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2

금오신화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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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시습

조선전기의학자.본관강릉.자는열경.호는매월당,동봉,벽산등을사용하였다.선덕(宣德)10년을묘(乙卯:세종17년,1435)에서울성균관뒤에서태어났다.유년시절문자이해및구사에서특별한능력을보여장안의화제였다.태어나서8개월만에글을알았고,세살에시를지을줄알았다.다섯살적에세종이궁궐안으로불러들이어운자(韻字)를불러주고삼각산시(三角山詩)를짓게하였다.5세에『대학』(大學)에통달하고글도잘지으니,신동이라불렀다.

김시습은뒷날어릴적에궁궐에들어가임금의사랑을받은사실을시를통해회고하곤했다.하지만유년기의천재성과이로인한주변의칭찬은김시습의삶을불행한쪽으로몰아갔던것으로보인다.예나지금이나천재성은비정상성과통하고,유년기의능력은나이가들면서퇴색하기십상이며,그자질은건강하고행복한삶과비례하지않는다.뒷날그는친지와이웃의넘치는칭찬때문에힘들었다고고백했다.

21세때삼각산속에서글을읽고있다가단종이손위(遜位)하였다는말을듣자문을닫고서나오지아니한지3일만에크게통곡하면서책을불태워버리고미친듯더러운뒷간에빠졌다가그곳에서도망하여행적을불문(佛門)에붙이고여러번그호를바꾸었다.미친듯시를읊으며마음대로떠돌아다니며한세상을희롱하였다.비록세상을선문(禪門)에도피하였다하여도불법을받들지아니하니세상에서미친중으로그를지목하게되었다.

정치적격변기를지나1458년,24세에승려행색으로관서여행을떠났다.이후관동과호남을유람하고,경주와서울에안착한시기도있지만방랑자로긴세월을보냈다.“매월이라당(堂)에다이름한것은금오매월이란뜻을취한것이다”고한다.쉰아홉되던해봄날,홍산(鴻山)무량사(無量寺)에서비내리는가운데한많은일생을마쳤다.2,200여편의시와함께정치견해를밝힌산문들이『매월당집』에실려있고,소설『만복사의윷놀이』,『이생과최랑』,『부벽정의달맞이』,『꿈에본남염부주』,『용궁의상량잔치』가『금오신화』에전한다.

목차

머리말

만복사에서저포놀이한이야기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이생이담너머를엿본이야기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부벽정에서취해놀았던이야기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남쪽저승을구경한이야기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용궁잔치에초대받은이야기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해설《금오신화》를읽는즐거움

출판사 서평

이승과저승,용궁과지옥을넘나드는기이한이야기와
아름답고낭만적인시가어우러진다섯편의비극
이승과저승,용궁과지옥을넘나드는기이한이야기다섯편.조선전기의학자김시습이쓴한문소설이다.김시습은수양대군의왕위찬탈이후벼슬길을버리고평생조선을떠돌았다.때때로분노가치밀면미친짓을했고,세상에펼치지못한학식과포부를탁월한글로남겼다.그대표작이《금오신화》다.
서해문집청소년고전문학시리즈의《금오신화》는어려운유·불교적배경지식을문장안에쉽게풀고,김시습이인용한옛이야기의맥락과낭만적인시의운율을살리는충실한번역으로고전의멋을전한다.부처가이어준기묘한백년가약(〈만복사저포기〉),죽은아내와의눈물겨운재회(〈이생규장전〉),달빛아래선녀와주고받는시짓기(〈취유부벽정기〉),쇳물흐르는저승에서염라대왕과펼치는치열한문답(〈남염부주지〉),용왕의초대로신들과더불어즐기는용궁잔치(〈용궁부연록〉)를묘사한신비롭고환상적인일러스트는이야기의흐름을한눈에보여주고청소년독자의몰입감을높인다.

