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심층적인변화에관한현명한통찰”
―박민희(《한겨레》논설위원,『중국딜레마』저자)
그간중국에관한뛰어난지식과해석으로주목받으며여러매체에시평과칼럼을기고해왔던저자한청훤은냉철하고차분하게‘지금,이순간의중국’을직시해야한다고강조한다.한국에있어중국은실제적인위협이자거대한리스크이지만,감정적인반중과혐중으로는문제의실타래를풀수없다.저자는마오쩌둥과덩샤오핑이후중국현대정치사와경제발전사,사회문화의흐름을치밀하게복기하면서차이나쇼크가형성된과정과특수성에주목한다.2022년가을제20차당대회에서시진핑주석은3연임을최종확정할것으로관측된다.그의이러한장기집권,‘일인천하’의권력집중은중국의비극적현대사,중국정치체제및경제시스템에누적된치명적인리스크와긴밀히연결되어있다.그리스크들을똑바로들여다봐야우리사회도그에대처하는비전을가질수있다는게한청훤의메시지다.
2022년,중국은‘제국의귀환’과‘중국몽(中國夢)’을내세우며과거의중국과‘완전히다른중국’의길을선택했다.그선택은우리의미래를좌우할지정학적대지진이라불러도무방하다.2016년사드사태이후의한한령조치로발발했던첫번째차이나쇼크는시작에불과할수도있는것이다.그렇다면중국과지리적으로또경제적으로가장가깝고,가장밀접하게연결된대표적나라한국은눈앞에닥친차이나쇼크에대해잘대비하고있었는가?그러지못했다면이제우리는어떻게대비해야하는가?『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은21세기신냉전시대,바로이시점에서‘중국이라는코끼리’를정확하게바라보고그임박한위기의해결책을구상하며탄탄하고체계적인‘중국론’을펼쳐나가는책이다.
미·중충돌,시진핑장기집권,중화민족주의발흥,
반도체와대만이슈,한·중간문화갈등….
대한민국은지금과연
중국발쇼크를충분히대처하고있는가?
‘중화제국의귀환’이의미하는것은무엇인가?
격동하는중국,그위기의기원과양상을해부한다
한중관계는우리나라의국제정치와외교필드를가로지르는가장뜨거운이슈다.반중의에너지는곳곳에서활화산처럼불타오르고있다.2016년사드사태이후벌어진양국의골은쉽게봉합되고있지않으며,한국의많은사람들은중국공산당의비민주적이고억압적인행태에치를떠는중이다.2015년까지중국에대한우호적감정이적대적인감정보다우세했던한국은,단7년만에중국에부정적인여론이압도적인나라로급변했다.그야말로상전벽해(桑田碧海)와같은변화다.우리는지금‘제로코로나’정책을고수하며거대도시에완전봉쇄령을내리는중국,최고지도자시진핑개인숭배에열을올리는중국을조롱하고경멸한다.또우리는대만출신의한국걸그룹멤버를눈물흘리며사죄하게만들거나,김치와한복을자신의전통문화라주장하는중국인들의거센민족주의에분노한다.동시에우리는자국산업의보호에열을올리면서한국의수출업체들을고전하게만드는중국시장을성토하거나우려의눈길로바라보며,중국이이미주요산업대부분의분야에서한국의경쟁력을추월했다는연구결과들에짐짓충격을받고있다.
15년가까이반도체,전기차등의영역에서대중국무역업무에종사했던『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의저자한청훤은말한다.2016년한한령때우리가처음으로경험하고,미중신냉전이격화되며점점더뚜렷해지는중인‘차이나쇼크’는향후대한민국의미래를뒤흔들수있는거대한해일(海溢)과같다고.지금‘중국이라는제국의귀환’,그역사적사건은우리에게하나의지정학적대지진과같다고.그렇지만한청훤에따르면,이처럼중국에대해서반중감정을폭발하는것보다더중요한일이있다.우리는중국이왜그토록위험한나라가되었는지를명명백백하게직시해야한다.우리는과거의영광을되찾으려는‘중국몽(中國夢)’의배경과맥락,중국현대정치사와경제체제의특수성을철저하게파악해야하며,그사회내부에차곡차곡쌓인모순과리스크를총체적으로들여다봐야한다.즉,대한민국은‘중국이라는코끼리’를정확하면서도냉철하게뜯어보아야한다.그럴때만한국사회는차이나쇼크에대비할수있는체질과역량을기를수있기때문이다.
