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돌보지않는죽음의마지막목격자,
그가우리를향해말해주는죽음과장례의의미
“나는산자가아닌죽은자를위해서일한다”
아무도코로나19사망자의시신을수습하려하지않을때,누구보다먼저병원으로달려가서죽은사람의곁을지키던한사람이있다.누가시키지도않았는데,자기가앞장서서700여명의무연고고독사사망자,기초수급자사망자의장례를대신치러준사람이있다.이세상에서‘외롭고쓸쓸하게죽는사람’은단한명도없길바라는마음으로힘겹게살다죽은자의마지막을지키고,그들의임종을목격했던사람이있다.
그의이름은강봉희이고,그의직업은장례지도사다.과거에는‘염장이’라불렸던그일을하는사람이다.그는고인의육신을깨끗하게닦아드리고,가지런히정돈된시신에수의를입힌후염포로묶어입관을준비한다.또영안실과장례식장부터화장이나매장하는곳까지유족들과함께하면서장례를전체적으로주관한다.한사람이숨을거둔뒤에도,그가흙으로돌아가기전까지는아직죽은이를위해서할일이남아있기때문이다.
『나는죽음을돌보는사람입니다』의저자강봉희는어디서돈이나무엇을받고이일을하는것이아니다.그는그저자기가좋아서한다.함께대구가톨릭대평생교육원의장례지도학과를수료했던후배들의도움을받아,어떤물질적인보상도없이이일을계속해왔다.그런덕에그는아무연고도없이외롭게죽음을맞이한사람들,돈이없어유족들도장례를꺼리는사람들의마지막을지킬수있었다.아무리가진게없고주위의관심을받지못했던분일지라도죽은뒤에이사회의짐이되지않기를바라며,누구든돌아가셨을때기본은해드리자는마음을갖고서.
20여년전저승의문턱에다녀온뒤,
장례지도사의일을하기로결심하며
그가이일을해온지어느덧17년이넘는시간이흘렀다.『나는죽음을돌보는사람입니다』는바로그토록특이한이력을갖고있는저자강봉희가그동안죽은이들을위해일하면서느끼고생각했던모든것들이담겨있다.영안실에서,또현장에서시신을만나는게자연스러운삶을살아가는그는산자와죽은자들에관해서어떤생각을갖고있을까?그는시신을만지면서우리에게무슨이야기를들려주고싶어할까?그가생각하는인간다운삶,인간다운죽음은무엇일까?
책의저자강봉희가장례지도사의일을시작하게된계기도평범하진않다.그는1996년사십대중반의나이에방광암에걸려병원에서시한부삼개월을선고받았다.그로부터몇년간투병과재발을반복하는고통스러운과정끝에,저자는자신의만약살아서병원밖을걸어나간다면정말로인간답게살아보겠노라고마음먹는다.돈때문에전전긍긍하지않고,남과다투지않고,다만자기가좋아하는것만하며살아가겠노라고.
그때저자의눈에들어온것은병실의창문너머로보이는장례식장이었다.매일처럼시신이오가는장례식장앞의풍경을바라보며,그는죽은사람을위한봉사를해야겠다고결심한다.죽은사람의몸,시체에는누구도손을안대고싶은게인지상정이다.하지만누군가는저기서저일을하고있다.세상사람들이가장꺼리는일이지만,누군가는해야마땅한일이고,이세상에서가장필요하고도존엄한일이다.그는암에서완쾌된뒤장례지도사가된다.강봉희는그게죽을병으로몇년동안죽네사네하다가간신히살아돌아온자신이누군가를위해베풀수있는유일한일인것같았다고고백한다.
고독사에관한그의전언,그리고
코로나란비극에서인간의죽음을생각하다
그랬던그가가장마음아파하며신경을쓰고있는건무연고고독사의시신이다.이땅위에연고가없는사람이어디있겠느냐만,누군가의연고자혹은주위이웃이외면하고방치하는죽음이급격히늘어나는것이안타까운현실이다.2021년한해에만고독사로생을마감한사망자가삼천명이넘을것이라는소식이들려오고있다.그가수습하는고독사시신의숫자도점점늘어나고있으며,그래서지난몇년간많은언론과방송에서그에게고독사문제에관하여여러의견을구한바있다.
그렇지만그는누군가가고독하게죽었다며호들갑을떨지말라고,우리사회를향해목소리를높인다.사망후몇달지난뒤발견되었다고거기카메라를들이대지도말라고비판한다.살아있었을때부터관심도못받고잊혀버린사람이고독하게죽었다고사회적으로떠들썩하게구는것은,삶과죽음을뚝떼어놓고다른선으로바라보는일과다르지않기때문이다.우린그가살아있을때그를잊지않을수있었고,홀로죽지않게그를돌볼수있었다.일이벌어진후기사를쓰거나이론을줄줄읊기보단행동부터하라고,주위에그런분들이계시는것같다면연락이나자주하라고,찾아뵙기나좀하라는것이그의전언이다.
