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라는 세계 :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맘카페라는 세계 :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17.60
저자

정지섭

1985년에태어났다.어린시절서울과광역시,여러소도시,미국캘리포니아등을두루거치면서성장했다.대학에서행정학을전공했고,졸업후국책은행에서10년간직장생활을했다.2015년결혼하여1남1녀를키우고있다.‘엄마로서그저평범하게산다는것이왜이토록힘이들까?’첫아이임신직후부터워킹맘생활내내머릿속에가득했던이물음은전업주부가된지금까지미결로남아있다.이책의첫번째문장은바로그물음표와함께탄생했을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나는어쩌다가맘카페의운영자가되었는가

1.들어가며:모든비밀의시작
2.내가맘카페중독자가된사연
3.친언니같았던맘카페의배신
4.길고도험한여정의시작

2부맘카페안을깊이들여다보면

1.맘카페의필요성과만드는과정
2.세상의부정적인시각을딛고
3.동질감이라는덫
4.사람들은왜맘카페에빠져드는가?

3부둥글둥글한세계

1.맘카페에서강퇴는무슨의미인가
2.이공간의가장중요한불문율
3.‘프로불편러’의등장
4.둥글둥글한욕망의충돌:사교육에관하여
5.역지사지(易地思之)의명암

4부정치적인너무나정치적인?

1.“뭉치면힘이된다”
2.정치아르바이트는실존하는가?
3.게시판의여론이확성기로바뀌는순간
4.맘카페에서정치글은왜금지하는추세가되었는가?
5.“불편하신분들은패스해주세요”라는함정

5부고립된성(城)

1.마녀들만남은음침한곳
2.‘나는힘이없는존재입니다’라는무기
3.맘카페가돈이된다는시선에관하여
4.‘예비맘’이라는아픈쟁점
5.우리마음속의전쟁터

6부전면적인혐오의확산

1.맘카페혐오에대한단상
2.어쩌다가엄마는혐오의대상이되었나
3.아이혐오로의확장
4.불행한임신,저주받은육아
5.다시,모성을생각한다

7부행복의문

1.엄마로서의자존감
2.우리사회의가족이란무엇인가
3.파파카페도생겨나기를바란다
4.나가며:아이를키우며변한나의가치관

출판사 서평

5년여간맘카페운영자로활동중인저자의
심층적인분석과성찰,국내최초의‘맘카페론(論)’

2000년대중반,대한민국인터넷에는중요한공동체가탄생했다.자녀가있는엄마들이육아,교육,지역,살림정보를공유하기위해만든‘맘카페’가그것이다.약20년의역사를거친이인터넷커뮤니티는2023년현재네이버에만약1만2천개이상이존재한다.많은여성들은결혼과출산이라는과정을거치면서맘카페의구성원이되고,이공간에서자신의경험과감정을다른여성들과가감없이나눈다.그렇게맘카페는우리사회에서엄청난영향력을가진집단이되었다.그기간중에[맘스홀릭베이비]와[레몬테라스]처럼수백만회원을보유한대형맘카페도탄생했고,비상업성을유지하며지역의터줏대감역할을하는맘카페도많아졌다.다양한목적의광역맘카페들도속속탄생해서세를불려갔고,상업적인성격이강해진맘카페도많아졌으며,또상업화논쟁때문에와해된곳도늘어났다.분명한것은,이런역동적인흐름속에서도맘카페는여전히한국사회에서살아가는엄마들의중요한창구역할을하고있다는것이다.이공간은지난10여년간‘엄마들의모든삶의주제를포괄하는거대한장’이되었다.