2022년가을제20차당대회에서시진핑주석은3연임에성공할것이확정적이다.그는이미2018년국가주석연임제한폐지를통과시켜장기집권기반을다져왔고,2021년에는중국공산당역사상세번째역사결의를관철시켜공식적으로자신을당의역사에서마오쩌둥과덩샤오핑반열에오르게끔하는일에성공했다.중국은지금‘중화제국의귀환’을꿈꾸면서과거의중국과‘완전히다른중국’의길을선택했다.『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은그처럼격동하는중국이불러일으키는위기를심층적으로파헤치며다가올미중패권경쟁의신냉전시대,한국이나아가야할길을치열하게모색한다.중국과지리적·경제적으로가장가깝고,가장밀접하게연결된대표적나라인한국은눈앞에닥친차이나쇼크에대해잘대비하고있었는가?그러지못했다면이제우리는어떻게대비해야하는가?
“반중(反中)은시대정신”이된이유
그럼에도,중국의불행은한국의행복이될수없는이유
2020년‘퓨리서치’(PewResearchCenter)의조사결과를보면,지금세계에서“반중은시대정신”이란말이왜나오고있는지를알수있다.한국이포함된주요14개선진국일반시민을대상으로했던중국에대한인식조사결과,거의모든나라에서중국에대한반감도가역대최고치를경신했기때문이다.우리나라는그중에서도가장극적인결과를보여준다.2021년,한국에서는사상처음으로중국에대한비호감정도가일본보다높은여론조사결과가나왔던바있다.거기다가우리나라20대젊은층의대중국반감정도는50대와60대보다거의두배가까이높았다는점도충격적이다.1992년한중수교이후30년동안두나라는경제적으로긴밀하게협력하며각자의이익을도모할수있었지만,2013년시진핑정권출범과2016년사드사태발발이라는변곡점은모든것을바꿔놓았다.지금은한국인들의중국에대한직관적이고본능적인사고가대대적으로변화하고있는시대적전환기라고할수있을정도다.
도대체지난10년간중국에서는무슨일이있었던것인가?이책의1부‘중국이라는폭풍우곁에서’는현재우리사회가겪고있는중국이라는나라의‘쇼크’에가까운위협들,대한민국이직면한중국리스크의가장중점적인사항들을종합적으로분석한글이다.저자는한한령(限韓令)의시행에따른당시우리나라의충격과대중문화영역에서벌어지는한중간의문화갈등,그리고한국경제를잠식하는중국의산업굴기정책을이장에서세밀하게복기한다.
저자는전기차용배터리인2차전지산업,자동차산업,스마트폰과디스플레이산업등한국의대표적인먹거리산업들이중국에서얼마나고전하고있는지를되짚으며,한국과중국이경쟁하는거의모든주요산업분야에서중국에추월당하고있음을지적한다.더욱이우리경제가중국에절대적으로의존하고있다는사실도치명적이다.한국의최대수출국과무역의존국1위는지금도중국이며,전체수출액중중국의비중은여전히4분의1에달한다.이런상황탓에시진핑정권의성급한실정(失政)은곧대한민국이겪어야할엄청난리스크가되어버린다.저자는2021년한국사회의‘요소수대란’과‘공동부유(共同富裕)’가불러일으킨거대한후폭풍,중국주식시장의폭락이우리에게미친영향을분석하며‘중국의불행은한국의행복이될수없다’는사실을꼼꼼하게논증한다.
그중에서도압권은‘대만문제’다.국제안보전문가들은대만에대하여이구동성“지구상에서가장위험한곳”(ThemostdangerousplaceonEarth)이라는수식어를부여하고있다.미국과중국이대만에서첨예하게부딪치는이유는무엇이며,중국은왜그토록양안통일이라는명분에매달리는가?무엇보다도,대만문제한복판에는전세계산업의향방을가르고있는키(key),‘반도체기술’이란쟁점이있다.저자에따르면미국대표기술기업들의대만반도체기술에대한의존도는상상을초월하며,대만반도체산업의생태계에미국첨단산업의명줄이달려있다고해도과언이아닐정도다.반면중국의관점에서대만은광활한서태평양으로바로뻗어나갈수있는지정학적요충지라고할수있으며,동시에중화민족주의적서사에서‘대만수복(臺灣收復)’이란19세기부터시작된치욕적인서세동점(西勢東漸)시대를끝내고과거위대한중화제국시대의부활을알리는이벤트가될수있다.저자는중국의대만침공전후시나리오를차근차근검토하며,우리사회가이이슈를‘남의일’로만생각하는것이얼마나게으르고위험할수있는지를냉철하게분석한다.
