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에 대하여

일리아스에 대하여

$14.00
Description
시몬 베유, 한나 아렌트와 동시대에 활동하며 비교되었던
여성이자 유대인, 철학자 라헬 베스팔로프의 『일리아스』에 대한 독창적 해석

혼란스러운 시대, ‘전쟁에 맞서는 라헬 베스팔로프만의 방식’

호메로스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사의 갈등과 방법론을 고찰한 문학 에세이
저자

라헬베스팔로프

1895년5월14일불가리아노바자고라에서태어난우크라이나계유대인이다.그의모친데보라페를무터는철학박사이자교사였고부친다니엘파스마니크는스위스에서의학을공부했지만시온주의작가로유명했다.라헬베스팔로프는제네바에서주로성장했고음악원에들어가에른스트블로흐를사사했지만1922년에파리에서결혼한후음악을그만두었다.1927년에딸나오미를출산했고사실상독학으로철학과문학을공부했다.1942년에나치독일의위협을피해미국으로건너갔고1945년까지미국정부의라디오국제방송‘더보이스오브아메리카ThevoiceofAmerica’의협업작가로일했으며1942년에서1945년까지는매사추세츠주마운트홀리오크칼리지에서학생들을가르쳤다.라헬베스팔로프는주로쇠렌키르케고르,가브리엘마르셀,앙드레말로등을탐독했고프랑스에서맨먼저하이데거를읽은사람중하나였으며레프셰스토프,장발과는사상적,개인적친분관계에있었다.미국에서정신적으로나물질적으로어렵게생활하면서도여러매체에기고를했고『전진과분기』(1938),『일리아스에대하여』(1943)를발표했다.대표작이될수있었을거대프로젝트‘자유와순간’을완성하지못한채1949년4월6일매사추세츠주사우스해들리자택에서“계속하기엔너무지쳤다”는메모를남기고가스를이용해자살했다.

목차

서문- 장발

Ⅰ헥토르
Ⅱ테티스와아킬레우스
Ⅲ헬레네
Ⅳ신들의희극
Ⅴ트로이에서모스크바까지
Ⅵ프리아모스와아킬레우스의만찬
고대적원천과성경적원천

라헬베스팔로프와함께나아가다- 모니크쥐트랭

편집후기

출판사 서평

혼란스러운시대에새로운호메로스읽기
시몬베유,한나아렌트와동시대에활동하며비교되었던여성이자유대인,철학자라헬베스팔로프(RachelBespaloff,1895-1949)의『일리아스에대하여』가국내첫소개된다.이책은철학자한나아렌트가“『일리아스』에관해출판된가장흥미로운작품중하나”라고언급했던작품이다.라헬베스팔로프는제2차세계대전중호메로스의서사시『일리아스』에대한독창적인논의를전개시킨이책을“전쟁에맞서는자신만의방식”이라고불렀다.
근래국내에는40년만에『일리아스』가재번역되는등서양고전에대한관심이점점높아지고있다.이는전세계적으로전운이감돌고,인종,문화,계급등양극화가심화되는우리가마주한현실에서고전에대한관심을비추어볼수있겠다.『일리아스에대하여』는문학과철학그리고삶과죽음의문제사이의연관성을도발적이고충실하게보여주면서호메로스의폭넓은예술세계를저자만의독특한시각으로소개하고있다.이작품은세계대전에휩싸인유럽의베스팔로프가고찰했듯,고전을새롭게읽어나가며총체적난국에빠져출구가보이지않는이시대의다면적인문제점들을성찰하고타개하는방법을제시해줄수있을것이다.

호메로스의서사시에대한독창적시론(詩論)
살인자는비로소어린시절과죽음을짊어진인간으로돌아온다.“그래서그는노인의손을잡고한쪽으로슬며시밀어냈다.두사람모두생각에잠겼다….”나는여기에『일리아스』의가장아름다운침묵이있다고생각한다.트로이전쟁의악다구니도,인간과신들의고함도,우주의굉음도빨려들어가는절대적침묵말이다.우주의생성이이미세하고감지되지도않는것에걸려있다.그것은순간이지만영원하다.
-「Ⅲ헬레네」

우크라이나출신유대계가정에서태어난라헬베스팔로프는스위스제네바에서주로성장했다.제네바음악원에들어가활동했지만결혼과동시에그만두고그후에는주로쇠렌키르케고르,가브리엘마르셀,앙드레말로등을탐독하며독학으로철학과문학을공부했다.라헬베스팔로프는프랑스에서맨먼저하이데거를읽은사람중하나였으며레프셰스토프,장발과는사상적,개인적친분관계에있었다.1930년대에실존주의와현상학분야의선도적인철학자로활동하며1938년첫책『전진과분기(CheminementsetCarrefours)』를발표했다.
1943년발표된『일리아스에대하여』는제2차세계대전당시나치에점령된프랑스에서온유대인난민이라는저자의개인적인배경,문학적,철학적관심그리고전쟁이라는상황이반영되어있다.이작품을쓰게된역사적배경은“모욕은단지신체와영혼에해를가하고파괴만하는게아니다.(…)피해자는자기를추하게여긴다.힘의사태를둘러싼기만으로독기를품은굴종이이렇게까지삶의내밀함을갉아먹은적이또있었을까”라는대목에서짐작해볼수있다.
이책은호메로스의시를라헬베스팔로프자신만의언어로해석하여인간사의갈등과그방법론에관해고찰해낸작품이다.어쩌면이는해답을과거에서,지혜를고전에서찾는힘찬여정이다.저자는헥토르,헬레네,테티스같은『일리아스』의등장인물들을소재로갈등,평화주의,그리고정의에대해깊이생각할거리를제공하는한편『일리아스』와톨스토이의『전쟁과평화』에나타난전쟁의재현,그리고호메로스의시에나타난신과인간의관계와성경에나타난신과인간의관계를비교,분석해낸다.

