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엔 가시가 없다 (박갑순 시집)

봄바람엔 가시가 없다 (박갑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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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봄바람엔 가시가 없다』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주로 어둠과 고통의 세상에서 희망을 추구하는 내용의 시들이 담겨 있고, 2부에는 서민들의 가난하지만 건실한 삶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3부는 자연에 대한 친화적 상상력의 시편이 담겨 있고, 4부는 가족의 애환을 중심으로 인생의 단면을 제시한 작품들이 모여 있다.

이 시집은 인생과 사회를 깊이 관찰하고 해부하여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아낸 데 의미가 있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서서 인간을 보는 눈으로 자연을 해부하고 자연을 보는 눈으로 인생을 관찰한다. 시인의 눈에는 인간의 삶과 자연 정경이 둘이 아니며 서로 의미를 주고받는 우주적 현상이다. 삶의 고통을 달래는 길도 자연에서 발견하며 자연의 예지로 고통을 위로한다. 겉으로는 자연을 묘사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인간과 삶을 표현하고 인간의 일을 통해 자연 현상을 표현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 시는 독특한 현상학을 이루었다.

3월의 귓불 간질이는 바람
무채색 겨울 산을 넘어와
싱그런 초록 주사 놓고 있다

꽃자루 보송한 솜털 깨워
따스한 귓속말로 새싹을 불러낸다

살갗 찌르는 가시 앞세우고
꽁꽁 얼어붙은 산과 들을 떠돌다가
도시의 허름한 뒷골목까지
무시무시하게 영역 넓혔던 바람

따가운 가시 피해 지하도로 내려간 노숙인
신문지 한 장 크기로 몸을 말고
밤마다 온몸 찌르는 통증에
잠 못 이루고 뒹굴며 시달렸는데

머리맡을 다녀간 따스한 손길
고통은 꿈같이 사라지고
절룩이는 발자국에 온기가 담긴다

웅크린 어깨 주물러
가지 끝에 새순 꽂아놓고
꽃들의 여린 잎 들춰
빛깔 풀어주고 얌전하게 앉은 바람

맨손으로 만져도 상처가 나지 않는 봄은
바람을 말랑하고 부드럽게 기른다

「봄바람엔 가시가 없다」 시 전문이다. 생의 고난을 세밀히 관찰하고 연민의 눈길로 애정을 표시하면서 그들의 삶의 끝판에서 그래도 희망을 보는 작품이다. 애환의 세계에서 슬픔과 아픔을 달래주는 생명의 상징으로 바람을 받아들여 신생의 에너지로 승화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박갑순

1965년전북부안에서태어났으며,1998년『자유문학』을통해시인으로등단한후,2005년『수필과비평』을통해수필가로도등단했다.전주신아출판사에서『소년문학』편집장으로활동하다가2016년부터경기도광명에서거주하고있다.
광명문협사무국장을거쳐,지금은부회장을맡고있으며,광명시마을기자,광명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활동등다양한봉사활동을하고있다.
곧전주로옮겨살계획을갖고있는박갑순시인은전라북도문단에도적극참여하고있다.전북문협,부안문협,영호남수필문학협회전북지부,순수필동인등에소속되어있으며,한국문협국제문학교류위원회위원,(사)한국편지가족감사로활동하고있다.
그간출간한박갑순의저서는수필집『꽃망울떨어질라』,시집『우리는눈물을연습한적없다』,투병기『민머리에그린꽃핀』,동시집『아빠가배달돼요』등이있으며,현재교정교열전문프리랜서‘글다듬이’로일하고있다.
박갑순시인은무서운암을두번이나극복한사람답게어떠한어려운현실도긍정의정신으로풀어나가는강인한정신의소유자다.제10회월간문학상을수상하는등다수의수상이력이있다.

목차

1부바람의껍질을까다
계단아래웅크린어둠
나무도관절이아프다
딱딱한날들을주무르다
바람의신경통
봄바람엔가시가없다
선량한택지
틈새시장
혹등고래의자서전
노랑부리백로
어머니의돋보기
바람의껍질을까다
노점상
개미목숨
감나무뒤란
텔레비전수술일지

2부그섬은육지에있다
난세엔난시
거미는줄을치지않는다
나무의해부학
발자국갑골문자
폐지와숙면
검은초승달
구두를닦는시간
나무는뿌리를남긴다
바다에길을내다
그섬은육지에있다
눈물을채집하다
구름서재
검은밤흰자위
쟁기할아버지
흑백사진은눈을감아야잘보인다

3부바람국을끓이다
보청기
물에도뼈가있다
그늘을가두다
그림자없는그림자
나비우체국
노을에기댄나무
돌멩이도구르는재주가있다
동물성구름
딸기
토왕성농부
바람국을끓이다
삐걱거리는날들
사람을읽다
산속집한채
치마에물드는단풍

4부패이지않는발자국
지팡이를사야하는시간
하늘을복사하는바다
파뿌리를염색하다
손톱달
얼룩말가장
원형탈모증
주먹을쥐는날들
책갈피에살다
패이지않는발자국
풍랑주의보
필리버스터
속삭이다와속썩이다에관한보고서
아버지의의자
산소공장
연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