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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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과학의 시대, 소멸하지 않는 관계를 꿈꾸다.
모든 고난을 이겨내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랑!
황금도깨비상 대상 작가 김정민, 첫 청소년 SF 소설집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관계’와 ‘인간 존엄’을 통찰하는 4편의 SF 수록

『담을 넘은 아이』로 제25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김정민이 첫 청소년소설 『삭제하시겠습니까』로 돌아왔다. 『삭제하시겠습니까』 는 마루비가 선보이는 첫 번째 청소년 소설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4편의 SF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를 무대로 삼으면서도,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화두인 ‘관계의 소멸’과 ‘사랑의 지향’을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집착과 애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보다, 오히려 기술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며 스스로를 구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설정을 통해 김정민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미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넘어, 인간 존엄성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

김정민

불교신문신춘문예동화로등단,『담을넘은아이』로비룡소황금도깨비상을수상했다.
현재에온전히머물수있는방법에대해궁리하며사람들이읽고싶어하는글을쓰기위해노력하고있다.『아보카도가사막을만든다고?』,『도와주기대장정다운』과『단추마녀시리즈』등이있습니다.

목차

약속/6
별처럼반짝이는/60
눈눈이이/102
삭제하시겠습니까/138

작가의말/186

출판사 서평

약속

혜림이사는지구를향해무지막지한속도로다가온비행체가지구대기권에서급브레이크를밟은것마냥딱멈춰섰다.그리고그비행체는우연인지의도한것인지모르게대한민국의하늘위에떠있는채로15~16세기한국의중세국어로전파를보내온다.

500년의약속
어머니설아가왔어요.

전지구인의시선이대한민국의하늘로모이는동안에도엄마의관심은오로지센터에있는혜림의언니,재림의안전뿐이다.그러던어느날엄마는혜림을위해저녁상을차리고,이제야말로언니에대한긴애도가끝났다는혜림의기대를저버린채곧냉동보존을신청할거라고통보해온다.절망속에서혜림의발이닿은곳은이넥스인이라는외계인과소통할수있는시청앞작은상자.과연혜림이만난조선소녀설아의정체는누구이며,설아와의만남을통해혜림은어떤결정을하게될까.

아무말도못하고서있는혜림이에게설아가다가왔다.설아는손을살며시뻗었다.혜림이도조심스럽게손을뻗었다.둘은서로의손이통과하지않게조심하면서손을잡았다.비록진짜손을잡은것은아니지만충분히위로가되었다.(본문55면)


별처럼반짝이는

나더스행성의나더스체들에게는두가지임무가있다.첫번째임무는‘귀환’이고,두번째임무는‘무사한작별’이다.무사한작별이란후손을남기고그후손이무사히우주로떠나는것을지켜보고배웅해야하는임무를뜻한다.나는오쿠르1702의배웅과동시에오쿠르1702가폭발하는것을,아니소멸하는것을지켜보며우주로떠나고있다.그것은고립을선택할수밖에없었던나더스행성의역사이면서곧다가올나의임무이기도하다.그러던어느날바이러스의위험으로나더스행성과비슷한처지에놓여진태양계의한행성지구별을만나게되었지.정확히지구에서들려오는전파를듣게되었지.그런데왜그들은오염된지구를떠나지않고있을까저러다멸종이라도하게된다면.

바이러스가지구를암흑처럼덮었어.그속에서도지구인들은서로를돌보며희망을만들었어.희망은별처럼반짝였어.암흑을밝히는별은바로지구인들이만든거야.
나도이제어둠속에서반짝이는별을만들거야.나더스행성으로돌아가이제홀로우주를떠도는것은그만하자고,‘우리’가되어‘함께’하자고,함께이겨내자고할거야.(본문100면)


눈눈이이

1년전도윤이받은범죄명은성추행,성폭행,불법사진촬영및유포,그리고협박죄.하지만이모든일은그아이때문이다.처음에만해도도윤이는그아이의봉긋한가슴이궁금해그냥만져만봤을뿐이다.만일그아이가자신을송충이라도되는양진저리를치지않았더라면그래서도윤의기분을나쁘게하지않았더라면그아이의온몸을만지고두주먹을휘두르는것과같은일은벌어지지않았을것이다.도윤은엄마가시키는대로갑자기머리가핑돌며어지러워서,그아이를정말사랑한나머지그마음을표현하려고한것이방법을잘몰라서일어난행동이라고했다.심지어그아이는거부한적도없다고그건하늘에맹세할수도있다고재판관에게말했다.그리고사진을찍은건장래희망이사진작가인만큼단지찍는것을좋아할뿐그아이에게피해를주려고한것은아니었다고.그럼에도‘법대로우’는도윤에게인공지능판사법제5조3호인‘눈눈이이’체험형벌로조선시대의여인‘초아’이면서‘온희’로살아가야할체험을선고했다.

온희가,아니도현이가피를토하며천지신명에게한기도를인공지능판사가들어준셈이었다.‘눈에는눈,이에는이’라는말처럼‘눈눈이이’체험형벌프로그램의목적에맞게도윤이는지금피해자의고통을가상현실에서되돌려받고있었다.(본문124면)


삭제하시겠습니까

유나집의모든물건은토탈제어시스템으로연결되어있다.자동으로문을열고닫는것은물론,요리할때도,세탁기를돌릴때도청소기,에이콘……심지어유나의방침대위에스프링클러가설치되어있어늦잠자는유나의머리위로물이뿌려지기도한다.이모든것을제어하는것은바로엄마다.엄마는집안에걸린CCTV를통해가족의일거수일투족을지켜볼뿐아니라휴대전화계정을통해친구들을관리하고아빠의회사생활까지도꿰뚫고있다.유나의언니해나는이런엄마의간섭과통제로부터벗어나기위해독립을결심하기에이른다.하지만엄마가처음부터이런것은아니었다.이모든일은3년전엄마가죽었다돌아오면서부터생겨나기시작한것이다.

“제발그만해.이럴때마다엄마가싫어.지겨워.”
언니의목소리가차가웠다.
“넌어떻게그런말을하니?엄마가어떻게돌아왔는데.”
엄마는서운해했다.
“엄마는변했어.진짜우리엄마가돌아온게아니야.”
언니의말에유나는깜짝놀랐다.사실유나도얼마전부터언니와같은생각을하고있었다.충격을받았는지엄마는한동안말을잇지못했다.한참만에엄마가말했다.
“해나야,나는진짜엄마야.”
“아냐,진짜엄마는이러지않았어.(본문178면)



“모든고난을이겨내게하는힘도,사람을사람으로살게하는힘도사랑이라는생각이든다.생각의끝에서나는사람과세상을더사랑하겠다고결심한다.”
-작가의말중에서


단순한공상과학을넘어현재우리가겪고있는관계의갈등과소멸의문제를정면으로응시하는이소설집은,오늘을살아가는청소년들에게묵직한감동과질문을던질것으로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