서/형은바퀴를굴리고있을것이다
-「배달의민족」전문

이시는배달노동자의삶과그속에감춰진고단함,그리고사회적비극을날카롭게묘사하고있다.청춘에게가난은더욱무겁다.“방지턱을넘을때/쏟아지는얼음소리”는단순히음료가쏟아진상황을넘어,배달노동자가겪는어려움과그의불안정한일상을상징적으로드러낸다.그가“헬멧을벗”으며흘리는땀방울은육체적피로뿐만아니라그의희생과고통이다.또한,“형이계산한다는쪽지”는힘든현실에서도노동자들이서로의삶을위로하고지탱하며살아가는작은배려와동료애의모습을보여준다.형의죽음이후에도“형은바퀴를굴리고있을것이”라는구절을통해단순히개인의사망을넘어서배달노동자들이여전히반복되는위험속에서일하고있는현실을암시한다.특히“지역신문에실린”그의“이름석자”는노동자의익명성과사회적무관심을의미하며,이러한비극이사회의구조적문제로연결되어있음을일깨워준다.

어린이날에데리러온다고/인형하나쥐여주고/돈벌러떠난엄마
-「연이」부분

맨발의사막아이가/구김살하나없는하늘/땡볕아래/구정물한통머리에이고있다
-「스티커를붙여주세요」부분

물질적풍요와자본의시대를살아가는지금여기가난이주는고통에는위안도,구원도없다.그러므로사람의삶이가난의‘생애주기’에따라더욱비참해진다는말은지나치지않다.가정형편으로보육원에맡겨진연이는어린이날만오면“담벼락을붙잡고/엄마얼굴한번보고싶어/진땀을흘”린다.우리사회에서아이가처한현실은“구김살하나없는하늘/땡볕아래/구정물한통머리에이고있”(「스티커를붙여주세요」)는“맨발의사막아이”에게도연결되어있다.‘구김살없는’삶을기대하지만그럴수없는어린아이들이놓인처지는참으로슬프고먹먹하다.
이렇게시인은아이부터청년,장년,노인의죽음이단순히개인의비극이아니라빈곤과사회적연대의부재에서비롯된것임을일관되게그리고있다.이세상에와서‘주민등록증을두손포개어합장하듯쥔’채생을마감하는한존재의시「고독한죽음」은낯설거나새로운사회현상이아니다.지금도우리가까운곳에서‘하얀유서’를보게된다.시인은악플과루머,“양심은사라지고앙심만”(「저녁뉴스」)남은사건들을통해인간관계의단절과무관심속에서이들이겪는비극에대해성찰하고있다.

구불구불한길/벼랑끝에서절을올린다//괜찮다고,고생많았다고토닥이는/관음의묵언//춥고아플때마다/어머니말씀두손모아듣는다//괜찮아,니마음가는데가길이야//꽃한송이올린다
-「정취암」부분

불빛이간간이들어오는/자동차밑//울어대던고양이들/이내잠잠하다싶었는데//어미가새끼의몸을촉촉하게핥고있다/턱을핥고눈을핥고/뱃구레부터생식기까지//코가막혀울어대던어린아들의콧물을/입으로쭉빨아냈던아버지
-「고양이부자」부분

아픈청춘이사회로진출하지못하고삶의방향을잃고방황할때마음의의지처는가족과자연이다.화자는“벼랑끝에서절을올”리는행위를통해삶의불안과고통을내려놓고스스로를정화하고자한다.“괜찮다고,고생많았다고토닥이는/관음의묵언”은소리없이건너오는위로이며“춥고아플때마다”‘두손모아듣는어머니말씀’은화자의삶을버티게하는내면의목소리이다.“괜찮아,니마음가는데가길이야”라는어머니는화자가자신의길을찾는데중요한깨달음을준다.
가족은경쟁사회와는다르게인간의원초적인관계로이루어진다.시「고양이부자」에서어미가울어대던새끼의“턱을핥고생채기를핥”는것과“코가막혀울어대던어린아들의콧물을/입으로쭉빨아냈던아버지”가동질적으로배치되는데시인은가족의내적믿음과자연의위로를통해“기지개켜듯젖은몸을쭉뻗으며”(「가을비」)마음의길을찾는여정이곡진하다.“흰구름을휘저으며/하늘에그림을그”(「샛별오름」)리는새처럼스스로의길을찾는용기를보여준다.
시집『가난은유통기한이없다』는사회를읽는거울이되어사회적불평등과타자의고통을외면하고있지는않은지스스로되돌아보게한다.시인한종훈은가난의시대와그무게를포착한윤리적담지자이다.희망을놓지않는그가있어퍽다행이다.


한종훈시인의첫시집『가난은유통기한이없다』를무릎을탁탁치며읽었다.요즘해독불가의시들을읽다보면자괴감과함께우지끈머리부터아프다.그런데젊은시인의시가이토록명징하고담백하다니!도살장의누렁이소,아직송아지를낳아본적이없는“미경산우”와“비혼을선언한”친구의대비는우리시대청년들의처절한자화상이아닌가.그뿐아니라입춘이다가와도울음그친신생아실과북적대는장례식장,그리고폐업한유치원에는“노인유치원생들이/유모차를끌고다”니는현실을직시한다.기후위기에처한지구에겨우살아남은지구인들의대성통곡이아닐수없다.시창작의내공이바로이런것이아닐까.어설픈수사학을함부로동원하지않고,어깨에힘을빼고쓰니오히려미학의에너지가더깊고넓게풍긴다.한종훈시인의행보가미덥다._이원규(시인)

한종훈시인은코로나로가중된피로사회에서청춘의덫에걸려오도가도못하고있는청춘의현실을서정적으로드러낸다.우리시대청춘은경쟁으로자신의자리를잡지못하고변두리로밀려나라면으로끼니를때우고,알바로근근이살아가면서,거기에서벗어나려고안간힘을쓰지만결국벗어나지못하고고시원,도서관을전전하면서지낸다.그러나어디에도소속되지못한그는불안한위치에서벗어나기위해고향의품으로돌아가거나자연에기대어심호흡한다.또한가난한사람들의현주소를낱낱이추적하며자신이서있는시공간을들여다봄으로써자신이어디에서있는지를확인하고소비사회속에서버려지고낙오하는현실을직시한다.한종훈시인에게시는정서적구원이며“컹컹,깨지고부서진울음”이기도하고,“툭툭터져나”오는통증이며생채기를핥는치유다.타락한종교가하지못한정서적인구원을시인은시를통해그가능성을추구하고있다._전기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