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20.00
Description
“미래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권력과 인간』 저자)
전두환은 왜 단죄받지 않고 여생을 보낼 수 있었는가?
이 땅에서 전두환이라는 존재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어느 문제적 인물에 관한 전기적 르포이자 다큐멘터리적 성찰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깊고 치밀하게 복원하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 어느 특정한 인물의 기질이 이 땅의 현대사와 만나 어떠한 변화를 잉태할 수 있었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들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파악하는 데 이 책만큼 중요한 작업은 없으리라.”
- 라종일 (전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동국대 석좌교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민주화 이후 전두환에 대한 ‘전환기적 정의(transitional justice) 세우기’가 왜 실패했는가를 전두환의 개인사적 시간과 한국의 집단적 정치 시간의 맥락에서 추적하고 있는 뛰어난 저술이다.”
-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이 책을 읽으면 과거와 오늘의 대통령은 물론 내일의 이상적 대통령까지 보인다. 미래 한국의 민주주의로 가는 도중에 이 책은 꼭 거쳐가야 하는 환승역이다.
- 정병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아은은 이 책에서 전두환이라는 개인과 20세기 한국의 사회적·역사적 조건이 만나 어떻게 현대사의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그 맞물림이 오늘날 우리 삶과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기록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 정인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제11대, 12대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그의 삶과 죽음은, 그가 끝끝내 단죄받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가장 첨예하고도 문제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뒤 전대미문의 학살과 인권 탄압을 자행했던 전두환은,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뒤 33년간 풍족하게 살아가며 천수를 누렸다. 그는 우리 사회로부터 마땅한 처벌을 받은 적도 없고,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친 적도 없다. 수십 년간 진상규명과 사죄를 외쳤던 5·18 유족들의 고통과 절망이 무색하게, 그는 2021년 11월 23일 자신의 집에서 평화로이 눈을 감았다.

우리는 왜 전두환을 무릎 꿇리지 못했는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국가적·사회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전두환을 둘러싼 해설과 논평은 넘치도록 많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전두환의 생애와 대한민국 현대정치사·경제사·사회사·문화사를 그 근원으로부터 상호 연관시켜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그의 여러 악행을 가능케 했던 개인적 기질과 당대의 정치 환경, 시대적인 맥락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병설 서울대 교수가 이 책에 부친 말처럼, “전두환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을 읽어내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깊고 치밀하게 복원하는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출간했던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정아은은, 이 책을 통해 바로 그 작업을 완수했다.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에서 전두환이란 인물의 태생부터 죽음까지를, 그의 집권 전후의 시간을, 나아가 그가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의 여생을 지금껏 나온 그 어떤 문헌보다도 철저히 복원한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전두환을 악마처럼 몰아붙이는 작업이 아니고, 영웅으로 미화하는 작업도 아니다. 대신 전두환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규명하고, 그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그 인물을 탄생시킨 ‘악(惡)의 기원’을 대한민국의 현대사라는 지평 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려는 전기적인 작업이다.

정아은은 왜 이 작업을 시작했고, 이 작업을 끝마쳤는가? 그는 책에 그 이유를 적어두었다.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악’은 물리적 생명력이 끊어진 뒤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미래에도 영향력을 이어갈 것이기에. 피와 눈물을 흘릴 줄 알았고, 자신의 가까운 사람과는 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던 유형의 악인(惡人) 전두환의 면모를 우린 이제라도 똑바로 인식해야 하기에. 전두환이라는 악인을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기억하고 감당해야 하는지 묻는 일은, 그의 사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본격적으로 성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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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아은

1975년전남순천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영어영문학을전공했고,졸업후엔은행원과컨설턴트,통·번역가등다양한직업을거쳤다.2013년,잦은이직경향과경쟁분위기에서생존해야하는현대인들의생활상을담아낸장편소설『모던하트』로제18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가로서활동을시작했다.

장편소설로는한국교육의난맥상과그에얽혀형성되는공간사를그린『잠실동사람들』,외모가화폐처럼...

