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는 기도 - 예서의시 33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는 기도 - 예서의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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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모든 삶에 대한 고백이 담긴 기도문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는 기도〉

시집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는 기도≫는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역사 속의 반복되는 슬픈 기억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시집은 우리 모든 삶에 대한 고백이 담긴 기도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모아둔 시들을 공유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것과 여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합류한다면 더 나은 세상, 모두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시인은 보여주려 한다.

시인은 그 시대를 노래하는 사람이다.

책을 펼칠 때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가 〈개미의 하관(下棺)〉이다. 우리 인생이 결국에는 그렇게 끝맺음을 향해 달려가는 생임을 읽는 독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우리의 생도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늘 주어진 하루가 소중하고 맞이하는 자세가 다를 것이다. 개미는 가볍게 여길 수도 있는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미의 행동을 관찰해보면 배울 점이 많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어려운 일을 함께 도와 해결한다. 그리고 겨울을 위해 부지런히 양식을 준비하는 것과 깨끗이 지상의 모든 것들을 청소해주고 정리해주는 작지만 많은 교훈을 사람들에게 준다.
1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땅에는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들 그리고 그 안에 민족의 아픔이 있었다. 세월호도 그 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는 잊지 말아야 할 민족의 슬픈 역사다. 그래서 1부는 세월호에 대한 기도문이며 참여시라 할 수 있다. 기도는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들의 유산을 기억하게 한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흔적과 떠나간 이들의 삶의 자취를 생각해보면서 촛불, 일몰, 흔적, 바다, 강, 서울의 어느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을 이야기한다.
2부는 광화문이다. 광화의 뜻은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의미다. 우리 사는 세상은 여전히 어두운 곳이 존재한다. 아직도 그 속에서는 우리의 이웃들이 거친 삶에 맞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빛 가운데로 함께 나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만들어 나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2부에선 빛으로 다스리는 세상은 다시 태어나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부활, 진리에 대한 깨달음, 바람, 삶의 애착이 강한 이름 없는 들풀, 믿음은 우리의 숨은 양심을 깨운다.
3부는 오월, 어린이, 노인, 안개, 강아지, 고양이, 수몰지구, 벚나무, 인연, 강물 등 여러 시어들과 만날 수 있다. 주제는 오월, 어느 날이다. 지은이의 경험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의 눈에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어린이부터 시작하여 공원의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봄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 그들 모두 잡히지도 않을 나비를 쫓는 고양이와 같다. 수몰된 지역에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하나의 인연처럼 서로의 이야기는 닮아 있었다. 살펴보면 인연 아닌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 사람의 인생길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강에는 발원지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처음이 있었고 모두 같은 끝맺음이 있다. 강은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는 강의 종착지다.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도 우리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다.
4부는 살아남은 자의 고뇌다. 해녀, 민들레, 길, 유언, 한(恨), 부음, 마을, 나무 등의 시어들을 만날 수 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역시 뼈가 시리도록 아픈 기억을 늘 함께 해야 한다.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와 회복을 의미한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야 한다. 인생 전부는 우리의 유언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그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부음과 유언들은 오늘도 어느 누구를 지상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여 준다. 그리고 이것들은 지울 수 없는 문자로 새겨진 이 땅에 살다간 모든 이들의 흔적이다.
5부에서 만날 수 있는 시어들로는 징검다리, 산, 간이역, 섬, 경기자, 장마, 탄광, 목마 등이다. 서로를 연결하는 구도이다. 두 가지 세계,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야 하는 자들의 순례 이야기다. 목적이 없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듯이 모든 곳에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떠한 믿음도 사치가 아니다. 나에 대한 소중한 기억은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다.
1부에서 5부에 이르기까지 80여 편의 시를 접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함께 치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한용재

저자:한용재
대학과대학원에서영문학,법학,신학을공부하였고미국,네델란드,캐나다,한국에서사회적약자들을위해지금까지연구하고활동하고있다.세월호참사에대한시를발표하기도했고지난정부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이후캐나다에서활동하였다.기억하고기록하기위해지금도글을쓰고있으며광주전남작가회의작가지에3편의시를통해문단활동을시작하였다.
영문중단편소설로≪RefugeAli(난민알리)≫,≪TheHastingstreet(헤이스팅스거리)≫,≪SwineFever(돼지열병)≫를,영문시집으로≪Refuge(난민들)≫,≪Wetlandcity(습지도시)≫,≪Gastown(개스타운)≫,≪Space(공간에서)≫,≪TheOldMemoriesofTynehead(타인헤드에대한오래된기억들)≫를,한국어시집으로≪슬로시티≫를출판하였다.
광주전남작가회의
캐나다중앙도서관(LAC)작가
PoetryNation동인

목차


개미의하관(下棺)

제1부눈내리는밤
세월호아직끝나지않는기도/눈내리는밤/일몰/흔적/저물어우는강/겨울바다/무명시인의시집/미어켓가족/지하도Y선생/빛무리/11월26일5차촛불집회/촛불(광화)시민혁명1/부고/촛불(광화)시민혁명2/길고양이/그들을보았다/산행/진군

제2부광화문
강아지울음/부활의아침/어떤깨달음/응답하라1987/혹고니/바람의무게/가을밤의상념/금강보1/가을단상/낙엽/들꽃에도향기가있다/광화문/명함/어떤믿음/서울역1980/나의팔금(八禁)/폐지줍던할머니/갈증

제3부오월어느날
어느세일즈맨의죽음/가위/노인들/오월/장난감우주선/거울/연무(煙霧)/그림자/밀회/강아지와나/할머니와봄/대봉감/청서(靑鼠)의변(辯)/동복댐/금강보2/벗나무에드는생각/인연(因緣)/나비를쫓는고양이

