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 : 전진하는 김예지의 단단한 기록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 : 전진하는 김예지의 단단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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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그가 성찰하는 장애와 인권, 언어와 정치, 우리 공동체의 품격
그는 무엇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고, 오랫동안 어떤 세상을 꿈꾸어왔는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해 분투하다

여기, 자신을 둘러싼 어항을 깨고 바다로 전진하는 사람이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을 가로막는 세상과 부딪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다. 그는 무엇에 맞서 싸우고, 어떤 세상을 꿈꾸어왔는가? 그는 이 세상의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어떻게 분투해 왔는가?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는 김예지가 자신의 인생 여정을 돌아보는 내밀한 일대기이며, 지난 2020년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정치 현장을 두루 경험한 뒤 써 내려간 치열한 고백록이다.
김예지는 살아오는 내내 자신을 포위한 규정과 낙인을 꿋꿋하게 전복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겨루면서 피아노를 쳤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돌아왔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회에 들어온 후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300명 의원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숫자의 대표 법안들을 발의했다. 그는 “안내견과 함께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이라는 식의 들러리와 같은 역할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그 많은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장애인 이동권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고,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때로는 당론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예지는 천천히 나아간다. 자신의 몸을 물결에 맡기고, 어항을 벗어나서 수족관과 강물과 바다로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국민 누구나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아직도 산소가 희박한 어항 안에서 고통받고 있는 존재들을 잊지 않으며, 자신을 둘러싼 벽을 깨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언어이자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진정 이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으리란 신념을 놓지 않는다. 이와 같은 책임감과 신념이야말로 김예지가 상대방을 악마화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훼손하는 우리 정치판에서 독보적인 품격과 예의의 미덕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이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는 그러한 과정을 꾹꾹 눌러 담은 증언록이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마라톤을 완주하고, 자신을 닮아 자유롭고 고집이 센 조이와 함께 세상 곳곳을 누비면서, 때로는 모차르트와 슈만을 연주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노랫말의 동요를 흥얼거리며, 김예지는 조금씩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도 같이 나아간다. 그는 우리를 보지 못하더라도, 우린 그를 본다. 우리는 앞으로도 김예지라는 존재가 사회에 새겨놓은 그 모든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

김예지

저자:김예지

1980년에태어나국립서울맹학교를거쳐2004년숙명여대음대를졸업했다.미국존스홉킨스대피바디음악대학원에서피아노전공으로석사학위를취득했고,위스콘신대매디슨캠퍼스에서피아노연주·교수법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2015년부터유니온앙상블예술감독으로활동하며숙명여대에서피아노를가르쳤다.2019년‘올해의장애인상’을수상했고,2020년미래한국당의영입인재1호로제21대국회에진출하여현재국민의힘국회의원으로일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Ⅰ.나는,나아간다

무엇이좋은삶일까?
바다를꿈꾸는사람
식당에서쫓겨나는국회의원
배반하는법,지켜지지않는약속
산소가없는세상
부딪힘의릴레이
동그란것이좋다
‘들러리’는이렇게말한다
나는내갈길을간다
조이와함께
카메라를좋아하고,자유로운영혼을지닌
강한존재와약한존재
피아노는내게
조금씩더넓은세계로
어쩌다보니,참는인생
나의할머니
나는기억한다
‘장드립’을치는마음
‘오죽하면’이라는잔인한말
부모는신이아니다
나는달린다
내가이드러너가보내준글
얼굴에닿는바람을느끼며

Ⅱ.내몸을물결에맡기고

꿈속에서나는
삶은알수없이흘러가는것
모색의시기
대통령상을주는자리에서도
앤처럼,주디처럼
나의클라라는누구인가
어느팀에도속하지못한사람들
자긍심이중요한이유
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
스스로를조율한다는것
천진난만한슬픔
정중하고솔직한사람
없지않고,‘있는’사람들
분리와배제너머에서
학교가중요하다
세상은바뀔수있다
우리는조금씩앞으로나아간다
그들은‘아직’모르지만
진정상대가달라지기를바란다면
모든것은내안에담겨있으니
섣부른판단보단,포용적인관대함으로
손가락은사람의눈을찌른다
저열한말을쓰는이유
나는하나의언어이고,하나의계기이다

