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연극과 뮤지컬,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이훈국 작가, 감독, 배우의 희곡집 『신기루』가 출간되었다. 이훈국 작가의 근작 「신기루」를 포함하여 『三막死장』에 포함되어 있는 두 편의 단막극 「역지사지」, 「죽은 시인의 사회」 세 편으로 채워진 이번 희곡집은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되어 우리 시대의 어두운 면을 재조명한다. 표제작 「신기루」는 탈출구로 상징되는 문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떻게 들어와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주인공 동키와 타린은 신기루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문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사라진 문을 찾지 못하고 환상을 본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 현 시대의 탈출구로 상징되는 문의 부제는 동키와 타린에게 신기루처럼 닿을 수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동키와 타린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훈국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현 시대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10년 이상 장기 공연 중인 스테디셀러 「죽여 주는 이야기」 이후 창작된 단막극 「역지사지」, 「죽은 시인의 사회」는 『죽여 주는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며 「또 죽여 주는 이야기」 와 함께 『三막死장』이란 연극으로 올려진 두 편의 단막극이다. 『죽여 주는 이야기』 이후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가 탄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