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입 흰 귀 - 백조 소설선 1

검은 입 흰 귀 - 백조 소설선 1

$15.00
Description
유응오 소설가의 첫 소설집 『검은 입 흰 귀』가 출간되었다.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유응오 소설가는 2017년 장편소설 『하루코의 봄』을 출간하였다.
『검은 입 흰 귀』는 최근 한국 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묵직한 ‘서사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집이다. 유응오 소설가는 등단한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문체로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을 따뜻한 손길로 위무하는 이야기를 써왔다.
특히, 유응오의 문장은 함축적이면서도 상징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다. 이러한 탄력성 있는 문체로 인해 작품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단단하게 응축돼 있어 유응오의 문체는 소설적이라기보다는 시적詩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세월 불교계에서 활동한 소설가답게 작품집에는 불교적인 주제와 제재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태초부터 자비가 충만했으니」는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는 인생사에서 진정한 자비가 무엇인지 묻고 있으며, 「금어록金魚錄」은 한 화승의 삶을 통해서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이 원융圓融하는 경계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인가? 둘인가?」는 천녀이혼倩女離魂 화두를 제재로 활용해 ‘갇힌 자의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으며, 「비로자나, 비로자나」는 해인사 쌍둥이 비로자나불을 제재로 ‘산 자와 죽은 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서 나누는 상생相生의 장을 연출하고 있다.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이 세상이 온통 비극이 미만해 있는 무간지옥인 것처럼 느껴진다. 「검은 입 흰 귀」는 유응오 소설가가 이 혼탁한 흙탕물에서 연꽃을 피워내고자 분투한 흔적의 산물이다. 사람들의 허다한 아픔을 보듬는 유응오 소설가의 위안의 말을 들음으로써 독자들의 가슴에도 ‘진흙 속의 연꽃’ 이 피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자

유응오

1972년충남부여에서태어났고,대전대정치외교학과,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대학시절중앙대의혈창작문학상,숙명여대범대학문학상,영남대천마문화상등전국대학생대항문예공모전에서시가당선되었으며,2001년《불교신문》신춘문예와2007년한국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부문에당선되어등단하였다.'주간불교신문'취재기자로근무하며,학위위조사건을보도하여한국불교기자협회대상인선원빈기자상을수상하기도하였다.장편소설『하루코의봄』,영화평론『불교,영화를만나다』등을출간했다.

목차

006요요
032태초부터자비가충만했으니
―머시Mercy1
044신반장의쿠데타진압사건
―머시Mercy2
068검은입흰귀
120선홍빛나무도마
146비로자나,비로자나
178금어록金魚錄
210연화와운문양蓮花渦雲紋樣
240하나인가?둘인가?
―女離魂

264작가의말
269해설

출판사 서평

“뒤통수를내리쳤을때는어땠어?감각이없었지?왜그런지알아?정강이를맞자마자뒤통수를내리쳤기때문이야.이게도둑질의기본이야.상대의혼을빼놓는것.”
-「검은입흰귀」중에서

상대의혼을빼놓아야하는것은도둑질에만국한되지않을것이다.모든소설가가독자들의뒤통수를노리는것은아니지만그들의마음을훔치기위해서소설가들은여러장치들을소설속에심어놓고는한다.심상치않은등장인물들이끌고가는이야기는어디로튈지모르는긴장감에휩싸인다.계단을오르듯천천히고조되는서사를따라가다보면독자들은어느새야바위꾼에속아넘어간것처럼어디서부터잘못된것인지알수없어뒤통수를어루만지게된다.
「검은입흰귀」에실린9편의작품들은세상의끝에몰린‘외롭고높고쓸쓸한’사람들에게따뜻한손길을전하고있다.거친소재들이주는강렬함에이끌리다가도시적인문장에서읽히는서정과탄력성에넋을놓게된다.

나는출산을한계집애에게는가물치를끓여주고,낙태를한계집애에게는소고기를넣은미역국을끓여줬다.미역국은계절마다끓이지만,가물치를끓여준것은손에꼽을만큼적었다.언젠가는딸년둘이낙태수술을해서미역국을한솥끓인적이있었다.밥상을받자한년은수저를들지못하고국그릇에눈물을떨어뜨렸지만,다른한년은허겁지겁국에밥을말아먹었다.제신세가처량해서우는년이나그럴수록더마음을다잡고살아야한다고밥을먹는년이나배아래를손바닥으로쓰다듬었다.
-「선홍빛나무도마」중에서

여자포주를화자로삼은「선홍빛나무도마」는군인들을상대로‘딸년들’을데리고장사를하는일화를담고있다.끈끈한정으로엮인그들은기구한서로의운명에작은위로가되어준다.불안하지만작은희망을보며한발한발나아가는그녀들의삶은우리의모습과크게다르지않다.
유응오소설가의첫소설집「검은입흰귀」는작은인연에도소홀하지않는사람들의이야기다.서로가기대어살수밖에없는세상에지금내옆을지키는사람은누구인지살펴보게된다.무엇보다천천히음미하며읽게만드는문장들은서사시를읽고있는듯한기분마저들게한다.
인간의수다한인연을살펴서,허다한아픔을보듬어서,위안의말을들려주는사람중에서우리는유응오라는소설가의이름을기억해야하는이유이다.(이승하문학평론가)

추천사

유응오의소설은함축적인문장이많다.시적인문장이라자꾸만음미하게된다.유응오의문장은서정적이면서도서사적이다.사실적이면서도상징적이다.이런문체의탄력성은자주대할수있는게아니다.
벙어리인검은입과귀머거리인흰귀가나누는대화는현실에서는불가능한‘아담의언어’라고할수있다.발터벤야민이역설한‘아담의언어’는선종禪宗에서강조하는이심전심以心傳心의말후구末後句와다르지않을것이다.
소설을읽다보니이세상은온통비극이미만해있는무간지옥같은곳이라는생각이든다.하지만이혼탁한흙탕물에서연꽃을피워내고자분투하는존재가또한인간이다.
인간의허다한아픔을보듬어,위안의말을들려주려는사람중우리는유응오라는이름을기억해야한다.
―이승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