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문장들(큰글자도서) (삶의 마지막 공부를 위하여)

애도의 문장들(큰글자도서) (삶의 마지막 공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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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육신의 숨이 끊어짐으로써, 또 한 번은 생전에 인연을 맺은 이들의 기억에서 소멸함으로써. 육신이 시드는 과정은 누구나 대동소이하지만, 기억으로서의 한 인간이 사라지는 양식은 저마다 다르다. 두 죽음 사이에서, 산 자들은 애도나 추모를 표함으로써 고인을 기린다. 애도와 추모는 다르다. 추모가 흔히 고인의 공적 행적을 비추는 데 견줘, 애도의 밑바닥에는 삿된 애틋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를 향한 그리움, 안쓰러운 이에 대한 안쓰러움. 이 보편적이되 특별한 심상을 우리는 ‘애도’라고 부른다.

여기,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문장들이 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죽음을 사유해온 철학자들이 남긴 단장들, 문인들의 시와 소설, 영화, 에세이와 신문기사에서 길어낸 글귀들이다. 각 챕터의 서두를 장식하는 이 문장들을 죽음에 관한 통찰로, 애도의 온도를 높이는 아포리즘의 실로 묶어내는 것은 저자의 ‘애도 일기’와 ‘마지막 공부’의 여정이다.
1부 〈울다-애도일기〉는 아버지이자 평생의 스승이었던 이를 향한 제망부가(祭亡父歌)’다. 동시에 지금도 애도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다. 2부 〈배우다-마지막에 관하여〉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한 배움과 궁리의 소산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에서 시작한 질문은 과학과 철학, 인간이라는 종(種)과 문화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죽음이 내뿜는 두려움의 근원을 파고들며 ‘죽음과의 화해’를 도모한다. 이 책은 병리학과 해부학 저편의 죽음을, 심리학과 사회학 너머의 애도를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언젠가 나에게도 우연히 다가올 이 필연에, 무기력한 순응이 아닌 자유의지로 감응하는 법을 넌지시 일깨운다.
저자

김이경

대학과대학원에서역사학을공부하고대학강사를잠시하다학계를떠난뒤엔도서관에서혼자‘죽음,시간,여성’등을주제로공부했다.영시를읽고싶어한국방송통신대학교영문과에편입해공부했고,우연히인연이닿은글두레독서회에서26년째강사를하고있다.뒤늦게출판사에취직해인문서부터아동물까지다양한책을만들었으며,책을주제로한소설집《살아있는도서관》을내면서작가로전향했다.쓴책으로는《마녀의독서처방》《마녀의연쇄독서》《책먹는법》《시의문장들》《시읽는법》을비롯해어린이그림책《인사동가는길》《봄여름가을겨울창덕궁나들이》《서울성곽길》등다수가있다.

목차

머리말

1부울다-애도일기

2부배우다-마지막에관하여
·마지막을공부하는까닭
·이두려움을어찌할까?
·마지막은어떻게오는가?
·무엇이좋은죽음인가?
·그날이후

3부읽다-생애마지막공부를위하여

미주
참고도서

출판사 서평

애도의온도를높이는문장들

사람은두번죽는다.한번은육신의숨이끊어짐으로써,또한번은생전에인연을맺은이들의기억에서사라짐으로써.육신이시드는과정은누구나대동소이하지만,기억으로서의한인간이소멸하는양식은저마다다르다.두죽음사이에서,산자들은애도나추모를표함으로써고인을기린다.애도와추모는다르다.추모가흔히고인의공적행적을비추는데견줘,애도의밑바닥에는삿된애틋함이깃들어있기때문이다.그리운이를향한그리움,안쓰러운이에대한안쓰러움.이보편적이되특별한심상을우리는‘애도’라고부른다.

아버지를잃다,
죽음을쓰다

여기,애도의시간을보내는이들을위한문장들이있다.고대부터오늘날까지죽음을사유해온철학자들이남긴단장들,문인들의시와소설,영화,에세이와신문기사에서길어낸글귀들이다.각챕터의서두를장식하는이문장들을죽음에관한통찰로,애도의온도를높이는아포리즘의실로묶어내는것은저자의‘애도일기’와‘마지막공부’의여정이다.다섯해전,저자는아버지의죽음과마주했다.“서른이되기전에죽을고비를몇번이나넘기고마흔전에지팡이를짚어야했던시원찮은몸으로,갈수록팍팍해질세상에너희를낳아놔서미안하다하셨던지독한비관을품고도,단한번도죽고싶다는투정한마디없이,아흔한해를살았던”아버지는저자가평생사숙해온스승이기도했다.

1부〈울다-애도일기〉는그런“당신에게인정받고사랑받기위해오래싸워온”저자의‘제망부가(祭亡父歌)’다.동시에지금도애도의시간을견디고있을누군가에게조심스레건네는위로다.애도하는사람은아프다.아픔이흉은아니다.그러나아픔에사로잡혀스스로를파괴할지경에이를때,그아픔은흉이된다.삶이죽음과이어져있듯,아픔은치유와자리바꿈을전제하는정서다.우리는이특별한아픔을특별하게다스릴필요가있다.그리하여잘다스려진애도는,바꿔말해잘조율된아픔은,산자와고인이마지막으로주고받는‘마음의온기’가된다.〈울다-애도일기〉에서딸은,집요하게엄습하는슬픔에아버지를향한존경과우애로맞선다.지독한무기력과상실감을생에대한꿋꿋한낙관으로지워나간다.긴애도의시간이마침내“웃으며안녕!”으로마무리될때,두부녀는애틋하고따뜻하다.

마지막을배우다,
죽음과화해하다

책깨나읽은,이른바‘배운청년’이곧잘그러하듯“죽음을알고”심지어“초월했다”고자부하던저자는가족과지인들의생사기로를목도하면서스스로죽음을공부하기시작했다.수년간나아감과멈춤을반복하던죽음공부는아버지의타계를맞아일생의소명이되었다.2부〈배우다-마지막에관하여〉는그러한배움과궁리의소산이다.‘죽음이란무엇인가?’라는추상에서시작한질문은과학과철학,인간이라는종(種)과문화의경계를가로지르며죽음이내뿜는두려움의근원을파고든다.괴테와수전손택같은당대의지성들이죽음앞에서보인악착이나나약이보여주듯,“죽음에대한지식은죽음속에서만얻을수있다”는경구가일깨우듯,죽음의공포는결국‘알수없음’에서비롯한다.저자의공부또한마땅한해답에이르지는못한것으로보인다.요컨대젊은시절과달리저자는죽음을알지도,초월하지도못했다.그렇다고서둘러낙담할필요는없겠다.도무지알길없는‘죽음이해’에매달리는대신죽음을공동체적차원에서바라보며기어코‘죽음과의화해’라는우회로를발견해내기때문이다.예컨대후반부에전개되는‘좋은죽음’과‘좋은애도’에대한헤아림은,죽음에대한두려움과불가해를받아들이며도모한화해의결실이다.

이렇듯이책《애도의문장들》은병리학과해부학저편의죽음을,심리학과사회학너머의애도를이야기한다.그럼으로써언젠가나에게도우연히다가올이필연에,무기력한순응이아닌자유의지로감응하는법을넌지시일깨운다.“삶은,설령무의미하다해도더없이소중하다”는평범한결론이비범한울림을얻는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