목차

프롤로그

1부영광(1931-1980)

1장|이승만,박정희,전두환
2장|49세의보안사령관
3장|상승을향한필사적인몸부림:성장과정
4장|적극적이고붙임성좋은육사생도
5장|반란의날,1979년12월12일
6장|원죄의성립을자축하던날
7장|광주를딛고권좌에앉다
8장|전두환의특별한가벼움

BRIDGE1
12·12의밤,전두환이넘어야했던3인

2부모순(1981-1987)

1장|1980년대는어떤시절이었는가
2장|한명대사천만명의대결
3장|대한민국의코페르니쿠스적전환
4장|인재들을팔과다리로삼아
5장|정통성없는대통령의속마음
6장|좋은남편,잔인한학살자
7장|안되는일을되게했던시절의끝

BRIDGE2
두려움과사랑

3부몰락(1988-2021)

1장|네살손녀를안고….
2장|가장무서운적,노태우
3장|몰락의휴지기
4장|단죄의날,그리고김영삼
5장|수감생활
6장|대한민국현대사의극과극,전두환VS김대중
7장|대한민국현대사의극과극,전두환VS노무현
8장|박정희의딸이날린철퇴
9장|한번도자기자신과만나지못했던사내의말년

BRIDGE3
독재자의배우자로산다는것

4부악의기원

1장|역사의제단에놓인제물
2장|영광이사라진시대
3장|누가왜그를그리워하는가
4장|살아있는자의천형(天刑)
5장|선이지켜지는사회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그는어떻게악인惡人이되었고,악인으로죽었는가’
우리가전두환을단죄하지못한진정한이유를묻다

대한민국현대정치사·경제사·문화사의
다양하고중층적인스펙트럼으로,
전두환의삶과죽음을생생하게추적하다

“전두환을읽어내는일은곧대한민국을읽어내는일이다.”
어느문제적개인의시간과이땅의집단적정치시간을하나로이어내다

2021년11월23일,대한민국11·12대대통령전두환이세상을떠났다.1931년에태어난그의구십인생은파란만장했다.전두환은1979년12·12군사반란으로정권을찬탈한뒤,광주의학살을딛고1980년8월부터1988년2월까지7년반동안집권했다.퇴임후쫓기듯2년간백담사에머물렀고(1988년11월부터1990년12월까지),2년간수감생활을했다(1995년12월부터1997년12월까지).김영삼정권의과거사청산정책에따라본디무기징역을선고받았지만,김대중정권에의해특별사면된후,그는자신의연희동자택에서자유롭고윤택하게노후를보내며천수를누렸다.국민의절대다수는그가정당히단죄받아야한다고외쳤으나,그는4개필지,3개건물로이루어진약500평규모의집에서한쪽벽면전체를취임식때했던연설문으로뒤덮은채죽을때까지제무고함을강변하며여생을보냈다.

그리고지금,전두환에대한논란은현재진행형이다.광주의유족들과전두환집권기숱한인권탄압의피해자들은그가정당하게단죄받지않고죽었다는사실에여전히몸서리치고있다.2023년초우리에게얼굴을드러낸그의손주는자신의할아버지를학살자라고지칭하며만인앞에서고통의신음을흘리는중이다.그러나그게다는아니다.전두환을옹호하고그의죄없음을주장하는목소리는수십년째꾸준하게이어지고있으며,1980년대와5공화국에대한복잡하고모순적인정서는많은이들사이에서더욱짙게공유되는중이다.그들은전두환집권기가‘단군이래의최대호황’이었다는사실을되새기며,“그래도전두환때가먹고살기는좋았지.”라는말로미묘한심정을드러낸다.유튜브와SNS에서는‘전땅크’,‘엔젤두환’등의닉네임을쓰며전두환의1980년대를낭만적으로찬양하거나희구하는젊은이들이등장했다.그들은인터넷에서전두환을“진짜애국자”,“진정한경제대통령”,“강하고유능한군인대통령”등으로묘사하며예찬한다.

요컨대,전두환은우리사회를선긋는하나의정치적인리트머스가되어버렸다.모두가입에올리지만,아무도전두환이라는인물을총체적으로들여다보지않는다.대부분전두환이‘나쁜놈’이라는데는동의하지만,아무도그의악행이어떤개인적·사회적특질로부터연유했으며,그가왜그렇게까지문제적인물로자리매김했는지를그뿌리부터추적하진않는다.그렇다면다시물어보자.우리는전두환을어떻게바라볼것이며,그는도대체어째서사죄하지않고이나라에서여생을보낼수있었는가?대한민국은왜그를끝끝내무릎꿇게하지못했는가?이답을찾는과정은결코가볍고단순하지않다.전두환의개인적일대기를입체적인시각과역사적인안목,대한민국의시대적맥락에서총체적으로파악하고‘퇴임이후그가맞이한33년의생애’를심층적으로길어올리려는지성과의지가요구되기때문이다.지금까지다섯편의장편소설과세편의인문에세이를출간하고제18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한작가인정아은이이책『전두환의마지막33년』을통해바로그작업을완수했다.수많은문헌을섭렵하고,여러인사들과의수많은인터뷰및당대의시대환경에관한다큐멘터리적인성찰을거친뒤,정아은은몇년간의작업을거쳐비로소그작업을끝마쳤다.

