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존엄보장센터 - 함께 읽는 소설

국립존엄보장센터 - 함께 읽는 소설

$12.50
Description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교사들이 직접 뽑은
한 학기 한 권 읽기 맞춤형 테마소설선집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교사들이 기획한 ‘함께 읽는 소설’ 시리즈 첫 권.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고민하게 이끄는 작품들을 가려 엮은 테마소설선집으로, 효과적인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의 마중물이 되어 줄 책이다. 빛나는 상상력으로 사고의 관성을 허무는 우리 시대 SF 작가 남유하, 원종우, 김이환, 김주영, 김창규의 작품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SF’의 세계에서 ‘자립’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극적인 상황 속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 다섯 편의 소설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미리 떠올려 보게 한다. 그리하여 세월호·코로나19·심각한 기후 위기 등 일상적 재난의 시대를 사는 요즘 청소년에게 ‘생존 수영’의 경험을 제공한다. 심완선 SF 평론가와 엮은이들의 대담은 작품들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이언스 픽션이 낯선 독자를 위해 SF의 매력부터 SF 즐겁게 읽는 법까지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안내한다. SF는 ‘공상 과학 소설’이나 ‘이과 친구’들을 위한 소설이 아니며, ‘낯섦’이라는 감각을 배울 수 있는 장르이자,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연대의 힘’을 품고 있는 장르임을 밝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쁨,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감각을 일깨울 것이다. 사회의 구조를 전복하는 상상력으로 소수자·빈곤·양극화 등 자칫 지워지기 쉬운 문제에 주목하는 힘을 키워 줄 것이다.

저자

남유하,원종우,김이환,김주영,김창규

소설가.일어나지않은일,어쩌면일어날수도있는일에대해상상하기를좋아한다.꿈과현실을넘나드는상상력과예리한시선으로다양한빛깔의작품을선보이며,한국장르문학의주목할만한작가로떠올랐다.2018년안전가옥에서작가살롱‘로맨스쓰는호러작가’를열었으며,호러소설창작그룹‘괴이학회’의창립멤버이다.

「미래의여자」로제5회과학소재장르문학단편소설공모우수상을,「푸른...

목차

여는글

국립존엄보장센터_남유하
메멘토모리,죽음을기억하라_원종우
친절한존_김이환
인간의이름으로!_김주영
유일비_김창규

대담미래에서오늘을이야기하기

작품출처

출판사 서평

일상적재난의시대,SF소설로배우는생존수영

전국국어교사모임독서교육분과물꼬방교사들이기획한‘함께읽는소설’시리즈첫권.하나의주제를다각도로고민하게이끄는작품들을가려엮은테마소설선집으로,효과적인‘한학기한권읽기’활동의마중물이되어줄책이다.빛나는상상력으로사고의관성을허무는우리시대SF작가남유하,원종우,김이환,김주영,김창규의작품을한권에담았다.
이책은‘SF’의세계에서‘자립’의문제를이야기한다.극적인상황속에서“당신은어떤선택을할것인가?”라고묻는다섯편의소설을통해,‘인간’이무엇을선택해야할지미리떠올려보게한다.실제로막다른기로에섰을때상황에휩쓸리지않고어떤기준으로행동할지스스로사고하며결정할수있게돕는다.그리하여세월호·코로나19·심각한기후위기등일상적재난의시대를사는요즘청소년에게‘생존수영’의경험을제공한다.

우리는다른결말을만들수있어
어딘가그늘진세계속,인간의자립에관한이야기

미국SF잡지〈클락스월드〉에번역,소개된〈국립존엄보장센터〉(남유하)에서독자는매끈하게포장된빈곤층노인들의죽음을마주한다.허울뿐인존엄앞에서지워진존재들이당면하고있는문제를보게된다.“남은시간즐겁게”보내라는센터의메시지를거부하는주인공의선택을직시하며“세상에서가장존엄한죽음”이무엇인지곱씹어볼수있다.
곧이어펼쳐지는세계는그반대다.〈메멘토모리,죽음을기억하라〉(원종우)는영생을누릴수있게되자세상이스스로거대한무덤이되는새로운형태의종말을제시함으로써,죽음의힘과인생의목적을돌아보게한다.인공지능의따뜻한보살핌을받는한사람의일상을그린<친절한존>(김이환)또한유토피아밑에잠복한서늘한공포를드러낸다.독자는‘존’이라는존재가과연우리에게축복인지,주체적인삶의모습은어떤형태인지깊이고민해볼수있다.
로봇이라는새로운타자를둘러싼인간의애정과혐오를그린〈인간의이름으로!〉(김주영),초미세먼지에뒤덮인지구와버림받은사람들,온라인으로만연결된관계를배경으로한<유일비>(김창규)는우리사회에실존하는섬찟한폭력과고독을묘사한다.그러나동시에나와다른존재를끌어안는다는것의의미와가치를기억하게한다.주인공의결단을보며‘미래는고정되어있고나는받아들일수밖에없다’는무력감을떨치게해준다.

