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이음문고 12

첫사랑 - 이음문고 12

$5.13
Description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책
모두들 점점 더 책을 안 읽는다고는 하지만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은 여전하다. 문학을 가까이하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이음이 새로운 문학 선집을 준비했다. 책이 가장 낭만적이었던 시절의 문학을, 책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문고판의 책 안에, 책이 낯선 사람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엄선하여 담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실 때도 잠들기 전에도 잠시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훌쩍 떠나는 여행길에도, 늘 당신의 손 안에 활자의 낭만을 가득 담아줄, 당신의 첫 번째 문학, ‘이음문고’를 만나보자.

섬세한 필치와 예리한 감각으로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우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첫사랑〉 열여섯 살 청년 블라디미르는 연상의 여인 지나이다를 만나 강렬하고도 낯선 감정에 빠지게 된다. 투르게네프는 처음 느끼는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는 풋풋한 청년 ‘블라디미르’와 남성들을 사로잡은 아름답고 우아한 ‘지나이다’를 특유의 필체로 선명하고도 완성도 높게 그려낸다. “그날부터 나의 열정이 시작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나의 고통도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첫사랑의 아픔과 성숙의 내적 여정을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기교로 그려낸 이 소설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거장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저자

이반세르게예비치투르게네프

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와함께러시아문학을대표하는작가.1818년러시아중앙에있는아룔현에서부유한귀족집안의아들로태어나포악하고전제적이었던어머니밑에서불우한어린시절을보냈다.그의부친은시골의돈후안이되어많은귀족부인의마음을사로잡거나하인처녀와불륜관계를맺기도했는데,그의작품「첫사랑」(1860)에이런복잡한가정사가엿보이기도한다.1827년에가족전체가모스크...

출판사 서평

이음문고열두번째작품이반투르게네프의<첫사랑>이음문고는책이가장낭만적이었던시절의문학을,책이가장아름다웠던시절의스타일로재탄생시킨다.

16살청년블라디미르는아름답고우아한지나이다를만나낯선감정에휩싸이게된다.“그날부터나의열정이시작되었다고말할수있다.덧붙이자면나의고통도그날부터시작되었다.”지나이다의주변에는늘남성들이둘러싸고있었다.지성과아름다움을갖춘지나이다는그남성들을사로잡았고청년블라디미르도어느새그들중하나가되어갔다.자신의감정을숨길수없음을깨닫지만그는곧지나이다가다른누군가를사랑하고있음을깨닫는다.블라디미르는칼을지니고수풀사이에몸을숨긴다.지나이다의사랑은누구일까.“내가무슨말을할수있겠는가?그녀가앞에서서나를바라보는데.그녀가바라보기만하면나는머리부터발끝까지그녀의소유가되어버리는것을.”

러시아사실주의문학의거장투르게네프는미묘하고도안타까운첫사랑을완성도높게그려낸다.퇴색되어가는19세기러시아귀족사회를배경으로그려진이소설에서블라디미르는첫사랑으로인하여아파하고혼란스러워하며그여정을통해성숙해진다.투르게네프는자신만의매력으로남성들을지배하고또한사랑에모든것을맡기는지나이다를선명하고도과감하게그려내비평가들의찬사를받았다.사실적이면서도유려한필치를통해투르게네프의높은문학적완성도와위상을경험하게된다.

책속에서

25페이지
“우선당신은나를지나이다알렉산드로브나라고불러야해요.둘째,아이들그러니까젊은신사들이자기감정을솔직하게말하지않는건정말이상해요.그런건다큰어른들이나하는거죠.당신,나를좋아하죠,그렇죠?”그녀가툭터놓고이야기하자굉장히기쁘면서도약간자존심이상했다.그녀가한낱소년을상대하는게아니라는사실을보여주고싶었다.최대한진지한태도로애써아무렇지않은듯말했다.“물론당신을굉장히좋아합니다,지나이다알렉산드로브나.그사실을감추고싶지않습니다.”

36페이지
아버지는언제나자신만의스타일로단순하면서도멋지게차려입었다.하지만아버지가이보다우아해보인적은없는것같다.세월의흔적이느껴지지않는곱슬머리에쓴회색모자도이보다멋져보이진않았다.나는지나이다쪽으로갔지만그녀는시선도주지않은채다시책을들고걸어갔다.

50페이지
해가떠오르자번갯불도약해지면서잦아들었다.번개는점점잦아들더니마침내떠오르는태양의선명한빛에잠기고말았다.그리고내안의불길도꺼졌다.피로와마음의평화가찾아왔지만,지나이다의얼굴은내영혼앞에의기양양하게떠다녔다.하지만훨씬안정되어보였다.습지의수풀에서날아오르는백조처럼,그녀의얼굴은주변의아름답지않은것들과선명히구분되었다.나는잠이들면서신뢰가깃든흠모를담아마지막으로그녀의얼굴을붙잡고작별인사를했다.

52페이지
“다똑같아.모녀가품위라곤조금도없구나.”어머니가명령하듯말했다.“그런사람들과어울리며시간낭비하지말고그럴시간에시험준비나해라.”어머니가내공부를염려하는건이런몇마디말이전부라는걸알기때문에굳이대응할필요가없었다.하지만아버지는식사를마치자마자내어깨를감싸고정원으로데려가서는자세킨가에서본걸전부털어놓게했다.

59페이지
그녀는나를바보취급하고,놀리고,괴롭혔다.다른누군가에게종잡을수없고무책임하지만위대한기쁨과심오한슬픔의유일한근원이된다는것은달콤한일이다.나는지나이다의손에놓인밀랍과도같았다.그녀에게빠진건나만이아니었다.그녀의집을방문하는남자마다그녀에게빠져허우적댔고,그녀는그들모두를자기곁에묶어두었다.갖가지희망과두려움으로그들을자극하고,변덕에따라그들을얽히게하며즐거워했다.그녀는‘서로다투게하기’라고불렀는데,다들저항할생각조차않고기꺼이순종했다.

64페이지
때로는돈스키수도원에서평온하면서도서글픈종소리가들려왔다.나는그자리에앉아이광경을바라보고종소리를들으며기쁨과환희,미래에대한불안감,욕망,삶의두려움이혼재된알수없는감정에빠져들곤했다.그때는이모든걸이해하지못했고,내안에서들끓는이런감정에이름을붙일수도없었다.아니,이모든걸하나의이름으로부를수있겠다.지나이다라는이름으로.

125페이지
내가무슨말을할수있겠는가?그녀가앞에서서나를바라보는데.그녀가바라보기만하면나는머리부터발끝까지그녀의소유가되어버리는것을.15분쯤지나서생도와지나이다랑셋이서달리며술래잡기를했다.더이상울지않았다.웃느라퉁퉁부은눈에눈물이맺히긴했지만,나는웃었다.목에는넥타이대신지나이다의리본을매고있었다.가까스로그녀의허리를붙잡았을때는환희의비명을질렀다.그녀는누군가와하고싶었던걸나와함께한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