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와 민현 - 우정 시집 2

연희와 민현 - 우정 시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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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연희 시인과 주민현 시인이 함께 쓴 예사롭지 않고도 사랑스러운 시집 〈연희와 민현〉은 우정시집 2번째 책이다. “시란 무서워? 시작이란 우스워! 시작이란 무서워? 시란 우스워! 우리 아무거나 되자.” 두 시인은 함께 단어를 주워 시를 이어나간다. 시작- 영혼 - 어깨 - 무덤- 힐마 아프 - 고양이 ... 두 시인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세계가 파동을 일으킨다. “어깨가 뒤집혀 흔들린다. 키득키득 우린 교과서나 공책을 빌리고 빌려주며 자라왔지. 종이의 기원을 상상해 봐. 종교와 전쟁이 종이를 만들었다면 그 종이를 찢어보자.” 깊은 밤에 휘파람을 불고 금기를 깨보자. "그것은 아주 오랜 징표, 껴안는 몸짓 같지" 우리는 세계의 밑바닥에서 상상도 못할 세계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여름 밤에 그들과 함께 우정어린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 들어간다면. "민현: 미지의 X에게, 연희: 찬란한 우정을."

저자

한연희,주민현

저자:한연희
2016년창비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폭설이었다그다음은』,『희귀종눈물귀신버섯』이있다.

저자:주민현
1989년서울에서출생했다.2017년[한국경제]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킬트그리고퀼트』,함께쓴『AnAAxt&ARKOvol.01』,함께쓴시집『너의아름다움이온통글이될까봐』,『킬트,그리고퀼트』그리고팀'유후'의공동시작(詩作)공동시집첫번째프로젝트“같은제목으로시쓰기”로공동시집을펴낸후두번째프로젝트“빈칸채워시쓰기”『아무해도끼치지않는』을함께썼다.가있다.창작동인'켬'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연희와민현』추천사강혜빈3
시인의말7

0부

시작하는마음민현14
힘빼기시작연희16

1부연쇄

무한척추운동구간연희22
언니들가방에들어가신다민현26
어깨동무연희30
무덤과베개민현32
잔디심는방법연희34
꿈에서본지옥민현38
때이른봄의규칙연희42
우정의규칙민현44

2부파동

힐마아프연희50
힐마아프민현52
고양이를부탁해연희56
고양이를부탁해민현60
우아한유령연희62
우아한유령민현66
순정만화연희70
순정만화민현72
이상한나라의앨리스연희74
이상한나라의앨리스민현78

3부융합

질서정연하게소복소복쌓이는것에대한민현84
북쪽쥐연희88
언어이전의세계민현92
령(靈)연희96
접시의모든것민현100
사금파리줍기연희102
사물의입장민현106
너의수많은개사진속에서연희110

4부

밤의리듬,봄의리듬연희,민현116

에세이

마음을이어붙이면종이비행기122
6조각으로나눈마음126

작가소개
연희134
민현135

출판사 서평

추천사_강혜빈시인

연희와민현의세계로들어가면별안간무중력상태가된다.폭풍우에몸을맡기고진동하는땅위에서균형을잡다가찌릿하게감전되고만다.호각소리가점점가까워진다.부서지는세계위로전력질주하는아킬레스건이보인다.다만힘을뺀다는건제대로놀아보겠다는뜻.저절로신명나는칼춤과알록달록한유령들의행진이이어진다.꼬리에꼬리를물고연결되는.잔잔히무심하다가도언제그랬냐는듯무섭게몰아치는.너무나도달라보였던둘이녹아내리니다름아닌하나된다.우정의의미나이면을애써생각하지않아도되는.그런우정이여기있다.함께이상하고씩씩한춤을추는.