시진핑은왜황제의길을꿈꾸는가?
2008년과2012년사이,중국의미래가뒤바뀐그때
중국은지금주변국가들과전세계를향하여자국의힘을노골적으로과시하고있다.그것은세계유일의초강대국이라할수있는미국의패권을향한도전이며,1978년개혁개방이후30년간지속된덩샤오핑의유훈‘도광양회’(韜光養晦,속내를감추고힘을기르라)를폐기하겠다는의지를천명한것과다름아니다.그렇지만중국의이런움직임은매우부정적인결과를낳고있으며,미중간의섣부른신냉전발발로인해서국제적인고립과외교적위기를자초했다는평가가압도적이다.
나아가시진핑은덩샤오핑이어렵게구축한이후나름안정적으로유지되어온후계시스템을해체하고본인의총서기3연임,즉장기집권을노리고있다.도대체시진핑정권은왜그렇게까지극단적인노선을취하고있는가?그는왜대내외적인충돌과마찰을불사하는가?2022년지금,결국우리는시진핑이란인물을정확하게들여다보지않고선중국을제대로이해할수없다.시진핑은중국이라는지정학적대지진의한가운데서그지각운동을더욱격렬하게만들고있기때문이다.저자는2부‘중국리스크의기원과축적’에서지금중국을‘폭주’하게만들고있는시진핑의사상적기원과시진핑정권의특수성에대해서깊이있게살펴본다.
시진핑의성장과정치적굴기의과정은,최근반세기동안의중국현대사를관통하는이야기와직결된다.저자는문화대혁명의하방정책으로인해옌안량자허의농촌마을에서7년동안살아야했던청년시진핑시절부터,그가개혁개방을통해폭발적으로성장하던중국연해안도시들의행정가를거쳐‘중앙정치의스타’가된과정을역동적으로보여준다.시진핑이주목받는정치인으로성장했던시기는곧덩샤오핑의개혁개방정책이1990년대이후세계화의확산,글로벌정보통신기술혁명과만나면서중국이‘세계의공장’이되고중국경제가찬찬하게비상하던시기와일치한다.그리고바로여기에시진핑내면의결정적인모순이있다.
그는여타중국지도자들과다르게마오쩌둥으로인한하방(下放)을자기인생의근원적인에너지가되었다고자부하면서도,중국이세계경제와의접점을통해서경제적으로얼마나윤택해졌는지를온몸으로실감했다.그는마오쩌둥과덩샤오핑두사람을모두긍정하겠다는위태로운목표를지닌채‘중화민족의역사적사명’을성취하겠다는의지에부풀어있다.이처럼중국개혁개방이전과이후라는‘두개의30년’모두를긍정하고자하는건시진핑집권기의본질적인특징이라고할수있다.
그중에서도특히시진핑이보여주는‘신(新)마오주의’의노선은중요하다.그는왜대약진운동과문화대혁명이란비극을낳았던마오쩌둥시절의긍정적유산을계승하려하는가?저자는덩샤오핑의개혁개방이이후30년간불러일으킨부작용에주목한다.개혁개방은중국민영부문과시장경제영역의급속한발전을낳았으며,이로인해중국내의거대한빈부격차,그리고중국공산당의약화는필연적으로뒤따를수밖에없었다.이때중국의권위주의적인공산정권은서구의자유민주주의와시장경제의영향으로점차힘을잃어가고있던게분명했다.그런데2008년글로벌금융위기와2012년보시라이정변위기사태,시진핑집권직전의두‘대형사건’은중국의미래를완전히뒤바꿔놓는다.
2008년의미국발금융위기사태때중국은‘세계경제의구원자’로떠올랐으며,이는중국이서구보다자국의정치·경제체제가더낫다고판단하게만든직접적계기로작용했다.또한덩샤오핑의유산이라할수있는공산당집단지도체제의취약함을폭로했던‘보시라이정변(政變)’은,시진핑이집권후수백만명을숙청할수있는일인천하의권력을쥐어주었다.시진핑은이로써마치제국의황제와같은존재로등극할수있었다.요컨대시진핑의내면에간직되어있던두가지의사상,즉‘위대한중국공산당과공산주의’를주창한마오쩌둥의세계관과‘서양은몰락하고중국이떠오른다’는동승서강(東昇西降)의자기예언이현재차이나쇼크의이념적근원인것이다.
