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 애도 적대 (자살과 한국의 죽음정치에 대한 7편의 하드보일드 에세이)

숭배 애도 적대 (자살과 한국의 죽음정치에 대한 7편의 하드보일드 에세이)

$17.00
Description
“이 죽음에서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다”

한국 사회의 ‘죽음의 스펙터클’
자살이 이 사회의 비참을 증거한다는 점을 당연히, 여전히 생각한다
죽음의 정치학-일곱 편의 긴 애도문 혹은 에세이
죽음의 정치학-일곱 편의 긴 애도문 혹은 에세이

종교나 문화뿐 아니라 정치 역시 죽음을 매개물로 한다. 또는 정치란,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죽음을 처리하고 죽음과 싸우고 다스리는 일에 다름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늘 죽음에 개입하고 사람들의 애도와 죄책감을 사용해왔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희생된 숱한 죽음들은 물론이거니와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국 사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나 아픈, 때로는 무책임한, 죽음(자살)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듯 비통하고 때 이른 죽음을 야기한 것은 바로 이 나라의 정치며 사회이고, 한국 사회는 그런 죽음들이 초래한 어둡고 비통한 ‘마음’을 또 에너지로 삼아 전후좌우로 비틀대며 나아간다. 이 책은 그러한 집합적 감정의 에너지, 즉 정치적 ‘정동(情動)’의 발생과 효과를 분석함으로써, 자살이 이 사회의 비참 또는 관계의 한계를 증거한다는 점을 다시금 깊이 성찰케 한다.

1991년 봄 이른바 ‘분신 정국’에서 산화한 꽃다운 젊은 ‘그들’을 비롯해 1980-90년대 ‘열사’들의 죽음, 그리고 2000년대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노무현ㆍ노회찬ㆍ박원순 등 정치인들의 죽음, 그리고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잇단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죽음의 정치학 또는 한국 정치의 감정구조의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나아가 최진실ㆍ설리ㆍ샤이니 종현 등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잔혹한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한국 사회의 자살 현상과 자살 문제의 전망을 고찰해본다.

“자살은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죽음의 형식이다. 거의 모든 자살의 밑바탕에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죽음의 정치학이 탄생한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핵심적 탐구 주제로서, 철학적이고 역사적이며 전체 사회를 비추는 사회학적 거울이기도 하다. 특히 소용돌이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서 그러한 죽음이 미친 사회적 영향력은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할 용기와 그것을 꿰뚫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지적 공백을 메우려고 부단히 노력해온 연구자다. 문학적 기반 위에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그의 작업들은 한국 사회의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만나 더욱 더 빛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거치는 동안 생사의 경계를 넘어간 수많은 희생자들과 정치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책을 완성했다. 그의 지적 고투에 따뜻한 격려를 보내며, 이 책이 한국 사회의 죽음의 정치학에 관한 풍부한 이론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_ 정근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한국현대문학사및문화사연구자.작가.지성사와현실의문화정치에대한관심을바탕으로다양한연구성과와문화비평을발표해왔다.새롭고융합적인인문학과,아래로부터의앎의흐름에서자극받고그에호흡을맞추려나름노력하고있다.
지은책으로《근대의책읽기》《대중지성의시대》《자살론》《조선의사나이거든풋뽈을차라》《시대의말욕망의문장-123편잡지창간사로읽는한국현대문화사》《촛불이후,K-민주주의와문화정치》《근대를다시읽는다》(공저)《1960년을묻다-박정희시대의문화정치와지성》(공저)《대한민국독서사-우리가사랑한책들,知의현대사와읽기의풍경》(공저)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서설:끝나지않은5월,1991년
어둠이빛을이긴다|패배의기억,어둠의심연|젊은삶/죽음|패배의효과,아포리아|열사그리고애도|끝나지않은5월