시몬베유의『일리아스또는힘의시』에대한응답
힘은과하게쏟아낼때에만,지나친남용을통해서만드러나고알려진다.이지고의분출,이죽음의섬광속에서계산,우연,역량은인간조건에도전하기위해하나가된다.한마디로,힘은그래서아름다운것이다.(…)아킬레우스가아름답고헥토르가아름다운이유는힘이아름답기때문이다.오직전능의아름다움만이아름다움의전능이되어인간을그자신의붕괴와멸절에까지온전히동의하게한다.힘에자신을내어주는이절대적굴종이숭배행위에있다.힘은이렇듯『일리아스』에서삶의궁극적현실이자궁극적환상으로서나타난다.
-「Ⅰ헥토르」

제2차세계대전이임박하자라헬베스팔로프는고교생이던딸과함께『일리아스』를다시읽으면서책으로발전시킬만한사유의단초들을메모했다.저자는당시시몬베유도『일리아스』를읽고있다는사실을몰랐다.한번도만난적이없는두사람이비슷한시기에같은주제로글을썼다는건우연의일치는아니다.두사람이유대인출신부터프랑스에서의경험,비슷한시기미국으로의이주에이르기까지적지않은공통점이있다는점도있겠다.하지만무엇보다전세계가제2차세계대전의소용돌이에휩싸인역사적상황을고려해보면,베유와베스팔로프두지성은전쟁중인양측을동등한연민으로묘사하고있는호메로스의『일리아스』에서도덕적가르침을얻으려했을것으로짐작된다.
『일리아스에대하여』는1939년에발표된시몬베유의『일리아스또는힘의시』에대한베스팔로프의응답이라고보는시각이있다.두작품은2005년‘전쟁과일리아스(WarandtheIliad)’라는제목으로함께묶여영문판으로출판되기도했다.두작품은함께자주논의되지만근본적으로는차이를드러낸다.예를들어베유는‘힘’을일리아스의진정한영웅,진정한주체로간주하고,“힘에종속된모든사람을사물로만든다”고비난한다.그러나베스팔로프에게‘힘’은더복잡하다.죽음을경멸하며번뜩이는넘치는생명을상징한다는점에서신성하고,힘을스스로의폐지와그것이만들어낸바로그가치들의말살로몰아가는맹목적인충동을담고있다는점에서혐오스럽다.시몬베유가힘을절대적으로단죄한다면,라헬베스팔로프는힘을어떤절대성,단죄당하지않고스스로단죄하는절대적운동으로본다.
베유의작품은‘힘’이그관심의중심에있고,베스팔로프의작품에서는존엄성을제외한모든것을잃은진정한영웅헥토르로구현된저항에진정한초점이맞춰져있다.오늘의승자가내일의패자가될수있다는점에서두작품모두승자와패자를넘어서는힘의허무함을표현하고있다고볼수있다.라헬베스팔로프에집중하면헥토르도이기지못하고,아킬레우스도이기지못한다.둘다하나의존엄성과다른하나의잔인함이라는차이에도둘다그들자신안에존재의덧없음을갖고있다.

영원한실존적순간들
차분해진전쟁터,서로몇보거리에두군대가마주보고서서전쟁의승패를결정할단판싸움을기다린다.이대목,『일리아스』의정점에서이대목은일시적중지,관조의순간중하나다.여기서생성의매혹은그치고격렬하기그지없는행동의세계가고요함속으로가라앉는다.전사들이미쳐날뛰던평원이헬레네와늙은왕의눈에는평온한정경으로비칠뿐이다.
-「Ⅲ헬레네」

『일리아스에대하여』는주관성과초월성,도덕적으로중요한신이부재하는우주에서의인간의자유와윤리적선택에집중하고있는데베스팔로프는키르케고르를인용하여『일리아스』의실존적‘순간들’,“생성의휴지기”를강조한다.호메로스가프리아모스의입을빌려전쟁에대한헬레네의책임을면제해주는장면이나프리아모스와자신의아들을죽인아킬레우스가만찬을마친뒤서로에게감탄하는장면등이다.전쟁말고는대안이없는비극적인시대와장소에서“한순간홀연히솟아올라영원해지는”순간,바로‘개인’의지고한순간들이라할수있다.‘순간’속에서그자체로압축된실존전체가자유의가능성에대하여열리고미래로향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