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비명

꽃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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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꽃의 비명』은 〈코스모스 피는 봄날〉, 〈해를 안으며〉, 〈이건 뭐지〉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이오우

_ 충남 홍성 출생. 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5년《시와 창작》신인상 등단. 시집『어둠을 켜다』, 『바람의 경지』, 『새를 그리다』. 현재 단국문인회 부회장, (사)한국전통춤연구회 이사, 충남작가회의 회장.

목차

제1부

행복의 조건
꽃게
오후가 커피를 마신다
유년의 지도
진다
첫눈이
천년의 꽃
봄 엽서
새가 된 물고기
눈발
까치집
오늘
인간아
금싸대기 대화
겨울 蓮歌(연가)
봄 마중

제2부

뉴턴을 생각하며 나눈 대화
꽃의 비명
삽목의 이유
생의 순간에서
보이지 않는 손
모닝 커피
서천갯벌
멧비둘기
안절부절
파시 즘
푸른 이빨
겨울 앞에서
고양이 혓바닥
단풍 들자
옥수수
널 부른다

제3부

겨울 나그네
훌러덩
원고지 소작농
까마귀
마지막 멘트
구름꽃
지정학적 나이, 어르신
꽃멀미
우주먼지
코스모스 피는 봄날
눈 내린 날 아침
대리운전
아카시꽃
때론
엘리스 죽이기
치유

제4부

아랫목
여행
낮달
종의 기원
해를 안으며
멀찌감치
소요하다
4인칭 시점
연리지
개미
타인의 취향
전하다
거장의 귀
하지夏至
일요일 아침
이별 그늘

제5부

목마름의 기억
일요일 오후
첫 비행
햇살 무덤
완벽한 시간
시인의 잠
반영
실마리
방황의 진화
움
거처
든든
하얀 나비
궁금
알밤
이건 뭐지

해설 / 백애송 (시인)

출판사 서평

〈평설〉

고요히 응시하는 길 위의 산책자

백애송


시를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사라지는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혹은 불의의 것들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등등 각자의 방식으로 시를 쓴다. 이오우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크고 작은 삶의 흔적들에 대한 사유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을 시를 읽는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시인은 누군가를 혹은 어떤 사물을 사랑하는 것, 행복,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등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삶의 순간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마주하는 길 위에서 이를 몸소 실천하는 시인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시를 통해, 시의 언어를 통해 마음을 옮겨적고 사유를 풀어낸다.
시인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과 풍경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 모습들이 똑같은 풍경으로 펼쳐지지 않고 시인만의 언어를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시어로 빚어진 이번 시집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내적 성찰과 자연과의 공존 및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시인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삶의 근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에 시인의 따뜻하고 섬세함이 배어있기에 이를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여기에서 또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된다.


고요한 응시로 이루어낸 내적 성찰

시인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추구해야 할 진리는 무엇인지 생각한다. 인간은 본디 진리가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존재이다. 이에 시인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내가 존재하는 세계를 들여다보며 적극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자신이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내적 성찰을 통해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 타인을 이해하는 광의의 범위로 확장된다.

웃음꽃을 피우며 나무와 대화하자
바람을 껴안고 푸른 하늘을 만지자
그대 앞의 모든 존재를 사랑하자
그리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감을 알자

햇살의 마음으로
봄에는 봄을 여름에는 여름을
가을에는 가을을 겨울에는 겨울을 즐기자
음양을 고르게 다스리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벗어나
그대 생일에 시집 한 권을 사자
아름다움의 산사태를 겪어보자
상처를 어루만지며 아픔과 대면하자

풋풋한 생활의 열매를 알아차리자
난 어제도 꿈을 꾸었다 꿈속의 꿈을
난 오늘도 꿈을 꾸리라 꿈 아닌 꿈을
난 내일도 꿈을 꿀 수 있을까 꿈 같은 꿈을

난 꾸리라 삶이란 도원의 꿈
모두가 내가 꾸미는 꿈임을 알리라
빗살무늬토기와 민무늬토기의 숨결과
막사발의 꿈을 꾸리라
- 「행복의 조건」 전문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하기 위해 아주 거창한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에 조건이 달린다면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시인이 생각하는 행복은 역행하지 않고 순리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웃음꽃을 피우며 나무와 대화”하고 “바람을 껴안고 푸른 하늘을 만지”며 눈 앞에 있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감을” 잊지 않는 것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물론 죽음을 뜻하지만, 이때의 죽음은 모든 것이 끝남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의미한다. 씨앗이라는 생명을 품고 있는 장소가 바로 흙이지 않은가. 흙은 씨앗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햇살의 마음으로/ 봄에는 봄을 여름에는 여름을/ 가을에는 가을을 겨울에는 겨울을 즐기”면 된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음양을 고르게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시인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강도로 악당의 전형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심리학적 용어로 자신만의 원칙이나 기준을 정해놓고 다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을 이른다. 이를통해 시인은 자신의 생각이 고정관념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생각만 진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함을 깨우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는 아집과 독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시인은 이를 막기 위해 생일에는 선물로 “시집 한 권을 사”는 것은 권한다. 시집을 통해 시어가 이루어낸 “아름다움의 산사태를 겪어보”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아픔과 대면”하다 보면 행복이라는 것이 아주 멀리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집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시인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꿈을 꿀 것이다. “풋풋한 생활의 열매”로 빗은 “삶이란 도원의 꿈”을 말이다. 꿈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고 소박한 것들로부터 모두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행복은 “내가 꾸미는” 이 작고 소박한 일상으로부터 비롯되는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 송이
함성으로 왔다
한 떨기
비명으로 가는
꽃은 시들어 詩 들어
마침내, 씨 들다

