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16.80
Description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다정한 무관심〉의 작가 한승혜가 삶의 모퉁이에서 만난 인생 소설 31편과의 대화 또는 소설에 대한 내밀한 사랑 고백.
이 책은 서평집 형식을 빌려, 소설 읽기의 기쁨과 괴로움을 토로하고 소설을 통해 느리더라도 조금씩 성장해간 저자의 삶의 궤적을 그린 독특한 독서 체험 에세이다.
자신과 잘 맞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듯,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는 소설을 만나려면 소설을 탐색하는 방법을 익히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독자들을 소설이라는 소소한 이야기, 그러나 인생에서 언젠가 반드시 한번은 마주해야 할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한승혜

이야기의힘을믿는사람.살면서겪은장면을소설속에서다시맞닥뜨릴때는희열을,누군가의취향에꼭맞는이야기를찾아내추천할때는보람과기쁨을느낀다.서평집《제가한번읽어보겠습니다》와비평·칼럼집《다정한무관심》을썼으며,다양한매체에서평과칼럼을기고중이다.주로부엌에서쓴다.

목차

프롤로그:저도소설은어렵습니다만...005

[1부]불편함과부당함의사이에서:일상의얼굴
불편함과부당함의사이에서*《가해자들》...021
무지의특권*〈음복〉...030
고국이없는사람들*《파친코》...039
뫼비우스의일상*《모래의여자》...048
절망에익숙해지는법*《모스크바의신사》...058
세상의모든딸들에게*《친애하고,친애하는》...067

[2부]너무도고독한우리는:욕망의그늘
너무도고독한우리는*〈보내는이〉...079
멈출수없는*《종이달》...090
욕망의주인을찾아서*《비틀거리는여인》...99
진실의윤리*《나를보내지마》...108
그건정말사랑이었을까*《연인》...117

[3부]나로살기위해:성장의고통
그것이우리의최선이었다*《최선의삶》...129
조명등아래서보낸시간들*〈그녀는조명등아래서많은시간을보냈다〉...140
떠도는마음들*〈시간의궤적〉...152
과거에두고온것들*〈빛과물질에관한이론〉...162
너보다너를더좋아해*《나의새를너에게》...170
나로살기위해*《내가되는꿈》...179

[4부]당신은어떤사람인가요:인간의비밀
당신은어떤사람인가요*《너라는생활》...191
이런사람을알고있나요*《아일린》...199
때로는순진함이이긴다*《흰개》...208
악해지지않기위해서*《숨그네》...218
후회와실수를거듭하면서*《인생의베일》...227
완벽한인간을찾아서*《오릭스와크레이크》,《홍수의해》,《미친아담》...235

[5부]지키고싶은마음:사랑의논리
후회하지않아*《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247
비록찰나의반짝임일지라도*《나이트워치》...256
마음은‘대체’될수있을까*《클라라와태양》...265
모든것을알면서도*《노르망디의연》...275
언제나다만그거였다고*《연년세세》...285
지키고싶은마음*《로드》...294

작가후기...304
여기실린책들...305

출판사 서평

성실하고용감한서평가가
인생소설을읽는방법

매년이백권이상의책을읽는다독가이자문자중독자,좋은책을발견하면책이주는기쁨과감동을꼭꼭씹고되새김질하여아직읽지않은이들에게전하지않고는못배기는성실한서평가한승혜작가의신간이나왔다.《저도소설은어렵습니다만》은《제가한번읽어보겠습니다》,《다정한무관심》에이은저자의세번째책이다.
한승혜작가는가장많이팔리지만,아무도그성분과함량을진지하게비평하지않던베스트셀러를작정하고읽고서씩씩하고도신랄하게비판적독해를시도한첫책《제가한번읽어보겠습니다》로많은독자들의주목을받으며‘성실하고용감하고유니크한’서평가로이름을알린바있다.이번에낸책도인생의굽이굽이에서저자에게특별한감동과정서를고양시킨31편의소설을일상,욕망,성장,사람,사랑이라는다섯가지테마로나누어찬찬히톺아본다는점에서외견상으로는서평집형식을띠고있다.그런데이번책에서저자가힘을쏟는것은개별소설작품에대한평이아니다.그보다는소설을읽으며부딪치고깨지고발을동동구르곤하던저자자신의모습을공들여담아냈다.즉이책은서평이전에한사람의독자로서소설을읽으며작품과함께아파하고성찰하고다독이고긍정하면서조금씩성장하고변모해온저자자신의성장기이기도하다.

