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큰글자도서) (종속적 자영업자에서 플랫폼 일자리까지)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큰글자도서) (종속적 자영업자에서 플랫폼 일자리까지)

$39.00
Description
노동
: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나 화폐를 얻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사전이 그리 정의할뿐더러 현실에서도 그렇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사람의 가치’는 그가 가진 ‘노동의 가치’와 연동된다.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좌우하는 것은 개인의 노동에 매겨지는 가치(임금)다. 값비싼 노동자일수록 촉망받는 인재로, 각광받는 결혼 상대자로, 존경받는 부모로 살아가기 쉽다. 반면 노동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임금 노동자, 나아가 실업자는 최소한의 권리와 존엄조차 누리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노동력을 사람의 가치로 환산하는 오래된 현실이 합당한지에 대해 애써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크고 머나먼 차원의 일이다. 대신에, 좋든 싫든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주목한다. 요컨대 이 책은 플랫폼 노동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를 압축해 보여주는 9가지 질문으로 엮어낸 ‘밀레니얼 한국의 노동여지도’다.

자신의 이주 노동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저자는, 모두가 노동자인 사회에서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보편적 보호망이 왜 어떤 노동자에게는 미치지 않는지를 묻는다. 내가 하는 노동이 다른 이의 노동과 같을 때 적용되어야 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묻는다. 수년째 ‘공정’을 명분으로 벌어지고 있는, 들어갈 자격(공채 정규직)과 일할 자격(숙련된 비정규직)의 다툼에 숨은 차별의 구조를 묻는다. 쿠팡과 타다 등 신산업의 총아들이 뽐내는 ‘혁신’이 실은 ‘약탈’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묻는다. 기술이 일자리를 잠식하며 숙련공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 때, 공동체가 지녀야 할 태도와 처신에 관해 묻는다. 왜 우리는 일터에서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 죽음들을 멈추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의 공과를 묻고 또 묻는다.

질문을 던지는 이는 저널리스트 이력의 과반을 노동 현장에서 채워온 1988년생 시사주간지 기자다. 그는 반(反)신자유주의나 시장주의 같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관념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선악의 이분법을 따르지도 않는다. 두 눈과 두 발로 겪어온 취재현장이 그에게 ‘노동은 결코 신성하지 않으며, 노동 문제는 이해를 달리하는 행위자들 간 합리적·비합리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거대담론을 뒤로한 채 개별 노동자와 조직 노동, 기업과 정부, 해묵은 관행들과 제도의 역학을 파고든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이 복잡다단한 현상들은 ‘숙련의 해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일목요연한 한국 노동의 풍경’으로 재구성된다.

저자와 이렇다 할 인연이 없음에도 이 책에 치밀한 비평과 질정을 건넨 소설가 김훈은 그러한 문제의식이 “‘정의란 무엇인가?’라기보다는 ‘무엇이 정의인가?’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책은 ‘이념의 깃발로 펄럭이지 않으며, 질문이 추구하는 정의는 실용적이며 생활적이다. 이 책의 질문들은 가치중립적이되, 탈가치가 아니라 충돌하는 여러 가치들을 함축하는 넓은 시야를 가졌다. 이를 통해 원리가 아니라 방법으로서,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정의의 모습을 힘겹게 그려내고 있다.’

소멸하는 일자리에 대한 치열한 관찰과 모색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한 세대 전의 고전 《노동의 종말》(1996)을 잇고 있다. 그 숙련 해체를 주도해온 기술 혁신의 은밀한 착취 구조를 고발한다는 점에서는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1963)의 통찰을 닮았다. 일터에서 모멸받고 쫓겨나는 이들의 인간적 상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난쏘공》(1978)이나 《전태일 평전》(1983)의 리부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불세출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이 한 세기 전 당부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심장’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다. 소설가 김훈이 이 책에 붙인 추천사의 마지막은 이렇다.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려고 했다지만, 결국 그도 가치판단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윤리의 범주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전혜원 기자는 알고 있다.”
저자

전혜원

1988년생〈시사IN〉기자.2013년부터기자로일했다.2017년부터주로노동기사를썼다.
많은기자들이‘기자는기사만안쓰면참좋은직업’이라고말하곤한다.내생각은다르다.나는사람눈을잘못본다.낯선사람을만나는일이고역이다.그래서취재과정보다는기사를쓰는순간을더좋아한다.정확히는다쓰고나서찾아오는잠깐의희열이좋다.그거하나로버틴다.아,물론마감뒤마시는맥주도빼놓을수없다.
기자인데민첩성이제로다.일간지갔으면진작잘렸을텐데,주간지라서용케도계속다닌다.이디지털과뉴미디어의시대에,나는인쇄매체종사자로서느리더라도‘좋은질문’을던지려애써왔다.밑도끝도없이노조를혐오하는보수언론과,노동을선량한피해자로만그리는진보언론사이에서갈증을느꼈다.그런질문을모아낸책이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노동이신성하다고요?

