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

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

$15.00
저자

부스타킹턴

1869년미국인디애나주의인디애나폴리스에서태어났다.퍼듀대학과프린스턴대학에서공부했지만학위를따지는못했다.1899년첫장편소설인《인디애나의신사》를발표하기전까지다년간의습작시기를거쳐야했지만,그후부터는미국에서가장중요한소설가중한명으로손꼽히며왕성한활동을펼쳤다.내놓는소설마다베스트셀러가되었고,다수의인기희곡을쓰기도했다.그가쓴여러작품이뮤지컬로각색되거나영화화되었다.문학계바깥에서도저명인사였던타킹턴은인디애나주의회의원에당선되어정치인으로활약하기도했다.이때의경험은소설집《무대에서》(1905)에반영되어있다.대표작이자사랑과명예를한손에모두움켜쥐려했던앰버슨가문의몰락을다룬《위대한앰버슨가》(1918)로1919년퓰리처상을수상했다.이작품은1942년오슨웰스감독이동명의영화로제작해다시한번크게주목받았고,모던라이브러리에서선정한‘20세기최고의영어소설100선’에도오르며지금까지사랑받고있다.1920년대에들어시력이나빠지기시작해말년에는시력을거의잃지만,비서에게구술하면서창작활동을멈추지않았다.그밖의작품으로는《혼란》(1915),《앨리스애덤스》(1921),《중부지역사람》(1924)등이있다.1946년인디애나폴리스에서세상을떠났다.

출판사 서평

수년간고전한끝에서른살에소설가로데뷔한부스타킹턴은데뷔작부터베스트셀러에등극하며큰인기를누렸다.출간한소설가운데아홉권이그해베스트셀러10위에올랐으며퓰리처상을두번수상하는영예를누렸다.1922년에는《뉴욕타임스》가선정한당대의위대한미국인열두명에뽑혔고,1933년에는미국문예아카데미에서공로를인정받아골드메달을수상했다.타킹턴은제1차세계대전을기점으로격변한미국의사회상을주로소설에담았는데,그중《뉴요커》가최고의걸작으로지목한『앨리스애덤스의비밀스러운삶』(원제AliceAdams)은미국의미래를내다본그의선견이돋보이는작품으로,평범한가정의붕괴를통해물질주의의폐해를사실적으로그려냈다.

소설은초반부터주제를뚜렷이드러낸다.독자는50대환자인애덤스가거의평생을램브컴퍼니라는의약품도매업체의부장으로일했으며부인은그것을못마땅히여기고남편이아이들을위해서라도다른일을시작해더많은돈을벌기를원한다는것을알게된다.소설은상당히노골적으로그리고매우현실적으로물질적인욕망의지배아래살고있는한가족과,청년들사이에서도이미재산이계급을나누어놓은사회를보여준다.

소설의배경은저자의고향인인디애나폴리스로추정된다.1903년에장티푸스에걸려죽을고비를넘긴타킹턴은메인주로휴양을떠난뒤에뉴욕과유럽등지에서8년가까이살다돌아왔는데,그새너무나도달라진고향의모습에경악했다.소설에서언급되었듯이도시는교외의탄전개발과공업화로인해숯가루에덮여있었고,공사소음이끊이지않았다.타킹턴은변해버린고향의모습만큼이나사람들의달라진이상에거부감을느꼈다.제1차세계대전으로인해유럽이초토화된틈에세계산업을주도하기시작한미국은생산량이폭발적으로증가하며전대미문의풍요를누렸다.경기호황과비즈니스의번창속에서사람들은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부를좇는‘진취적’기상을찬양했고,성공한인생이란곧물질적인성취라는아메리칸드림과자수성가의환상이뿌리를내리기시작했다.그렇게부를쟁취하지못한이들은시대에뒤처진패배자로여겨졌는데,소설의처음부터끝까지배경음악처럼깔려있는애덤스부인의넋두리는이들‘패배자’의울분을오롯이담고있다.

부인과달리애덤스는자기인생에포기에가까운수용의태도를보인다.애덤스는그가숭배하는위대한J.A.램브의광휘속에머무르며그의관심과신뢰를성공의척도로삼는다.결혼전에아내에게보낸편지에담겨있는열정은물론만사에흥미를잃은애덤스가아끼는대상이두명있다.한명은눈에넣어도아프지않을딸이고다른한명은그가숭배하는고용주J.A.램브다.얄궂게도애덤스는그중한명을위해다른한사람을배반할수밖에없는처지에놓인다.소설의첫문장에서‘구식사고방식’을지녔다고표현된애덤스는무너지기시작한구시대의가치관을대표한다.소설은애덤스가가치관을타협한시점을기준으로새로운국면에접어든다.애덤스가양심을버리는이유가탐욕이아니라딸에대한애정이라는점은타락의시작에대해고찰할여지를준다.질리도록잔소리를퍼붓고흐느끼고소리치고,앨리스의표현대로남편을‘닦달하여’끝내집안의붕괴를초래하는부인을단순히악역으로보기힘든것또한부인이이기심이나사욕때문이아니라자식들을위한마음에하는행동이라는것이통렬히느껴지기때문이다.