그러므로나는이책에서누가읽어도재미있을만한소설을‘추천’하는대신,그간소설을읽으며발견하고,깨닫고,느꼈던과정에대해가감없이적어보려고한다.그편이소설이한개인에게미치는영향을엿볼수있게해준다는생각에서다.그렇기에여기실린글들은개별책에대한‘서평’이라기보다는나의삶과해당작품들이어떻게겹치는지,그러한작품을읽은것이나에게어떠한영향을끼쳤는지에대한기록에가깝다.책에대한이야기이지만한편으로는내가살아온시간의궤적자체라고할수있을것이다.(본문14쪽)

훌륭한작품수십편을추천하는것도효용이있겠지만,저자는그보다는한사람의내면에소설이어떻게들어오고싹을틔우며잎사귀를푸르게성장시켜나가는지,그렇게마음의나무그늘이우거지면그아래서우리는어떤위안을받거나쉬어갈수있는지들려주는방식을택한셈이다.

누구에게나자신에게꼭맞는이야기가있다

저자는사람들에게소설읽는재미를알려주고소설을적극적으로권유하고추천하는‘소설전도사’이다.그렇다고저자가항상소설을사랑하고열심히읽었던것은아니다.대학시절저자는한동안소설이재미없고시간낭비이며실용적이지않다는생각에거들떠보지도않고지낸적이있다.그러다가어느날학교도서관에서우연히박완서작가의《도시의흉년》을집어들었는데,홀린듯사로잡힌나머지앉은자리에못박혀날이어두워지도록끝까지읽어내려가는자신을발견하게되었다.그책이자신에게딱맞는,‘온전한나의이야기’임을발견했기때문이다.

그날,그야말로전율에가까운감각을느꼈다.속물적욕망과세상에대한혐오를굳이감추려들지않았던,세상만사모든것에통달해있다고여기던,타인을비웃고우습게생각하던,그러다가큰코다치고벼랑으로내몰리는주인공은내가알게모르게인지하고있던,그러나인정하고싶지않았던나의모습을은연중에비추고있었다.뿐만아니라당시의우리집은과거에는꽤나넉넉하다가내가태어나자라면서부터가세가점점기울고있었는데,그런부분역시소설속주인공의상황과비슷했다.(본문10쪽)

자신에게꼭맞는이야기를마주하면그때부터소설은허구로지어낸이야기차원을넘어선다.소설이곧자신의인생이되고,거꾸로나혼자서만겪었다고생각한일을소설의창을통해객관의시선으로비춰보게되는것이다.이책의부제가살면서만난‘멋진소설들’이아니고,살면서만난‘소설적순간들’인이유가여기에있다.저자가마주한소설적순간들을함께읽다보면독자들은점차소설이라는소소한이야기,그러나인생에서언젠가한번쯤은마주해야할,자신에게꼭맞는이야기의세계로빠져들게된다.

이를테면저자는강화길의단편소설〈음복〉을읽으며속편하게‘무지’한사람들의모습을새삼떠올린다.대한민국에서여성으로살아가는동안언제닥쳐올지모를성적차별과폭력을경계하느라늘가슴두근거리던자신과달리상당수의남성들은그런상황을아예모른다.그렇게무지한사람들에게저자가느끼는감정은분노이전에질투거나시기심이었다.

저들은모르고있구나.밤거리를걷다가뒤따라오는발자국소리에간담이서늘해지거나,선팅이진하게된택시를타면왠지겁이나서내릴때까지핸드폰을손에서놓지못한다거나,모르는남성이말을걸면의심부터하고본다거나,지하철이나버스에서낯선이가나를더듬을때의솜털이곤두서는그감각을절대알수도없고알려고들지도않겠구나,하는생각에질투가났다.견딜수없을만큼시기심이들었다.(본문33쪽)

불편을겪지않는사람은상황을제대로알지못하기에무지하고무관심하며또한태평할수있는것이다.무지함은특권의다른표현이기도하다.저자는특권을지닌자들의무지함에대해분노하면서도한편으로는스스로의모순을깨닫는다.

