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의 책 읽기 (일본 문예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 에세이)

비평가의 책 읽기 (일본 문예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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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본 문예비평의 거장, 고바야시 히데오
일본 근대비평의 시조로 추앙받는 문예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 1902-1983)의 독서론이 담긴 『비평가의 책 읽기』가 국내 첫 소개된다. 1929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평론 「각양각색의 의장(様々なる意匠)」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 패기 넘치는 젊은 비평가는 1년 뒤 『문예춘추』에 ‘문예시평’을 게재하며 호평받아 비평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기에 이른다. 일본 비평은 고바야시 히데오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문예비평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문학이 언어로 자의식을 표현하는 거라면 문학과 교감하는 비평도 비평가의 자의식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고바야시 히데오의 등장 이후 뛰어난 비평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뤄지게 된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문학 작품과 비평의 지위가 똑같아진 것이다.
『비평가의 책 읽기』에는 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가 1932년부터 1973년 사이에 쓴 에세이, 활자화된 강연, 대담 등이 수록되어 있다. 독서에 관한 문장 이야기,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 저자의 전문 분야인 비평 이야기, 나아가 작가 지망생을 위한 조언까지도 주제로 다루고 있고, 음악과 미술, 시의 감상 이야기, 교양,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고바야시의 탁견들이 담겨 있다. 고바야시 히데오가 ‘어떻게 읽고, 쓰며, 대상을 바라보는가’에 대한 책이다.
 
저자

고바야시히데오

고바야시히데오(小林秀雄,1902-1983)는1902년4월11일도쿄에서태어났다.도쿄대학프랑스문학과를졸업한후,1929년평론「각양각색의의장(様々なる意匠)」으로문단에데뷔했다.1930년『문예춘추』에‘문예시평’을게재하고호평받아비평가로서의지위를확립했다.문예비평을하는한편번역서도출간했다.문학잡지『문학계』편집자,소겐샤(創元社)대표를지냈다.1951년『고바야시히데오전집』으로예술원상을수상하고,1967년에는문화훈장을받았다.대표저서로첫장편평론집『도스토옙스키의생활』,『사소설론』,『무상이라는것』,『모차르트』,『고흐의편지』(요미우리문학상),『근대회화』(노마문예상),『모토오리노리나가』(일본문학대상)등이있다.번역서로는랭보의『지옥의계절』,발레리의『테스트씨』등이있다.

목차

1
독서에대하여
작가지망생을위한조언
문장감상의자세와방법
독서제대로즐기기
독서주간
책이라는반려
국어라는큰강
가야노다이라를다녀와서
미를추구하는마음
 
2
말하기와글쓰기
문장에대하여
나의문장쓰기
비평과비평가
비평에대하여
비평
 
3
문화에대하여
대담-교양이란 
 
발표지면
옮긴이의말
편집후기

출판사 서평

남독濫讀의즐거움

“등하굣길에읽는책,전차안에서읽는책,교실에서몰래읽는책,집에서읽는책,이런식으로구별을두고,늘몇가지책을병행하여읽을수있도록안배했다.실로터무니없다고할만한행동이었지만,그당시의도를넘은왕성한지식욕과호기심은,느긋하게책한권을다읽고나서다른책을펼쳐볼여유조차용납하지않았던것이다.”
-「독서에대하여」
 
중학교시절러시아문학을읽으면서시작된고바야시의독서열은집에서읽는책,학교에서읽는책,전차에서읽는책등구분을해두고여러책을병행하며읽는데까지발전한다.이때쌓은남독(濫讀)의경험은독서의진정한즐거움으로이어지고자신만의독서기술을체득하기에이른다.“독서의첫번째기술은이것저것가리지않고닥치는대로읽음으로써배양된다.난해하겠지만일류작품만읽어라.탁월한작가를선택해그사람의전집을읽어라.시간과노력을들여지은이가자신의모습을드러낼때까지읽어라”등과같은실질적인조언을할수있었던이유이자,스물여덟에비평가로서자리매김할수있었던원동력이라할수있다.
 