전두환을악마혹은영웅이아니라,한사람의‘인간’으로규명하다
12·12와광주를거쳐,1980년대의모순과격정을연출했던그의여정

정아은은『전두환의마지막33년』에서전두환이왜악인이되었고,악인으로살았으며,악인으로죽을수있었는지를파고든다.정아은의이책은전두환을악마처럼몰아붙이는작업이아니고,영웅으로미화하는작업도아니다.대신그를한사람의‘인간’으로서치열하게규명하고,그의영광과모순,몰락,그리고전두환이라는인물이상징하는‘악(惡)의기원’을대한민국의현대사라는지평위에서가감없이드러내려는전기적인작업이다.전두환의퇴임이후33년의생애,그와대한민국이맺었던관계의진면목을알기위해서는,모든것이불확실했던시기에전두환이어떻게대한민국의현대사와만나이땅의최고권력자가되었는지를파악해야한다.전두환이끝내무릎꿇지않은이유를알기위해선전두환의개인적인기질을똑바로들여다봐야하고,악인을잉태하고권력꼭대기까지밀어올렸던대한민국현대정치사의맥락을정확히직시해야한다.정아은은이를위해전두환의개인사적시간과한국의집단적정치시간의맥락을총괄적으로되짚어간다.

책의1부‘영광(1931-1980)’에서저자는전두환이어린시절부터대통령이되기전까지의50년이라는시간을심층적으로추적한다.즉,전두환의기질적인씨앗이싹튼그의성장기에서부터1979년의12·12쿠데타,1980년5월의광주를거쳐그가대한민국의최고권력자로집권하기까지의과정을그려낸다.정아은은그가남긴회고록과다양한문헌을통해그의성장과정을되짚고,상승을향한끈질긴집념이이뤄낸강렬한드라마를꼼꼼하게들여다본다.전두환은육군사관학교를졸업한후내일이라도죽을수있다는각오로군경력의승승장구를거친뒤박정희가암살되기7개월전,49세의나이로보안사령관에파격임명된다.무엇보다도중요한것은,그가식민과분단,전쟁이란토양위에서‘안되는것을되게하는’뚝심의계보를정통으로잇는후계자라는사실이다.정아은은전두환이대한민국의최고권력자였던이승만-박정희와어떠한일관성을갖고있었으며,동시에두전임자들과어떤면에서달랐는지를냉철하게분석한다.저자는“85명의군인이3,700만대한민국을접수했던”1979년12월12일의밤을,그가어떻게광주의비극을딛고권좌에올랐는지를철저하게복원한다.전두환이‘정보’를다루고,미국과의관계를저울질하며,법을짓밟고국민을학살할수있었던대내외적기제를망라하며,그의행보에서무신경한낙천성의끔찍함,그의무반성을가능케만든‘특별한가벼움’을길어올린다.

이책의2부‘모순(1981-1987)’은그렇듯아무런정통성도없이대한민국의대통령이되었던전두환의1980년대가얼마나논쟁적이고도아이러니한시간이었는지를보여준다.정아은은말한다.1980년대는대단히문제적인시기였으며,온갖모순으로점철된격정의시절이었다고.1979년의12·12쿠데타이후1987년6월항쟁에이르는기간은,전두환이라는무법자가노골적인폭력을통해서이나라의‘대통령’으로점차기정사실화되었던시기이자정통성없는대통령이라는한계를극복하기위해‘먹고사는문제’에사활을걸었던시기였다.누군가는어딘가에서뼈가으스러지는고문을받고있던고통의시간이었고,역대어느정권보다적나라한부정부패로얼룩진시간이었으며,‘한명대사천만명의대결’이라불릴수있을어두컴컴한시간이었으면서도,동시에전두환이김재익이라는걸출한인재를내세워경제분야의코페르니쿠스적전환을이뤄내며이땅에물질적풍요를불러온시기이기도했다.전두환은분명핵심인재를적재적소에배치할줄알았던용인술을보여주었으며,이러한1980년대5공화국의성과들은그가퇴임뒤에도자신의‘공(功)’을소리높여외치는근거가되어주었다.그러므로정아은이책에서서술하고있는것처럼,1980년대라는모순적인상황을정면으로바라보는것은대한민국이왜그의퇴임후에도전두환을끝끝내무릎꿇리지못했는지를추적하는데반드시필요한작업일수밖에없는것이다.

