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젖은 발자국 (감윤옥 시집)

봄 햇살 젖은 발자국 (감윤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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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눈물은
인간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올려 드리는 기도이며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시간 앞에 설 때
눈물이 대신 말을 합니다

돌이켜보면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 속에서조차
하나님의 손길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흘린 눈물은
기도가 되었고
그 기도는 한 편의 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의 눈물 속에 빛을 숨겨 두십니다

그러므로 눈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아픔이 아니라
은혜로 이어지는 문입니다

혹 당신에게도
눈물로 지나온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 또한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이 시집을 읽는 당신의 삶에도
그 빛이 닿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눈물이
하나님의 손안에서
별이 되어 빛날 것입니다

2026년 봄에
감윤옥
저자

감윤옥

감윤옥 시인

2009년 《기독교문예》 시 등단
중·고등학교 교사 역임
수영로교회 은퇴 전도사

부산여류시인협회 부회장
부산해운대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 이사

수상: 부크문 작가상
저서: 『그 숲에 가면 1』 『그 숲에 가면 2』

시집: 『봄 햇살 젖은 발자국』

유튜브: 〔인생의 길동무〕 운영
* 유투버: 〔인생의 길동무〕 운영

목차

차 례


시인의 말 … 3

1부 ………………………… 등 굽은 새우

귀향 … 13
그림자를 벗고 … 14
그 여자 … 16
노을이 하루를 접을 때 … 17
돌아오지 않을 등을 기다리는 일 … 18
등 굽은 새우 … 20
눈물로 쓴 연대기 … 22
마음이 눕는 날 … 23
봄 햇살 젖은 발자국 … 24
아버지의 발자국 … 26
막차 대합실, 유리창 불빛 … 28
아킬레스 … 29
아픈 손가락 … 30
안녕하세요 … 31
어부바 … 32
여인의 무릎에서 … 33
지문처럼 … 34


2부 …… 덩굴은 바다를 향해 자란다

조금 느려도 … 37
찻물을 끓이며 … 38
가을의 첫 입맞춤 … 39
가지치기 … 40
감나무 아래 바다가 있었다 … 42
그늘에 꽃 한 송이 … 44
낡은 나무 하나 … 45
덩굴은 바다를 향해 자란다 … 46
민들레, 바람의 아이 … 48
사라져가는 가슴 … 49
수국 가까이 서다 … 50
풀잎 아래 숨은 말 … 51
바람이 눕는 날 … 52


3부 ………… 별을 삼키는 바다에게

꿈 … 55
나비는 바다로 간다 … 56
눈산 … 58
매미 … 60
바다 한 모서리에서 … 61
별을 삼키는 바다에게 … 62
복어의 독 … 64
봄날의 기도 … 65
젖은 이름 … 66
한 조각 봄 … 67
흐르는 봄 … 68
회 한 접시 … 69
광어의 노래 … 70


4부 ………… 찬물에 밥 말아 먹다가

고슴도치 거리 … 73
갈증을 삼키다 … 74
괜찮아 … 76
밥상머리에서 … 77
분실물 보관함 … 78
불면 처방 … 79
쉼표 너머 … 80
소리 없는 안부 … 82
시간에 기대어 … 83
여수 그 별빛의 등줄기 … 84
은빛 긴 몸 … 85
익어가는 장독대 … 86
저녁 한 그릇 … 87
지친 햇살 … 88
찬물에 밥 말아 먹다가 … 89
커피 한 잔 … 90
소금빵 줄에서 … 91


5부 ……… 별빛 한 줌을 가슴에 덮고

광야의 숨결로 … 95
기도 … 96
깊은 데로 가라 … 97
나오미 눈물 … 98
마라의 들에서 … 99
나의 혈루증 … 100
별빛 한 줌을 가슴에 덮고 … 101
불타지 않는 나무 … 102
새벽닭 울자 … 103
아침 바다, 그 어스름한 기도 … 104
유다의 변명 … 105
자율신경 … 106
입술 닫은 새벽 … 108
니느웨 항구에 어둠으로 눕는다 … 109

* 서평 ⦁ 양왕용 시인 … 111

출판사 서평

어버이 사랑과 슬픔 극복 방법으로서의 시
- 감윤옥 시인의 작품세계 -


시인 양왕용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한국 회장)

