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17.00
Description
개든, 고양이든, 말이든, 소든, 토끼든, 거북이든, 인간이든,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눈물을 삼킬 수도 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폭식을 거듭할 수도 있다. 넋을 놓을 수도, 묵묵히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 각자가 슬픔을 짓는 방식이 다르듯이 동물들 역시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겪을 것이다.

다만 동물들이 어떻게 슬퍼하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든(이해할 수 있다면),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사랑에서 온다. “슬픔은 두 동물이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나아가 상대의 존재가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하다는 가슴의 확신에 따라 서로 사랑할 때, 피어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 즉 새끼를, 형제자매를, 친구를, 동료를 떠나보낸 동물들에게 슬픔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찾아올지언정 같은 흔적을 남긴다. 이들은 체중이 줄어든다. 먹기를 거부하거나, 먹을 것을 찾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한다. 무기력에 빠져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잃는다. 어떤 경우에는 병에 걸린다. 고통스러워한다. 세상을 떠난 이를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물론 동물들은 인간이 그러하듯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지도, 관을 짜지도, 저승길 편히 가라며 돈이나 귀금속을 함께 묻지도,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동물들은 사랑하는 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일정한 반응을 보인다. 사랑하기에 치르는 대가를, 슬픔을 앓는다.

저자

바버라J.킹

윌리엄메리대학인류학과명예교수이자,유인원관찰자이자,고양이구조자이자,과학작가다.한편으로는동물을사랑하는사람으로서『동물들의가장친한친구{Animals’BestFriends}』,『동물과함께살아가기{BeingWithAnimals}』,『접시위에놓인개성들{PersonalitiesonthePlate}』등동물의감정및인지,우리가동물과맺는관계에서의윤리에초점을맞춘책을썼고,또한편으로는인류학자로서『진화하는신{EvolvingGod}』,『인간행동의근원{RootsofHumanBehavior}』같이인간의언어·문화·종교에초점을맞춘책을썼다.

이렇게구분지어서술하기는했지만,동물을사랑하는사람으로서의바버라킹과인류학자로서의바버라킹은다른사람이아니다.두사람모두로서바버라킹은동물들이사랑하는이를떠나보낼때슬픔을느끼는지,슬픔을느낀다면그것을어떻게받아들이고표현하는지들여다본다.동물과인간이서로닮았고,또서로다른만큼이나동물이겪는슬픔은인간이겪는슬픔과서로닮았고,또서로다르다.킹은코끼리나침팬지,돌고래등슬픔을느끼는것으로잘알려져있는동물들에서부터닭,개,고양이,거북,새,토끼,돼지등이겪는슬픔을섣불리의인화하지않으면서도그들각자가구사하는슬픔의언어를부드럽게옮겨놓는다.그렇다,실로이책의미덕은“과학자로서의조심스러움과동물애호가로서의애정으로이까다로운주제를다룬다”는데있다.2019년바버라킹이선TED강연‘동물들도사랑하고슬퍼한다는걸아시나요?’는300만이넘는조회수를기록했다.

목차

서문:슬픔과사랑에관하여

1장고양이카슨의죽음과애도
2장개의가장친한친구
3장농장의추모행사
4장토끼가우울한이유
5장코끼리뼈
6장원숭이도죽음을슬퍼할까?
7장침팬지:때때로잔인한것은사실이다
8장새들의사랑
9장감정의바다:돌고래,고래,거북
10장경계는없다:종을초월하는슬픔
11장동물의자살?
12장유인원의슬픔
13장옐로스톤의죽은들소와동물부고
14장슬픔을쓴다는것
15장슬픔의선사시대

맺는말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사진한장이있다.
장례식중에찍힌이사진한가운데에는국기에휘감긴관이놓여있다.하지만우리눈길을끄는것은관아래에누워있는검은개다.이개는이제는세상에없는친구의관아래에누워있는것이다.뒷모습이기에우리는이개가어떤표정을짓고있는지알수없다.단지관아래가눕기에좋아보였던것인지,아니면관속에든것이친구의시신임을알았기때문인지도알수없다.하지만만약개가관아래에누워있는대신카메라를똑바로응시하며눈물을흘리고있었더라도여전히질문은남는다.

