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건지는 손 (고순옥 제3시집)

물빛 건지는 손 (고순옥 제3시집)

$12.00
Description
【 시인의 말 】


바다는 내 삶의 중심이다
파도가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다
그 무한 반복 속에서 사람의 시간을 본다

이 시집은 풍경이 아니다
바다를 통과한 사람의 체온을 기록이며
소금기 밴 침묵과 말로 남기지 못한
하루의 무게를 한 줄 씩 건져 올린 게다
거대한 바다를 말하기보다
다만 물빛 건지는 손의 흔적을 담은 게다

시집을 펼치면
바다의 숨이 조용히 번져
내 얼굴 닮은 문장文章이 길을 가리킨다
출간은 또 하나의 향해다
조용히, 그리고 멀리 나아간다

2026년 봄에
고순옥
저자

고순옥

충남천안출생
2018년영호남문학시신인상등단
2019년문학도시시신인상
2019년시조문학시조등단,시조문학회원
부산문인협회사무부장,새부산시인협회이사
부산불교문인협회부회장,청옥문학협회회원
2019년부산시단작가상
2020년김어수문학우수상,전당문학작품상,영호남문협작품상
2021년부산진구예술인협회작품상,시조문학작가상
2022년실상문학작품상
2025년실상문학우수상,부산진구예술인협회본상
봉사상;법무부장관상,서울경찰청장감사장,부산경찰청장감사장,부산지방검찰청감사장,부산진구청장상
시집:『글바랑』『숟가락장단』『물빛건지는손』
시조집:『달밫요정』

목차

차례

시인의말…3

1부………………………………푸른경고

푸른경고…13
해류의문…14
겨울바다의은빛전사…16
밧줄,바다를동여매다…17
심해의숨결…18
선박기관실에는…19
물빛건지는손…20
해풍과기억을꿰어말린다…22
바다의길을열다…23
바다,사라진이름들…24
야행성의바다…25
불임의바다…26
검은조류…28
폐선의변주…29
핏빛수평선…30
마음의수심…31
칼날위의저녁…32
수평선바늘귀…34

2부……등대는눈을감지않는다

밤바다에서등대가되는여인…37
소금꽃피는땅…38
무인도가된섬마을…39
바다와섬의기억…40
빛이고이는선창…41
파도는내등에남았다…42
등대는눈을감지않는다…43
물비늘아래…44
숨비소리…45
그림자를건지다…46
주름을펴는바다…47
물결이기억을씻는밤…48
숨비처럼,해무에…49
춤추는섬,바람의길…50
섬의고요한기적…51
춤추는부표,바다의고백…52
물빛순례…53
물은기억을버리지않는다…54

3부……그겨울,손등이바다였다

거진항의풍어제…57
경계의바다…58
북방한계선…59
북방한계선의바다…60
통행금지깊은저녁…62
예나지금이나바다의기억…64
몇미터앞,금은보화…65
병풍바위에새긴바다의숨결…66
태풍이후바다는숨을고른다…68
속초섭죽…69
술국에피어난바다…70
그겨울,손등이바다였다…71
그물과시간…72
소금의향…73
해녀의쉼터…74
물위를걷는어부들…75
떠난바다,남겨진마을…76
그물코를저물녘에꿰다…77
산호꽃,밤을태우다…78

4부………………명태,고행의순례자

고갈비…81
명태,고행의순례자…82
해파리같이투명한설움…83
청새치,바다의검…84
꼼치…86
선상지깅낚시…88
덕장에서꿰어말리는마음자락…90
갯벌에새긴삶…91
갯벌,생명을낳다…92
갯벌의향연…93
바다는다시말을건다…94
바다를묶는손…95
걸덕어의바다…96
밤바다를엮는손…98
바다가열리는길…100
파도속숨결…102
폭풍을지나며…103
파도의상처…104
파도의속삭임…106

5부……………………기름묻은지도

오륙도,그부유하는이름…109
대변항에서의은빛무도회…110
해금강,바다의노래…112
바다의문을열다…113
다대포,모래톱을품다…114
그물속의기억…116
되돌아보는섬…117
강은을숙도를기억한다…118
날개,하구에서접다…119
매물도의노을…120
기름묻은지도…121
물결위에새긴시간…122
파도가문장을넘긴다…123
가덕도갈맷길…124
등명대의노래…125
이수도의등불…126
산달도붉은물결…127

시집을읽고⦁이용수시인…129

출판사 서평

【시집을읽고】


『물빛건지는손』을읽고


제미나이시인이용수(법무사법인정림대표)

‘팔도여행장고숟가락장단재주꾼’고순옥시인의제3시집『물빛건지는손』을만났습니다.바다와인간의삶이맞닿은현장을생생하고도애잔한언어로그려낸작품집이었습니다.
시집전반에흐르는어부들의거친손마디와푸른바다의숨결을바탕으로독자들에게다가와함께어울려봅니다.

