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13.41
저자

박신영

문학과역사,인간에관심많은이야기꾼.어떤일이생기면그역사적유래부터파고드는역덕이기도하다.작가가되기전겪은직장성폭력사건(이경험은《제가왜참아야하죠?》에썼다)때문에성차별주의자의사고방식이너무도후지고기이하다는것을깨닫고가부장제의역사에도관심을두게되었다.세상이빨리변하지않는다고해도절망하지말고나부터변하여내주변을바꾸자고생각한다.
첫책《백마탄왕자들은왜그렇게떠돌아다닐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청소년권장도서)로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았다.이책은중국과대만에도번역출간되어현재스테디셀러로자리잡았다.그외《고양이는왜장화를신었을까》등을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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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다른시대를열어갈이야기,젠더살롱 4

1부
결혼할때남자가집장만하는것은오히려여성차별? 13
일하는여성은관기가아니다 21
딸처럼여겨서그랬다고? 29
쇼트커트하면페미라고? 39
사랑하는데표현만거칠뿐이라고? 47
낙태권을주장하면‘페미나치’라고? 56
오빠가허락하는낙태는합법,그외는불법? 63
왜여자라재수없다고말할까? 71
가성비좋은혐오와차별의정치 78
가해자에게는미래가,피해자에게는과거가있다? 88

2부
부풀린코드피스와실체도없는메갈손소동 97
어린남성에게성추행할자유를주려는이유 106
차별은할머니,어머니세대가받았는데왜젊은여성들이불만일까? 113
암탉이울면나라가망한다고? 121
흙수저남성만불쌍할까? 129
왜어린여성에게만위문할의무를강요할까? 137
가부장제가여성에게씌운‘여적여’굴레 145
남성들은왜어머니를욕하는말에흥분할까? 154
일부러굽은솔로만드는이유는? 162
대중이원하는이미지에가려진헬렌켈러 169

출판사 서평

역사와일상에깊이스며있는구조적차별과혐오

정리할관계는‘거침없이’정리하고자신의인생에‘우아하게’집중하자!

역사에세이스트인박신영작가는직장내에서성추행을당하고소송끝에승소한경험을담은미투에세이《제가왜참아야하죠?》를2018년에펴냈다.이번에는5년만에이야기를통해생각을한쪽으로기울어지게하여약자를지배하는방식과,시나브로젖어든차별과혐오가일상에서작동하는방식을《거침없이우아하게젠더살롱》에담아냈다.

여성에대한폭력과차별이빈번히자행되는현실에서,차별하지말라고외치는여성들에게자신들을잠재적가해자로몰지말라고남성들이대응하는현상은매우흥미롭다.기득권이약자집단을차별하고지배하는방식중하나는차별당하는대상들을오히려잠재적가해자로몰아서스스로언행을검열하게,즉알아서기게하는것이기때문이다.결국남성들을잠재적가해자로몰지말라는말은남성을2등인간인여성처럼취급하지말라는뜻이다.

법적,제도적성차별은사라졌지만,여전히성차별은현실에서일어난다.차별은사회성원의참여와묵인하에이뤄진다.일상에서사람들을은은하게세뇌하여성차별을문화로만들어그문화에젖어들게하는것이다.그러니당장바꾸자고한들쉽게바뀔리가없다.한시대에사는사람들이라고해서모두같은사고방식을지니고사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역사는나선형으로발전하기에구조자체가바뀌기까지는오랜시간이걸린다.사람들이모두같은시대에살고있는것은아니다.여성을자유민과노예의중간,인간과가축의중간으로여기는고대가부장의망탈리테를가진사람도지금21세기내옆에살고있는것이현실이니,시간과에너지를낭비하면서성차별주의자들을일일이설득할필요는없다.개인을미워하거나자신을탓하느라너무힘들어하지말고,정리할관계는거침없이정리하고자기인생에우아하게집중했으면좋겠다._‘들어가며’중에서

성차별주의자개개인을일일이설득하거나미워하는것은근본적인해결책이되지못한다.자기자신에게서그원인을찾으려애쓰는것은더욱최악의상황만만들뿐이다.그렇다면여성을혐오하는사고를가진사람들은주변에서‘거침없이’정리하고자신의인생에‘우아하게’집중하는것이우리가할수있는최선일것이다.그러기위해서는가부장제의역사를통해성차별의구조를파악하는작업이필요하다.

