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18.00
Description
지금껏 공무원들의 영리해서 무능한 세계를
이토록 정확하고 날카롭게 폭로한 책은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전직 서기관의 고백

“나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10년 동안 일했고,
그 무의미한 일을 스스로 그만두었습니다.”

한국 공직사회와 공무원에 관한 폭탄과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그만둔 전직 서기관 노한동이 쓴 책이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내부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으로 정부와 관료 조직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그 조직 구성원들이 사적 이익과 생존을 위해 방패막이로 두른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심층적으로 비판한다. 무기력한 일상과 좌절, 가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으로 가득한 공직사회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파헤친다.

한강 작가가 포함되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그늘과 여파, 『구름빵』과 『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사태가 근본적인 창작자 보호 대책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윗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데 전적으로 집중된 성과평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극복하는 대책으로 만들어진 ‘조직문화 새로고침(F5)’ 같은 공무원식 말장난에 대한 비판까지…. 문체부 내외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작가의 공직 비판은 더없이 신랄하고 폭발적이다. 제도적인 영역과 문화적인 영역을 두루 조망하고,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요인들을 총괄적으로 파악한다. 정책과 예산과 인사와 법령의 문제를 세세하게 훑으면서도 공무원들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안기는 공기를 르포적으로 복원한다.

공무원들은 아주 영리하다. 그래서 아주 무능하다. 그 체계적인 무능은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무능과 무기력을 숨기는 공직사회의 관성과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작가는 거기에 질려 공무원의 삶을 때려치웠지만, 그는 여전히 그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못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선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는 우리 공직사회의 한계와 폐단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다. 노한동은 우리 사회를 앞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관료와 행정의 힘을 진정으로 믿고 있다. 그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을 그만둔 게 아니라, 그저 ‘거짓말’을 그만두었을 뿐이다

저자

노한동

저자:노한동
1987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재학중행정고등고시(5급공개경쟁채용시험)에합격해,2013년부터문화체육관광부에서출판,체육,저작권등다양한분야의정책을담당했다.2023년,서기관으로승진하자마자공무원을그만두었다.공직사회에서10년간경험하고관찰한무능과무기력,헛짓거리를사람들에게정확히알리고싶었기때문이다.
‘경계인’으로서의자의식이있다.서울에서도학구열로는둘째가라면서러울목동의학원가에서학창시절내내공부했지만,정작한번도‘목동아파트’에살거나목동에있는학교에다닌적은없었던경험이그뿌리다.경계안에아슬하게속해있으면서도내밀한중심엔포함되지않았다는자각은,공직사회에10년간몸담으면서도그문화에완전히동화되지않고객관적인관찰자의시선을유지할수있는토대가되었다.
앞으로도여건이허락하는한글을쓰고싶다.머리에서생각한허구의세계가아니라몸으로겪은사실적인세계를기록하고자한다.현실을직시하되냉소에빠지지않고,비판하되더나은가능성을상상하며사회의중심과경계를넘나드는삶의이야기를쓰고싶다.경험과용기가쌓여더깊고넓은글을쓸수있기를희망한다.

목차


프롤로그공적냉소와사적정열이지배하는사회

1부공직사회라는이상한세계

1장차원이다른삶
2장나는운이좋았지
3장무난한사람
4장보고서에정답은없다
5장점심의정치학
6장말과(末課)의설움
7장온콜(on-call)

2부영리해서무능한관료

8장나는옳고,너는따라야한다
9장목소리를잃은인어공주
10장예산의비밀
11장우문현답
12장호치키스를잘찍어야출세하지만
13장파킨슨의법칙
14장관료의기술

3부실패의이유

15장케이와K사이
16장런닝맨과올블랑
17장호날두와선동열
18장악을모두해소해도남는문제
19장우리사회는책의비문을쓰고있다
20장창작자가우선이라는거짓말

4부새로운항로를찾아

21장무엇을바꾸고무엇을남길것인가
22장모두가Z자형으로순환할필요는없다
23장당장이라도가능한
24장주피터냐,헤라클레스냐
25장무엇이문제인지정확하게정의해야한다
26장관료의쓸모

에필로그우리는모두서해대교를건너고있다

출판사 서평

무능한일상과좌절,가짜노동과쓸데없는규칙,
구조적비효율과책임회피의메커니즘으로가득한공직사회

냉소와체념이넘치는이공간으로,
지금여러분을초대합니다.