이개는슬퍼하는걸까?
만약그렇다면,오랫동안함께해온친구가세상을떠난데대해애도하고있는걸까?(종종사람들은아무리오랜세월함께했더라도작별을슬퍼하지않는다)
개를비롯한동물들은인간과같은원리에따라눈물을흘릴까?(슬픔을느끼면눈물을흘린다는것은너무나도인간중심적인도식이아닐까?)
슬픔에빠진개들은어떤표정을짓고,어떤걸음걸이로걷고,어떤울음소리를낼까?

만약이들이죽은혈연이나친구의시신앞에서(인간이분명하게알아챌수있는방식으로)슬퍼하지않는다면,우리는이들이슬픔에잠겨있다고어떻게판단할수있을까?상갓집에서한번도농담을나누거나웃지않고긴시간을보내다오는사람이거의없듯이,동물들역시친밀했던이의시신앞에서놀이를하거나시신에아무런관심을보이지않을수있고또실제로그렇다.만약우리에게그들이슬픔에빠질만한상황에대한이해가없다면(다시말해서사진속검은개가친구를잃었다는사실,잃은친구가바로저관속에들어있다는사실을알지못한다면)우리는저검은개를대수롭지않게여겼을지도모른다.졸렸던모양이라고,관아래가아늑해보였던모양이라고생각했을지도모른다.

언젠가오스트리아철학자비트겐슈타인은“사자가말을할수있다하더라도우리는사자를이해할수없다”는말을했지만,이말이사자가인간언어를구사하게되더라도그것이결코완전한언어가될수없으리라는뜻은아니었지만,사자가우리삶을이해하지못하듯우리도사자의삶을이해하지못하기에언어적장벽을넘는다해도완전한이해에는도달하지못하리라는뜻이었지만,이는우리에게단순한사실한가지를환기시킨다.같은삶의형식을공유하는두사람또한서로를이해하지못할수있다는것.나아가,슬픔의언어속에서는종의차이보다개체의차이가더클수있다는것.

개든,고양이든,말이든,소든,토끼든,거북이든,인간이든,슬픔을통과하는방식은서로다르다.어떤이는눈물을흘릴수도있지만어떤이는눈물을삼킬수도있다.아무것도먹지못할수도,폭식을거듭할수도있다.넋을놓을수도,묵묵히일상을살아갈수도있다.우리각자가슬픔을짓는방식이다르듯이동물들역시제각기다른방식으로슬픔을겪을것이다.다만동물들이어떻게슬퍼하든,우리가그것을어떻게이해하든(이해할수있다면),한가지만은분명하다.슬픔은어디에서오는가?그것은사랑에서온다.“슬픔은두동물이끈끈한유대를형성하고,서로에게관심을쏟고,나아가상대의존재가공기처럼필수불가결하다는가슴의확신에따라서로사랑할때,피어난다.”

이책에등장하는수많은동물들,즉새끼를,형제자매를,친구를,동료를떠나보낸동물들에게슬픔은제각기다른방식으로찾아올지언정같은흔적을남긴다.이들은체중이줄어든다.먹기를거부하거나,먹을것을찾지않는다.평상시에는하지않았던행동들을한다.무기력에빠져주변세계에대한관심을잃는다.어떤경우에는병에걸린다.고통스러워한다.세상을떠난이를따라,무지개다리를건넌다.
물론동물들은인간이그러하듯이거대한무덤을만들지도,관을짜지도,저승길편히가라며돈이나귀금속을함께묻지도,죽은이를그리워하며그림을그리거나악기를연주하지도않는다.그렇지만동물들은사랑하는이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에일정한반응을보인다.사랑하기에치르는대가를,슬픔을앓는다.