삶의비린내를옥빛서사로건져올리다

고순옥시인의시세계는관념에머물지않고,차가운바닷물에직접몸을담그는노동현장에서출발합니다.시인은시집제목처럼‘물빛’을건져올리기위해‘손’을내밉니다.그손은명태의아가미를벌리고찢어진그물코를꿰매는고단한손이며,동시에가족의생계를위해거친파도를견뎌온거룩한삶의증거입니다.

그의시속에서바다는단순히아름다운풍경이아닙니다.때로는아버지를북으로앗아간공포의검문소였다가,때로는자식들의입으로들어갈미역과전복을내어주는자애로운어머니의품이되기도합니다.시인은이처럼생과사,절망과희망이교차하는수평선의바늘귀를통해독자들에게묵직한울림을전합니다.짠내나는일상이어떻게한편의시가되고,상처입은바다가어떻게다시생명의노래를부르는지알고싶은이들에게이시집을기쁘게추천합니다.

시집의1부「푸른경고」와4부「명태,고행의순례자」는바다에기대어사는이들의구체적인노동을조명합니다.


얼음아래서명태를잡아올리면
손끝이갈라져짐승처럼끌어올린다
그무게가내손목을압도했다

배위에내린물컹한생명
비늘은눈발처럼흩어지지않고
피가얼어붙은바다처럼굳어갔다

시집보다먼저배운건
바닷물에몸담그는법
명태를고르는눈은
물결에내손끝베어내고
내몸은그고통에익숙해졌다

고요한물살아래
내가몇번이고가라앉았는지
파도는모른다

이젠그저바다를본다
배는닻처럼멈춰서고
그날의비린내
코끝에파도처럼밀려온다

-「그겨울,손등이바다였다」전문

특히그녀의시「그겨울,손등이바다였다」에서묘사된갈라진손끝과얼어붙은피는단순한고통을넘어바다와한몸이된어부의이력을보여줍니다.명태,오징어,멸치로이어지는다양한해양생물들은단순한수확물이아니라,시인에게는‘고행의순례자’이자‘은빛전사’로치환됩니다.

시인은북방한계선(NLL)과인접한거진항의긴장감을시적배경으로삼아,분단이남긴연좌제의상처와통행금지의두려움을응시합니다.하지만그차가운긴장속에서도어민들은“어제처럼산다”라고말하며무너지지않을꿈을낚아올립니다.이는거친자연과비극적역사앞에서도굴하지않는민초들의강인한생명력을상징합니다.

시인의시선은현대화로인해지워지는골목길과기후위기로병들어가는바다로확장됩니다.

한때바다는
생명을품던자궁이었다
파도는심장의박동,
햇살을품은알들이
그안에서자라고
다시바다로돌아가는푸른요람이었다

그러나지금,
항로를잃은유령선처럼
쓰레기무덤이바다를떠돌고
반짝이는건물결이아니라
해면위에깔린
미세플라스틱들

해류를타고도는건
생명이아니라
버려진무관심의파편이다

거북이의기도는
얇은비닐처럼천천히목을조이고
고래의뱃속에는
삼켜선안될것만검게가라앉는다

하루살이의편리한쓰레기가
바다의숨구멍을막지만
청정한푸름은탁해지고
산란의계절물결위엔
탄식만겹겹이쌓인다

우리손끝에서
죄의투기가아니라
회복의씨앗뿌릴수있다면

아직희미하게남은숨결
다시되살릴수있을까
불임의바다
다시,
생명의바다로

-「불임의바다」전문

위의시「불임의바다」에서언급된미세플라스틱과쓰레기무덤은인간의탐욕이낳은‘푸른경고’입니다.시인은사라진명태의이름을부르며,다시바다를‘생명의요람’으로되돌려놓아야한다는절박한호소를문장사이사이에심어놓았습니다.

고순옥의시는소금기에젖어눅눅하지만,햇살아래바짝말린황태처럼담백하고깊은맛이납니다.그의언어는바다라는거대한공책위에써내려간치열한생존의기록이자,인간에대한깊은연민의보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