“공직사회는역설로가득찬곳이다.복잡한현실을5분만에읽을수있는한장의보고서로이해하려하고,현장과갈수록멀어지면서도술자리에서는‘우문현답’(우리의문제는현장에답이있다)을외친다.입만열면‘적극행정’을해야한다고말하면서그저‘존버’를잘한순서대로승진시키고,국민의공복을자처하지만그누구보다권력자에게약하고국민에게강하다.1급공무원은‘관료사회의꽃’으로불리지만정작별역할은없는‘파킨슨의법칙’의산물이고,공무원은헌법에의해신분과정치적중립성이보장되지만그어느조직보다정권과여론에휩쓸린채중심을잡지못한다.정부세종청사의외형은수평과연결의이상을담고있지만정작내부의구조는직원간의토론과소통에무감한큐비클(cubicle)로가득하고,예산은‘국민의혈세’라떠받들면서도예산규모를전년도보다늘리기만하면사업의성과와관계없이칭찬받는다.관료는진짜문제를해결할의지를기르기보다는공직사회의역설에적응한‘영리한무능’을익히는데탁월하다.요컨대,공직사회는실제로는아무것도하지않으면서항상바쁘기만하다.”(본문8페이지)

『나라를위해서일한다는거짓말』을쓴저자노한동이책의프롤로그에적어둔대목이다.이글을읽고무슨생각이드는가?공직사회를향한지나치게편향된감정과시각으로쓰였다고느껴지는가?그런인상을받을수도있다.저기서일하는공무원들이다바보는아닐텐데,너무극단적이고박하기만한평가라고생각하는가?일리있는의문일것이다.혹은저묘사가연600조원을굴리는선진대한민국정부를너무얕보고무시한다는생각이드는가?충분히,그렇게생각할수있다.이책은분명도발적이다.한국공직사회는왜그토록무능하고무기력해졌는지를분석하는저자의펜대는잘벼려진검처럼날카롭다.그러나힘주어칼을휘두르는일엔많은이의이목이쏠릴수밖에없다.그를꼬나보고의심하는이들이많아지는건당연하다.

아무리그안에서10년을일했다고한들저자의공직사회비판이무조건옳을리는없다.동시에독자들은그간이책과비슷한책을본적이없었다는점에도자연스레주목할것이다.여태껏노한동처럼자신이머무르던관료사회의폐단을집요하게,전면적으로폭로한실무공직자가한명도없었던사실또한떠올릴것이다.그럼그렇지.저자가신중하지못했다.그는대체무슨자신감,오만함으로이런책을썼단말인가?그의폭로엔대체무슨꿍꿍이가있단말인가?어쩔수없이이런의심이들고있다면,이책을본격적으로펴들기전에다음과같은사실들을되짚어보자.

공무원의절반은이직을희망하고,공시경쟁률도한창때의절반이하로떨어지며역대최저치를갈아치우고있다.공무원일반퇴직현황에따르면지난5년간5년차미만퇴사자는2배이상늘었고,5~7년차퇴사자수는3배이상증가했다.국민중정부를신뢰한다는비율은21.3%에불과하며,공무원의직무만족인식이역시지속적으로하락하고있다는건말할것도없다.스위스의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국가경쟁력평가에따르면2024년한국은조사대상67개국중20위를기록했고,정부효율성은39위를기록했다.정부가민간의발전을견인하기는커녕오히려방해만하는꼴이라는이격차는몇년째더욱뚜렷해지고있다.

아직끝나지않았다.과거‘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사건때노벨상을수상한한강작가의작품을지원사업에서배제했던건널리알려진사실이다.이젠정무직고위공무원들만그에대한처벌을받는것도아니다.최근엔정권의부당한지시를수행한실무공무원들이형사처벌등법적책임을지는일이점점더늘어나는중이다.지난몇년간공무원의임금상승률은물가상승률에도미치지못했고,물가를고려한실질임금은오히려줄어들었다.민간대비공무원의보수수준은2004년95.9%로정점을찍은이후하락해2023년83.1%로역대최저치를찍었다.9급1호봉공무원의기본급이최저임금에도미치지못한다.