대한민국과전두환의관계를깊고치밀하게성찰하다
우리공동체에남은상흔을치유하는첫걸음을떼기위하여

전두환은분단과전쟁이후거대한공백과도같았던대한민국의시공간에서‘안되는일을되게’만드는전임자들의전통을착실히따라대한민국의최고권력자가되는영광을누렸다.그는자기정통성의부재를만회하기위해이땅에부분적인자유와물질적풍요의기반을선사했고,그때싹튼개인주의와감각적자유는1990년대대한민국에서절정을맞는다.책의3부‘몰락(1988-2021)’은이제그가대통령직을내려놓은이후부터2021년죽음을맞이한날까지의여정을고찰한다.전두환이권력에서물러난뒤그의가장가까운친구였던노태우가대통령에올랐고,민주화를위해평생을투신했던김영삼과김대중이차례로대통령이되었다.노태우는자신과하나의뿌리를가졌던전두환을냉정하게뿌리쳤고,김영삼은그를감옥안으로집어넣었고,김대중은그를감옥바깥으로풀어주었다.1989년12월의5공청문회로일약이나라의스타가되었던노무현은대통령에서물러난뒤전두환과극단적으로다른방식을취하며스스로를채찍질했고,박정희의후계자박근혜는전두환의부정축재재산을몰수했지만,그또한전두환을향한사적복수의자장에서자유로운것은아니었다.

그래서결과적으로,전두환은권좌에서내려온뒤백담사와감옥안에서각각2년의시간을보낸것을제외하면수영장과스크린골프장과널찍한정원이딸린광활한저택에머물며자유롭게살았다.다시한번질문해보자.어떻게그런일이가능했는가?대한민국은왜퇴임한학살자를제대로처벌하지못했는가?드물게이루어졌던처벌은왜그렇게단편적이고자의적이었는가?정아은은이3부에서전두환이란인물을둘러싼우리나라의최고권력자들,즉노태우와김영삼,김대중과노무현,그리고박근혜의개인적·사회적·역사적·정치적동역학을추적한다.정아은은전두환을향한우리사회의단죄와용서가시스템과법치가아니라(정치적진영을떠나)최고결정권자의사적동기로가해졌다는사실을직시하며,한국의민주주의가여전히‘직선제’그이후로도약하지못했다는사실을냉정하게지적한다.정아은의표현처럼,전두환은이미우리사회의뼈아픈‘대자아’가되어버렸다.전두환은우리가지나온한세기를보여주는인물,‘시층이겹겹이쌓인한반도의20세기를보여주는절단면같은인물’이되었다.그러므로그의퇴임후33년을정직하게바라보는일은대한민국의가장첨예하고취약한면모를드러내는것과다름아니다.저자는3부에서바로그작업에천착한다.

『전두환의마지막33년』의마지막4부‘악의기원’은1부에서3부까지고찰해온화두,즉전두환이라는문제적인물이어떻게대한민국에서집권할수있었고,단죄받지않고생을마감할수있었으며,결국그가우리사회에남긴깊은상흔과족쇄가무엇인지를총체적으로되짚는장이다.저자는쓰고있다.전두환이퇴임뒤에라도반성했다면,진심으로용서를구했다면,그는그의가족과측근들이그렇게도부르짖는‘정당한평가’를받았을지도모른다고.최고등급의결정권을가진이의인격은자신만의것이아니며,헌법상최고통치권자의자리에오르는순간,그는그가속한사회의공기와만나며서로영향을받을수밖에없다고.전두환이어떤죄과를갖고있고어떤악행을저질렀든,1980년대는뛰어난관료들이정책을잘펴고전두환이이들에게전적으로힘을실어주어경제가순항을탔다는사실은변함이없다고.그런데전두환은제원죄에대해전면부정함으로써자신의‘공’에해당하는사항을인정받게될수없었으며,그가자신의죄를부정할때마다그의정체성은‘살인자’로귀결되고그때마다세상은그가저지른극악무도한죄를인식하게되었다고.