감윤옥 시인이 첫 시집을 내면서 필자에게 작품세계를 조명해 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감 시인의 시에 대해서는 이미 《부산크리스천문학》 2022년 상반기 호에서 그의 작품 「그 섬에서」에 대하여 살펴본 바 있다.
감 시인은 그 작품에서 고독하고 절망적인 화자에게 찾아오는 주님을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섬’이라는 공간을 설정하여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의 시집에는 그러한 ‘궁극적 관심’은 제5부에 편집되어 있었다.
감 시인의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드러나 있는 작품이 앞부분에 편집되어 있었다. 그것을 순서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제1부 <등 굽은 새우>에서는 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시적 제재로 하여 신산한 유년 시절과 그 시절의 슬픔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가만히
그릇 하나를 꺼냅니다
깨진 데 없어
잘 쓰던 흰 사기그릇

어머니가 그리운 날에는
괜히 된장 한 숟갈 꺼냅니다
그 냄새 속에
어머니의 손마디가 숨어 있습니다

차가운 그릇에
김이 서릴 때까지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등을 기다리는 일은
바람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조용한 일입니다

어머니가 그리운 날에는
괜히 눈물이 납니다
이유도 없이
물이 넘치듯 고인 눈물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그 눈물을
작은 밥그릇 하나에
조용히 담습니다

- 「돌아오지 않을 등을 기다리는 일」 전문

이 작품의 시적 화자는 감 시인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감 시인 자신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시이다. 이 시는 시 밖에 있는 시적 청자에게 존칭 종결어미를 사용하여 감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듯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그리움을 부분적으로 사물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적 형상화에는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앞부분 1~4연에서 어머니가 그리운 날에는 성한 흰 사기그릇 하나를 꺼내어 거기다가 된장을 풀어 그 냄새 속에서 어머니를 발견한다는 자신의 행위를 산문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다. 어머니가 사용했을 수도 있는 그릇과 된장 그리고 그 냄새 속에서 ‘어머니의 손마디’를 발견한다는 표현으로 사물화 혹은 냄새라는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적이다.
다음으로 5연의 ‘돌아오지 않을 / 등을 기다리는 일은’이라는 표현에서 이 시의 제목이 유추되기도 하였는데 여기서는 ‘등’이라는 시어에 내포된 의미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 시만으로는 ‘등’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이 시의 약점이다.
그러나 바로 이 작품 다음에 편집된 「등 굽은 새우」라는 작품과 연결하면 그것은 어머니의 등으로 유추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어린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 느낀 어머니의 사랑을 이제는 느낄 수 없다는 자신의 안타까움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6연에서는 ‘어머니가 그리운 날에는 / 괜히 눈물이 난다’라고 직접적으로 진술한다. 마지막 7연에서는 다시 시적 표현이 등장한다. 흘린 눈물을 아무도 모르게 밥그릇에다 담는다고 하여 사물화에 성공한다.
물론 직설적인 표현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간절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시는 그렇게 하기보다는 비유적이거나 사물화에 성공한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감 시인의 이 작품은 일단 시적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다.

어머니가 길을 나섰다

낯익은 집 기둥도 잊으시고
꽃피는 담장도 잊으시고
봄 햇살 젖은 발자국
한참을 가다가 사라졌다

나는 흙냄새 속에서
어머니 이름을 부른다
돌아오시지 않는
저 하늘 끝에 대고 부른다

어두운 새가
어머니 기억을 쪼아 먹고
남은 그늘이 바람에 흩날린다

슬픔은 뿌리로 깊어져
내 가슴을 파고들고
안타까움은 피로 올라
눈물꽃이 되어 핀다

어머니,
길 잃은 저 불빛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라
내 심장 끝에
등불 하나 켜놓는다

- 「봄 햇살 젖은 발자국」 전문

이 작품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부터 추억하고 있는 작품이다. 앞부분에서는 어머니는 어느 봄날 정든 집을 떠났다는 것을 시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어머니의 일생을 감 시인은 ‘봄 햇살 젖은 발자국’이라는 표현으로 상징화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돌아가심으로 인한 슬픔 혹은 죽음이라는 정서와 상황을 희망적인 계절인 ‘봄’을 등장시켜 극복하고 있는 점이 이 시의 특색이다.
이러한 특색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감 시인 시 전체에 흐르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감 시인의 시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세계관은 감 시인이 가지고 있는 기독교 신앙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천국에서 만난다고 해도 인간적으로는 어머니의 죽음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그러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5연과 6연에서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 7연에서는 어머니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소망을 ‘내 심장 끝에 등불 하나 켜 놓으리’라는 표현으로 감 각화하고 있다.