1부-열사

01.열사의정치학,기원에대하여

‘민주화’와열사
‘열사들’과시대|젊은죽음,살아남은자의슬픔|‘열사의시대’이후,추방된죽음들

죽음의정치,열사의정치학
누가‘열사’인가,‘열사’의사회언어학|죽음의형식들,기억되거나기억되지못하거나|노동운동과열사

노동열사정치:전태일에서1990년대까지
분신:숭고의스펙터클,최후의‘도덕적’무기|‘민주화’이후의노동자의죽음:1990년대의‘노동열사’|‘강성노조’혹은‘노조의전투성’에대하여

02.오월혹은요절:죄의식의계승과젊은죽음에관한두개의고찰

5월광주,‘1980년대적죽음’의사회적ㆍ도덕적연원
‘1980년대적’인죽음|‘애도되지못한죽음’의죄의식|1986년5월,스물세살박혜정

이념과‘삶’사이에있는것:1991년5월,열아홉살박승희
‘나’와‘너’,죽음과상호작용하는정동|이념의정치적맥락|두개의결론:죽음의개별성과역사성

03.고독한죽음들:2000년대이후의노동열사

신자유주의와2000년대이후노동자의죽음
세계화의덫,또다른제단에바쳐진목숨들|1991년과2003년사이:이현중ㆍ이해남씨의죽음|죽음앞의고독:비정규직노동자들의죽음|21세기형‘합법적’노동탄압:손해배상소송과노동억압의신자유주의화

전태일유서가여전히쓰이는나라
노동의분할,여전히‘해고’는살인이다|“열사의칭호를던지지마세요”:‘열’에서‘울’로|결론을대신하여:두개의불가능함사이에서

2부-애도의정치,증오의정치

04.노무현애도사事/史:한국정치의감정구조에대하여

‘이죽음에서자유로운사람은아무도없다’
2009년5월23일,새로운정치사의시작|“정치하지마라”|대통령의죽음,그리고‘가부장-국가’의‘가족-로망스’|7일간의장례식,‘미안함’이라는정동|복수심:증오와죽음의정치|“미안해하지마라,누구도원망하지마라”

애도의정치,증오의정치
엘리트특권동맹의공포·조롱·혐오|죄의식과우상화,그리고애도를정치에이용하기|촛불혁명이후,끝나지않은원한의정치|‘노무현정신’은무엇인가:횡령된애도,박제된애도

05.죽음,책임,명예:대한민국공직자들의자살

다양한사건들의공통점
세속의‘승리자’들의자살|자살유발자,검찰|죽음을통해생각하는한국사회의지배구조와문화정치

노회찬의죽음,애도와반(反)애도
“나는여기서멈추지만…”|애도와반애도사이의심연|추모와과제,연민과공동체의윤리

‘회사원’최씨의죽음:어느경찰공무원의선택이말해준것들
국정원비위와직원들의연쇄자살|‘정윤회문건’사건이쏘아올린공|누가범인이될것인가,‘몰아가기’의공포|유서에담긴회사(경찰),언론,동료|언론은책임이없는가|‘진상규명’이란결국화해와회복적정의|‘명예자살’은명예로운가|정치가야기하는자살:정치의잔혹함과회피로서의자살

소결:극단의진영정치와‘진보’에대하여
‘진보’의윤리:인간은완벽하지않기에,더깨끗하고도덕적인‘정치’를원한다

3부-잔혹한사회,취약한인간

06.연예인의자살과한국사회:2000년대이후의‘잔인성체제’

‘블랙카펫’위의연예인들:최진실,설리,샤이니종현의죽음을중심으로
대중의갈취,존재론적불안|최진실,연예인-여자의일생|설리,‘아이돌’과착취그리고죽음보도경쟁|연예인-베르테르효과|샤이니종현,내면의우울과과로하는삶

