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자의 노래 - 예서의시 29

여행 그림자의 노래 - 예서의시 29

$14.49
Description
여행은 노래여야 한다.
삶이 여행임을 노래한 시집
≪여행 그림자의 노래≫는 인도 여행에서 시작하였다. 삶이 유람인 것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라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정철의 ≪관동별곡≫에 잘 드러난다. 강원관찰사인 화자가 길게 계산하면 세 달 동안 관동팔경을 유람하고도 더 여행을 못해 갈등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여행자의 모습을 본다. 여행 그림자는 〈관동별곡의 신선 여행〉(30쪽)에서 이를 노래하면서 ‘자기를 잊은 여행자로 남을 일’을 꿈꾼다.
이 시집은 인도, 네팔, 몽골,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미국, 그리고 캐리비안 크루즈로 들린 멕시코, 벨리즈, 온두라스, 그랜드 케이맨, 자메이카, 바하마를 여행하면서 그날 그날 일기처럼 쓴 여행시이다.
여행지에서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만든 문화를 만난다. 여행은 그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과 함께 춤추다 돌아오는 일이다. 그들이 푸르면 푸른 대로 붉으면 붉은 대로 그 속에서 염색한 천처럼 물드는 일이다. 여행지에서 화자는 그들 속에 스며들어 그들이 피워내는 꽃에 공감한다.
삶은 여행이다. 여행 그림자는 여행을 하면서 삶을 본다. 아니 끝없이 삶을 보려한다. 시적 화자는 히바 유적 속에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낙타를 타고 건조한 사막을 건너다 죽거나 집에 돌아와 보니 죽은 가족들에도 시선을 둔다. 여행 그림자는 여행 속에서 과거를 보면서 ‘지금, 여기’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 넋을 놓는다.
‘제1부 여행 그림자의 떠나는 길’은 시적 화자의 여행에 대한 소망이거나 사유이다. ‘제2부 신들의 재림’은 인도 여행 동안 보아온 신과 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노래한다. ‘제3부 실크로드와 오아시스’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실크로드와 설산, 그리고 오아시스 도시들을 거닐던 순간들이다. ‘제4부 고산에 피는 꽃’에서는 중국과 몽골의 고산에 피는 꽃들을 묘사한다. ‘제5부 캐리비안 크루즈’는 캐리비안 해적들의 무대였던 중앙아메리카의 바다와 그 바닷가에 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여행의 기록이며 미국 플로리다 반도의 일상이다.
여행 그림자를 따라가 보자. 먼저 〈고함을 질러보자〉(11쪽)의 마지막 행에서 시적 화자는 ‘나의 껍질을 터트려 갈기갈기 찢어야 한다’며 섬뜩한 언어를 내뱉는다. 〈여행 그림자의 떠나는 노래〉의 마지막 행 ‘껍데기를 다 버릴 때까지 걸으리’는 껍질을 벗으려는 화자의 다짐이다. 이는 〈배낭 속의 나〉(16쪽)의 ‘허기진 나그네여, 배낭을 더 큰 허기로 채워라’로 이어진다. 그 허기는 〈모두, 하나〉(42쪽)의 ‘삶도 하나다 순수’에서 삶을 순수로 채우고자 한다. 〈타지마할, 사랑은 비추는 것〉(46쪽)처럼 그 순수는 비춤으로 남는다. 종국에는 〈하나를 향한 카마슈트라〉(49쪽)에서처럼 ‘하나 되기 위해 그들은 사랑한다’. 〈핑계〉(24쪽)의 ‘이것저것 핑계 대다 어느 날 죽지’를 인식하면 〈흔들리며 걷기〉(27)의 ‘삶은 흔들리며 걷는 것’이 되고, 〈알라쿨 호수〉(79쪽)의 마지막 행 ‘두 눈으로 본다고 다 보는 것은 아니다.’ 〈히바 유적 속 사람들〉(93쪽)에서 조상들의 유적인 ‘히바보다 사람이다. 히바가 닳아도’는 껍데기 벗은 여행지의 모습이다. 시적 화자는 히바에서 사람을 본다. 사람들의 행복을 본다. ‘그네들에 삶은 춤이다’(94쪽)는 ‘옵, 옵, 오빠는 강남스타일(97쪽)’로 이어진다. 여행 그림자는 〈오아시스 도시 부하라〉(96쪽)의 마지막 연에서 몸을 흔드는 춤꾼을 찬양한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어디에서나 제 몸을 마음껏 흔드는 춤꾼인 것을/ 우리는 스스로 제 몸을 묶고 있었나 보다.’라며 묵묵히 따르던 여행 그림자의 시적 화자는 깨달음과 동시에 탄식을 드러낸다. 여행 그림자는 〈한국, 한국관광객〉(98쪽)에서 우리의 삶을 잃어버린 애잔함에 빠진다. 삶은 〈몽골의 할미꽃〉(139쪽)처럼 당당해야 한다. 고산 지대에서 ‘삶을 피우려고 키마저 멈춘 꽃들이여(123쪽)’라는 감탄은 그 경외감에 ‘이름조차 부르기 어려워라’로 노래한다. ‘길은 언제나 길 끝을 궁금하게 한다’지만 그 끝은 자기이다. 그 자신을 자기 속에 빠트리는 일을 크루즈가 한다. ‘자유가 사망할 때까지는 자유다’라는 인식은 자기를 위한 삶을 지향한다. 〈재미와 무관심〉(156쪽)에서 ‘삶은 그저 Fun이다, 그 외는 관여할 일 아니다’라고 한 쪽 끝의 언어로 삶을 상실한 사람들을 가운데로 끌어당긴다. 〈크루즈의 있고 없음〉(160쪽)의 기나긴 나열은 인간사의 나열이다. 단지 캐러비안 크루즈만에서만 실현될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시간적으로 무한 속의 하루살이보다 못한 존재, 공간적으로 1년 동안 빛으로 가는 거리를 기본 단위로 하는 우주 속에서 인간은 하루살이처럼 열심히 파닥거릴 뿐이다. 여행은 그 파닥거림이다. 여행은 자기 존재를 느끼는 몸짓임을 여행 그림자는 노래한다. 방관자가 아니라 빠져야 여행이고 삶이다.
저자

