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한 것 아니냐 (김재우 시집)

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한 것 아니냐 (김재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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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정한 인간 회복을 꿈꾸는 참다운 시편!
김재우 시인의 시집 『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한 것 아니냐』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김재우 시인은 시적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심미적 감각을 보여 준다. 그의 시편은 삶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과 구심적 상상력만큼이나 인간사나 세상사와 같은 외부 세계를 시적 대상으로 하는 원심력의 상상력, 즉 삶과 세계에 대한 관계론적 인식을 중심으로 파급하는 자본주의 기술 문명사회의 비인간화, 폭력성, 가난과 소외의 문제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저자

김재우

전북김제에서태어나2024년『시에』로등단하였다.

목차

제1부
첫눈세일·11
호외(號外)·12
오독하다·13
사랑치과에서·14
그대를생각하다가·15
사랑하기전부터·16
실종·17
밤눈·18
개기월식·19
꽃몸살·20
꿈방울·21
엽서·22
노란울음·23
붙이지않은편지·24
자화상·26

제2부
마스크시대·29
겨울비21·30
4월16일·31
세월호떠오르다·32
완성되지않는문장·34
역사의봄·36
폭설·37
HOMOFINGERTUS·38
외상·39
간판들의아비규환·40
허공의집·42
토끼풀·43
부처님똥통에빠지다·44
어느겨울밤·46
무정부주의적으로·47

제3부
만추·51
야시(野詩)·52
업데이트·53
삼천사마애불앞에서·54
풍경·55
대청봉·56
노적봉이사라지다·57
꽃자리·58
단둘자·59
꽃과숨·60
피차간·61
연말정산·62
겨울거울·63
적나라(赤裸裸)·64
춘몽(春夢)·65

제4부
화룡점정·69
없는귀·70
갈대와억새사이·71
숨은신·72
비의·74
한겨를·76
다움·77
시작과끝·78
사람들사이·79
허공의코드·80
욕망·81
바늘귀·82
재건축·83
나는왜가난한가·84
꽃의나이·85

해설|김홍진·87
시인의말·118

출판사 서평

할머니의장독간장
최후의맛을내는것은
완숙한보름달이다
장독이열리기만을기다리며
하늘에서온마음을부풀리다가
어느날밤
할머니가장독을열자마자
장독간장속으로첨벙뛰어들어
두둥실한점찍는보름달이다
-「화룡점정」전문

이시는“할머니의장독간장”과“하늘에서온마음을부풀”린보름달이원초적으로간직한,그러나지금의현실적삶에서는찾을수없는할머니와간장독과보름달의상호교감과호응에대한재신비화이며재신화화이다.김재우시인은우리에게잃어버린온전한우주적교감과생명의신비한질서를감각하도록한다.

그대떠나보내고/잎떨구는은행나무아래앉아/눈을감고있었다/은행잎이무더기로떨어져도/그대생각뿐/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다/마침는개비가내리고/단호하게일어서우산을펼쳤다/함께받던우산아래/홀로서니들렸다/은행나무가소나기처럼우는소리/노랗게울음이쌓이는소리
-「노란울음」전문

모든사랑은매혹이지만그매혹의끝은‘울음’이다.그‘울음’은사랑의무상이며허망이고고통이다.하지만이‘노란울음’이말하는것은단지사랑의무의미와허망함이아니다.노랗게쌓이는사랑의‘울음’속에서고통받으면서비로소사랑을들을수있는것이다.고통은가장절실하게우리가살아있음을자각하게만드는매재이다.홀로선‘울음’의고통속에서야우리는비로소사랑을느낄수있고들을수있다.그래서“노랗게울음이쌓이는소리”라는표현이가능한것이다.그리하여사랑의고통스러운‘울음’은노랗게물든은행나무의“노란울음”처럼황홀하다.

마스크들의죽음을아무도애도하지않았다/죽음의시대를아무도두려워하지않았다/죽음은나의것이아니라/타자에속한것이었다/마스크의화장터가부족해도/그건뉴스에불과하였다/주검은자막에뜨는숫자에불과하였다/삶이죽음보다더끔찍했다
-「마스크시대」부분

코로나팬데믹을통과하는공포의상황을그리는이시는마스크를죽음의상징으로비유해죽음이엄습하는공포와죽음에무감각해진끔찍한상황,“죽음의시대”를고통스럽게직시하고있다.수많은일회용마스크가쉽게버려지듯죽어가는생명,그리고“장례식도없이유기”되고“아무도애도하지않”는냉담한죽음,또“아무도두려워하지않”는죽음은얼마나끔찍하고묵시록적이며그로테스크한가.화자가투시하는것은현실이은폐했던불길한죽음이다.이를테면“삶이죽음보다더끔찍”한죽음의일상화이다.여기에서죽음으로얼룩진그로테스크한일상의풍경은구원의가능성을상실한묵시록적현실세계를지시한다.
김재우시인의『사랑하기전부터사랑한것아니냐』에서자본주의문명에대한비감한시적반성은물화된세계의상업적이며경쟁의가치관을반영하는「간판들의아비규환」,종교와신앙의가치나상징마저도결국소비적이고기계적인것으로변질되고신을잃어버린채방황하는아이러니한상황을그리는「부처님똥통에빠지다」나「숨은신」에서그의미론적맥락을연속한다.김재우시인의대사회적인현실인식은또한세월호의비극을그리기도하고,“구급차사이렌소리만/세상을흔들어깨”우는“폭정”(「폭설」)의근대사를주목하기도한다.그리하여‘김재우’라는시적주체가보여주는모든시적사유는현실원칙이금지한“억압된욕망을욕망”(「욕망」)하며,스스로존재하기위해자명한것을‘의심’하고‘거부’(「무정부적으로」)하는데로모인다.김재우시인은이모든의심’과거부’를통해진정한인간회복을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