“왜모두공무원만되면똑똑함과탁월함을잃는가”
한국공직사회가직면한현실을철저하게기록하다

“그동안아무도공직사회를있는그대로묘사하지않았다는점도내게이사회를명확하게설명할의무감과책임감을불러일으켰다.공직사회는공무원수로만따져도110만명이넘는거대한사회이다.공무원과함께정책을집행하는공공기관임직원도40만명이넘는다.단순히숫자만큰것이아니다.정부는세금을그재원으로하여법에서부여한권한을행사하고사회의규칙을제정하기때문에,우리사회에가장큰영향을미치는조직중하나다.우리가공직사회를확실하게알아야하는당위를열거하자면끝이없다.따라서내가경험한지난10년간의사적인에피소드는2020년대현재공직사회가처한현실을정확하게이해하기위한공적인기록이기도하다.어떤의미에선진정으로사회에이바지하는‘차원이다른삶’은나의실패담을기록하는이책에서비로소시작하는건지도모른다.”(본문24~25페이지)

중요한사실은이것이다.저자가이책에서주장하는바가모두옳은것은아닐지라도,분명우리공직사회에는엄청난역설이존재한다.지금까진아무도그안의세계를진지하게들여다보려하지않았지만공직사회에는그안팎의사람들을체념하고냉소하게만드는헛짓거리와거대한무능이가득하다.2010년대이후진짜필요한일이아닌헛짓거리에자신의인생을갈아넣으며느끼는공무원들의자괴감은서서히임계치에다다르고있다.지난몇년간젊은공무원들의‘공직탈출러시’에관한기사들이쉼없이쏟아지는중이며,‘공무원탈출은지능순’이라는흉한말이유행한지도한참이나되었다.악성민원에시달린채스스로목숨을끊는공무원들의뉴스는그리드물지않게미디어에서만나볼수있다.

노한동은최근공직사회가겪고있는붕괴현상이단순히처우의문제가아니라고강조한다.공무원의월급을올린다고해서공직사회의체계적무능은해결되지않는다.진정한문제는‘나라를위해서일한다’라는그럴듯한말로무능과무기력을숨기는공직사회의관성에있다.그리고여기에서노한동의가장첨예한문제의식이등장한다.공직사회내부의구성원들은이런구조를앞장서서개혁하기보단나름의이익과생존을위해그것을활용하고강화하는편을택했다는게그것이다.공무원들은,특히그안에서오랫동안영리하게생존에성공한고위직공무원들은,결코비효율적이고공통의철학이부재한구조의피해자가아니다.“나는관료가공직사회라는이상한세계에갇힌피해자가아니라그세계를영리하게활용하며무능을공고히하는주범(主犯)에가깝다고생각한다.”(86페이지)이게바로저자가공직사회의무능한시스템이길러내는관료에대해서그토록엄격한이유다.

독자들은아직도저자의부정적인시각에동의하지않을수있다.여전히저자의시각이관료와정부에대해지나치게악의적이라고생각될수도있다.그럼에도여기까지읽고저자의선명한메시지에관심이생겼다면,일단이책의본문을꼼꼼하게읽어보라.이책은그야말로대한민국관료사회가지닌병폐에관한종합적인분석서라고할수있다.자신이초임사무관시절직접그실행에가담했을뻔한‘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사건을포함해서,문체부내외를입체적으로넘나드는작가의공직비판은더없이신랄하고폭발적이다.제도적인영역과문화적인영역을두루조망하고,미시적이고거시적인요인들을총괄적으로파악한다.정책과예산과인사와법령의문제를세세하게훑으면서도공무원들에게무력감과좌절감을안기는공기를르포적으로복원한다.책을읽으면서임도빈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가왜“똑똑했던사람이공무원이되면탁월함을잃는이유가궁금한사람들에게꼭권하고싶은책”이라고평했는지를공감하기란어려운일이아닐것이다.