최기재

저자:최기재
어문교육학박사.전북완주에서태어났다.2015년계간≪미래시학≫을통해등단하였으며(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참여하고있다.최근에시와해설을덧붙여쓴2종의저서≪치유의언어:논어와함께노자·열자·장자함께읽기≫상·하권(인간사랑,2023.12),≪일리아스의거의모든것≫(인간사랑,2023.2)을출간했다.기타저서로≪고교생들의그리스인조르바읽기≫(2017),≪독서논술지도의방법과실제≫(공저,2008)등이있다.

목차

낯선나

제1부여행그림자의떠나는길
고함을질러보자/여행그림자의떠나는노래/여행의이유/배낭속나/생각의환전/신조차과거는과거/핑계/로망과현실사이/종교여행/흔들리며걷기/검정과하양/관동별곡의신선여행/무슬림회당에서/여행그림자를위한노래/여행,한줌의언어

제2부신들의재림
혼돈의거리/환승/모두,하나/사막의밥/타지마할,사랑은비추는것/생명의물/하나를향한카마슈트라/돌고도는돈/바라나시고돌리아/갠지스의화장터/인도여/윤회의사슬/질경이인생/다르질링천상의도시/마더테레사하우스/포카라페와호수의아침

제3부실크로드와오아시스
차린협곡/메데우침볼락빙하/알틴아라샨트레킹/알라쿨호수/무지개가발아래에뜨는길에서/알라메딘트레킹/자작나무거리산책/우즈베키스탄히바의빛/히바유적속사람들/오아시스도시부하라/한국,한국관광객/기대는기대를넘지못하고/중앙아시아환전/초원의유목민/삶의고행,실크로드/중앙아시아음식

제4부고산에피는꽃
화호,꽃길을걸으며/쓰촨성의청두/말이말을경계하고/초원과고산증의길/감숙성짜가나마을의바위산/라브랑진사원의도시/쓰촨성천장터/청해호유채꽃도흔들리고/정략결혼의포탈라궁/차카염호/칭하이성에피는꽃/몽골의할미꽃/홉스굴꽃동산/칭기즈칸의초원/울란바토르칭기즈칸/물길따라나무

제5부캐리비안크루즈
COZUMEL에서데킬라를/멕시코만크루즈/캐리비언카니발의빌리즈시티/재미와무관심/온두라스로아탄/그랜드케이먼/크루즈의있고없음/36시간망망대해/콧수염을기르려다/불꽃놀이/마이애미키웨스트선셋/플로리다더빌리지스의노부부/결혼식/새해