특히4부에서전두환에대한찬양과낭만화현상을살피는저자의지성적인스펙트럼은빛을발한다.강원택과임혁백,이제민과최병천등뛰어난정치경제학자들의분석과알렉시스드토크빌,토머스홉스등의이론을바탕으로,저자는1980년대의독재자를향한퇴보적인선망이대한민국이1990년대글로벌자본주의체제에편입된후국민이얼마나치열한경쟁에노출되어있는지,그래서사람들이과거개발연대시절의‘강력한국가’를얼마나그리워하며또한1980년대의공동체적인소속감과유대감을얼마나희구하는지를역설적으로반증한다고말한다.그럼에도정아은에따르면,전두환과같은극단적인악의돌연변이가이땅에서다시득세하는것은상상조차할수없는일이다.정아은은『전두환의마지막33년』의4부마지막챕터에서그런인물의재등장을막는것은우리가어떻게이사회의가장기초적인‘선(線)’,법치주의와사회적규준을정착시켜가는지에달려있음을논증한다.우리가지금전두환의직계후손이살아오는내내혹독한죄책감에시달려왔음을지금생생하게지켜보고있는것처럼,악을제대로처단하지못한후과와그상흔은이공동체의모든구성원을오래도록고통스럽게얽어매고있다.그래서정아은은말한다.전두환을읽어내는일은한국을읽어내는일이고,자신을정확하게읽어내는국민만이앞으로나아갈수있다고.전두환이라는악인(惡人),전두환과대한민국의관계를정확하게바라보고그것을넘어설때에만우리는선과악,말과행동,과거와미래,현실과이상을제대로가늠하며건강하고성숙한사회로나아갈수있다고.

“대한민국의긍정적인것,부정적인것의맞물림을파악하는데가장중요한작업”
지금우리가『전두환의마지막33년』을읽어야할이유

‘국민을살상하고불법적으로집권한전두환이어떻게7년동안권력을유지할수있었으며,권좌에서내려온뒤에도제대로된단죄를받지않고자유롭게살수있었을까?’한마디로말해서,『전두환의마지막33년』은바로이논쟁적인화두에관한기나긴탐구의결과물이라고할수있다.2021년세상을떠난전두환에관해서는그간다양한저술이출간된바있지만,아직우리출판계에서엄밀한고증과비평적관점에서집필된그의평전을찾기는쉽지않았다.그의개인적일대기를입체적인시각과역사적안목,공동체적인관점에서깊이있게파악하고‘퇴임이후33년의생애’의의미를치열하게바라보려는시도가거의없었던것이다.전두환에관한기존의저술들은지나치게정치적인목적혹은진영의논리에기대어있거나,주로그를묘사할수있는가장첨예하고비극적인사건,예컨대12·12사태나5·18광주민주화운동등특정사안에깊이천착해왔다.즉,전두환과그의집권기는아직껏한국현대정치사의일부분정도로만다뤄졌던게사실이다.

그런맥락에서이책『전두환의마지막33년』은우리나라의중견소설가이자제18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가인정아은이전두환과당시시대에관한핵심적인문헌들을바탕으로쓴첫전기적인르포,한국현대사에관한다큐멘터리적인저술이라고할수있다.100여권의참고문헌과200여개에달하는이책의세심한주석은저자가전두환과대한민국의한국의현대정치사에관하여얼마나깊은공력을쏟고오랜탐구를해왔는지를보여준다.이와같은철저한문헌적고증에더하여대한민국현대사와이땅의독재자들에관한날카로운통찰,어느문제적개인이보여주었던인간성의심연과대한민국의지난한세기를지배했던사회적·문화적습속에대한저자의깊은고찰이이번원고를이끌어나간다고할수있다.동시에단순히과거의자료및문헌에만의존하는것이아니라육군사관학교를예편한여러인물과의꼼꼼한인터뷰등정아은의이번원고엔전두환의궤적과심리를꿰뚫어볼수있는다방면의장치가마련되어있다.

1975년에전라남도순천에서태어난정아은은자신이사춘기를맞기전전두환의1980년대를길게통과했고,공기중에비밀과불안이가득했던시공간에서인간에대한호기심을키워왔다고말한다.그는원고에서조부의형제중한명이남로당의인사였기에아버지와아버지의형제들이겪었던연좌제의흔적을언급하기도한다.정아은은이러한호기심과어린시절의기억은자신이성인이된후사회와국가,권력과정치와역사에관한고민과탐구로이어졌다고밝힌다.그오랜고민은결국“대한민국의부정적인것과긍정적인것들이어떻게맞물려있는지파악하는데가장중요한작업”(라종일)이라평가받은이400페이지의책으로꽃피우게됐다.정아은의『전두환의마지막33년』은2021년11월23일세상을떠난어느문제적인물의삶과그를끝내단죄하지못했던대한민국의근원적모순을풀어가는치열한여정이며,이는우리사회가진정으로전두환을대면하고,그의시대를지성적으로성찰하며,그가남긴깊은상흔을극복하는첫걸음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