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화절 (가타야마 히로코 에세이)

등화절 (가타야마 히로코 에세이)

$20.00
Description
일본 수필 문학의 진수 『등화절(燈火節)』 첫 완역

2차세계대전 전후 시인, 수필가, 아일랜드 문학 번역가,
주부로 살았던 한 여성의 일상다반사

70대에 이른 저자의 투명한 눈으로 포착해낸
내 인생 가장 빛나는 보통의 순간들


여성이 사회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19세기 말 일본에서 태어나 시를 쓰고, 아일랜드 문학을 번역하며 살다가 결혼 뒤 거의 평생을 주부로 살았던 가타야마 히로코(片山廣子, 1878-1957). ‘아쿠타가와의 마지막 연인’이라 불리며 일본의 대문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재능을 존경하고 흠모했던 가타야마 히로코가 70대에 발표한 수필집 『등화절(燈火節)』이 처음 완역되어 소개된다. 1954년 제3회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 수상작인 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일상적인 소재에서 발견한 삶의 이치를 담담한 문장에 담아내며 수필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만년에 이른 작가의 투명한 눈으로 포착해낸 일상 속 보통의 순간들이 한 컷씩 펼쳐진다. 한국어판에는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어 왔던 『등화절』 속 모든 수필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가타야마 히로코가 젊은 시절에 쓴 초기 수필 8편까지 함께 수록했다.
저자

가타야마히로코

가타야마히로코(片山廣子,1878-1957)는도쿄에서외교관의딸로출생했다.상류계층에서성장하며익힌서양적기품과교양을바탕으로시인,수필가,번역가로활동했다.미션스쿨인도요에이와여학원을다니며영어와서양문화를배우고,졸업후에는시인이자국문학자인사사키노부쓰나에게사사했다.시가집으로『물총새』『들에살며』가있다.마쓰무라미네코라는필명으로싱,예이츠등의아일랜드문학을번역하여일본에아일랜드문학을소개하는선구자적역할을하며쓰보우치쇼요,모리오가이로부터높은평가를받았다.노년에집필한수필집『등화절』은제3회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수상했다.가타야마히로코는당대의뛰어난문인들과문학적으로정서적으로깊게교류했으며,호리다쓰오의소설『성가족』의모델이자,아쿠타가와류노스케가죽기전마지막으로흠모했던여인으로알려져있다.

목차

세밑

검은고양이
오월과유월
새의사랑
우리집사당신
태어난집
학교를졸업했을무렵
세밑
새해

등화절

어느나라의달력
계절이바뀔때마다
등화절
대추나무세그루
하마다야마이야기
장미꽃다섯송이
새끼고양이‘호순이’
돼지고기,복숭아,사과
도호쿠東北의집
오래된전설
큰뱀작은뱀
으름덩굴
연못을파다
어린이의글
커피5천엔
혼수
애런섬
성미카엘축일의성자
박쥐의역사
지산겸地山謙
몸에익은것
도보
두명의여류시인
새끼고양이이야기
화장실
가난한날기념일
4월의유혹
과거가된아일랜드문학
꽃집창문
불타는열차
네도시
예이츠의희곡「왕의문지방」
아가씨
소매치기와도둑들
L씨살인사건
가지밭
사과의노래
그밖의여러가지
매의우물
예수와베드로
단자쿠손님
목욕
군것질
빨강과분홍의세계
건살구
기쿠치씨와의추억
가루이자와의여름과가을
북극성

후기
발표지면
옮긴이의말
편집후기

출판사 서평

국내첫완역되는‘등화절’

“손님이오면과일통조림을열때도있었는데,대개는복숭아를얇게썰어설탕을뿌려조금숨을죽여뒀다가차에곁들였다.물복숭아보다도천도복숭아의발그레한색이접시와숟가락에예쁘게어울렸다.반으로크게잘라달콤하게쪄서먹을수도있지만,천도복숭아생과육에설탕과우유가들어가면훨씬더부드러운맛을즐길수있다.”
-「돼지고기,복숭아,사과」