허무한결말에숨겨진새로운삶으로가는길
《금오신화》속인물들의사연은안타깝다.전란에휘말려어린나이에죽거나뛰어난글재주에도과거급제에실패하고,결혼도하고벼슬도얻지만한순간에스러지거나반란에왕족의신분을잃는식이다.이취약한세상을등지는다섯주인공의선택은언제든훼손될수있는삶에서스스로를구해보겠다는노력에가깝다.
결말을현실도피로보지않는이유는이들이다른존재를바라보고있기때문이다.양생은귀신이된여인,이생은홍건적의칼에세상을떠난최랑의영혼과사랑을나눈다.홍생은선녀와,박생은염라대왕과,한생은용왕과교류한다.초월적인물과의만남은주인공이운명의짝을얻는순간이고허망하게잃은연인을되찾는시간이다.재능을인정받아신선이되는통로이며불의한현실을어떻게바꿀것인지논의하는장이자귀한사람으로존중받고환대받는경험이다.무엇보다이질적인존재와손잡고살아가는새로운세상을꿈꾸게되는‘변화’의계기다.《금오신화》는인물이특정시공간에서겪는일을묘사해재미와교훈을주는옛이야기와비슷하지만,인물의삶이뒤바뀌는‘사건’을겪는다는점에서한국최초의고전‘소설’로정의된다.
이소설은성공보다실패가더많은세계를살아가는미약한인간이쥐고살아야할것이무엇인지이야기한다.그것은타인과함께하며자신을확장하고,이경험에의미를부여해이전과다른삶으로거듭나는일이다.



<책속에서>
만복사에향올리고돌아오던길이던가
가만히저포를던지니그소원을누가맺어주었나.
꽃피는봄가을달밤그지없는이원한을
술동이열어한잔술로녹여없애세.
복사꽃붉은뺨에새벽이슬이젖건마는
깊은골짜기라한봄되어도나비조차아니오네.
기뻐라,이웃집에서백년가약맺었다고
새곡조를다시부르며황금술잔이오가네._〈만복사저포기〉중에서

이생은거친들판에숨어겨우목숨을보전하다가,도적이다사라졌다는소식을듣고부모님사시던옛집을찾아갔다.그러나집은이미불타고없었다.최랑의집에도가보니행랑채는황량했으며쥐와새들의울음소리만들렸다.
이생은슬픔을이기지못하고작은누각으로올라가눈물을닦으며길게한숨을쉬었다.날이저물도록우두커니홀로앉아지나간일들을생각했다.한바탕꿈만같았다.
이경쯤되자희미한달빛이들보를비추는데행랑에서발소리가났다.멀리서부터들려오다가차츰가까워졌다.이르고보니바로최랑이었다.
이생은최랑이이미죽은것을알고있었지만,너무도사랑하는마음에의심하지도않고물어보았다.
“당신은어디로피난가서목숨을건졌습니까?”_〈이생규장전〉중에서

용왕은좌우의사람들을시켜한생을모셔오게했다.한생이종종걸음으로나아가절하자,그들도모두머리를숙이고답례했다.한생이윗자리에앉기를사양하며말했다.
“존귀하신신들께서는귀중한몸이지만,저는한갓가난한선비일뿐입니다.어찌높은자리를감당하겠습니까?”
한생이굳이사양하자그들이말했다.
“우리와선생은음양의길이달라서서로통제할권리가없습니다.용왕께서위엄이있으신데다사람을보는눈도밝으시니,그대는반드시인간세계에서문장의대가일것입니다.용왕의명이니거절하지마십시오.”_〈용궁부연록〉중에서

기자조선의몰락을직접경험하지않은홍생조차인간사의무상함을담아낸시를쓰자,기씨여인은자신을포함한모든인간이‘현실은사라지기마련’이라는생각을갖고산다는것을인식합니다.이건슬픈일이아닙니다.의외로마음을달래는효과가있어요.깊은설움과허무를겪는이에게‘이건나만느끼는감정이아니다’라는위안을주지요.부벽정에서의만남은기씨여인이자신의슬픔에서벗어나는계기가됩니다.나아가홍생이자신을발견할수있게유도하며새로운삶으로가는길을열어줍니다._《금오신화》를읽는즐거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