[인터뷰]여행,그떠도는자아의기록

출판사 서평


삶은수단이아니다.여행도수단이아니다.시는시가목적이듯삶이거나여행도그자체가목적이다.시를잃어버린시대에여행에서조차걷는다는사실을잊은듯하다.여행은여행지에스며들었다가빠져나오는일이다.어느순간에우리가좀더잘살게됐다고여행지마다에서평가하며계몽에나선다.여행지의사람들이여유로움에서누리는행복을나무라며능률을주입하고자한다.노자는≪도덕경≫에서천지불인(天地不仁),천지는스스로그러하다고말한다.장자는≪제물론≫에서일체의사물이모두같다고했다.각자그자체를존중하며각자의삶을살아야한다.우리의일부는예전보다더잘살고더잘배워서불행해졌다.이를의식하듯시적화자는예전처럼자기를비우고각자의삶을존중하는법과동시에자기를살아야함을여행으로말하고있다.이책은시적화자가껍데기가아닌맨살을위한여행을노래하면서인간다움에대한공감으로삶은여행이어야함을노래한다.

시인의말

시인신동엽처럼껍데기는가라.
순수가사라지고껍데기만호들갑을떤다.이름조차자기가아니라고하는데그이름에또껍데기를덕지덕지덧붙인다.정치도껍데기를향하고,우리가사는아파트도껍데기,브랜드를떠받든다.껍데기를벗으려여행을떠나는데거기에서또껍데기를한겹덮어쓰고온다.맑은생각은껍질이거나껍데기를벗은순수의속살이다.‘나’라는삶의순수를생각해본다.껍데기세상에서도달해야할알맹이아닌가!여행이그나마껍데기나껍질을벗기는기회가되리라.

책속에서

<낯선나>

여행은캐리비안해적이다
해적조차고향처럼익숙해지면여행은종점이다
도둑에게처럼소리가천둥소리만큼크다가
친숙한개짖는소리가되면낯익음조차없다
쳇바퀴가돌아도도는지모르는다람쥐걸음이다
살아숨쉬는여행은
해적들끼리도낯설다
계절과시간과벤치와길이낯설어야해적이다

여행은
빙하녹아내린호수에서낯선‘나’가나를물끄러미바라보는일이다

<여행그림자의떠나는노래>

태양이여,떠오르라
월광아,비추어라
그림자나는너를따르리
아침저녁으로길게늘어뜨리고
한낮에는너의발아래너와함께서리

먼길떠나는그대여
그림자도설레노라
함께걸어온날들벅차고
앞으로나아갈시간들영롱한무지개라
쌓이고더한생의길에채색한수를놓으리

떠도는자아,
너의실체가사진으로찍히지않으니
홀로너자신과만나는순간에함께하리,증언하리
먼지와혼돈속에서너를찾아
갠지스강에피를씻고눈의때도닦으리

비바람몰아쳐도삶이고
태양이솟구쳐도인생인줄
나,너의그림자는알고있노라
연착하는기차
궤변속삶도
그림자는너와함께따르리
여정이여
삶이여,그대걷고쉬고또걸으리
껍데기를다버릴때까지걸으리

<여행의이유>

그냥걷고
그냥보고
그냥여행지에취하고
내가먹던음식,
내가보던사람,
내가하던일,
모두허물벗듯벗으면
나는오롯이나로빛난다
그빛이내몸에서배터리처럼닳게되면
다시떠나야하리
빛이갉아먹은나를채워야하리

내몸에남는영양분은비만의집을짓고
부족한영양분은쓰러지는빈혈의건물이다
인간은본래걸어야하는동물,
인간은걸어서길을내고
걸어서삶을초기화한다
여행은중앙아시아비탈진길을오르내리는
양들처럼길을걷는일이다
없는길도찾아걷고,만들어걸으며
물통처럼넘치는것은버리고
허기진배처럼모자라는것은채워야한다

여행지의언어는사진으로담을수없고
여행지의자연을담은사진도숨멎은자연이다

여행지에대한배움은여행을누릴만큼만하고
누림이그배움을넘어서야여행이다

삶이여행인것을
굳이여행해야하는까닭은
삶이여행이라는사실을잊을까두려워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