중국은과연무엇에그토록쫓기고있는가?
오래도록누적된중국내리스크,그리고‘인치(人治)의그늘’
그런데저자는여기서묻는다.최근들어한국인들이체감하는차이나쇼크가이렇게까지갑자기격화된건,중국과시진핑의자신감때문만이아니라자신감보다더욱절박한심리적요인이있는건아닌가?중국이덩샤오핑의도광양회를폐기하고섣부르게패권도전에나선것은,어쩌면중국내부에서‘시간에쫓기고있다’는조급함,즉중국사회저변에깔려있는불안감과치명적인리스크를직면했기때문은아닌가?2021년9월,국제정치학자인할브렌즈존스홉킨스대석좌교수와마이클베클리터프츠대정치학교수는《포린폴리시ForeignPolicy》에‘쇠퇴하는(adecliningpower)중국이문제’라는제목의글을기고한다.
이들은(중국과같은)신흥강대국의성장이한계에부딪히고,패권국과동맹세력에포위되어쇠퇴기를앞둔시점에이르면,이들은더늦기전에현재움켜쥘수있는것을확보하려들어‘전쟁의함정’에빠지기쉽다고주장한다.저자는책의3부‘쫓기는제국,잠못이루는황제’의첫머리에브렌즈와베클리교수의글을인용하며,시진핑정권의자신감이면에놓여있는중국내리스크들을세밀하게분석하기시작한다.중국의‘사각지대’에서천천히축적되던하나하나의리스크들이어떻게‘차이나쇼크’를추동하는힘으로격화되었는지를살펴가는것이다.
그중에서도저자는중국의농촌에가장먼저주목한다.중국의농촌은한마디로‘보이지않는중국’이라할수있으며,중국사회의농촌문제는‘모든문제들의중심에있는문제’라할만하다.중국의농촌에는여전히전체인구의36%에가까운,약6억명의농민들이살고있다.최빈국과개발도상국사이수준의삶을살아가는이6억명의농민들은중국이얼마나양극화된사회인지를보여주며,‘중국판카스트제도’라부를수있는후커우제도의폐해가얼마나심각한지를폭로한다.
저자는“단언컨대시진핑정권이농촌문제를해결하지못한다면,중국은중진국함정에서빠져나오는데실패할것”이라고까지말한다.농촌문제에더해,중국의인구문제는세계패권을노리는중국의청사진을근본적으로뒤흔들고있다.중국은2021년을기점으로이미미국보다더늙은국가가되었고,2020~2021년즈음이미실질적으로총인구감소세에돌입한것으로보인다.더욱이중국이같은문제에직면한한국이나일본보다훨씬더심각한상황인이유는,중국은아직선진국이라하기엔너무나소득이낮고상대적으로가난한국가라는점이다.최근유행하는말처럼,‘일본이늙기전에부자가되었고,한국이늙으면서부자가되었다면,중국은부자가되기전에늙어버린것이다.’
그뿐만이아니다.중국의부채문제와반도체산업의취약함은이나라경제구조와경제체제의근본적인리스크를폭로하고있다는점에서주목된다.최근중국경제의중심지인상하이시,최첨단하이테크기업들이몰려있는광둥성선전시등에서이어지는공무원임금체불사태는무엇을말해주는가?저자는중국국가재정의상상을뛰어넘는부채규모및증가속도가이나라의관치금융관행,국영기업특혜,즉‘경제에대한국가의간섭’이라는오래된전통과결코무관하지않다고해석한다.그렇지만이러한구조를근본적으로바꾸는시장개혁조치는중국공산당의통제약화를의미하며,시진핑정권은그것을택할리없다.
시진핑은중국경제의체질을개선하는대신자국의고부가가치제조산업을적극적으로육성하는방식을택한다.반도체산업이대표적이다.그렇지만중국대표반도체회사인칭화유니그룹의파산사태와‘HSMC먹튀사기사건’등은중국전략산업육성정책의한계와부작용을극명하게보여주었으며,반도체산업의특유의높은문턱은중국의‘반도체굴기’를좌절케만들고있는상황이다.그리고이처럼중국의부채문제와반도체기술의난맥은중국의중앙정부가결코완벽할수없다는것을드러내면서‘중국예외주의’와현능주의(賢能主意)의허점을폭로하고있다는게저자의주장이다.그것은중국이지금처럼헌법과법률에의거한법치(法治)가아니라혈통과능력에기반을둔,공산당엘리트에의한인치(人治)를고집하는한반복될수밖에없는제도적취약점이다.그러므로다시,문제는중국공산당의최고꼭대기에있는시진핑을향할수밖에없다.