동시에맘카페는어느순간부터우리사회의가장문제적이고논쟁적인공간이되었다는것또한분명한사실이다.수년간언론에서는‘맘충’이라는단어와함께맘카페에올라오는사건을꾸준히조명했고,방송이든신문이든인터넷어딘가에서든‘갑질’,‘마녀사냥’,‘조리돌림’,‘집단이기주의’등등의자극적인말들이‘맘카페’라는단어와맞물려쓰이는일은흔하디흔했다.사람들은맘카페가지나치게‘정치화’되었다고비판하고,‘장삿속’에물들었다고몰아붙이고,때로는이공간이‘모든악의근원’이라며폐쇄할것까지촉구하기도했다.그렇다면도대체맘카페란어떤공간인가?어쩌다가이공동체는엄마들이그렇게의지하는공간이되었으며,동시에그토록전국민의공분을사고지탄을받는대상이되었는가?워킹맘과전업주부의생활을두루거친후두아이를키우고있는정지섭작가는,5년넘게맘카페를운영해온자신의경험을통해우리사회에서처음으로이집단에대한본격적인성찰과심층적인탐구에착수했다.그간아무도깊이주목하려하지않고피상적인혐오만을일삼았던이공간을정확하고,생생하며,입체적으로분석하기시작한것이다.국내최초의‘맘카페론(論)’,『맘카페라는세계』는이제세상에나와서독자들을만날예정이다.

맘카페는대체어떤공간이며,그안에선무슨일이벌어지는가?
이공간의입체적이고다층적인성격을샅샅이돌아보다

저자는이책의1부‘나는어쩌다가맘카페의운영자가되었는가’에서먼저자신이어떻게맘카페에빠져들었고,이공간을직접만드는일에참여했으며,맘카페를관리하는운영자가되었는지를이야기한다.그는먼저지금으로부터약10년전,30대를맞이한뒤결혼하고출산해서엄마가된자신의과거를꼼꼼하게복기한다.정지섭은엄마가된다는것,엄마의정체성을갖는다는것이여성에게얼마나크고근본적인충격을주는지,현대사회의여성들에게이‘인생의대사건’이어떤의미를갖는지를차분하게들려준다.대가족시대와는달리오롯이혼자서양육을책임져야하는지금,자신의‘육아동지’라부를수있는맘카페이용자들의존재는엄마들에게깊은의지가될수밖에없다.저자도마찬가지다.정지섭은첫아이를낳은후이공간을마치친언니들의모임처럼생각하고,맘카페중독자로지내다가이곳의끈끈한신뢰를악용하려는얄팍한상술,기계적인광고와처음마주친다.그리곤이공동체의본래취지를지켜야겠다는의지를불태웠던것이다.

정지섭은맘카페가‘자신의삶의일부’가되었던이유를설명하고,또그건지금엄마들이맘카페를찾고있는이유와도꼭같을것이라는말을덧붙인다.그렇다면이제그곳,맘카페라는공간을구체적이고정확하게바라볼차례다.맘카페라는공간은어떻게만들어지고,어떻게운영되는가?맘카페에는매일어떤글들이올라오고,사람들은거기모여어떤이야길나누고있는가?저자는맘카페설립후5년여간거기에서겪었던수많은사건,사고들을되짚으면서이맘카페라는공간을찬찬히조망한다.바로이게2부‘맘카페를깊이들여다보면’에서펼쳐지는내용이다.저자에따르면,강력하고치밀한규정과회원등급이라는일종의보상체계,구성원들의끈끈한동질감에서비롯된신뢰와보은의정서,현실세계와깊숙하게연결될수밖에없는회원들의활동정체성등은이공간을유지하고지탱하는중요한요소들이라고할수있다.