그동안국내에는『등화절』에수록된수필몇몇이소개되어왔는데수필가가타야마히로코의진가를알기에는다소아쉬운감이있었다.이번에처음완역되는『등화절』에는일상을바라보는따스한시선이돋보이는글뿐만아니라일본의고전시와예이츠의희곡을소재로한품격있는표현이넘치는글들도자주눈에띈다.「애런섬」,「과거가된아일랜드문학」등은작가의아일랜드문학에대한애정이느껴지는글들로,아일랜드문학작품을번역함으로써일본에서‘아일랜드문예부흥운동’에앞장섰던가타야마의세계시민적면모를발견할수있다.「꽃집창문」,「기쿠치씨와의추억」에서는가타야마가당대의뛰어난문인들과문학적으로깊게교류했음을짐작해볼수있으며,2차세계대전전후를살아가는사람들의생활상이담긴「가지밭」,「어린이의글」등은사회학적으로도귀한자료이다.
외교관집안의장녀로태어난가타야마히로코(片山廣子)는어릴때부터외국인교사가영어로수업을하는기숙학교인도요에이와여학원에서교육을받았다.그곳에서서양문화와교양을익힌가타야마는졸업한뒤에는글쓰는법을배우기위해시인이자국문학자인사사키노부쓰나(佐佐木信綱)의문하에들어갔다.이후시와수필등을발표하다,1914년부터마쓰무라미네코(松村みね子)라는필명으로활동했는데존싱,예이츠등의작품을번역하여일본에아일랜드문학을소개하는선구자적역할을했다.가타야마는번역문장으로쓰보우치쇼요,모리오가이,우에다빈,기쿠치간등평론가와문호들의격찬을받는다.그러나당시는여성의사회적활동이보장되던시대는아니었다.상류층에서자라며서양식교육까지받았던가타야마였지만문학은어디까지나취미였기에원고료도받지않았다.
가타야마는이책『등화절』에서영화〈리틀포레스트〉를연상시키는다채로운음식이야기들을많이들려준다.양배추를잘게다져쌀과함께흐물흐물하게푹끓인다음소금으로심심하게간을하면완성되는양배추죽,가지를쪄서반달모양으로썰어내는가지회,집게손가락만큼작은감자도버리지않고껍질째기름에볶아된장을조금넣고지진,알감자된장범벅…「계절이바뀔때마다」,「으름덩굴」,「가난한날기념일」등을읽는것만으로도군침이도는음식들이독자들을풍요로운식탁으로초대한다.

소소한재미와기쁨을느끼며살아간다는것은

“부모에게다정했던내아들은잡초뽑는일은사람을불러서시키라고,그리고조금씩독서도하고,일주일에한번영화를보면어떠냐고권했다.나는바로잡초뽑는할머니를고용하고,책은읽지않고영화만보러다녔다.혼자보는거라정말홀가분했고,돌아오는길에는커피도마셨다.그리고또아들이말했다.점점나이가드시니영화보는것도귀찮아지죠?가끔수필을써보시면어때요?일기처럼매일뭔가쓰는것도좋죠.즐거운일일거예요.”
-저자의「후기」에서

젊은시절시인,수필가,아일랜드문학번역가였던가타야마히로코는결혼뒤에는평범한주부가되었다.「단자쿠손님」에는과거가타야마의명망을듣고시대결을하러온손님을못알아본자신을‘일하느라덥수룩한머리에무늬가든작업복을입은아주머니’라고표현했을만큼문학과는거리가먼삶을살았다.그랬던가타야마가다시글을쓰게된건아들때문이었다.
오래묵혀두었던책들을펼쳐보고,노트에메모비슷한것을끼적이고,젊었을적스승을회상하며그와의추억을적고,예이츠의시극「왕의문지방」의줄거리를번역하며즐거움을느낀다.어느덧70대에이른가타야마는일상에서소소한재미와기쁨을느끼며살아간다.노년의어머니에게수필을권했던아들이원했던일이었을것이다.이모든건전쟁의소용돌이속에서아들이갑작스럽게죽고난다음에시작된다.

일본의문예비평가고바야시히데오(小林秀雄,1902-1983)는자신의수필「미를추구하는마음」에서다음과같이말했다.“슬픈노래를짓는시인은자신의슬픔을자세히살피는사람이다.슬프다고그냥울지만않는다.자신의슬픔에빠지지않고,무너지지않고,이걸똑똑히느끼며말의모습으로가다듬어보이는사람이다.”

“몸도마음도한가했던나는,바람을쏘일책을책상에늘어놓고수필이라는것을처음으로써봤다.(…)그런식으로일기같은글을늘어놓으며나는즐거워졌다.”
-저자의「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