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인간적이고,마침내아름답다
〈역마살로드〉가찾아낸사라져가는세계의마지막표정들
세계는넓고,사람의삶은우리가아는것보다훨씬복잡하다.우리는흔히아마존원주민이라면창을들고정글에서걸어나와야할것같고,수렵채집부족이라면문명과단절된채살아야할것같고,전통장례문화는오래된풍습그대로남아있어야할것처럼상상한다.그러나현실의사람들은결코그런이미지안에갇혀있지않다.그들은독화살과휴대폰을함께사용하고,정글에서스파게티를먹고,도시문명을동경하면서도자기삶의방식을쉽게놓지못한다.
《휴대폰과독화살》의가장큰힘은바로그복잡한현실을있는그대로바라본다는점이다.
이책에등장하는장소들은모두‘사라져가는세계’라는공통점을가진다.그러나저자가붙잡으려는것은단순히사라지는풍경이아니다.더중요한것은사라지는방식이다.개발과자본,관광산업,기후변화,전쟁과재난,플랫폼검열과현대문명의속도속에서오래된삶의방식은조금씩밀려난다.하지만그안에는여전히자기삶을지키려는사람들이있다.이책은바로그사람들의존엄을향해카메라와문장을오래겨눈다.
1부-떠나야만했던이유,역마살로드
1부에서는장준호PD가왜방송국을나와〈역마살로드〉를시작하게되었는지들려준다.KBS단편영화제수상을계기로방송의길에들어선저자는24년동안〈한국기행〉,〈세계테마기행〉등을만들며수많은현장을누볐다.그러나시간이갈수록방송의틀안에서는진짜현장의우연과사람의표정을끝까지담기어렵다는갈증이커졌다.
저자는결국안정된울타리를벗어나자기이름으로실패하고,자기이름으로살아남는기록자가되기로결심한다.서감독,존과함께〈역마살로드〉팀을꾸리고,방송의완성도와유튜브의생동감을결합한새로운방식의기록을시작한다.
2부-600시간의사투:아마존오지부족
2부의무대는에콰도르아마존이다.저자는6천만원에가까운제작비를들고,비행기와자동차와배를갈아타며아마존깊숙한접촉부족바메노공동체로들어간다.그곳에서그는자신이품고있던선입견과먼저부딪힌다.청바지와티셔츠를입고휴대폰을든부족장,정글한복판에서먹는스파게티,디즈니캐릭터옷을입은아이들.아마존은시간이멈춘원시의박물관이아니라문명과전통이뒤섞인현재의생활세계였다.
그러나그곳에는여전히독화살과블로우건,유카술과원숭이사냥,반딧불이가득한밤과압도적인정글의감각이살아있다.동시에석유개발,송유관,벌목,용병의폭력,국가와자본의묵인속에서원주민들의삶은위태롭게흔들린다.저자는아마존의낭만이아니라,그들이왜문명의도구를받아들이면서도전통을지키려하는지,무엇이그들의삶을사라지게만드는지묻는다.
3부-지구최후의수렵채집인:탄자니아하드자부족
3부에서는탄자니아하드자부족을만난다.하드자는지구상에남은마지막수렵채집부족으로불리지만,그들의삶은결코다큐멘터리속의우아한장면처럼펼쳐지지않는다.가시덤불을헤치며사냥감을쫓고,데스트로스나무의독으로화살을만들고,잡은고기를불에구워함께나누어먹는삶은거칠고직접적이다.
저자는하드자의사냥을따라가며생명의죽음과생존이맞닿은순간을목격한다.동시에그들의온화함과공동체적질서,소유에집착하지않는삶의방식에도주목한다.하지만하드자의현실은평화롭지만은않다.원래의비옥한땅에서밀려나척박한지역에머물고,관광산업과유튜브식연출에의해삶이소비되는처지에놓여있기때문이다.이장은인류의오래된삶의리듬이어떻게관광상품으로변형되고사라져가는지를보여준다.
4부-죽음이삶에머무는곳:인도네시아토라자부족
4부의무대는인도네시아술라웨시섬의토라자마을이다.토라자사람들은죽은이를무덤에서꺼내머리를손질하고,먼지를털고,새옷으로갈아입히고,함께사진을찍는다.어떤이는고인의입에담배를물리고,어떤이는선글라스를씌운다.외부인의눈에는기괴해보일수있지만가까이서보면사랑과존중의표현에가깝다.