우리는‘중국이라는뉴노멀’에어떻게적응할것인가?
“냉철한실리주의,유연한포지셔닝이중요하다”
『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은책의1~3부에걸쳐대내외적인중국리스크의키워드들,‘차이나쇼크’의기원과양상을총체적으로분석했다.그렇다면이제대한민국의대응전략을고민해야할차례다.책의4부‘우리는무엇을해야하는가’에서는한국사회가‘중국이라는제국의귀환’을어떻게대응하고극복해나갈수있을지에관한여러방책들이제시된다.저자가한중관계의미래를위하여가장먼저제언하는내용은,우리가중국이라는지정학적리스크를‘신냉전시대’라는국제정치적관점에서바라봐야한다는것이다.‘안보는미국에,경제는중국에의존한다’는단순한논리가통용되는시대는끝난지오래다.
저자는탈냉전이끝난뒤한국이앞으로점점더미중양쪽에서‘선택의요구’에직면하게될수밖에없다는것을분명히인지해야한다고주장하며,이를위해다양한국제이슈에대하여한국사회와시민들이더적극적인관심을가질것을촉구한다.대한민국은더이상약소국이아니라는,우리의국가적위상과자국의전략적가치에대한‘객관적자기인식’도절실하다.2017년한한령사태와2019년일본의반도체핵심소재수출규제의비교가보여주는것처럼,과소평가된자기인식은주변강대국들의엄포와보복협박에대처하는대응력을약화시키기때문이다.
중국은여전히한국전체무역액의약4분의1을차지하며,우리무역의흑자또한여전히많은부분이중국과의교역에서나온다.이러한중국에대한과도한경제적쏠림은지속적인리스크로남을수밖에없다.그러므로우리기업과산업에피해를최소화하면서점진적으로중국에대한과도한경제적의존도를줄이는노력을기울이는일도멈춰선안된다.저자는문재인정권의‘신남방정책’을높이평가하며,아세안및인도와의교역비중을늘리는일이중요한이유를상세하게풀어놓는다.나아가저자는미중간의신냉전이‘반도체이슈’로시작된것은우연이아니라면서,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한국의압도적산업지배를빼고우리안보를제대로논하는일은불가능하다고말한다.
우리는현재의반도체초격차,특히중국과의초격차를유지할수있는구체적인방책을고민하는일을멈춰서는안된다.또한신냉전과고립주의에따른‘미국공백’을대비하기위하여,장기적으로는한일간전략적파트너십을모색하는일도긴밀히요청된다.이를위해선물론과거사와얽힌보편적·윤리적이슈를해결하려는일본정부의노력이선행되어야겠지만,지역패권국으로떠오른중국에맞서한일간의획기적인관계개선은양국모두의미래에반드시필요하다는인식은중요하다.그것은단순히한일간동맹과동아시아의평화유지를넘어서서한국을위해더욱광대한지정학적활동공간을창출해낼수있을것이라는게저자의주장이다.
결국저자가강조하는것은변화하는국제정세에빠르게대처하고적응하는유연성이다.차이나쇼크의진원지인중국은국가의물리적크기와국가통치및정부동원의효율적측면등에서한국을압도한다.그런데이점에서오히려한국의강점이지닌중요성은더욱커진다.자유롭고열린사회분위기와이를활용한유연성과적응력,그리고상호피드백능력과기민한대응력은바로정확히중국이갖지못한점이기때문이다.저자는반중정서의폭발대신냉철한실리주의가옳다고주장하며,미국과의동맹강화와중국과의실리추구를위해대중외교에있어섬세한포지셔닝과레토릭을구사할것을강조한다.
또대중외교기조에있어철저히국익에기초한초당파적인컨센서스를이루고,어느정당이집권을하고어떤정권이들어서든상관없이,그것을따르고일관되게유지하는것도필수적이다.한중관계가악화될수밖에없는요인들이쌓여감에도불구하고한중관계가최악으로치닫지않도록지속적으로관리하는일은더없이중요하다.그것은앞으로윤석열정부가국익최우선의관점에서나온실용주의원칙을변함없이지켜가야할이유이기도하다.그처럼우리가‘중국이라는뉴노멀’에대해발빠른적응력과유연성,새로운포지셔닝의힘을발휘하는것은하나의시대적과제라고할수있다.