〈음복〉을읽는동안많이공감한한편섬뜩함을느꼈던까닭은바로이때문이었다.이소설을통해나는스스로의모순을깨달았다.나를비롯해내가사랑하는사람들이가능한한무지하기를바라는나도모르던내마음.많은이들에게무지할수있는것이특권이라외치면서도정작나와가까운이들은내내무지하길바라는,세상의쓴맛따위에노출되지않고계속해서모르길바라는,그럼으로써행복하기를바라는,그런나의시시한마음.(본문38쪽)

저자는대학시절언어교환프로그램에참여했다가만난재일교포가한국에대한우월감과일본에대한열등감을번갈아내비치던모습이혼란스러웠는데,모순과경계안에서살아가야했던그들이왜그럴수밖에없었는지이민진의《파친코》를읽고난뒤에야알게되기도한다.에이모토울스의《모스크바의신사》를읽으면서는코로나19팬데믹으로인하여어린이집에가지못한다고울먹이던어린딸과나눴던대화를환기해본다.코로나상황에익숙해져야한다고아이를달랬지만,“어떻게익숙해져?”라는딸의질문에머리를얻어맞은듯했던것이다.유서깊은가문출신이지만혁명의와중에한순간에청산대상으로분류되어종신연금형에처해진로스토프백작의이야기를다룬소설에서저자는불안과절망에익숙해지는방법이란없음을,‘익숙해져야한다’고딸에게해준조언이방향을잘못잡은것임을깨닫는다.

하지만그럴때우리가택할수있는방법은역시나그순간할수있는일로돌아가는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할수있는일을하는것,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과웃음을잃지않으려노력하는것.그러다보면끝내절망과불안에는익숙해지지못한다할지라도그에맞설용기와희망을얻을수있을지모른다.마치《모스크바의신사》의로스토프백작처럼말이다.(본문66쪽)

저자는이처럼자신의삶과맞닿아있는소설에서자신의모습을발견하고,타인을이해하는방법을터득한다.소설을읽으며느리더라도조금씩나아간저자는다음과같은소설에대한상찬으로책을마무리한다.결국이책은소설에대한한승혜작가의내밀한사랑고백이기도하다.

이렇게소심하고비겁하며여러모로부족한내가드물게용감해지는순간이있는데,그건바로좋은소설을읽었을때다.훌륭한소설을읽고난다음에는왠지모르게나를드러낼용기가생긴다.나의뾰족함,나의무지함,나의나약함을마주볼수있게되고,왠지그걸타인에게보여주어도,그래서설사미움받을지라도괜찮다는마음이생겨난다.감추고숨기기에만급급했던나에대해조금더말하고싶어진다.잠시잠깐이나마더나은사람이되고싶어진다.상처를감수하더라도사랑하고싶어진다.(본문304쪽)

내게꼭맞는이야기를찾아내는방법

그런데별처럼많은소설가운데어떤작품이내게꼭맞는지어떻게가려낼수있을까?자신과잘맞는소울메이트를만나려면많은사람을만나고겪어보아야하듯,소설역시마찬가지다.나에게맞는소설을찾으려면많은소설을읽어보고겪어보면서소설을고르는안목을키우고자신만의취향을발견해야한다.인생에도독서에도‘단축키’란없는법아닌가.
물론그렇다고해서지금부터다섯수레분량의소설을쌓아놓고읽을필요는없다.《저도소설은어렵습니다만》에서다루는31편의소설은작가도주제도스토리전개방식도매우다양하다.소설을시시한이야기라고치부하거나,문학청년시절의열정이식은지오랜독자라면,먼저여기에실린작품을찾아서읽어보는것이꽤괜찮은출발이될수있다.그가운데몇몇작품은필히나의취향에눈을뜨게해줄공산이크다.저자가펼쳐놓은또하나의인생스토리를소설과함께읽음으로써같은작품을놓고나의감상과는어떤지점이같고또다른지를비교해본다면독자의흥미는한층높아질것이다.
부디독자들도자신에게꼭맞는이야기와조우하게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