검은개가관속에든것이죽은친구라는사실을알았는지,알았기때문에거기누워있었는지는중요치않다.관위에놓여있는액자(죽은이와개가함께찍은사진이끼워져있다)가보여주듯이,이검은개는친구에게서사랑을받았고,사랑을주었으며,이제그는세상을떠나고없다.개는홀로남겨진채친구의부재가드리운세상을보고,듣고,냄새맡고,느낄따름이다.

책속에서

동물이겪는사별을주제로글을쓰고있지만,나는지금두장대사이에팽팽하게묶인줄위를걷는기분이다.하나의장대는동물들의감정적삶이인정받기를바라는마음이고,다른하나의장대는인간의독특한특성을예우하고싶은내욕구다.나는결국인류학자다.인류학자들은인간이라는종에고유한애도양상을수없이많이수집하고기록해왔다.침팬지가화학물질에조종당하는개미와다르듯,인류는정교한버전의침팬지가아니다.동물중인간만이죽음의불가피성을충분히예상한다.우리는언젠가우리정신이희미해지고숨이멎으리라는것을안다.그순간이부드럽게다가올지아니면두려우리만큼급작스럽게닥칠지는알수없을지라도.우리는더없이거룩한형태로,또다듬어지지않은무수한형태로사랑하는이들의죽음을애도한다._18쪽

우리―인간과다른동물들은서로닮았고,또서로다르다.닮은점과다른점사이에서균형을잡고살펴볼때더욱설득력있게다가오는쪽은닮은점이다.아마동물들이누군가를사랑했을때(우리가그러하듯이)슬퍼하기때문인것같다.동물의슬픔은동물의사랑에대한강력한지표로볼수있다.동물의사랑에관해말하는것이이상하게여겨지나?애초에우리가어떻게해야침팬지의사랑을,더욱이염소의사랑을알아볼수있을까?사람들에게사랑이어떤의미인지온전히설명하려면사랑에푹빠진사람의호르몬수치가얼마나치솟는지측정하고,새롭게탄생한연인이나누는눈빛,몸짓,속삭임을도표화한자료이상이필요하다.과학은사랑을헤아리는데도움이될수있겠지만,모든것을설명해주지는못한다.사람의사랑도이럴진대과학이,언어를통하지않고,언어를통한다해도우리가정의하는단어와문장이결여된언어로생각하고느끼는동물의사랑을다루기란여간어려운일이아니다._20쪽

동물이슬픔을느낄가능성이죽음의개념을완벽하게인식하는데달린것이아님을강조하고싶다.이는이책에실린여러이야기와동물행동학이반복해서전달하는메시지중하나이기도하다.우리인간은죽음을예상한다.때로는두려워하고,때로는달가워한다.우리는어린시절의어느시점이지나고나면죽음이무엇을의미하는지안다.어쩌면다른동물들도죽음의돌이킬수없는최종성에대한관념을지녔을지모른다,캐런이윌라가그렇다고확신한것처럼.하나나는앞서서문에서언급했듯이탁월한사고능력이아닌감정을근거로슬픔을정의한다.슬픔은두동물이끈끈한유대를형성하고,서로에게관심을쏟고,나아가상대의존재가공기처럼필수불가결하다는가슴의확신에따라서로사랑할때,피어난다._32쪽

분명사람과다른동물들이겪는우울증의모든양상을포괄하는단하나의지배적인설명은없다.그렇지만스미스박사와마쿠박사의모델은어떤아이디어를떠올리게하는묘미가있다.바로,죽음과애도는모든존재가겪는가장큰스트레스사건중하나로간주해도무방하므로말,염소,토끼,고양이,개,코끼리,침팬지,그리고사람이느끼는슬픔에공통된생물학적근거가있을지도모른다는아이디어다.물론모든생명체의뇌가똑같이반응하도록설계돼있다는뜻에서하는이야기가아니다.그저우리포유동물들이생명활동,그리고삶의경험들로부터생명활동에영향을받는방식이모종의경향성을띤다는관념을진지하게상정하는것일따름이다.이렇게공통플랫폼에기초한다고는해도종특이성행동,서로다른발달사,개체별성격등이복잡다단하게작용하므로그결과는종에따라,그리고종내에서도천차만별일것이다._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