1.종속적자영업자의시대
-프랜차이즈가맹점주는진짜사장님일까?

2.고용없는노동
-플랫폼일자리와진화하는노동법

3.기술이산업을대체할때
-혁신은어떻게약탈이되는가

4.기술이인간을대체할때
-사라지는직업과사라지지않을권리

5.로켓배송의빛과어둠Ⅰ
-‘물류혁명’의두얼굴

6.로켓배송의빛과어둠Ⅱ
-떠오르는기업의추락하는노동

7.들어갈자격vs.일할자격
-공정은어떻게차별이되는가

8.일터에서죽지않을권리
-우리는왜날마다명복을비는가

9.한국노동의딜레마
-정년,호봉제,주휴수당

에필로그:제도에서유인으로

·주

출판사 서평

소멸하는일자리와모멸받는사람들에관한
한국노동의9가지질문과대답


노동
:사람이생활에필요한물자나화폐를얻기위해육체적·정신적노력을들이는행위.

우리는모두노동자다.사전이그리정의할뿐더러현실에서도그렇다.오늘날자본주의세계에서‘사람의가치’는그가가진‘노동의가치’와연동된다.한사람의사회적지위를좌우하는것은개인의노동에매겨지는가치(임금)다.값비싼노동자일수록촉망받는인재로,각광받는결혼상대자로,존경받는부모로살아가기쉽다.반면노동의가치가상대적으로떨어지는저임금노동자,나아가실업자는최소한의권리와존엄조차누리지못할때가많다.이책은노동의가치를사람의가치로환산하는오래된현실이합당한지에대해애써판단하지않는다.그것은너무크고머나먼차원의일이다.대신에,좋든싫든이런세상에서살아가야하는사람들과일터에서벌어지고있는문제들에주목한다.

저자의짧은이주노동경험으로시작되는이책은,모두가노동자인사회에서근로기준법을비롯한노동법의보편적보호망이왜어떤노동자에게는미치지않는지를묻는다.내가하는노동이다른이의노동과같을때적용되어야할‘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이왜작동하지않는지묻는다.수년째‘공정’을명분으로벌어지고있는,들어갈자격(공채정규직)과일할자격(숙련된비정규직)의다툼에숨은차별의구조를묻는다.쿠팡과타다등신산업의총아들이뽐내는‘혁신’이실은‘약탈’의다른이름이아닌지묻는다.기술이일자리를잠식하며숙련공들을노동시장밖으로내몰때,공동체가지녀야할태도와처신에관해묻는다.왜우리는일터에서날마다명복을빌어야하는지묻는다.그죽음들을멈추기위해만들어진법과제도의공과를묻고또묻는다.요컨대이책은,플랫폼노동에서중대재해처벌법에이르기까지우리시대를압축해보여주는9가지질문으로엮어낸‘밀레니얼한국의노동여지도’다.

우리시대노동의공통분모,
숙련의해체

질문을던지는이는저널리스트이력의과반을노동현장에서채워온1988년생시사주간지기자다.그는반(反)신자유주의나시장주의같은거대하고추상적인관념에서답을찾지않는다.선악의이분법을따르지도않는다.두눈과두발로겪어온취재현장이그에게‘노동은결코신성하지않으며,노동문제는이해를달리하는행위자들간합리적·비합리적상호작용의산물’이라고규정하기때문이다.거대담론을뒤로한채개별노동자와조직노동,기업과정부,해묵은관행들과제도의역학을집요하게파고드는이책의문제의식은기술발전과고도분업이가져온‘숙련일자리의감소’라는전지구적현상으로집약된다.

오랫동안기업이정규직을뽑는이유는‘숙련’이라고알려져왔다.일을오래해서숙련노동자가될수록생산성이높아진다.그럼기업은해당노동자를오래고용할유인이생긴다.오래일할수록숙련이쌓인다고가정하고근속연수에따라높은임금을주는시스템이바로호봉제다.
이러한숙련이해체되고있다.우리시대에논의되는,언뜻서로무관해보이는노동문제들의연원을거슬러올라가면숙련해체라는공통분모와곧잘마주치게된다.기업은점점숙련이필요없는업무를밖으로털어낸다.자영업이요구하는숙련을갖지못한자영업자는가맹비와노동력을제공하는대신가격책정을비롯한경영의핵심을프랜차이즈본사에맡기고,본사는점포확장의비용과리스크를가맹점주에넘긴다.프랜차이즈라는‘혁신’이만들어낸새로운노동관계다(1장).저숙련인력을그나마고용이라도하던기업들은,하청을주는것을넘어아예플랫폼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같은이름의개인사업자와계약을맺어도되게되었다.정보통신기술의발달로고용하지않고도일의수행여부를실시간으로추적하고원하는바를얻을수있으니까(2장).한국사회를뜨겁게달군‘타다’와택시를둘러싼갈등은,길찾기라는택시기사의숙련을내비게이션이해체한것과관련이있다(3장).비정규직정규직화를반대하고나선인천공항정규직노조가내세운것이자신들의‘숙련(일할자격)’이아니라‘공채(들어갈자격)’라는점은시사하는바가크다.한국에서자원이배분되는방식이숙련과는거의무관한다른것(입직과정)이라는사실을폭로하기때문이다(7장)._(본문19~20쪽)

