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엄마라니까 (쉰 아재의 엄마 생각 | 조항록 산문집)

그러니까, 엄마라니까 (쉰 아재의 엄마 생각 | 조항록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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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쉰 아재가 전하는 엄마의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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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엄마라니까≫는 사모곡이 아니다. 나의 엄마였던 한 ‘인간’에 대한 회고다. 내가 본 것이 그 삶의 전부는 아니겠으나, 이렇게나마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대변하고 싶었다.”(조항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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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삶이 근사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부모가 될 수는 있다. 이곳에 한때 그런 사람이 살았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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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생에서 66년을 살다 갔다. 정확히 따지면 65년 4개월 29일이다. 그 세월 동안 그의 삶은 여기저기 허방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볼 수도 없게 처음부터 삶이 망망대해의 나무토막처럼 표류했다. 부모 없는 유년은 외로웠고, 나중에는 남편과 자식들이 곁에 있었으나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다.
시대는 굽이졌고 세상은 모질었다. 그럼에도 그는 맥없이 스러지지 않았다. 번번이 흔들려 주저앉을 뻔했으나 안간힘을 다해 자기 몫의 생애를 부끄럼 없이 살아냈다. 마지막이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그때까지도 그의 삶은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는 나의 엄마다. 엄마는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을 좋아했다. 당신의 신산한 인생에 자식들이 위안을 준다고 믿었다. 엄마는 순진했다. 나 같은 자식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심한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해줄 만큼 해주고도 해줄 것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주 자식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미안해했다. 그런 모습은 당신의 죽음 앞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는 삶의 벼랑에서도 제 앞가림에 바쁜 자식들을 염려했다. 그렇게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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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머니가 지워졌다. 육십 평생 갱지에 일대기를 적던 그녀가 지우개로 박박 문지른 듯 깨끗이 지워졌다. 여기 빈 세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지우개똥 같은 가련한 기억의 부스러기들.”
__〈부고를 받다〉 중에서

내가 쓴 시에 엄마를 영영 잃어버렸을 때의 나의 마음이 박제되어 있다. 그랬다. 누런 갱지 위의 삶을 살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 엄마가 지워졌는데, 엄마가 지워졌을 뿐 세상은 그대로였다. 엄청나게 두꺼운 만물백과에서 나의 엄마 ‘김경숙’만 삭제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막 서러워 눈물 흘렸다.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지우개똥 같은 가련한 추억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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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1977년 10월 25일 마망을 잃었다. 그리고 2010년 9월 10일 나는 이 땅에서 엄마를 잃었다. 바르트는 마망의 죽음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슬픔’이라고 이야기했다. 나에게도 엄마의 죽음은 ‘완전히 처음인 슬픔’이어서 그 질량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나는 그저 붉은 눈물을 흘렸고,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그리움을 가질 뿐이다. 질량불변의 법칙이라고 할까. 삶이 가져다주는 어떤 화학적 변화에도 나는 엄마를 잊지 못했다. 그 마음이, 마망의 상실이 낳은 ≪애도일기≫에 견줄 것은 아니지만, 나의 미욱한 문장 속에 엄마를 간직하게 했다. 이 책 ≪그러니까, 엄마라니까≫를 세상에 내놓게 했다.
저자

조항록

파란하늘아래에서43년동안엄마와함께살았다.한여자의남편과두아이의아빠는현재진행형이다.오리무중이던대학생때시인이되어지리멸렬한지금까지나름의방식으로삶을이해하는중이다.시집≪여기아닌곳≫,≪눈한번감았다뜰까≫,≪나는참어려운나≫등을비롯해산문집≪멜로드라마를보다≫,≪아무것도아닌아무것들≫을썼다.

목차

책을내며:기억하는것,그것뿐

뜨겁게아픈-병상기록1
슬픔의범위-병상기록2
오늘도어제처럼-병상기록3
이곳에서저곳으로-장례식
엄마의단념-화장
목숨보다더사랑해-엄마의체온
부모없는하늘아래-운명
서울,달동네-꿈과현실
사랑그리고시련-결혼
얼마나심장이아팠을까-강박
과일보다추억-감과바나나
배고프지,아들?-외식
몇장의스틸컷-반짝이는옛날
기브앤드테이크-기시감
엄마는몰랐네-미필적고의
해야하는말,하지않은말-어른의말
여자의일생-노래
나아닌누구를위하여-생일
괜찮아,내새끼잖아-산후조리
엄마는달랐다-차이와구별
한사람의힘-구심력
그리워할뿐-추모

에필로그:마망(maman)과엄마

출판사 서평

‘엄마’에관한보편적정서는이성의영역이전에지극한감성의영역이다.하지만≪그러니까,엄마라니까≫는단지모성의확인을넘어,엄마이전에지난한삶을살아낸한인간을이야기하고있다.지은이조항록은엄마가단지효도의대상이아니라고말한다.그에게도,말하나마나,우리가유심히관찰하고이해해야할인간의희로애락이있다고강조한다.
이책의글은수필이라는장르로규정할수있다.그것은시나소설과달리상징과알레고리,이미지같은문학적장치를굳이필요로하지않는다.일상의언어로사실과진실을좇으면그만이다.여기에바로시와소설이갖기어려운수필의장점이있을것이다.
제목에서알수있듯,≪그러니까,엄마라니까≫는‘엄마’에관한22편의수필모음이다.모두엄마에관한사실과진실인셈이다.그런데지은이는그이야기들이단지엄마에관한추억담으로그치지않기를바란다.엄마도엄마이전에인간이므로,엄마가일개의인간으로서감당했을희로애락에주목한다.지은이는“나는먼저한인간으로엄마를분별하고,한인간으로엄마를이해하고싶다.그다음에엄마로서나의엄마를그리워해도늦지않을것이다.”라고말했다.그리고“스스로주변에만머물던엄마를비로소내기억의중심에앉게했다.”며첫걸음을내디뎠다.그렇게신산한삶을마친한인간에관한아름다운탐구를이책에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