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낯선소설의경험
나라들이사라졌고아메리카가사라졌다.아름다워지거나부자가될가능성이사라졌고가족이사라졌다.―「리옴빠」
당신의홍채를나에게주고내사랑을가져가요.―「사랑」
상황은이렇다.대학생이자전거를갖고있었는데내가그걸망가뜨렸다.이렇게강화할수도있다.대학생에게아내가있었는데내가그녀의눈을파냈다.―「체인」
유리올레샤(ЮрийK.Олеша,1899-1960)는우리에게는잘알려지지않은작가이다.하지만그는바실리칸딘스키,안나아흐마토바등과함께오데사에서활동했던주요예술가로손꼽히는우크라이나,러시아문학의전설이다.10대때오데사문학그룹‘녹색등’에서활동한그는풍자기사를써서인기를끌당시첫시집을출간한뒤로극작,번역,영화시나리오등다방면의글쓰기를보여주었고주무대는소설이었다.
유리올레샤의대표작에는「질투」와『세뚱보』가있다.소설「질투」는끝없이이어지는장광설을기반으로새로운질서속에서구세계가치의공존을모색하는대립과비극을그리고있으며,동화『세뚱보』는악한지배자세뚱보에맞서는모험담을통해자유,사랑,생명에대해이야기한다.특히『세뚱보』는지금까지도영화,발레,오페라,만화등다양한장르로변주되는우크라이나,러시아아동문학의고전으로남아있다.
원어번역으로국내에처음소개되는유리올레샤단편집『리옴빠』는그의모든단편소설이수록되었다.첫작품「리옴빠」(1927)부터마지막작품「친구들」(1949)에이르기까지20년이넘는시간에걸친단편26편이이제껏보지못한우크라이나,러시아소설의낯선기운으로독자를맞는다.특히「질투」와함께,그에게작가적명성을가져다준「사랑」,「버찌씨」,「알데바란」등의대표작품들을이단편집을통해비로소만나볼수있게되었다.미국,일본등여러다른국가에서는오래전에소개되었지만국내에는소문으로만알려졌던작품들이다.
‘메타포의왕’,‘문체의거장’의눈부신귀환
사실유리올레샤는뛰어난작품성에앞서스탈린시대에탄압받았던삶이더부각되는작가이다.대표작이자그에게‘문체의거장’이란칭호를달아준소설「질투」,지금까지도그의가장유명한동화작품『세뚱보』를세상에내놓은1920년대후반은그가작가로서날개를단시기였다.이십대의신인작가는단몇작품으로거장의반열에성큼다가서게된것이다.『리옴빠』에실린뛰어난단편들또한이시기전후에씌어진다.하지만이시기는스탈린주의가팽배해지던때이기도했다.올레샤역시이흐름에서예외일수는없었다.그는사실상작가로서의침묵을강요받게된다.1920년대-30년대초창작의정점에다다랐던올레샤에게서,스탈린이사망하고해빙기가도래해야만깨질수있었던긴침묵의시간은20여년간이나그의문학세계한가운데에가로놓이게된다.
그럼에도『리옴빠』에실린단편들은「질투」에서제시된미학적주제들을충실히확대,탐구해나간다.이는무엇보다‘올레샤적’이다.무구함을넘어유아적이기까지한그의소설적토로는“나의아버지는세무서관리인데몰락한귀족출신으로도박꾼이다”라는유년기의자전적목소리를간직하면서“내가자연을다루는엔지니어가될수없다면인간의재료를다루는엔지니어가될수있다”(「인간의재료」)라는꿈에대한연설로이어진다.이것은그의문학적특징으로통용되는시각적인주제에이르러“보이지않는나라를보이게할수는없는걸까요?”(「버찌씨」)라는질문으로,모든것을처음으로바라보는이상한현실감위에자신의신념이낳은감각들을쌓아나간다.이러한창조적인감각은앞선미학적투쟁지였던「질투」의맥을잇는것은물론그의문학전반에걸친가치관이기도하다.한편그는“나는작가가되는것이얼마나힘든일인지그에게이야기한다.드높은열망과고통스러운당혹감에대해서”(「길동무잔드의비밀기록에서」)들려주는데,이제우리는이말을‘어떻게쓰고,어떻게살아야하는가’로고쳐물을수있을것이다.시대와문학에서내몰렸던한작가의소산은이처럼남다른상상력으로,생경하지만고유한문체와예리한심리학적분석의광채로다시금우리에게도착하는‘별의귀환’일테니말이다.
책끝에는작가연보와우크라이나,러시아문학에서그의단편이갖는의의를짚어보는옮긴이의말이함께실렸다.원어번역으로국내처음소개되는유리올레샤단편집『리옴빠』.문학전문출판사미행의세번째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