관종의시대,연예인화되는삶과죽음정치
연예인으로살아가기,연예인을‘소비’하기|주목경쟁,만인의연예인화|‘화려한인생’이지불하는것

07.보이는심연,고착된구조:2010년대이후한국사회의자살과자살예방정책

자살예방법과자살예방정책
자살에대한사회의의무,‘자살예방법’|자살예방정책의영향|유가족이자살사건에대해말하기,‘심리부검’의의의와한계|유가족에대한위로와애도

‘극단적선택’에이르는경로들
한국인의82개자살위험요인|생애주기ㆍ연령대별자살요인|10대청소년:따돌림,학교폭력|20-30대:청년여성자살률의증가|30대직장인:고용문제와‘직장내갑질’|40-50대중년남성:자살자도가장많은세대|40-60대중장년여성:돌봄,가족,갱년기우울의문제|최고의노인자살률,고통을해결하는수단으로서의자살

알면서도고치지못하는것:자살문제의전망
노동과자살:‘과로’와직장인자살의경로|‘잔인성의체계’의최전선|자살예방사업업그레이드?‘사회적정신건강’을향한길|‘자기책임주의’라는이데올로기의덫|‘죽음의스펙터클’

출판사 서평

‘열사의시대’부터신자유주의‘잔인성의체제’까지
-뜨거운‘열(烈)’에서고독한‘울(鬱)’로

이책은1991년5월,그스산하고어지러웠던그해봄‘분신정국’의장면으로부터출발한다.거의두달간전국각지에서이어진수천번의집회와거리로쏟아져나온수백만의사람들,그리고강경대ㆍ박승희ㆍ김귀정등너무나빈발했던젊은‘열사’들의죽음….이른바‘1991년5월투쟁’은‘강기훈유서대필조작사건’을계기로갑작스레종결을맞았다.당시‘거리의학생’중하나였던저자는이느닷없고재앙같은,돌이킬수없는처참한‘패배’이후아주오랫동안그것의정체를똑바로쳐다보지못했다고,감히‘우리’도20여년동안그마음의감옥에함께있었다고고백한다.그러니까‘1980년대는1980년5월에시작되어1991년5월에끝났다’라고할정도로,그해5월은너무나상처깊은‘패배의기억’이자‘어둠의심연’이었던것이다.그해봄‘우리’젊은영혼들을뒤흔들었던그‘죽음의정념’은대체무엇이었을까?

제1부는‘열사의정치학’의기원부터소멸까지,‘열사’를둘러싼죽음의정치학을다룬다.전태일이래1980-90년대까지이어진‘노동열사정치’의계보,그리고‘5월광주항쟁’으로부터물려진‘1980년대적죽음’의사회적ㆍ도덕적연원들을살펴본다.‘애도되지못한(광주의)죽음’의죄의식은어떻게‘열사정치’로계승되었을까?약자들의최후의도덕적무기로서왜‘분신’이라는죽음의형식(‘숭고의스펙터클’)이선택된것일까?이른바‘민주화’이후에도왜노동자들의죽음은멈추지않았으며,오늘날과같은‘강성노조’혹은‘노조의전투성’은어떠한맥락을거쳐형성돼온것일까?그리고1986년스물세살박혜정의죽음과1991년열아홉살박승희의죽음은무엇이같고,무엇이다른가?

그리고‘열사의시대’이후,2000년대들어노동자들의죽음은어떻게달라졌는가를살펴본다.여전히‘노동열사’라는이름의죽음이되,뜨거운‘열(烈)’에서고독한‘울(鬱)’로,이들의죽음은점점추방되고있다.신자유주의체제하에서21세기형‘합법적’노동탄압인‘손해배상소송’을비롯해노동의분할과억압이더욱교묘해지고악랄해지는가운데,여전히‘해고는살인’이며비정규직노동자들은더더욱고독한죽음으로내몰리고있다.50년전전태일의유서가여전히쓰이고있는나라,오늘날대한민국의초상이다.