한편월터는당대의타락한청춘을대표한다.“무엇이든건전한것에관심을보인적이없다”고앨리스가일컬은월터는아버지의도움으로입사한램브컴퍼니에서일하고여가시간에는도박을일삼는다.스무살밖에되지않았으나월터는애덤스보다더절망적인열패감과무력감에젖어있다.회삿돈을횡령하고들통날위기에처하자부모에게도움을청했다가불가능함을깨닫고,“평생저한테뭐하나해준적이없죠.”라는한마디를남기고도주하는월터의타락은풍요의시대에중하층이느낀상대적박탈감을여지없이담고있다.

앨리스는여느명작의주인공과비교해도모자람이없을정도로입체적이고흥미롭다.앨리스는단순히미모를이용해신분상승을꿈꾸는일차원적인인물이아니다.다소유치하고허영심이있지만아버지를대하는태도에서따뜻하고상냥한심성이엿보인다.“주인표시가있다면남의것을넘보지않았다”는말에서알수있듯이자기나름의가치관도분명하다.앨리스가러셀앞에서꾸며내는모습이남자를속이려는악의가아니라현실보다더근사한삶을꿈꾸는공상에서비롯되었다는사실을저자는명백히밝힌다.소설초반에길에서마주친낯선남자와의짧고무의미한만남에서스페인식구애장면을연출한것처럼,앨리스는아서러셀을통해바라마지않던부잣집아가씨로서의삶을체험한다.러셀은“상상속에서가아니면결코손에넣을수없는비싼꽃”과마찬가지로앨리스가동경하는삶의일부인것이다.

『앨리스애덤스의비밀스러운삶』은무거운주제를담고있지만생생한디테일과‘웃픈’해프닝덕분에읽는재미가쏠쏠하다.소설의독자는앨리스의비참한댄스파티와읽기만해도숨이턱턱막히는마지막저녁식사장면을잊지못할것이다.비를맞으며직접딴제비꽃을촌스러운오르간디드레스에꽂고,건들거리는동생의마지못한에스코트를받으며파티에간앨리스가모두에게무시당하는모습을들키지않으려고온갖연기를펼치는장면은손발이오그라드는민망함과동시에깊은연민을자아낸다.또한찜통더위속에서뜨겁고기름진음식이줄줄이나오는가운데단추가빠져나와불거진와이셔츠를입고땀흘리는애덤스의가여운몰골과그를무시하는웨이트리스,테이블위에서시들어가는장미꽃,그갑갑한분위기에서명랑하게혼자수다를이어나가는앨리스의절박한모습은타킹턴의글솜씨와장면을연출하는감각을증명한다.타킹턴은대학시절프린스턴의극단에서회장으로서활발히활동했고,(명성높은트라이앵글클럽의창시자였다)브로드웨이에서다수의희곡을선보였다.두장면은단지독자들의웃음과연민을끌어내는장치가아니라중대한전환점으로작용한다.끔찍했던파티에서참고있던앨리스의눈물은애덤스가끝내자신의가치관을타협하는계기가된다.또한딱히중대한사건이일어나지도않았지만애덤스집안의추레한실체를면면으로드러낸저녁식사는러셀로하여금앨리스와의관계가불가능함을깨닫게한다.

소설의결말은비극은아니지만그렇다고해피엔딩으로보기도어렵다.비록애덤스집안은망가졌지만앨리스는성장했다.앨리스가공상에서헤어나와현실을받아들이는모습은하루아침에극적으로이루어진변화가아니라초반부터꾸준히암시된가능성이실현된것이다.허세스럽게지어낸Alys라는이름을버린순간부터앨리스는진정한자기를찾는여정에올랐다.비서학교의간판을끔찍하게여기면서도외면하지않는모습에서도앨리스가역경을당당히마주하리라는것이암시되었다.

1920년대와1930년대에미국에서는여성의인권신장운동이활발했고교육과직업의기회가증폭했다.그러나소설이출간된1920년대초만해도대부분여성은가정밖에서직업을구하지않았다.여성은전체인력의20퍼센트남짓했는데,대부분요리사와가사도우미등으로남의가정에서일했다.여성의교육역시여전히제한되어있어서,대학에진학하는것은상류층여성의특권이었다.따라서앨리스처럼자기재산이없는중하층여성에게는결혼이경제적으로안정적인삶을보장하는거의유일한길이었던것이다.이런당대의현실을고려하면스스로생계를책임지고어려움에부닥친가족을돕기위해비서학교로향하는앨리스의용기와기백이한층더감동적으로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