Ⅲ.정치라는예의

왜예의인가
모르는것을모른다고말하기위해선
악마화라는방아쇠
사과는힘이세다
나는왜무릎을꿇었는가
이동권이라는아픈권리
그것은왜절박한인권의문제인가
타협을위한노력
내가받은모욕의정체는무엇인가
당신들은나를바라보지않을수없을것이다
타인의삶을함부로재단하지마라
타인은‘또다른나’와같다
린치이후
나는‘좋은사람’이아니다
단독자로살아간다는것
언제나,개인이가장중요하다
나는성악설을믿는다
어떤오지랖
‘간호법’과‘가족구성권3법’에관하여
키오스크앞에서,우리는
손글씨를쓰는마음
그러면되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오랫동안억눌려온이들의목소리를법으로번역하는사람”
망망대해를꿈꾸는모든‘코이’들에게전하는단단한삶의기록

“코이라는물고기가있습니다.환경에따라성장의크기가달라진다는‘코이의법칙’으로도알려져있는데요.작은어항속에서는10cm를넘지않지만수족관에서는30cm까지,그리고강물에서는1m가넘게자라나는그런물고기입니다.아직도우리사회에는사회적약자와소수자들의기회와가능성,그리고성장을가로막는다양한어항과수족관이있습니다.이러한어항과수족관을깨고국민이기회의균등속에서재능을마음껏발휘할수있도록정부가더욱적극적으로강물이되어주시기를기대하면서저또한우리사회의소외된분들을대변하는공복으로서모든국민이당당한주권자가될수있도록최선을다하겠습니다.”
―2023년6월14일,국회대정부질문마무리발언중에서

2023년6월국회본회의장에박수소리가울려퍼졌다.진영을막론하고기립박수가쏟아진이례적인장면이었다.장애인을비롯한사회적약자와소수자들이처한상황을‘코이’라는물고기에비유한김예지의원의대정부질문마무리발언은국민에게커다란울림을주었다.그의메시지가사람들에게감동적으로가닿았던것은우리나라최초의여성시각장애인국회의원으로서성실히일해온그의행보가뒷받침되었기때문일것이다.예컨대2020년국회에입성한후2023년12월까지김예지의원은대표발의법안169건,공동발의법안1381건으로총1550건의법안을제출했다.대표발의안으로만따지면국회의원300명중의7번째로많은법안을발의한것이다.그는분명“주어진자리에부끄럽지않을”정도로최선을다해일했다.
여기,어항을깨고바다로전진하려는강인한사람의이야기가있다.자신을가로막는세상과부딪치기를주저하지않는사람.장애와비장애의경계를허물고모두가존엄한세상을꿈꾸는사람.올곧게서서소수자를위해목소리를높이는사람.첫여성시각장애인국회의원김예지다.그는무엇에맞서치열하게싸웠고,오랫동안어떤세상을꿈꾸어왔는가?『어항을깨고,바다로간다』는인간김예지가여성시각장애인으로서,정치인으로서,피아니스트로서,그리고존중받아마땅한한개인으로서살아낸단단한삶의기록이다.자신을둘러싼어항에서벗어나광활한바다를꿈꾸는이들에게이책은힘찬발차기가될것이다.

“그저내가잘할수있는일에매진했을뿐이다”
평생부딪히며살아온이의전진하는인생이야기

김예지는세상과부딪치는것을두려워하지않는다.자신의몸이무엇에부딪히는경험을평생에걸쳐해왔기때문이다.학교의시멘트벽에,친구들과뛰어놀던들판의돌부리에,가구의모서리와거리의볼라드에부딪히는일은그에게특별한경험이아니라삶의자연스러운의례다.그래서다리에퍼런멍과흉터를달고서자신을제한하는세상의벽에당당히맞선다.그는“국회안을안내견과돌아다니는경쾌하고발랄한여성시각장애인”으로남기보다소수자를위해목소리를내는정치인으로남기를택했다.안내견과동반한다는이유로많은공간에서숱하게배제되었던그는이제국회,청와대,예술의전당콘서트홀을안내견과함께누빈다.
김예지는이책의1부에서시각장애인이자피아니스트,조이,창조,찬미의반려인이자스포츠인으로서세상과부딪치며살아온삶의면면을들려준다.초등학교때피아노를배우기시작한그는대학피아노과에일반전형수석으로입학했다.그는비장애인이대다수인공간에서공부하던시절을“광활한광야에서자생을강요받듯막막한기분”이었다고표현한다.점자로옮기기위해복지관에맡긴책이나자료는학기가끝날때가되어서야받을수있었고,점자악보를구하기위해일본에메일을보낸뒤몇달을기다리기도했다.그는좌절하기보다치열하게그시절을살아냈고,훗날박사학위과정에서그경험을떠올리며3D프린터를활용한형태촉각악보를개발하기에이른다.중학생때스키장에홀로남겨져공포에떨었던기억을이겨내고크로스컨트리선수로메달을거머쥔이야기는그가어떤태도로삶을살아가는지여실히보여준다.그는‘인간승리’,‘역경의이겨낸기적’등의수식어로자신의삶이포장되는것에우려를표한다.그는그저자신이잘할수있는일에매진했을뿐이다.그가살아온삶의궤적이말해주는것은김예지는부딪힐지언정나아가기를멈추지않는사람이라는것이다.

