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흰빛 (고철 시집)

극단적 흰빛 (고철 시집)

$12.00
Description
극단적 세상과 삶이 흰빛의 시가 되었다
고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극단적 흰빛』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예닐곱 살에 보편적 가족생활이 단절된 보육원 출신의 아이가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형제자매 없이 외로움과 슬픔을 껴안고 살아가면서 가족의 따듯한 품과 사랑이 그립고 간절한 만큼 담담히 보여 준다. 시인은 지혜롭게도 사람 관계에서 생기게 되는 이질감과 모멸감 등의 서글픔과 세상 곳곳 외롭고 분노했을 극단적 삶의 무늬를 눈물방울이 하얗게 빛나도록 펼치고 있다.
저자

고철

강원도철원에서태어나춘천(춘천후생원)을거쳐홍천(홍천명동보육원)에서성장했다.2000년『작가들』에「꽃상여」외4편의시로등단하고시집으로『핏줄』,『고의적구경』이있다.

목차

제1부
깡다구·11
성탄절선물·12
꽃골·13
US1달러·14
보육원생각·16
대통령하사품·18
극단적흰빛·20
가을밤·22
어쩔수없어서울었다·23
시가안되는날·24
참회록·26
길이사는방법·28
어느천년에·30
가족사진·31
비구경·32
신년계획을가을에쓴다·33
저달이내생일이다·34
108번뇌·36
SUPERMOON·37
여름방학·38
내가신봉하는유일신·39
정답을적었는데도맞았다·40
대광인력사무소·42
물푸레나무속살같았던여름이야기·43

제2부
강원도에는섬이없다·49
구름과나·50
임종·51
산의말씀·52
새벽까지비내릴적에·54
공원체험·56
겨울새·58
아침바람찬바람에·59
그림자살기·60
가마우지관찰법·61
네!라고대답했다·62
감자의눈·63
국화꽃우리는아침·64
천년의한쪽을살아가듯이·65
도둑질하고싶다·66
해서는안되는일·68

제3부
욕봤다·71
보헤미안·72
특2호실고별사·73
깐깐한동물·74
사람아사람아·76
하울링·78
풍선껌의용도·80
백수의꿈·81
바람에게배우다·82
납작한무기·84
쓰레기헹궈먹기·85
나에게혼났다·86
마당에앉아있으면·88
두사람이젖을만큼·90
늦밤에첫눈이·92
너가오는아침·94
터닝포인트·95

제4부
교감언어·99
생업과부업·100
하얀꽃눈송이처럼날릴때·102
껍질이전하는식사법·104
불멍·106
변방의새·107
나와딱따구리가사는법·108
이러고있다·110
시골시인·112
쉽지않지·114
흰,눈·115
밟는게능사는아닌데·116
사회주의와나의모순·118
혈맹관계가들어간꿈을꾼적있다·120
그림자·122
더러운다큐멘터리·123
잡아당기는힘·124
끝·126
지우개설법·128
나쁜시인·129

발문|김미옥·131
시인의말·135

출판사 서평

새벽일어나똥누고이빨닦고세수하고
작업복을입는다

새벽일어나똥누고이빨닦고세수하고를빼면
작업복만남는다

어제먹은해장국이어금니에끼었다
어제먹은해장국을빼면
어금니만남는다

작업복과어금니
작업복과어금니를빼면
깡다구만남는다

깡다구만남는다를빼면
나만남는다

나만남는다를뺀적은없다
-「깡다구」전문

시인은이시집의「시인의말」에서“극단적으로살아온거같은데다행스럽게도그극단적삶의결과가더럽게느껴지지않아서다행이다”하면서시에게고마움을전하고있다.일상생활이아무리극단적으로치달아도“나만남는다를뺀적이없다」는것이다.”깡다구만남는“노동현장의애환과외롭고고된삶의비의가조용히‘어금니‘를물게한다.