제4부살아남은자의고뇌
만추(晩秋)/해녀이야기/민들레/살아남은자의고뇌/환절(換節)/굽은길/평사리/평사리고양이/해류/처소안의각(角)에대하여/동물농장/유언/응어리한(恨)/어느부음(訃音)/백사마을/고사목(枯死木)/설날아침

제5부회전목마
여배우는죽어야한다/징검다리에대한추억/산에오르면서/간이역에서/입관/탈각(脫殼)/4월중순즈음에/철인경기/블록맞추기/이혼(離婚)/장마전선/화순탄광/회전목마

[인터뷰]‘세월호’를위한진혼가

출판사 서평

좋은책은선한영향력을미치며그가치와기여는말로표현할수없는희망의열매로나타난다.오염된땅에서는좋은열매는기대할수없다.좋은땅에서만좋은열매가난다.좋은책을써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세상에는수많은책들이매년쏟아져나온다.그책들속에는어떤것은버려야할것들이많다.책은삶을이야기하고해석하고적용한다.책들중아름다운시어들로이루어지는시는인류최초의문학양식이다.그때부터시는인간의삶을요약하며풍성한가치를추구하는데기여하고있다.그리고시는무엇을말하여야하는지어떻게살아가야할지를결정한다.삶의진정한의미에응답하지않는글은사람들의생각을복잡하고어렵게만든다.그런글들을거부한다.삶의의미에잘응답하기위해다양한시어들로시를쓰고시인의경험을이책에담았다.

이시집은전체5부로이루어진시집이다.세월호와광화문거리에서만나는사람들그리고오월,살아남은자들의이야기들로구성되어있다.특히세월호에대한간절한소망을담아살아남은자들이모여기억을함께하며어두운세상을촛불로밝혀아직도이땅에는희망이남아있음을알리고자한다.아직도그날을잊지못하는이들이세상에남아있다.생의끝을놓지못해망설이는사람들도있다.모두에겐그들만의이야기가있다.그들의이야기를정제된시어들로만들어이시집에담았다.

“고요한이항구에304개의은촛대를세워/밤하늘붉은바다에떠있는살아있는모든것들을향한등대가되겠나이다”(<세월호아직끝나지않는기도>중에서)

[시인의말]

그해겨울은얼어붙은땅이불로녹여져새로운생명이나오려하는계절이었네.떠난줄알았던이들이다시돌아와우리곁에서다자란아름다운청년이되어있었지.우리는반드시기억해야하네.언제나삶은아름다웠고누구에게나소중한사람이었음을,여기그들의이야기가있네.마음속깊은성전에서들려오는그들의기도소리와우리들의이야기가….

책속에서

<개미의하관(下棺)>

저리도복잡한땅구멍속에서활활타오르는기개를보았는가,지하의세계에서뿜어져나오는열기에도한겨울과여름에도세우고무너뜨리고아버지도할아버지도어머니도강아지도산산이부서져데리고들어간저어둡고컴컴한곳에서,흙속에가지를치며넉넉히자라가는무서운모습에내누울관도내어주고,몸뚱이마저도내어줄것이니,버리고떠나지못하는지상의모든생물들에게하관(下棺)을위한당신들의지칠줄모르는용기를가르쳐주시지않겠습니까

검은미물들이여

<세월호아직끝나지않는기도>

주님,금년봄에는우리의기도에응답하시나요
아직저들을모두만나보지못하였는지
선홍빛바다위에뿌려진저무수한시간들을세어보지못했는지
사마리아고개길을다오르지못해
강탈당한푸른청춘의넋이아직저기에있는데
두손을들어기도를하여도
두손을모아기도를하여도
두손을저어떠나간영혼들을다시불러영원한당신의나라
안식의대지위에모실수만있어도
고요한이항구에304개의은촛대를세워
밤하늘붉은바다에떠있는살아있는모든것들을향한등대가되겠나이다

망언의바다에선그들이보입니다
저허영의사제들과
석회를바른무덤가에서살아가는삯군과
그끝을모르는이단의거짓말과
산에서숨어지내는우상의그늘과
비릿한판관들의웃는소리를들어봅니다
늦은밤이되어도항구로돌아가지않는갈매기의자취를따라
포말위에지워지지도않을이름새겨봅니다
주님,이제는이긴기도문을읽어내려갈수없습니다
당신께서이곳에우리를가두어놓으셨습니까
깊은바다속심연,부딪혀뿜어져나오는거센물바람에도
이곳의파도는좀처럼수그러들지않습니다

이곳에서먼곳팽목항에서들려오는발을구르는소리를들어보아도
슬픈진혼의소리를모두실어나를수없습니다
아직도윗목차가운자리에서
촛불의촛농이눈물로변해흘러내릴때까지
기다리시는어머니의나지막한기도소리를들어봅니다
우리는누구를위로할수없습니다
아직나의기도가끝나지않았기때문입니다
항구로돌아가지않는기나긴줄을바라볼뿐
당신은지금어디서와서어디로가고있는지요

주님,
투쟁과싸움의함성속에서섬기는교회를찾을수없습니다
무서운폭력과미움속에서예언자적인교회가되지못했습니다
희망이없는세상에서희망을주지못한교회가되었습니다
공포의감옥에서해방되지못한교회가되었습니다
협박과침묵을강요하는세상에서증인으로서의교회가되지못하였습니다
고난속에서죽음을강요하는세상에서해방하는교회가되지못하였습니다
실패와실망속에서믿음을주지못하는교회가되었습니다
아직기도는끝나지않았습니다
이바다에도붉은진달래가피어오를때까지
나는이기도를고이접어떠나지않는종이배로
이곳을유영(遺詠)하며4월식지않는봄을맞이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