공직사회의모든구성원을괴롭게만드는‘거짓말’의정체
행정의힘과가치,정부의유능함을되찾기위한이한권의책

“공직사회는일을못한다.관료가게을러서도,철밥통이어서도아니다.그저쓸데없는일이너무많아서다.다시한번강조하지만,공직사회의무능과무기력은공무원이일을안해서가아니라쓸데없는일이너무많아서생긴다.겉보기에정교해보이는공직사회는실상가짜노동과쓸데없는규칙으로가득차있어본질적인업무를왜곡하고무기력을양산한다.우리는그동안무능의본질을외면한채,관료가실질적인일을할수없게만드는구조적인비효율과책임회피의메커니즘을그대로방치했다.이제는결단이필요하다.불필요한일을걷어내고,관료가본래의역할과책임을다할수있는환경을만들어야한다.진정한개혁은‘나라를위해서일한다는거짓말’을꿰뚫어볼때비로소가능하다.관료의쓸모를증명하기위해서는지금이라도공직사회의자기방어적인거짓말을들춰내야한다.나는공직사회에서나라를위해일하는데실패했지만,나의실패를딛고누군가는성공담을펼칠수있어야한다.”(본문274페이지)

2013년부터문화체육관광부에서출판,체육,저작권등다양한분야의정책을담당했던저자노한동은2023년,서기관으로승진하자마자공무원을그만두었다.그는공직사회에서10년간경험하고관찰한무능과무기력,헛짓거리를사람들에게정확히알리고싶었다는것을자신의퇴직사유라밝힌다.그렇지만그런저자라고해서왜일말의주저와두려움이없었을까.그는이책을쓰면서인생의선배를자처하는사람들에게‘먹던우물에침뱉지말라’는조언을들었다고고백한다.공개적으로공직사회를비판하는것이과연경제적으로합리적인행동일것인가에대해서고민이든것도솔직한마음이었다고한다.

그런데도노한동은대체왜이러한작업에착수했던것인가?또그는왜허먼멜빌의그유명한캐릭터,필경사바틀비를인용하면서현대사무직노동자의저항을스스로실천하려했던것인가?왜그는무기력한가짜노동에환멸을느끼고영혼없이일하는일을거부했는가?『나라를위해서일한다는거짓말』을읽은독자들은공감하겠지만,작가는자신이헛짓거리에질려그만둔대한민국관료조직에대한깊은애정을여전히숨기지못한다.그는우리사회의미래를위하여정부의유능함이얼마나중요하고결정적인변수인지를확신하고있다.그래서그는공무원한사람한사람이‘영혼이없는것이아니라영혼이없는척을해야살아남는’그기괴한공직사회를그토록철저하게파헤쳤던것이다.즉,공무원개개인의유능함과선의,그들이우리사회를위해서기여할수있는바가크다는것을잘알고있기에그들의영혼을무기력하게만드는관료사회내부를그토록강력하게비판했던것이다.

대통령은5년이면바뀌고정무직장·차관은1~2년이면바뀌지만,일반직공무원은30년이상한분야에서근무한다.우리나라의헌법은공무원이공공의이익을위하여신분에대한불안없이안심하고맡은업무를수행하도록신분을보장한다.관료들은아무런문제를해결하지않고도그저세월을버티기만해도정해진승진과적당한명예가뒤따라온다는사실을잘알고있다.노한동은그길을선택하지않았지만,그것은노한동이특별한사람이어서그랬던것이아니다.저자는자신이지극히평균적이고일반적인사람이라고강조한다.

어쩌면,그는그저조금더일관된사람이되고싶었을지도모른다.그는단지자신의‘두얼굴’이싫었을지도모른다.평소엔공익의수호자를자처하며법과제도가준권한로어떤일이든할수있다는‘갑’의얼굴을하다가도진짜일해야하는때가오면정권,국회,여론의뒤에숨어아무런판단도하지않는‘을’의얼굴을하는조직내부의분위기,또스스로가불편했을지도모른다.그는누구나겪을수밖에없는사회생활과‘먹고사니즘’의거짓말이조금은불편했던평범한사람이었다.그리고그거짓말은지금그안의모두를무기력의늪으로몰아가며공직사회전반을뿌리째뒤흔들고있다.노한동은대한민국의더나은내일을위해선100만명이넘는사람들이일하는우리공직사회의한계와폐단에대한정확한비판이필요하다는신념으로이책을썼다.그는우리사회를앞을향해나아가게만드는관료와행정의힘을진정으로믿고있다.그러니이렇게말해두자.그는‘나라를위해일하는것’을그만둔게아니라,그저‘거짓말’을그만두었을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