가부장이나남성의권력행사를당연하게여기는고대인의망탈리테

매일같이끔찍한성범죄관련뉴스가쏟아진다.그중에서도친족성범죄는빈번히벌어질뿐더러솜방망이처벌에그치고만다.저자는친족성범죄가자주일어나고,범죄가그대로묻히거나,밝혀지더라도제대로처벌받지않는이유를역사에서찾는다.현재벌어지는각종성폭력사건의바탕에는여성에대한가부장/남성의권력행사를당연하게여기는고대인의망탈리테가깔려있다는것이다.여기서망탈리테란오랜기간에걸쳐형성된집단적인사고방식을뜻한다.

남성의권력행사에대한역사적사례는지금으로부터3,750년이전의함무라비법전에서도발견할수있다.이법전에따르면,범죄를저지른남자는처자식이나하인,노예에게대신처벌을받게할수있었다.식솔은가부장의‘소유’였기에가능한일이었다.이원칙은간통죄나강간죄에도고스란히적용되었다.성폭력사건이발생하면피해자는강간당한여성이아니라그여성의남편이나아버지였고,피해자가아니라피해자의가부장에게그‘손해’를배상해주어야했다.이오래되고도낡은법전이뒷받침한논리가지금까지도줄곧살아내려오는것은놀라움을넘어끔찍할정도다.

바로이런고대의법에기반한사고방식이현재까지이어진다.친딸,의붓딸뿐아니라학생이나수용시설원생,직원등딸과같은입장에서자신의보호나지도를받는어린여성을성폭력하는남성들에게로.이들의머릿속에박힌‘처자식은내재산이니까내맘대로해도된다’는사고방식이근본적으로고쳐지지않는다면,아무리법을개정하고형벌을강화해도소용이없다._33쪽

여전히이런사고방식을가지고있기에,나이든남자들이어린여성을성추행하고도“딸처럼대해줬는데!”라며분노하는것이다.‘비록죄는지었지만내딸같은여자에게한짓이니까큰죄가아니다’라고생각하기때문이다.가부장은여전히무소불위의권력을휘두르며처자식을자신의소유물로여기고,여성의몸에대한결정권을갖길원한다.그렇기에성차별현실이엄연히존재한다고주장하는젊은여성들에게정작차별당한건앞선세대의여성들이지너희들은아니지않냐고,평등하게교육받고법적으로도차별받는일은없지않냐고되묻고있는것이다.성차별을비교하려면다른세대여성이아니라같은세대남성과비교해야하는데그런생각조차하지못한다.

한편성차별주의자들은낙태권을주장하는여성들을‘페미나치’로몰아가기도한다.오,내가내몸에대한권리를주장하는게나치라니!나치독일사를살펴보면여성을단지인구를늘리기위한출산도구로취급하거나정책과법률로정해서낙태를금지하고싶어하는사람들이야말로나치에가까운데무슨소리란말인가?

‘페미나치’라는말은특히성차별주의자들이“페미니스트들은낙태권을요구하는살인마집단”이라는주장을펼칠때사용하곤한다.그러나여성들이원하는것은단순한‘살인면허권’이아니다.자기몸에대해온전한통제권을갖고자신의운명을스스로결정하는‘안전한임신중단권’을주장하는것이다.이를2차대전을전후하여나치가저지른대학살에빗대는것은의아할뿐더러,역사왜곡에가깝다.우스꽝스럽기까지하다.과거나치가벌인일과그들이내건명분은,살펴보면페미니스트들이아니라오히려성차별주의자들이주장하는내용과같기때문이다._56~57쪽

