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슬픔 - 우정 시집 3

깨끗한 슬픔 - 우정 시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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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전욱진

저자:김현
친구선재가‘자화시(自畵詩)프로젝트’를해보자며날찍고,날찍은사진한장을건네준것이벌써오래전이다.나는그사진을앉아서,누워서,때론바닥에둔채서서보기도하면서시간을흘려보냈다.그리고여러달전불현듯자화시를끄적였는데,“내얼굴을보면서도내가아니구나생각했다”라는문장으로시작해“쓰게될것이다.”하고끝난다.그런데그시에뭔가빠진게있다는생각.그게‘나’라는생각.그래서나는나도,누구도보지못하게사진을다시벽으로돌려놓은채지내고있다.

저자:전욱진
눈가늘게뜨고나자신을기억해보자면혼잣말을곧잘하는사람이라는생각이든다.내심누군가들어주기를바라며혼자서이야기하는일,그런일을줄곧해온사람같다.요즈음에는스스로냉혹한사람같다고느낀다.또최근에새로안사실인데,나는망개떡에붙은나뭇잎을먹는사람이다.그오묘한맛과향에관한혼잣말을당신이들어주었으면.

목차


강아지한마리가천국에가면9
사랑과영혼12
잔물결14
음향16
봄18
산들19
우리사이21
역광25
가만히있어봐27
동거28
시작하는시30
핍진성32
충실한슬픔34
수신자부담37
할머니는끝이없네39
봄날문밖에서의춤42
사람이아니던시절에44
고양이한마리가천국에가지않으면50
십팔번52
아직도그역에서손을흔드는사람이있을까54
인지부조화57
깃털58
입추60
서점은열려있어요61
보라매공원63
철새들64
홍콩찻잔65
잃어버린,67
시월71
내가좋아한그사람의시73
틀림없는76
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77
시인들의말80
저자소개84
수록작품86

출판사 서평

“오래전연락이끊긴동지에게
너는충실했을뿐이야
뒤늦은답장을띄워보낸다면

삶의종착지가아니라
종점을마음에품고
버스에오르는삶

끝까지
끝으로갔다가집으로돌아온다”

김현<충실한슬픔>중에서

김현은보이는것보다더멀리있으며언제나슬퍼하는사람이다.그사실을나만꿰뚫어본것같아종종기쁘지만,실은현을아는모두가그렇게느끼고있다.어떻게보면현을아는이들은같은기쁨을공유하는것이다.현은그런우리를가만히응시하고,그모습은보이는것처럼썩가까우며언제나웃는얼굴이다.

욱진이가파란벽에기대어서서활짝웃고있는사진을좋아한다.어느여름,손님이많은시골막국숫집에자리가나길기다리며내가폴라로이드로찍은사진이다.그사진에는그날의빛과그림자그리고바람결,흙내음과지오다노모델처럼자세를취한욱진을보며웃던친구들이보이지않게보일듯이찍혀있다.

“그럼에도드물고아름다운
이를테면여름저녁하늘같은
그런장면앞에선순간에는
부르고싶은마음을참고

지는해는오래바라보아도
눈이시리지는않겠지
하지만감았다뜨면눈앞에
동그란잔상은어슴푸레

물에잠겨있는한사람이
입밖으로내는목소리같이”

전욱진<역광>중에서

한시간이채되지않는사이에우리는시시껄렁한얘길주고받는대신자못진지한,앞으로어떻게살것인가,살고싶은가에관해이야기나눴다.웃으면서,고개를끄덕이면서,창밖을보면서,산란하는빛을각자음미하면서.나는지금도종종그우연이선사한깨끗한기쁨을떠올린다.‘욱진과현’이라는우정의징표로여겨봄직한것이다.

“욱진아,저기서봐.”
살면서이말을몇번쯤더할수있을까?사는동안할수있는말의횟수를헤아리다보면늘인생이짧다는결론에도달하여어느새상대에게꼭그말을들려주려애쓰게된다.그렇지않니?하면그래요?하며욱진이는어떤말을보탤까.궁금하기에우정의책장은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