캄캄하고
묵직한 길

마음도
다리도
휘청거리는 오후

가시투성이
온몸을 만지며
덩굴처럼
얽혀드는 손발

온몸이
다 젖게
강을 건너면서
떠내려 보낸 울음

어지러웠던
청춘의 발자국

해 지는 하늘에
빨갛게 익은 감이 되어
눈물이 등꽃으로
주
렁
주
렁

- 「아버지의 발자국」 전문

이 작품은 ‘아버지’를 시적 제재로 한 작품 가운데 한 편이다. ‘어머니’의 시편들이 그리움과 슬픔 등의 정서로 표현된 데에 비하여 ‘아버지’ 시편들은 가장으로서의 어렵고 강인한 삶의 자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진술보다 농부로 가장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하는 힘든 노동과 그로 인하여 거칠어진 손발의 상태를 비유적이고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 4~5연에서는 신산한 농부의 삶이 울음과 논물로 드러나고 있다. 다만 그 정서들을 직접 서술하지 않고 ‘강물을 건너면서 / 떠내려 보낸 울음’이라고 사물화 혹은 감각화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눈물’이 등꽃처럼 주렁주렁 매달리는 것을 형태주의적으로 표현하면서 절제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제2부 <덩굴은 바다를 향해 자란다>와 제3부 <별을 삼키는 바다에게>는 주로 바다를 제재로 한 시편들이 많다. 그 가운데 감 시인의 삶이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두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꿈은 가만히 젖는 불빛
바다의 심장 한쪽에서
물고기로 떨리며 널 기다렸다

친구는 파도 속 촛불 같은 존재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머물며
울컥 솟던 어둠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인생은
소금꽃 핀 상처 위를 건너는 일
바람조차 등을 돌리는 날에도
네 지느러미에 기댈 수 있었다

별빛이 물속으로 떨어질 때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괜찮아 다시 떠오를 거야”

귓가에 남은 네 음성을 듣고
햇살 한 조각을 품고 헤엄친다
조금 느려도 괜찮은 하루를 안고

- 「조금 느려도」 전문

이 시는 시적 화자가 사람이 아니고 ‘물고기’인 점이 특색이다. 바다에 잠긴 물고기 입장에서 친구인 다른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이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이다. 시적 화자 물고기와 그 친구 물고기 사이의 우정이라는 외연적 의미에서 보면 화자 물고기가 상처를 입고 절망에 쌓여 바다 밑에 가라앉아 친구의 지느러미에 기대어 있을 때 친구 물고기가 “괜찮아, 다시 떠오를 거야”라는 격려의 말에 힘입어 조금 느려도 다시 떠올라 헤엄친다는 의미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감 시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살아가는 동안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친구의 격려로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체험하였을 수 있다. 이러한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우정이라는 주제를 바다의 물고기가 처한 상황으로 비유하여 표현한 시가 바로 이 작품이다. 달리 말하면 이 시는 ‘바다’를 제재로 한 ‘우정’이라는 관념을 형상화한 일종의 관념시이다.

작은 꽃씨 하나
바람에 실려
바닷가 모래등에 떨어진다

소금기 어린 땅이었으나
그 자리에 조용히 뿌리내린다

며칠 후
나비 한 마리 날아와
그 풀잎 위에 앉는다

햇살이 문을 열고
바람이 꽃잎을 흔든다

나비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결 위로 날갯짓하며
수평선을 향해 나아간다

바다는 나비를 품는다

나는 믿는다

나비 한 마리가
세상 바꾸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바다 끝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 「나비는 바다로 간다」 전문

이 작품 역시 ‘바다’라는 사물의 역동성이나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바다 사람들의 처절한 삶을 형상화하기보다 감 시인 자신의 신념 혹은 소망을 ‘바다’와 ‘꽃씨’ 그리고 ‘나비’라는 사물을 등장시켜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1연과 2연에서는 작은 꽃씨 하나가 바닷가 모래등에 떨어져 뿌리를 내려 생명력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간결하게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3~4연에서는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꽃이 아닌 풀잎에 앉고, 풀잎에서 햇살을 받은 꽃잎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5~6연에서는 나비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평선으로 날아간다는 사실을 진술한 뒤에 나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