중국의현대사와사회경제적인이슈들을
일관된문제의식과심층적인관점으로통찰하는힘
『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의저자한청훤은대학에서중어중문학을전공했고,중국유학을거친뒤그나라에서첫직장생활을시작했다.저자는중국산업굴기의현장에서15년가까이일해온‘중국통’이며,주로전기차,디스플레이,반도체필드에서중화권시장개척을위해많은중국대기업들과의협업프로젝트를수행해왔다.이러한저자의비즈니스현장경험은이번책의전기차용배터리,자동차,스마트폰,반도체산업등중국고부가가치최첨단산업현장의분석에서더없이빛을발하고있다.저자는이미몇년전부터우리나라에서는중국전문가로명성을쌓았으며,《허핑턴포스트》,《비즈한국》,《오마이뉴스》등다양한매체의요청을받아중국시평및칼럼을기고했던바있다.무엇보다도저자는중국에서5년간거주하며중국인이었던지금의아내를만나백년가약을맺기도했다.그가책의서문에썼던것처럼,저자자신이한국인인동시에중국인의남편이자중국인의사위,중국인의가족이기도한입장이니현재중국의문제를그안팎에서누구보다도중층적인관점으로접근해볼수있는여지또한분명히컸을것이다.
지난몇년간중국관련현안을다룬도서들은우리출판계에서끊임없이발간되고있다.중국발리스크는그만큼우리에게시급한당면과제이기때문이다.그렇지만『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만큼중국의현안에대해서종합적이고총체적으로다룬책은찾기힘들었던것이사실이다.이책이중국을대내외적으로둘러싼다양한영역의키워드들을두루분석하고있어서만은아니다.한청훤은중국이라는나라의과거와현재를일관된맥락과문제의식으로꿰어나가면서탄탄한심층성으로한중관계의미래를예측한다.그치밀하고깊이있는일관성,저자의심원한통찰력에바로이책만의특별함이있다.
『중국딜레마』를쓴박민희《한겨레》논설위원의추천평처럼,이책에는“저자스스로의눈으로중국을직시하는힘”이담겨있다.한청훤은수천년에걸친중국역사의장대한패턴,중국이품고있는지정학적인본질과함의,1978년개혁개방이후세계경제체제의거대한흐름과맞물린중국현대경제의급속한발전,그리고마오쩌둥과덩샤오핑이라는중국현대사의두‘거인’과지금종신집권을꿈꾸는시진핑의연결고리를발견한다.그는이러한입체적인맥락속에서그나라의산업굴기,첨단산업과반도체기술이슈,미국과의패권경쟁과대만문제,중국내부에잠복한농촌,인구,부채,정치리스크등당면현안들을날카롭게파악하고있는것이다.
이책에는저자가온몸으로겪어왔던중국현지의경험과중국바깥에서의관찰,그가오랫동안치열하게쌓아온문헌적근거,그리고중국에대한객관적분석과사유의힘이가득하다.왜지금중국이문제인가?왜중국은과거와완전히다른중국이되어가고있으며,‘중화제국의귀환’을그토록힘주어외치고있는가?왜시진핑은마오쩌둥의길을뒤쫓으며중국의‘국부(國父)’가되어가고자하는가?그에대한답을찾기위해서,우리는시진핑이열여섯의나이에옌안성의토굴마을에하방되어보낸7년간의시절을알아야하고,대만과한국의반도체산업이전세계의첨단산업계에서얼마나중요한위치를차지하고있는지알아야한다.
덩샤오핑의유산인집단지도체제가어떤약점을지녔으며,그것이보시라이무력쿠데타를어떻게불러일으켰는지알아야한다.중국의후커우제도가갖고있는본질적인병폐와한계를알아야하고,중국경제가세계화의흐름과조우하며‘비상하는붉은용’으로날아오른과정에대해서알아야한다.그게다가아니다.우리는저질문들에답하기위해중화민족주의발흥과양안통일의신념,중국국영부문과민영부문의갈등,중국농촌의처참한상황,중국최첨단사업의굴기와실패,그리고중국이처한‘중진국함정’에대해서알아야한다.단하나라도놓치면안된다.모두정확하게알아야하고,하나의관점으로통찰할수있어야한다.이것이바로『차이나쇼크,한국의선택』에서저자가담고있는메시지이며,오직이책만이성취한특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