비평에새로운시각을제시하다

고바야시히데오의평론데뷔작「각양각색의의장(様々なる意匠)」은‘근대비평’의시작을알리는선언이었다.마르크스주의문학전성기에특정문학사조가지나치게신봉되는것을지적하며,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도록다른문학사조와도거리를유지했다.이런태도는주류비평가들과는다른고바야시만의존재감을보여주었지만,당시문단에서는거의인정받지못했다.
1935년1월,『문학계』에 「도스토옙스키의생활」연재를시작한고바야시는소설가가역사적인물에몰두하여그인간상을구체적으로묘사해내는것처럼자신은문학,예술계의천재를대상으로하여추상적묘사로그들의초상화를그리는것이최고의비평이라고말한다.이제껏누구도가보지못했던전인미답(前人未踏)의길을걷게된것이다.“최상의비평은언제나가장개성적”이라고생각했던비평가고바야시의탄생을알수있는대목이다.
 

대상을묵묵히바라보면보인다
“여러분이들판을걷다가예쁜꽃이한송이피어있는걸봤다고합시다.가만히보니제비꽃입니다.“뭐야,제비꽃이네”라고판단한순간여러분은더이상꽃의모양도색도보려고하지않을겁니다.(…)꽃의자태나색의아름다운느낌을말로치환해버렸다는말입니다.말의방해를받지않고꽃의아름다운느낌을그대로유지하며묵묵히꽃을바라보면,꽃은여러분에게일찍이본적없는아름다움을그야말로한없이드러내보일것입니다.”
-「미를추구하는마음」
 
1941년여름,고바야시는일본토기나불화등고미술의세계에깊이빠져든다.논리의힘은프랑스문학,러시아문학과서양근대문학으로단련했다면,이번에는일본의고미술,고전과마주하며물건을보는힘,눈의수련을쌓은것이다.형태만으로말을걸어오는미술품을오로지바라보고,형태로부터,말하자면무언의말을얻으려는노력이었다.단지계속바라본다는,아름다움을발견하려는이런훈련은나중에문학이나사상도읽는것을뛰어넘어,바라보는것이가장중요하다는고바야시히데오특유의독서술을이끌어냈다.바로이책『비평가의책읽기』에실린글들을관통하는가치관이다.

 
비평정신의가장근원적인것은자기이해이다
“감상하는데는허심(虛心)이란게필요하다,자기를버리고타인속으로파고들어야한다이런말을하는데,이말인즉슨몰입하라는의미입니다.자기가의식하는자신은진정한자신이아닙니다.타인에게서빌린것입니다.(…)이런자신을완전히버리고허심해져라,다시말해서자기본연의모습으로돌아가라는의미인것입니다.”
-「문장감상의자세와방법」
 
대상을보고감동한자기자신을말하는것이곧비평이된다고생각했던고바야시히데오는그만큼감동을중시했다.비평은연구와다르다.연구가지식을분류하거나정리하고,새로운사실의발견을목적으로한다면,비평은대상이미술이든문학이든음악이든무언가에감동하는자신을의심하기시작하고,대상이아니라감동하는자신을비평하는것을최종목적으로한다.“즉비평정신의가장근원적인것혹은순수한것을더듬어가다보면,자기비평또는자기이해라는것을극점에두고있음을알게된다”(「비평에대하여」)고할수있다.
 
「국어라는큰강」에는딸이보여준국어시험문제가자신이쓴문장인지도모르고도저히이해가안된다고말하는에피소드가나오는데본인도착각할만큼고바야시히데오는편안한문장이아닌집중해서맥을좇아야하는악문으로유명하다.『비평가의책읽기』는대표적인그의평론들보다는읽기수월한글들이다.독서를제대로즐기는기술,그림이나음악을감상하는법등고바야시히데오에게던져진주제들은모호하고추상적이지만그의조언은꾸밈없고실용적이다.자신이실천했던독서술을공개하고,문예비평을지망하는젊은이들을향해비평가로서의노하우를전함으로써고바야시히데오자신만의사유로까지확장해나간다.책끝에는교양을주제로철학자다나카미치타로와의대담이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