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음

싫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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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싫음’
우리가 뾰족하고 다정하게 연결되는 세계
서로 같은 것을 싫어할 때,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서로 비슷함을, 서로 연결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김윤리, 나혜, 이새해, 소현, 김나율, 박규현, 차호지, 구지원 여덟 명의 시인들이 보여주는 ‘싫음’에 대한 뾰족한 사유가 담겨있다. 그들은 ‘도모’라는 동인이 되어 매주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새로운 감각으로 소통하고 일상을 세밀하게 짚어낸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물을 삼키는 기분 / 좋아하는 반찬만 먹을 순 없잖아” “안전띠를 하라는 그림은 안전띠와 사람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그림“ “사람을 대하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하게 될 때까지” 시인들은 명민한 눈으로 이 세계를 직시하는 모서리를 만들어나간다. 그들은 외로움을 자처하기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성큼 넘어서기도 한다. 때로는 까탈스럽게, 때로는 힘차게 조각되는 ‘싫음’의 세계. 여기에 발을 내딛을 때 8명의 시인들이 건네는 특별한 애정이 가까이 전달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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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윤리외

뚝섬에서태어났다.〈유월오후의우유〉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서문
도모
김윤리
옆을봐
삼켰다
일어난일
나혜
공벌레
에스오에스
목구멍
손질
이새해
사람이싫어지면
땅에사탕을심으면
반영
날갈기
소현
위다웃
내가다시
나는매일걷는다
내게강같은평화
김나율
싫음
웃으세요
징조
StillLife
박규현
세답장
죄밑
증열
차호지
사랑하는사람
그시절
바퀴의왕
구지원
공사
무어부부
리틀팜
그림이그려져있는도시락
작가이력
해설
‘싫음’의감각이가리키는사각지대에서

출판사 서평

‘싫음’의감각이가리키는사각지대에서-여세실

우리는같은것을좋아한다는공통감각이아닌,같은것을싫어한다는공통감각속에서연대감을느끼기도한다.당신이싫어하는것이내가싫어하는것과같을때,하이파이브를하고‘바로그말이야.그런건딱질색이야!’라고말하며명쾌하게웃어보일수있듯이.여기모인여덟명의시인들이만들어보이는‘싫음’에대한뾰족한사유는우리가이세계속에서얼마나다정한‘우리’로엮일수있는지가아니라,각각의싫음이모여우리가얼마나단단한‘각자’로엮일수있는지에대해이야기한다.

우리는어쩌면같은것을좋아한다는감각에서기묘한불쾌를느끼고있는지도모른다.“같은옷을입고같은신발을신고/같은반지를낀사람이나를스쳐지나간다//(중략)한사람만이들어갈수있는통로로함께들어간다”(「옆을봐」)김윤리시인의시에서처럼,자신과같은옷을입은사람이지나가는것을보았을때우리는당혹감을느낀다.그당혹감은“한사람만이들어갈수있는통로로함께들어가”는일처럼비좁고멋쩍어지는순간처럼느껴진다.“어떤창문에는계속다른얼굴이지나쳐가고/너머에는하나의풍경만이펼쳐지지만......”에서알수있듯이우리의일상에는판에찍어박힌듯한취향들이난무한다.그너머의풍경들에서계속해다른얼굴들이지나간다.나는그얼굴들중에서어떤얼굴을사랑하게될까,혹은어떤얼굴은나와닮아있고,어떤얼굴은그렇지않을까를고심하게된다.그때,지금우리에게는새로운감각의연대가필요해보인다,한사람만이들어갈수있는통로에각자알맞게들어가는방법.그것은서로의‘좋음’을나누는일이기보다‘싫음’에대해나누며연대하는일일수있다.