2020년코로나19바이러스로죽은사망자들의시신을가장먼저수습했던일또한우리사회가그를주목하게했다.코로나가대구에번지던2020년2월,감염에대한공포로어느장례식장에서도코로나사망자들의시신에손을대지않으려하던그때그는대구시청의간절한부탁을받고병원으로달려간다.삼일장(三日葬)은커녕죽은시신을가족이마지막으로보지도못하는죽음의현장을접하며,그는자기예순여덟평생에그러한비극은처음이었다고털어놓는다.그리고그경험은인간이죽음을대하는법,인간과장례의의미에관해서그뿌리부터다시생각하게하며,사람은그렇게죽어서는안된다는다짐을되새기게했다고밝힌다.
‘삶과죽음은결코떨어져있는것이아니다’
죽음의곁에서길어올린따뜻한성찰들
이책『나는죽음을돌보는사람입니다』에는고독사문제와코로나시신의수습뿐만아니라,죽음과장례에관한모든과정과그에대한성찰이구체적이고꼼꼼하게기술되어있다.저자가염습대위에서시신을정결하게돌보고사후경직된시신의몸을풀어드리는과정,돌아가신분들이자기몸에남긴흔적들의이야기,고인들에게입혀드리는수의(壽衣)에관한이야기,고인의몸을장례식장에서화장장으로옮기며그가생각했던것들,우리는모두아기의얼굴로,아기의표정을하고죽는다는것,죽은이들의유족을찾고,그유족들의이야기를듣고,망자(亡者)를향한슬픔혹은원한을풀어드리는일등등….
무엇보다도그는삶과죽음을끊어놓는우리문화를비판적으로바라본다.죽음을천대하는우리조상들의역사는결코짧은것이아니었다.과거에백정이염(殮)을했고,죽음을다루는업은우리사회에서가장천한직업이었다.죽은이들의산소를저먼동네의산꼭대기에마련해두고,귀신이산사람에게오지못하게시신을꽁꽁싸매두었던것도같은맥락이다.모두죽음을안좋은것,피해야할것,마치하나의금기처럼생각했기때문이다.
그렇지만이제는달라져야한다.화장장이나납골당이시내한가운데에있는일본이나주요도시의한복판에공동묘지가조성된미국처럼,우리도죽음을삶과떨어뜨려놓고생각하는이문화를점점더없애나가야한다.우리조상들이딱끊어놓은생졸(生卒)이지만,이제부터라도붙이면된다.저자는그둘이같이가야모두가편해질것이라고확신한다면서자신이생각하는죽음과삶의이야기들을따뜻하게풀어놓는다.젊은장례지도사에게들려주는이야기,장례식장에절대로휘둘리지않는방법들,그리고명당에관해서,가족에관해서,유족과상속에관해서,핏줄에관해서,제사와공동체에관해서,국경없는죽음에관해서,그리고우리사회에서사라져버린어른의역할에관해서….그가20년가까운시간동안죽음의곁에서길어올린여러단상들이『나는죽음을돌보는사람입니다』의원고전체를관통하고있다.
장례는결국산사람들의놀음일지라도
죽은이들에게우리가갖춰야할예의가있다면
저자는스스로를죽음을돌보는사람이라고말한다.죽은몸을돌보는일은엄숙하고도복된노동이다.그것은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문명의기초이며,저자는자신이정성껏염습해드린시신을그와사랑을나눈유족들이마지막으로만나는것만큼보람된일은없다고말한다.장례지도사는한사람의죽음을주관하는업을하며,그들이죽은자와산자에게예를갖춘다면자신의가족을떠나보내는유족들을정말로깊이위로할수있다.
그렇지만아무도곁을지키지않는죽음이더라도,누군가는그한많은생의마지막목격자가되어드리는게강봉희가생각하는이세계의마땅한도리다.장례식장에서행해지는모든것은다산사람들의뜻이다.장례는결국산사람의슬픈축제이며다같이부르는만가(挽歌)와도같다.죽은사람은이미죽는그순간부터아무것도모른다.다만살아있을때와죽는그순간까지어떤돌봄도받지못한이들을최소한이나마인간답게모시는일은,산사람들의놀음이전에한사회의의무이자우리자신의의무라고보는게맞을것이라고저자는말한다.
한쓸쓸한죽음을마지막으로외롭지않게지켜드리는일.저자는그일에서조그마한자부심을느낄때가있었다고말한다.아무리돈이없고가진게없더라도,누군가의애도가없는죽음이더라도,장례는결국산사람들의위안에그친다고하더라도,죽은이들에게우리가갖춰야할어떤예우가있을지도모른다.저자는그것이있다고믿고있다.장례지도사는바로그것을지키기위한일을하는사람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