장애인과비장애인이함께걷는세상을꿈꾸다
포용과존중의자세로그가일구어낸변화

“법은약한이들앞에서종종무력하고,자주우리를배신한다.”김예지는‘그냥싫다’는감정을앞세워벌어지는불합리한상황과차별에분노하며법에대해근본적으로의심을품기시작했다.국회에입성한후에는자신이옮기지않으면침묵에묻힐소수자의목소리를대변하기위해적극적으로노력했다.그러나그가궁극적으로꿈꾸는세상은장애인과비장애인모두가존엄한삶을살수있는세상이다.그가『어항을깨고,바다로간다』2부에서언어와정치,우리공동체의문화와교육에대해논하는이유는그때문이다.그는장애와비장애의경계를지우고모두가드넓은바다에서자유롭게헤엄치는세상을꿈꾼다.
그는엄연히‘있는’존재를‘없는’취급하는우리공동체의배타적인문화에대해고민한다.다른존재를받아들이기보다전면적으로차단하고배제하는사회분위기가모두를불행하게만들기때문일것이다.인간은불완전하고다층적인존재이고,이러한문화속에서주류와어긋나는순간누구나배척의대상이될수있다.김예지는모두가존엄하게살아가는세상을위해우리의언어와교육,문화에대한심도있는성찰과변화를촉구한다.그는장애아동과비장애아동을분리하는학교의시스템이장애인과비장애인이어우러져살아가는데걸림돌이된다고지적하고,장애에관한비속어와저열한말들이용인되는사회분위가얼마나쉽게혐오로이어지는지꼬집는다.또한상대가변화하기를바란다면포용적이고따뜻한태도로대화에임할것을강조한다.그는법도,사람도,세상도변할수있다는믿음으로기꺼이사람들에게하나의계기이자언어가되기를자처한다.그러니뻔하다하더라도우리가믿을것은다시이해와관용,존중이다.
날카로운말로서로를찌르기바쁜,‘예의’가실종된정치의세계에서올곧게선한정치인.국민을대변하는자리가지닌무게를알고자신의언어에책임감을느끼는사람.국회의원김예지를정의한다면이정도로갈음할수있을것이다.그는이태원참사앞에사과하지않는권력을대신해머리를숙였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시위현장에서시민들앞에무릎을꿇었으며,‘간호법’과‘가족구성권3법’을둘러싼쟁점에서는당론과관계없이옳다고생각하는길을걷는소신을내비쳤다.
이책『어항을깨고,바다로간다』3부에서그는장애인의이동권문제앞에‘내가만약이사람이었다면’이아니라‘내가바로그사람’이라고생각할수밖에없었다고고백한다.그는이동이보장되지않으면학교,직장,병원등일상에필요한모든곳에접근이어려워지므로이는우선순위의문제가아니라유보될수없는인권의문제라고말한다.그리고자기몸으로맞닥뜨린어려움을거듭해서설명하고,설득하고,법안을발의했다.장애인당사자이자대변인으로서그가보여준행보는장애인을비롯한사회적약자와소수자의비빌언덕이자희망이되었다.국회에더많은장애인의원이생긴다면우리사회는어떤방향으로변할까?여성,성적소수자,비정규직노동자,다문화가정국회의원이다수인국회는어떤모습일까?김예지가꿈꾸는세상에한발짝더가까워진모습이아닐까?어항을깨고,더넓은바다로전진하는그의움직임이의미깊은이유다.그의항해는우리의항해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