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 - 예서의시 35

인공호흡 - 예서의시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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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살아가는 자의 기록이자, 살아가는 사람의 역사이자, 투쟁하는 자의 일기
어떤 순간에는 복잡하고, 어떤 순간에는 단순한, 지은이만의 감정과 시어가 휘몰아친다. 지은이는 파도 한가운데 있다. 허무와 행복이 공존하는 파도 속에 있다. 이 책은 수많은 허탈한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혼란을 정돈하며 살아가는 이가 쓴 일기이다.
지은이는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에 미쳐 있는 아이였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에 가로막혀 자신의 꿈인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니 그게 글쓰기였다고 한다. 작가는 언젠가 적었던 글에서 “살기 위해 글을 썼고, 운동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이 시집은 살아가는 자의 기록이자, 살아가는 사람의 역사이자, 투쟁하는 자의 일기다. 그러므로 시집 ≪인공호흡≫은 지은이 김하영의 일기를 낱낱이 기록한 첫 번째 이야기다.

“살아가는 자의 흔적을 글로 남길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하나의 가치로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김하영)


세상 이야기부터 지은이의 이야기까지

작가는 이 시집 ≪인공호흡≫을 통해 점점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큰 틀을 그리고 노래한다. 그런 큰 틀을 이용한다면 필자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면밀히 엿볼 수 있다.
생각은 늘 언어로 표현되기에, 생각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이 시집 ≪인공호흡≫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생각들을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생각, 생략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이유는 내 안에서 요동치는, 즉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아서일 것이다. 반드시 이 말과 생각을 표출하지 않으면 필자는 말라 죽는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세상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인은 이야기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 또는 사회로서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우리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등 정말 세상 속의 이야기를 한다.
2부에서는 나를 둘러싼 타인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인공호흡〉에서 자신의 반려 인형인 ‘솜’도 그 중 일부이다.
3부에서는 과거의 내가 가진 생각, 즉 과거 내면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지독한 허무를 어떻게 정리 정돈하며 지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정리 정돈하며 살아왔다기보다는 너무나도 모순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엉망진창으로 시간을 보내왔는지를 시인은 노래한다.
4부에서는 현재의 나, 내가 종착한 지점, 그리고 나아가며 정돈할 앞으로의 지점, 즉 허무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허무는 아마도 끝까지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아마 내가 해결해야 하는 평생의 난제 같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감정을 정돈하면서 그래도 끝까지 살아내겠다는 시인의 삶의 목표를 노래한다.
이 시집은 그 과정을 그린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일기 같은 시집이다.
저자

김하영

저자:김하영
2002년서울서대문구에서태어났다.텀블벅펀딩으로소설≪길을잃은사람들≫,≪우리가태어난곳으로≫,≪샘의가뭄≫,수필집≪오만한생일을보내겠습니다≫를발표했다.제일좋아하는별은큰개자리의시리우스며,제일좋아하는도시는포켓몬스터게임시리즈의영원시티다.수많은갈래속에서반려인형과함께매일모험하는중이다.

목차


감금

제1부
붉은네온사인에못박힌약속/바다는세계로치환된다/이상한팔레트/방화하지아니하며/어쩌면우리가멸망을부를때/딸기/체다치즈프레첼/고독사/살아서서/바라다/끼익/잠

제2부
하나가되어야만해/찢어진식물의오케스트라/어떤사랑/슴/때/인공호흡/마시멜로/어떤파라다이스/찐빵,오이,호박

제3부
알아가는소리:퍽/부서진회전목마/이소/산속귀신의집/성급한결론/nirv?na/자유를원해/바다의사각

제4부
노래를부르는일/허무/생활필수품/심방속에서/무의식에기억을넣어두었다/누런우울에대한연구/영원회귀의반대쪽/악보침범기도폐쇄/빚쟁이/감금/갈증/기복/예배/어떻게다듬으라는걸까/뫼비우스의띠/화재/공동묘지/기억/독해/허무/향수

[인터뷰]낭만보다허무:스토리텔링의시

출판사 서평


“언젠가죽음이후어떻게기억되고싶냐는질문을받은적이있어요.그리고저는무슨답을해야할지모르는길잃은사람이되었습니다.이책은그런책이라고생각해요.길잃은사람이쓴시집.그리고길을찾아나가는과정만을그린시집.결과는없습니다.

사람은기억으로살아간다는말이있어요.기억을만들고기억을곱씹으며추억으로삶을살아간다는거죠.추억안에는사물이든생명이든나와관련된모든것들이들어있으니까요.어쩌면기억이란호흡기같은생명연장장치일지도모르겠다고생각한적이있었습니다.

사전에찾아보면‘stray’라는단어는‘길을잃은’을의미하는형용사단어인데요,방황한다는뜻으로쓰이기도합니다.그런저는그렇게기억되고싶어요.영영삶이라는방향에서길을잃은사람으로.저는죽을때까지제가방황할것같다는생각을해요.그게꼭진로의의미가아니더라도그냥살아가는방식에관해서제가방황하리라는사실을알고있어요.감히단정합니다.오만하게도.

방황의모양을상상해볼까요.그모양은어느한곳에정착하지못하고답을찾지못한채답만찾아헤매는모습을하고있어요.저는제가영원히그렇게살고,영원히그렇게기억되었으면좋겠습니다.답이없는문제의답을찾기위해영영헤맨사람.그리고이시집은그런저의일기를낱낱이기록해둔제첫번째이야기입니다.”(김하영)

[시인의말]

이세상은하나의무대이며,
모든인간은그저배우일뿐이니
그들은각기각자의등장과퇴장이있노라.

Alltheworld’sstage,
Andallthemenandwomenmerelyplayers
Theyhavetheirexitsandtheirentrances.

―WilliamShakespeare,

책속에서

<감금>

나또바람에잠겼어
시를쓰는방법을모르겠어
속에서부터솟아오르는꽉막힌언어들이날괴롭혀
언어는본디사방이뚫려야하는데
나의말은그렇지못해서바람속에갇힌고대의문자처럼,
아니어쩌면내피부밑의가뭄과닮았어
나는쩍쩍갈라지고있지

다시내일이와
바람에일렁이는파도는
또다시밀려오고

<인공호흡>

부둣가에세워밀어푹적시는인형
나는인형이었고너는아이였다아무래도그건확실한것같지나는솜을가지고너는피부를가진채숨을내게밀어넣고있었다그건확실한것같지나는숨을받았고너는숨을불다가그만솜이되어버렸다나는어느새피부를가진인형으로숨밖에쉴줄을모르고나의반쪽이자전부이던너는인형이되어버리고그러니까나의숨은너의것인데너는이제잠자코잠들어있고이제나는어떡하지

아직까지는피부보다벨벳이익숙한나의삶에숨이들어와걸으라명령한다나는걸어야하는데걷는방법을모르지네게물어보려운을떼도너는인형이된채잠자코잠들어있고나는말하는삶보다벨벳으로잠들어있는삶이더익숙한데

여전히울결같은삶

울음에도결이있었던가그렇다면나는솜으로우는피부겠지만

우는법을네게배웠어그러나너는가냘픈천으로변해버렸고나는너를이어받아숨쉬며울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