그렇다면이러한측면에서비롯되는,다른인터넷커뮤니티와확연히구분되는‘맘카페만의특징’은무엇일까?지금까지는이공간에관해객관적으로전달하는데초점이맞춰져있었다면,책의3부‘둥글둥글한세계’는저자가맘카페의독특하고유별난특성을보여주는장이며,그러므로『맘카페라는세계』의가장핵심적인파트라고할수있다.저자는말한다.자신이오랫동안맘카페를관리했던경험을바탕으로말하건대이공간의가장중요한불문율은‘둥글둥글함’이라이름붙일수있으며,바로이특성에서맘카페의여러입체적인측면들이파생된다는것이분명하다고.둥글둥글함은맘카페이용자들끼리서로를향한불편함을드러내지않고,날카롭고공격적인말을멀리하며,가급적이면서로에게동조하는‘순한’공간을지향한다는것을가리킨다.왜그런가?정지섭에따르면,이는맘카페의회원들이‘엄마’라는페르소나를장착하고이사회의‘여성다움’을내재화하고있기때문이라할수있다.저자는맘카페의이런둥글둥글한문화속에서이른바‘프로불편러’혹은‘지나친공감의역설적인측면’이드러나고있음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둥글둥글한세계를지향하고,‘싫어요’보단‘침묵’을선택하는공간
‘약함’과‘선함’을내세우다이내‘프로불편러’와‘갑질’이등장했던공간

맘카페에는그내부의구성원들끼리서로에게동조하고공감하는분위기가강하다.심적으로불편한상황을꺼리고,집단의소속감과균일함을유지하게끔하는압력이매우크다.이공간에서는트러블메이커가되어소외될위험에빠지는것보단차라리침묵을선택하는것이다.이러한응집의에너지는,맘카페외부를향해서날카롭게겨누어지는집단적인영향력으로변하기에안성맞춤이다.정지섭은4부‘정치적인너무나정치적인?’에서맘카페에대한여러부정적인시선중빼놓을수없는하나인,이공간이지나치게‘정치화’되었다는지적에대해서다뤄나간다.엄마들이모인맘카페는사회적으로의미있는목소리를내려고노력해왔고,또그런움직임은때때로우리사회에긍정적인역할로기능하기도했다.저자는이처럼맘카페의정치적에너지가갖는순기능적인측면을보여주면서도,때로는맘카페구성원들이다수의여론을등에업고‘나와정치적의견이다른사람들’을향해무분별한공격성을띠기도했던게사실이었다고지적한다.아니면아예자신들이듣고싶은말들만취사선택해듣기위하여“불편하신분들은패스해주세요.”라는말을광범위하게쓰는것또한맘카페만의특징이라고할수있다.

이렇듯‘정치화’된맘카페에대한세간의비판적인식은,맘카페를점점더이질적이고폐쇄적인곳으로여겨지게만들었다.작가는여기에서이사회속의맘카페가처한현실을묻는다.그는5부‘고립된성(城)’에서세상이왜맘카페를그토록부정적으로생각하는지,또그런시선을피해맘카페는왜더욱높고견고한성벽을쌓는악순환에빠지는지를분석한다.맘카페의고립을논하기위해,우리는먼저이사회에광범위하게퍼진‘엄마혐오’를지적하지않으면안된다.맘카페의자극적인글이악의적인편집을거쳐,혐오를분출하려는의도에서퍼지는일은이제새삼스럽지도않다.누구든가릴것없이이공간을그저돈벌이로활용하고자하는상업화의광풍과가짜맘카페의난립도심각한문제다.동시에맘카페의회원들이‘약자’라는정체성에대한과도하게몰입하고있다는점,워킹맘이든전업주부든우리사회의엄마들은여성과엄마에게요구되는다양한역할에과부하가걸린채혼란을겪고있다는점또한맘카페의고립을부채질하고있다.