제2부는노무현ㆍ노회찬ㆍ박원순등의정치인을비롯해대한민국공직자들(이를테면국정원직원들)의죽음을둘러싼‘애도의정치,증오의정치’를다룬다.2009년노무현의죽음은한국사회를크게요동치게만든새로운정치사의시작이었다.7일간의장례식기간동안거대한집합적에너지로분출된강렬한감정들의충돌.한편에서는미안함과복수심과증오가,다른한편에서는공포와조롱과혐오가횡행했다.정작노무현은유서에서“미안해하지마라,누구도원망하지마라”라고남겼지만,한국의정치는정확히그반대의길을걸었다.

노무현에대한대중의극도의죄의식(또는우상화)은어떻게형성되었나?또그반대편에서엘리트‘특권동맹’은어떤정동을갖고있었나?이후노회찬과박원순의죽음에이르기까지,‘애도’또는‘반(反)애도’는어떻게정치에소환되고이용되었나?촛불혁명이후에도이원한의정치는왜끝나지않는것일까?극단적이고무자비한진영정치를멈추기위해이공동체에필요한윤리는무엇일까?

한편으로대한민국공직자들의자살도끊이지않고있다.2014년부터연쇄적으로일어난국정원직원들의죽음이대표적이다.박근혜정권시기국정원의불법적정보활동이오랫동안자행되면서민간인사찰,서울시공무원간첩증거조작,댓글공작사건등으로검찰에서조사받던국정원직원들이잇달아극단적선택을했다.그중청와대에파견된정보경찰관최경위의죽음을통해,한국사회의지배구조와문화정치의이면을들여다본다.‘정윤회문건’사건이쏘아올린공이어떻게한공직자의삶을파탄으로내몰았나?‘누가범인이될것인가’하는‘몰아가기’의공포는어떻게자행되었고,여기에검찰과언론의책임은없는것일까?‘명예자살’은과연명예로운가,왜죽음이책임과명예를지키는수단으로선택될수밖에없었나?정치의잔혹함이어떻게‘회피로서의자살’을야기하는가?

제3부는2000년대이후부쩍빈번해진연예인들의자살사건을통해한국사회의‘잔인성의체제’를들여다보고,오늘날한국사회에만연한자살현상을되짚어본다.또한자살예방을위한법과제도가어떻게만들어지고발전해왔는지,그럼에도왜이사회와개개인의삶에드리운어둡고무서운심연을잘고치지못하고여전히‘자살공화국’을유지하고있는지,한국인들은생애주기ㆍ연령대별어떤요인들로인해‘극단적인선택’에이르게되는지를살펴본다.

무엇보다‘사회적잔인성의체제’의최전선에있는직장과노동을둘러싸고,이많은비극을야기하는거시적배후는무엇일까를묻는다.바로자본과효율의논리,경쟁의압박,그리고이모든것을합친자본주의의현단계,즉‘신자유주의’다.한국은분명경제력,군사력,소프트파워,(형식적)민주주의의측면에서선진국의문턱에이르러있지만,그화려한외관을한꺼풀만벗기면피가강처럼흐르는‘극단적선택’이라는절망이창궐한다.소외와고독도,경쟁과잔인함도더심해졌으며,엄청나게커지고복잡해진불평등의구조때문에혐오와차별이횡행하는현실도바뀌지않았다.오늘날의‘K-번영’은여전히지속불가능성위에구축돼있다.

이탈리아철학자프랑코‘비포’베라르디가《죽음의스펙터클》에서지적했듯이,한국사회는끝없는경쟁,극단적개인주의,일상의사막화,생활리듬의초가속화라는특징을지닌다.이런상황을멈추거나늦추어야만자살과이를부추기는광증과폭력을줄일수있지않을까?또한사람을자살에이르게하는어두운힘은바로우리가사는학교,가족,이웃이근거하는세계에있기에,그힘들을조절하고제어할수있는힘또한‘정치’라고말할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