이세계는연쇄와파동,그리고융합의규칙으로작동된다.규칙을깨부수는규칙으로.뒤섞이는리듬은액체슬라임처럼여러조각으로나뉘었다가다시한덩어리가된다.끈적끈적하게,말랑말랑하게,아무렇게나통통튀면서.둘은새로운‘것’을탄생시킨다.아주,흥미롭고도험한것을……형상은질료에의해구현되며,질료와형상이결합되면비로소새로운‘것’이만들어질수있다.둘은어깨동무를하고무덤과베개를나란히두고규칙을파기하고산책의감각을새로쓴다.탈주하고탈피하고탈진하고.호방하게무릎을털고일어선다.같은시의제목으로다른세계를열어보인다.동시에다른시의제목으로우연히마주한다.민현과연희가나눈영혼과어깨,무덤과규칙,고양이와유령,순정만화와북극,그리고언니와접시들,둥근포옹,세모난단어채집,우아한영혼의장난들이좋다.폭삭깨졌다가도다시뭉치는전지구적인재료들이좋다.봄밤에,달콤한즙이줄줄흐르는피자두를베어무는아찔한기분이든다.괄호속에숨은은밀한암호와언어의거대한지도를본다.그들의시속에서새로태어난존재들의모든말들을.언어와언어아닌것들을.

“둘이라는말”은푹신하다.*영원히둘이고만싶다.이사랑스러운,예사롭지않은,악동같은언니들의디스코팡팡팝핑캔디같은해체쇼를영원히바라보고싶다.둘사이에비집고들어가서팔짱을끼고싶다.재미있는미신을들려주고싶다.깊은밤에휘파람을불고싶다.금기를깨고싶다.연희와민현과함께라면어쩐지아무것도무섭지않다.언니라는말을다시,우정의뼈를매만지며,언니,언니-하고불러본다.세계의밑바닥에서상상도못한정체가나오더라도짤랑거리는춤을멈추지않기를.산뜻한죽음을향해함께걸어가기를.

시란무서워?시작이란우스워!
시작이란무서워?시란우스워!**

우리아무거나되자.

*주민현,「시작하는마음」부분
**한연희,「힘빼고시작」부분

책속에서

어깨가굽은사람은
따개비처럼몸에달라붙은상념에
점점앞으로수그러질수밖에
그럼영혼을좀펴봐
곧게말이지
상담자가툭뱉은말에
그만주눅이들었지만
영혼들에겐큰낙차가있고
삐딱한콧날,기우뚱걷는걸음걸이,구두왼쪽뒤축만닳는것
그게다직립을거부하기시작한징조일테고
나는여자들의영혼을구할거야
헛된수고라니
쓸모없는형체라니
---p.22

언니들가방에들어가신다
아름다움이뭔지모르면서
커다란느티나무가아름답다고생각하며
그아래서언니들을기다린다
내가사랑하는언니들은
조금씩잔인하고익살스럽지
가부장제를뿌리뽑는언니
악덕사장의머리털을뽑은언니
남편아닌아내아닌애인있는언니
언니의신발을신고
언니들의마이크를쥐고
그모든언니들의안경을쓰고
바라보면법전은세상에서가장작은책
글을써도응답없음,
서신을보내도응답없음,
초인종눌러도응답없음,
---p.26

가끔그숲에나비날고
가끔웃음을채집하러다니고
가끔빽빽한빌딩을걷고
가끔혼자가더좋은그런주인공에게
왈가닥친구있고
사거리에불어오는숄
죽은아기를덮었던
고급백화점에장식되어있던
거리에서잠자는사람휘감았던
그런숄;
어깨에안착할때
주인공은그숄의역사를상상하기좋아하고
그런주인공에게
가끔만등장해도좋은친구가있으니까요
본편보다번외편이때론더재밌으니까요
---p.73

행복이라고크게말했는데
불행이부메랑처럼돌아와
사랑이라고속삭였는데
오줌만마려워죽겠어
딩고오딩고봅시아싸해도라이망가인우리사포롱
어서수수께끼를먹어야해
우리에겐말장난이필요해
오줌을누는동안담요는젖어든다
부풀어오른다
재버워키의시는이상하고제멋대로인주름들
딩벳과실밥과보풀속에숨은시를읽는다
---p.75

04.03.Pm10:34
깜빡깜빡반짝이는밤의리듬,봄의리듬,별의리듬,
심장과발바닥에와닿는꽃잎의리듬
죽음에가까운리듬
낯선언어가들려온다
그것은멀리은하계밖에서보내는신호
04.04.Pm06:35
우리함께죽은것들과놀자
우주밖으로떠밀려간쓰레기더미는푹신해서
영혼없고희망없는것들이모두
하나가돼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