그런데어쩌면맘카페뿐만아니라우리사회의모두가각자자신들만의성을찾아거기안착한뒤높은벽을쌓고있는건아닐까?모두가불안해하고,서로에대한무지를키워가고있으며,그러한무지와몰이해는곧혐오가되어버리는건아닐까?그래서정지섭은책의6부‘전면적인혐오의확산’을통해맘카페의고립과이사회의전면적인혐오에대한논의는결코떼어놓고생각할수없다고주장한다.저자는‘맘충’이라는말이이사회에서빠르게퍼진2015년부터대한민국출산율이더욱가파르게급락했다는두사실을분리해생각할수없다고지적하며,맘카페라는공간과‘맘’들을향한혐오의기원과양상을추적한다.작가는우리사회의엄마-혐오는‘경제력이단절된여성이호의호식하는것에대한혐오’와다름아니며,이는결국육아와가사노동에대한가치절하이자‘육아는물질적으로든정신적으로든대우를받을수없는일’이라는전제에서비롯되고있다고말한다.정지섭은우리에게묻는다.대한민국의인구소멸이우려되는지금,우리사회는여성들이엄마가되고빨리아이를낳아주기만을바라지만,이렇듯혐오가만연한분위기에서대체누가엄마라는정체성을선택할수있겠느냐고.이제는엄마들조차“자식을절대낳지마세요.”라고말하는세상이되었으며,엄마로서의자존감은완전히박살나버린게이사회의현실이라고.

작은신뢰와선의의힘,육아의기쁨과행복…
대한민국에서가장중요한블랙박스,맘카페

그렇다면희망은있는가?과연한국사회에서‘임신은불행한것’이고,‘육아는저주받은것’인가?모성은이기적이고몰지각한본성일뿐이며,엄마들이모인맘카페는‘갑질공동체’라는손가락질에계속시달리게될것인가?이사회의극심한혐오와저출산의쌍두마차는앞으로도악화일로를걸을것인가?정지섭은이를극복하기위한방안을탐색하며이책의마지막인7부‘행복의문’을적고있다.저자는국가차원에서‘여성에게엄마가되는행복’을소홀하게대해왔던정책적측면,출산과육아를내면의정서적기쁨과행복이란관점에서바라보는것이아니라가족공동체의‘가시적인성과’혹은‘목표달성의수단’처럼여겨왔던문화적측면,아직도‘엄마가반드시주양육자여야한다’는우리나라의고정관념과‘성장과정에서남녀가성별로분리되어자라도괜찮다’는남녀유별의시각같은의식적측면등을꼼꼼하게살피면서우리의미래를고민한다.저자는육아가남자와여자의역할로나뉘는문제처럼치부되지않기를바라며,자녀를양육하는일과가정안의정서적관계에서개인의행복을찾을수있는사회적분위기가조성되기를촉구하고있다.

정지섭은이책『맘카페라는세계』의마지막에서자신의‘새댁’시절을회고한다.출산한지50일쯤되고나서첫아이와처음외출을한날,유모차를끌고가던자신에게훈수를두며잔소리를하던할머니들이그땐정말싫었다고,내애는내가알아서키우는데생판모르는할머니들께서웬오지랖인가싶었다고말한다.그렇지만작가는몇년간아이를키우며비로소그분들의마음을이해하게되었다고고백한다.할머니들의‘작은선의의마음’은맘카페에서우리가누군가에게선의를갖는이유와도닮아있으며,서로에대한걱정의마음으로자잘한질문을지나치지않고댓글을달아주는,이웃으로서의신뢰와선의를띤모습과도닮아있기때문이다.이신뢰라는값진미덕을우리는그간너무저평가한건아니었을까?아무도엄마가되지않으려고하고,아이를낳으려고하지않는이극심한저출산의시대에,왜우리는맘카페를들여다봐야하는가?맘카페내부의역동적인움직임과맘카페바깥의사회가여길들여다보는방식에서우리는한국의어떤지점을읽어낼수있을것인가?그래서,왜지금맘카페인가?정지섭은만약결혼과출산이란선택지앞에서혼란을겪었던10년전의자신에게조언을해줄수있다면,인생에서육아가가장행복한경험이라고당당하게말할수있었을것이라고적고있다.그리고아직이공간에는힘겨운현실속에서도작가처럼육아의행복과기쁨을놓지않으려는엄마들이무수히많은것도사실이다.서로를응원하고,격려하며.작은선의를베풀며.‘맘카페라는세계’는역시우리가그냥지나쳐선안되는중요한블랙박스임이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