구름 따라 피는
한 송이 꽃처럼
가슴에 꽂히는
한 떨기 눈물 같은 시를
뜨거운 울음을

그대 가슴에
새기고 싶다
- 「꽃의 비명」 전문

시인은 길 위에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꽃이 피었다 지는 꽃의 일생이 인간의 생애와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씨앗이 물과 온도 등 적절한 환경을 만나 발아가 되면 뿌리가 먼저 흙 속으로 뻗는다. 땅 밑으로 뿌리가 먼저 뻗어나간 그 후에 위로 줄기가 자라기 시작하고, 광합성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 꽃을 피운다. 이 꽃의 꽃가루가 바람이나 나비, 벌, 새 등에 의해 다른 꽃의 암술에 옮겨져 수정이 이루어지면 수정된 꽃은 열매라는 결실을 맺는다.
여기 시인의 눈에 들어온 한 송이 꽃이 있다. 꽃은 “한 송이/ 함성으로 왔다/ 한 떨기/ 비명으로” 간다. 위와 같이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내고 겨우 피워낸 한 송이 꽃. 피어 있는 순간은 잠깐이었다가 고개를 떨구고 절명하고 만다. 하지만 꽃은 꽃송이가 꺾였다고 생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꽃은 시들어가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씨’를 마련해 놓기 때문이다. 또한 시들어가고 있는 꽃을 지켜보다 이 안에 “詩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한 시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들어가는 꽃에서 詩의 씨앗을 발견하였고, 마침내 꽃은 시인이 조탁한 언어에 의해 詩로 변모하였다.
꽃이 ‘씨’를 만들어놓았다면, 시인은 “한 떨기 눈물 같은 시를” 남기고자 한다. 이는 시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다음 세대에도 널리 읽힐 수 있는 “가슴에 꽂히”고 “뜨거운 울음”을 꿈꾸는 시 한 편 말이다. “그대 가슴에” 이러한 뜨거운 시 한 편 새길 수 있다면 행복한 비명일 것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날
그러나 다시 오지 않을 날
그런 날, 꼭 잡아요

날 잡아요
오늘을 잡아요
오늘과 살아요

사랑하기에도 짧은 날
꽃보다 짧은 인연
다시 오지 않을 날
- 「오늘」 전문

위의 시는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일러준다.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도 없고 붙잡을 수도 없다. 오늘은 현재 이 순간을 경험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 시간이 지나버리면 우리는 ‘오늘’을 다시 경험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라고 생각하고 오늘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시인은 ‘오늘’을 꼭 잡으라고 말한다. 오늘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날”이면서 동시에 “다시 오지 않을 날”이다. 시인은 그런 날을 꼭 잡으라고 한다. 오늘을 잡아서 오늘과 살라고 말이다. 오늘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종일 “사랑하기에도 짧”고, “꽃보다 짧은 인연”이기에 “다시 오지 않을 날”이다. 실제 오늘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보다도 짧다. 내가 포기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귀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한 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현재의 순간에 충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연과의 공존

자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연을 벗삼고자 하는 마음에는 불온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바라보고 이에 동화하며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익힌다. 이에 시인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들만의 질서를 존중하고자 한다. 대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자연과 인간은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다른 종들의 생명도 위태로워진다. 자연의 경이로운 질서를 통해 삶의 질서 또한 회복하고자 한다. 다음의 시에서는 자연에서 왔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에 거처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 거쳐 가는 거지요

오늘 어쩌다
상가에 조문하고
왔습니다

한잔 걸치고 왔지요

걸어 걸어가다 보면
다시 만날 날 있겠지요
- 「거처」 전문

이승에 居處하였던 누군가가 운명을 달리하였고, 이에 시인은 “상가에 조문 하고” 왔다. 이를 통해 시인은 “인생에 거처가/ 이디 있겠”는가 라고 물으며, 이 세상은 “다 거쳐 가는” 것이라는 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이 시에서 ‘거처’는 두 가지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하나는 ‘居處’로 일정하게 거주하는 공간인 집이나 주거지의 의미이다. 이 거처가 있음으로 인하여 쉼을 얻고 마음의 평안을 누린다. 다른 하나는 ‘去處’로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