당신은‘그런사람’의‘그런태도’와‘그런순간’이오면고개를입을다물어버릴지모른다.혹은‘그런사람’이바로나의모습이라는것에고개를가로저을수도있다.‘그런태도’가나의습관이라는것이,그것을버릴수도없이가지고가야한다는것이진저리쳐질때도있을것이다.그때이새해시인의화자는「반영」의시구절처럼단호하게말한다.“그냥외로워하기로했어.더는휘둘리지않겠다고생각하면서.”이새해시인이보여주는세계속에서화자는선생님의다그침을받고있는것처럼보인다.선생님이보여주는세계를보며화자는생각한다.“선생님이보여주는사진속수예점은언제봐도예쁘다.”그단란하고아름다워보이는세계속에서“그수예점주인이정말특별한사람이라고했어.누구도흉내낼수없는정서를갖고있다고.”라고말하는화자는어딘가위축되어보인다.“그쪽말하는거듣고있으면여전히갇혀있어요.겁먹은게보여요.”라고말하는선생님앞에서화자는아름다워보이는세계속에서소외를경험하게된다.이때이새해시인의화자는외로움을자처하면서앞으로나아간다.아름다워보이는세계에자신의몸을억지로구겨넣기를거부하면서,단정한아름다움보다날선외로움의자세로나아갈때,우리는아름다워보이는어떠한정물보다도더뾰족한모서리를가지게될수있을것이다.

(중략)

소현시인이「내게강같은평화」에서보여주는일상의혼란역시리듬을수반한다.화자는카페에가서글을써보려고한다.그때화자의글쓰기를방해하는수많은요소들이등장한다.옆사람들의대화소리,나의글씨체,바깥에나가고싶다는욕구,내집중을깨트리는요소들은도처에깔려있다.화자는그방해요소들을하나하나뛰어넘으며한편의글을완성해나가는과정을시로써내려가고있다.그것은“나는곧아플것같다.하지만나는움직인다.펜과함께앞으로나아간다.”라고말하는기백에서부터출발한다.“한쪽더쓰라는목소리는나의것이고,한쪽더쓰겠다는목소리는나의것이다.”라고말하듯,글쓰기를지속할수있도록하는것은내안에서들려오는명령이다.나는그명령을따라,하나의리듬을발명해나간다.“사실은다끝났다는거알면서.주절거리기.주절거리기.”라고말하는시인은그자체로자기수련을하고있는장인처럼보인다.글한편을끝까지맺는장인정신이야말로,“이대로끝낼수는없다고생각하면서.”라고굳게마음을다잡는화자는자신의일상에서느껴지는싫음의감각으로부터동력을얻는화자이기도할것이다.싫음에서부터시작하기.거기에서부터다시방편을모색하는골똘함이시인이시의첫행을시작해낼수있는원동력이기도할것이다.
이여덟명의시인들이말하는싫음의면면과속속들이이토록세세하고섬세하다면,나는‘금사빠’를자처할수있을것이다.그것이‘금방사랑에빠’지는사람이아니라‘금방사랑에서빠져나오는’사람인편이조금더근사할것이라는확신이선다.우리의이해가억지스러운‘좋음’으로부터파생된것이아니기를.오히려같은것에분노하고같은것에싫증을느끼는사람들이라는것에서우리는조금더내밀해져볼수있기를바란다.그렇기에세심하게대상을싫어할줄아는이여덟명의시인들에게깊은애정을느낀다.까탈스럽게세계를조각하고기꺼이손을들고건의하는불편한당신의편에서겠다고말하는순간,우리의세계는조금더선명한테두리를가지게될것이다.좋음에서파생된아름다움이아닌싫음에서태동한연대가가능해지는순간,여기쓰인시들은이두루뭉술한세계를날카롭게깎아내는조각칼이될것이다.
우리는기어코‘우리’가아닌‘각자’의방식으로,서로다른싫음의이야기를늘어놓을수있어야한다.그이야기들이세계를안온하게만들어주지는못할지언정명민한눈으로이세계를직시하는모서리가될수있을것이다.여덟명의시인들이모여만든모서리는기꺼이세계에가위표를그으며구석을도맡는다.누군가는그뾰족한구석이야말로,보이지않는사각지대를가리키고있다.무언가에반대하는목소리로서,당신에게연대하는기민한자세가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구석을향한발화야말로사각지대에처한이들의보금자리가될수있다는것을이여덟명의시인들은각자만의시선으로보여주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