강원도간다/강원도간다/섬없는강원도간다/묻지마라/강원도간다//섬되고싶을때있다/투덜거리며혼자되고싶을때있다/두리번거려도만져지지않는/섬되고싶을때있다//섬에살면서도/섬되고싶을때있다//강원도간다/강원도간다/내가섬인줄모르고/강원도간다
-「강원도에는섬이없다」전문

세상으로부터던져진존재의슬픔이”혼자되고싶“다는비장하고결연한고독으로나아간다.시설(보육원)에서보낸일련의사건과가족해체에대한제도적모순,집단적사회로부터의외면으로”섬되고싶을때“많았을것이다.그러나시인은”내가섬인줄모르고“사는스스로에대한연민과사랑으로집의다른이름인’강원도‘와고독의또다른이름’섬‘으로자신을이끌어”극단적흰빛“으로승화하고있다.

안성탕면을먹다가/강아지짖는이유가궁금해서/밖에나갔다//낙엽떨어지는깜깜한밤/추워서들어왔다//상호간참외로웠던모양이다
-「가을밤」전문

홀로라면을끓여먹다가”강아지짖는“소리에밖으로나가본다.바람불고”낙엽떨어지는깜깜한밤“시인은밖의강아지가”궁금해서“귀를열고있었을것이다.분명강아지밥을먼저챙겼을것인데”추워서얼른들어왔다“는것은강아지집에넣어줄모포라도들고나갈것이분명하다.시인이나강아지나서로외로움을끌어안고서로의안부를걱정하며살고있음이다.

가을볕이좋아서/가족들앞세워하늘구경을했다/사나운바람기다란장대비온데간데없고/뭉게뭉게피어난구름의덩어리들이/아이들좋아하는곰인형을닮아서/나도아이들도아내도참행복했다/채송화도들판허수아비도/코스모스도웃고담장의해바라기도/마음껏웃던하늘//꽃밭에는꽃들이모여산다고했다//가족사진을찍었다/해바라기는자기키를한뼘이나줄여서/우리들의기념을축하해주었다//우리는웃으면서찍혔다
-「가족사진」전문

김미옥작가는「발문」에서이시는”어른이되고사랑하는여자를만나가정을이루겠다는추측성시“라고한다.”사진을찍은것이아니라찍혔다“,”행복이타인의시선으로규정될수있음을한줄로날카롭게드러낸다.그의시가특별한것은사람에게버림받고사람으로일어나며자신을타자화하는것이“라고한다.

호젓한마음이나얻으려고산길을걷고있는데/겨자씨만한개미들이산지렁이사체를/힘들게부수는걸보았다/도끼낫쇠스랑부엌칼도마망태/리어카톱호미삽망치괭이/담아갈수있는건죄가지고나와서/가르고쪼개느라분주하다/한삽거들까하다가그만두었다//비운다는건좋은건데/나는누가가볍게해주나/뒷산오를자격도없는나를/부끄러운게많은나를/누가저처럼쪼개고갈라서/한죽음을가볍게해주나/다르게생각해봐도산길오르는일이/다헛헛한것인데/또한사람이나를피해/산길을오르고있다
-「산의말씀」전문

신산한삶을걸어가는사람은오히려자신을더욱고요하게들여다보는지도모른다.사람관계에서겪게되는모멸감,외톨이가된마음으로”호젓한마음이나얻으려고산길을걷“는데”산지렁이사체를/힘들게부수는“개미들.온갖연장을들고일하는자신처럼개미들을보다가”한삽거들까하“지만그만둔다.우리삶이결국비우고가볍게하면서나아가고그렇게”다헛헛“하게떠난다는걸시인은이미알고있기때문이다.
시로하여”크게울기도했고귀엽게웃기도“하고”많은위로를받“으며”삶의행간마다시라는것이있었“는데”이제는내가시를위로해주고싶다“는「시인의말」이뭉클하고도희망의빛으로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