차가운머리,따뜻한심장으로쓴
노동이야기

저자와이렇다할인연이없음에도이책에치밀한비평과질정을건넨소설가김훈은그러한문제의식이“‘정의란무엇인가?’라기보다는‘무엇이정의인가?’에가깝다”고말한다.그에따르면이책은‘이념의깃발로펄럭이지않으며,질문이추구하는정의는실용적이며생활적이다.이책의질문들은가치중립적이되,탈가치가아니라충돌하는여러가치들을함축하는넓은시야를가졌다.이를통해원리가아니라방법으로서,현실에서구체적으로작동되는정의의모습을힘겹게그려내고있다.’
꼰대또는지독한허무주의자라는세상의평가가무색하게노동,특히산업재해문제에천착하며울림깊은문장과호소를쏟아내고있는이노작가의말마따나이책에는‘사이다’가없다.극성맞은비판과손쉬운대안대신구불구불한길을따라가며벼려지는저자의생각은,넌지시혹은노골적으로기업편을드는보수진영과충돌할뿐더러노동을‘선량한피해자’로만그리는진보진영과도곧잘불화한다.

훨씬논쟁적이고풍부한이야기들이공론장에많이나와야한다고믿었다.예컨대로켓배송과인공지능기술이라는‘혁신’을경제지가소개하고,그로인해파편화되는노동의아찔함을진보지가지적할때,나는그빛과어둠을모두보고싶었다(5,6장).톨게이트수납원해고사건에서‘하이패스가있어서수납원이필요없는데왜세금으로정규직화해야하느냐’는포털사이트댓글의물음에정면으로답하고싶었다(4장).형사처벌을전제한중대재해처벌법이경영진에게‘안전의무’를지나치게포괄적으로묻는것아니냐는보수쪽의문을피해가지않으려애썼다(8장).인천공항정규직화갈등이나호봉제,정년연장에대해진보언론이좀처럼말하지않는바를들여다보려했다(7,9장)._(본문22쪽)

‘인천공항사태’로대표되는비정규직의정규직화문제에서저자는,유사신분제의특권층으로군림하는공공부문정규직을비판하면서도진보가죄악시하는‘자회사방식의정규직화’를고민해볼만한대안으로제시한다.타다서비스와택시업계의충돌에관해서는혁신(사납금폐지,승차거부등택시업계의부조리해소)과약탈(노동법위반)이라는,신산업의출현이일으키는사회변동의모순을입체적으로포착해낸다.잇따른산재사망사건의처방으로마련된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김용균법)과중대재해처벌법의한계를하나하나짚으면서도‘김용균없는김용균법’이라는미디어의섣부른평가와는분명한선을긋는다.노동계와진보진영에서주장하는정년연장과주휴수당이실제로는노동시장의약자들에게전혀이로운정책이아님을폭로한다.

숙련해체의시대,소멸하는일자리에대한치열한관찰과모색이라는점에서이책은한세대전의고전《노동의종말》(1996)을잇고있다.그숙련해체를주도해온기술혁신의은밀한착취구조를고발한다는점에서는《영국노동계급의형성》(1963)의통찰을닮았다.일터에서모멸받고쫓겨나는이들의인간적상처를기록하고있다는점에서는《난쏘공》(1978)이나《전태일평전》(1983)의리부트이기도하다.그러나이책은‘노동계급을위한진혼곡’이아니다.노동자와그들의일자리가겪어온좌절과고난에가슴아파하면서도추상화된거대담론과진부한구호에만머물러온진보-보수의통념을부끄럽게만든다는점에서,이책은무엇보다불세출의경제학자알프레드마셜이한세기전당부한‘차가운머리와따뜻한심장’으로써내려간이야기다.소설가김훈이이책에붙인추천사의마지막은이렇다.
“선악의구분을넘어서려고했다지만,결국그도가치판단을완전히내려놓지는못한다.인간이,사회적관계를설정하는일은윤리의범주를저버릴수없다는것을전혜원기자는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