‘낯섦’이라는감각을배우는장르,
SF의매력부터SF즐겁게읽는법까지
심완선SF평론가와교사들의생생한대담수록

심완선SF평론가는이것이바로사이언스픽션의매력이라고말한다.“현실의고민들을이곳,지금이아닌다른시간과공간으로옮겨탐구하는일은독자의마음을좀더단단하게만들기도해요.현실이아니니까자유롭게이런저런가정을해볼수있거든요.몸과마음에‘이건사실이아니니까’라는보호막을한겹두른채,여러가지상상을하는거예요.‘이렇게하면효과적일까?’‘저렇게하면나아질까?’SF세계에서‘사고실험’을하는거죠.독자는사고실험의결과를통해우리가발딛고사는사회를더나은곳으로만들수있어요.소설속에서가능했다면,현실에서도가능할수있겠다는마음을먹게되거든요.SF는‘지금/이곳’의이야기가아니지만,결국우리가작품을읽으며하는생각들이‘지금/이곳’의변화에영향을미치게된다는점이,저는참멋지다고봐요.”(146쪽)
이야기는여기에그치지않는다.SF의여러재미부터SF를즐겁게읽을수있는소소한팁까지,사이언스픽션이낯선독자를위한친절하고열정적인안내가펼쳐진다.SF는‘공상과학소설’이나‘이과친구’들을위한소설이아니며,‘낯섦’이라는감각을배울수있는장르이자,예측불가능한세상에사는우리에게필요한‘연대의힘’을품고있는장르임을밝힌다.
그런점에서이책은당연하다고여겼던것들이전혀당연하지않았다는사실을깨닫는기쁨,중심과주변을가르는경계가허물어지는감각을일깨울것이다.사회의구조를전복하는상상력으로소수자·빈곤·양극화등자칫지워지기쉬운문제에주목하는힘을키워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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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본문속으로]
잘하는짓인지확신이들지않았다.나는인생의중요한갈림길에서올바른선택을한적이거의없었다.머뭇거리고있는데보름달이자리에서일어나내게다가왔다.
704호님,무슨일있으세요?
아,아니요.아무것도….
필요하신사항있으시면언제든지말씀해주세요.
어정쩡한인사를하고돌아서는데,뒤통수에틀에박힌인사가박혔다.
그럼남은시간즐겁게보내시길바랍니다.
그순간이었다.나는이곳에서남은시간은절대로즐거울수없다고확신했다._〈국립존엄보장센터〉중에서

“할아버지도주사를맞지않아서나이가드신거군요.그래서우피가되신거고요.”
“그렇단다.”
애나는이해할수없다는듯입을실룩거리며말했다.
“왜요?늙는게좋아요?죽는게무섭지않고요?다들우피가미쳤다고말해요.늙어죽는걸원하는이상한사람들이라고,자신을돌보지않아서그렇게됐고우리에게병을옮길거래요.”
“나도늙는게싫단다.죽고싶지도않아.하지만그보다는이터너티의부작용에빠지는게더싫었던거야.”_〈메멘토모리,죽음을기억하라〉중에서

“안녕,선동.잘잤어?날씨가좋아.창밖의화창한여름하늘보여?맑은하늘만큼즐거운하루가될거야.”
아직안경을쓰지않았기때문에존의모습은보이지않았지만,그는고개를끄덕였다.존은말했다.
“우리가아침에일어나면늘같이마법처럼외우는주문있지?”
“내가조금더행복해지길.”
그는대답했다.오늘은행복할것이다.존이있으니까._〈친절한존〉중에서

“자료를훑어봤어.늘화가나서무엇에든화풀이해야하는학생이라지?그래서양육로봇도부숴버린거냐?”
말없이학생부장을노려보았다.나의눈빛과분노앞에서도당황하지않는다니.이선생은정상이아닌것이분명하다.
“사실은후회하지않아?”
학생부장이컴퓨터실캐비닛을힐끔쳐다보면서물었다.나는지나칠정도로보기좋은,말하자면황금비율에가까운학생부장의이목구비를가만히노려보았다._〈인간의이름으로!〉중에서

여느때와다름없이오른쪽턱밑에붙어있는갈색모듈을켰다.생활도구로가득차실용성밖에남지않은작은방의모습을하얀화면이뒤덮었다.효성은자신도모르게화면상단에떠있는시계로눈의초점을맞추고는계산을해보았다.외출복을벗고손과얼굴을씻느라소모한시간을제외하면집밖에머문시간은한시간이었다.한달전까지55분이기록이었던걸생각하면큰발전이었다.
효성의삶은달라지고,어딘가로나아가고있었다.
어디로가는지는알수없었지만._〈유일비〉중에서

사회문제를현실적으로담아낸작품들은나름의가치와의미가있지만,그것만읽다보면‘세상은너무어둡고답답해.앞으로뭘믿고살아야할지모르겠어’하고힘이빠지기도하거든요.이때현실바깥의규칙을제시하는SF소설은독자에게위로를줄수있다고생각해요.미래를조금더긍정적으로바라볼수있는시선이랄까요.‘아,마음만먹으면세상을바꿀수있겠다.다른결말을우리가만들수있겠다’는힘을가질수있는거죠._대담:미래에서오늘을이야기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