토라자에서죽음은삶의바깥으로밀려나지않는다.장례는슬픔이면서축제이고,물소도축과잔치,울음과노래가한자리에서뒤섞인다.저자는시신을단장하는손길,아이를잃은아버지의얼굴,장례를위해평생을준비하는사람들을보며인간이사랑하는이를어떻게떠나보내는지묻는다.이장은낯선장례풍습을소개하는데그치지않고,죽음을이해하려는인간의오래된마음을들여다본다.
5부-사라진마지막노동:에콰도르침보라소얼음장수
5부에서는에콰도르침보라소화산의마지막얼음장수발타사르우쉬카를만난다.냉장고가없던시절,사람들은해발5,000미터가넘는산에서캔빙하얼음으로음식과음료를식혔다.그러나냉장고가보급되고공장얼음이싸게공급되면서얼음장수들은하나둘사라졌지만,우쉬카는마지막까지산을올랐다.
저자는우쉬카와함께해발5,200미터까지올라가얼음을캐는길에동행한다.고산병과강풍,드론추락,무거운숨과돌길을견디며마침내빙하를깨고카냐풀로감싸내려오는과정은하나의노동이자기술이며,동시에한세계의마지막흔적이다.이후우쉬카가세상을떠났다는소식은이기록에더욱깊은의미를부여한다.이장은사라지는직업이아니라,자기일의마지막자리를끝까지지킨한사람의존엄에관한이야기다.
6부-신의도시,인간의도시:이스라엘예루살렘
6부는이스라엘예루살렘으로향한다.성묘교회,비아돌로로사,다윗의탑,이슬람구역과유대인구역,성지와시장이한골목에붙어있는도시.예루살렘은신앙의도시이면서동시에정치와역사,갈등과생활이겹쳐있는인간의도시다.저자는새벽에성묘교회문이열리는순간을지켜보고,여러종파가같은공간을나누어쓰는기묘한균형을목격한다.
그러나예루살렘의현실은성지만으로설명되지않는다.가자지구국경인근의참상,사이렌이울리면벙커로뛰어드는일상,총을멘젊은군인들,전쟁이끝나기를바라는평범한사람들의목소리가함께놓인다.이런과정들을통해거룩함과폭력,신앙과생활,평화에대한바람이복잡하게뒤엉킨도시의얼굴을보여준다.
7부-호수위의삶:캄보디아쁘릭뚤
7부의무대는캄보디아톤레삽호수위의수상가옥마을쁘릭뚤이다.관광객의눈에는낭만적인수상가옥처럼보이지만,그안으로들어가보면전기도수도도상하수도도없는생활이펼쳐진다.먹고,씻고,배설하는일이모두같은물위에서이루어지고,아이들은굶주린악어우리위를놀이터처럼뛰어다닌다.
저자는이곳에서악어를키우는집에머물며물고기잡이,악어양식,연꽃채취,잔치와생계의불안을함께겪는다.한때돈이될것이라믿고키운악어는판로가막히며애물단지가되었고,어획량감소와가난은사람들의삶을더욱위태롭게만든다.그럼에도이들은물고기를잡고,아이를키우고,하루를건너며살아간다.화면속풍경으로는알수없는수상가옥의실제삶과,어디서나다르지않은부모의마음을보여준다.
8부-재난이후를살아간다는것:후쿠시마후타바마을
8부에서는원전사고이후15년이흐른후쿠시마후타바마을을찾아간다.뉴스속후쿠시마는조금씩복구되고있는듯보이지만,실제현장은‘회복’이라는단어하나로설명하기어렵다.방사선측정기의경고음,제염작업으로쌓인오염토포대,폐허가된집과병원,2011년에멈춘달력과가족사진이그곳에남아있다.그러나후타바는그저폐허의기록만은아니다.누군가는식당을열고,누군가는무너진집을고치고,누군가는밤길을지나는사람들을위해불을켜둔다.저자는재난이후에도계속되는삶의흔적을따라가며묻는다.복구란무엇인가.고향이란무엇인가.사라진마을은무엇으로다시살아나는가.
《휴대폰과독화살》은낯선세계를향한여행기이면서,동시에우리가잃어가는것들에관한책이다.전통과문명,사라지는것과남는것,풍경과사람,기록과삶사이에서저자는끝내사람을바라본다.책을덮고나면독자는먼나라의오지보다먼저,우리가당연하게여겨온삶의방식과지금이순간에도조용히사라지고있는세계의표정을다시생각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