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시장통에서 사업을 하며 주위 사람들의 애환을 눈여겨보았다가 같이 가슴 아파하고 개탄하며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오래 보아왔다. 난해한 문장과 기교는 없지만 “시는 곧 생활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가 본인의 시로 스스로 위로받고 바로 설 수 있었다면 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았나 싶다.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다. 연만하신데도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있음이 그의 소원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군사정권의 모진 고문으로 피폐해진 채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한 천상병 시인도 그의 마지막 소원은 동화책을 엮는 것이었다. 절망적인 현실에서의 도피처를 찾고 싶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답듯이 ‘소원’이라는 실체도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또한 신진식 시인은 독학으로 연마한 붓글씨로 명절이면 마음의 선물을 주위 사람들에게 골고루 건네준다. 봄이면 집안 가득 꽃 피운 군자란에 둘러싸인 사진을 보내주며 우리에게 포근한 영향력을 마구마구 퍼트린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인용해 본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신진식 시인과는 사하문인협회 회장으로 모시면서 임원진들과 오늘날까지 가까이 지낸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늘 상쾌하고 위트 넘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때로는 부서지기도 했을 세월을 잘 추슬러 준 여유가 온몸에서 우러난다. 그래서 가끔 그의 사업장에 들러 식사 대접도 받고 몇 시간씩 환담을 나누다 돌아온다. 그의 지난날 속에는 투구를 쓰고 애마 로시난테를 달려 창을 휘두르는 광란의 돈키호테도 있다. 흥미진진하다. 한편으로 그의 시엔 사별한 부인과의 절절한 페이소스가 흐른다. 그의 몇 안 되는 어휘력으로 가득한 그리움을 표현하려 전전긍긍했을,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남아있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시간이나 에너지,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신진식 시인의 원초적 그리움은 시인을 한없이 풍요롭게 했을 것이다. 그의 시 중에 따뜻한 글이 있다.
보름달은 어머니 품속입니다 보름달을 보면 하얀 마음입니다
보름달은 깨끗한 종교입니다 보름달을 바라볼 때는 詩를 생각합니다
보름달은 평화입니다 보름달을 보면 증오와 욕심이 엷어집니다
보름달은 아버지 마음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온전한 헌신입니다
보름달은 포근한 가슴입니다 보름달을 바라볼 때는 따스함이 가득해집니다
보름달을 쳐다볼 때처럼 이 세상 누구나 맑아졌으면
- 「보름달」 전문
그의 바램이 모두 이루어지기만을 간곡히 빌어봅니다.
달빛 속 천상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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