그렇다면남성들은왜낙태권을공격하는걸까?모든자원을토지에의존했던옛날에는인구가늘면식량을찾아이동하든가,땅을확보하기위해전쟁을벌여야했다.이런상황을피하고자선택한방법이바로피임과낙태혹은영아,특히여아살해였다.
낙태를법으로금지하는이유는결코태아의생명을보호하기위해서가아니다.국가가여성의몸과생산능력을조종하고가부장의권리를보장하기위해서다.처자식은가부장의소유물로,죽이거나살릴수도,팔수도있었기에당연히낙태권은가부장의권리였다.여성의이익이나권리따위는아무래도상관없었다.그러니이렇게막강한권리를여성에게넘겨줄리가없다.여성의몸은남성의소유물이니까.

여전히동료여성에게성폭력을일삼는
시대를거슬러온듯한사람들

우리는여전히조선시대에머물러있는듯한남성들을마주하곤한다.아직도뉴스에서는밥을차려주지않는다거나원하는것을해주지않는다며아내나어머니를때려죽이는남자들을심심치않게본다.가부장이처자식의생살여탈권을지니고있다고믿어의심치않는남성들이많은한,어찌보면당연한일일수도있다.

직장에서도동료여성들을상대로성희롱과성추행을일삼는남성들이많다.저자는이또한역사에서그원인을찾는다.바로여성전문직에대한처우다.조선시대여성은대개는집안에머물러있었으나,간혹전문직에서일하는여성이있었다.궁녀,의녀,관기였다.이들은전문직공무원이면서도남성들에게성노리개취급을받으며성적서비스를제공하는것이당연시되었다.근대에도일하는여성을성적대상으로대하는의식은면면히이어져왔다.

21세기에도변함없이동료여성에게자행하는성폭력은멈추지않는다.동료를기생처럼취급하는구태한사고때문에,여성에게만커피심부름을시키는부장이,지인의개업식에회식이라고데려가는중사가,노래방에서블루스를추자며껴안는과장이,사귀자며성폭행하는사장이그렇게나많은것이다.

어떤남성들은한두사람의일탈행위를전체남성의문제로돌리지말라고,전체남성을잠재적가해자로만들지말라고주장한다.물론모든남성이그렇다는것이아니다.다만성차별과성폭력에관대한조선시대수준의사고방식에머물러있는사람이너무도많으니,개인적으로도각성하고노력할필요가있다는뜻이다.사회적,법률적체계를갖추는것만큼이나개인적차원의노력을기울이지않는다면,이런범죄는앞으로더광범위하게,대상을가리지않고,더잔인하고폭력적인방식으로일어날것이므로.

모두모여다른시대를열어갈이야기를나눠보자
여기젠더살롱에서,거침없이우아하게!

자신의실패를남탓으로돌리고,그중에서도만만하고신체적으로약한여성에게칼끝을겨누는소위‘묻지마’범죄역시여성혐오의맥락에서일어난사건이다.과거의잘못된망탈리테의연장선상에서일어난구조적차별의결과임을잊어서는안된다.그래서“구조적성차별은없다”는말은매우위험하다.

차별의‘구조’를지적하는여성들을인성이나성격적결함을지닌‘개인’으로몰아가고,반만년에걸쳐역사적으로,사회구조적으로끊임없이은은하게세뇌당한끝에성차별의원인을여성개개인에게서찾으려드는한,사회적문제는개인적차원으로환원되면서문제는더욱심각해지고개인들간의관계와심신건강은나빠지기만할뿐이다.그러므로지금우리가할일은차별과혐오가작동하는구조를제대로파악하고현명하게대처하는것이다.《거침없이우아하게젠더살롱》이구급처방약이되길원하는이유다.

이제는그동안익숙했던불평등과여성혐오의이야기를거부해야너와내가진정으로평등하고안전한세상에서더불어살아갈수있다.저자는거듭강조한다.그러니모두모여다른시대를열어갈이야기를나눠보자고.거침없이우아하게,여기젠더살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