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 (김성호 시집)

로로 (김성호 시집)

$12.00
Description
써내야만 하는 운명을 짊어진 한 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김성호의 첫 시집 『로로』. 등단 7년 만에 내놓은 이 결과물은 그동안 자신만의 예민한 감각으로 쌓아 올린 김성호 시인의 시세계를 처음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시집이다. 이 책에는 세계일보 등단작 「로로」를 비롯하여 『현대문학』, 『현대시』, 『문학동네』 등 다양한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과 미발표 작품 60편이 담겨 있다.
저자

김성호

시인 김성호는 198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201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목차

가만히 앉아
검은 액체
격노하는 심장의 푸른 널을
고양이 이름은 호박이
고요하다
그건 그건
나는 갈 수 있다
나는 말해본다
나는 이것이 싫고 저것이 싫고 그것이 싫다
나머지의 나를 위하여
나무는 시끄럽다
나의 색채는
난 아름답지 않아
남아 있다
내가 사랑한 너
너를 벌하고 용서치 마라
답장
로로
로로
로로
로로
로로
로로와 의자
로로와 해
몸짓
문장
문장을 쓰게 되면
비 오는 날의 달팽이
비가 온다
사이토우 마리코
산책
살아본 몸에 가면 된다
시를 걸어간다
시에 대한 일
시큼한 밀기울
쓸쓸하면 흰 풀을 집어
아무렇지 않다
어둠 속
언급되고 있다
언어 창문
언어는
열망
우리 집에
은유에 오르다
있는 날개
작렬하다
잔을 높이
집을 나가지 않고
차단은 막혀 있다
초록물고기
탁 하고
하나
하얗다
한 문장을 쓰련다
합쳐짐
해로움이 강요하는 몰두의 다른 부드러움
호박이는 몇 번째 줄 어디에 몇 번 나왔을까
혹은 바람
화장실에 간 일
휴일에 쓰는 시

출판사 서평

내면을 언어로 투시하는 힘

너는 알까? 로로, 우리 모두는 네 내면과 살았다.
나는 그곳에서 눈에 띄지 않는 한 형상이었다.
우린 오래도록 있어도 고요한 줄 몰랐지.
-「로로」

“김성호는 확보된 관념이나 느낌, 사실의 서술로 시를 삼지 않고, 참 자체가
스스로 드러나는 언어적 형식으로 시가 기능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안이 비어 있는 비인칭의 이름 ‘로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마음과 언어의
섬세한 탄주에 귀를 기울이면, 윤곽이 모호한 듯하나 매우 진실하고 예민한
한 벌의 심미적 긴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정희, 김사인 시인의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에서

김성호 시인의 첫 시집 『로로』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15년 당시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주로 ‘상처’와 ‘치유’를 바탕으로 시적 의미를 구현해냈다면, 시인의 등단작 「로로」는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화두로 작품을 기호화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써내야만 하는 운명을 짊어진 한 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김성호의 첫 시집 『로로』. 등단 7년 만에 내놓은 이 결과물은 그동안 자신만의 예민한 감각으로 쌓아 올린 김성호 시인의 시세계를 처음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시집이다. 이 책에는 세계일보 등단작 「로로」를 비롯하여 『현대문학』, 『현대시』, 『문학동네』 등 다양한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과 미발표 작품 60편이 담겨 있다.


젊은 시인의 ‘시에 대한 일’

노트는 곡선이고
고양이 수염은 흰 선이다
시집은 파란색이다
나는 바다를 마실 것인가
파란 술을 마실 것인가
어느 붉은 빛깔은 그대로 붉다
오늘은 목요일 그림자
잠자는 소음은 없다
-「하나」

“김성호의 시는 전체적으로는 한 호흡으로 감싸 안으며, 미끄러지는 리듬이 있다. 미끄러짐 사이로, 가볍게 끊어진다. 가벼운 단절로 툭, 툭, 끊어지는 시어들이 튀어나올 때, 느닷없이 아름답다. …그 언어가 반짝이도록, 그 소리가 들리게 하는 것, 로로, 그대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다시 너를 잊어’버리는 것. 그러하기에 로로는 시를 쓰게 하는 수호신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된다.”
-문학평론가 금은돌, 『2015 젊은시』 평설에서

등단작 「로로」에서 짐작할 수 있었듯이 이후로도 시인은 ‘시 쓰기에 대한 시’에 천착해왔다. 이는 특히 이 시집에 수록된 「문장」, 「열망」 같은 호흡이 긴 장시에서 두드러진다.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 없는 ‘읽기’는 단어들이 하나둘 모여 마치 걷고 뛰기를 반복하다 곧 다양한 리듬이 된다. 이 리듬은 시가 끝나도 쉽게 멈추지 않는다. ‘쓰기’의 극점에 도달한 독자들은 숨 막힐 듯한 시 쓰기의 괴로움에 시달린 뒤 찾아오는 개운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로로』에는 시인의 등단 전후인 2013년에서 2019년까지 모인 시들이 묶여 있다. 총 7편으로 이루어진 「로로」 연작에서는 시시각각 변모하는 로로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미행의 첫 국내 문학, 열 번째 책.

시에 대한 일을 하는 시에 대한 일을 하는 시에 대한 일을 하는 나는 시에 대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시에 대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시에 대한 일」

행동을 갖고 의미를 갖는다. 행동을 갖고 의미를 갖고 위기를 맞이한다. 시큼한 밀기울이 나타난다. 시큼한 밀기울이 나타나고 시큼한 밀기울이 사라진다. 시큼한 밀기울이 펼쳐진다. 그곳은 미지의 새로운 생애를 원하고 있다.
-「시큼한 밀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