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버리다 : 일본은 왜 총을 버리고 칼로 회귀했는가

총을 버리다 : 일본은 왜 총을 버리고 칼로 회귀했는가

$16.50
Description
문명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릴 수 있는가?
역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건,
그러나 ‘진보’라는 개념에 커다란 물음표를 던지는 사건
“노엘 페린은 일본이 경험한 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하이쿠처럼 팽팽하고 우아한 책을 써냈다.”
_《더 뉴 리퍼블릭》

당신은 결투를 앞두고 있다. 자, 그리고 여기 총 한 자루와 칼 한 자루가 놓여 있다. 둘 중 어떤 무기를 택할 것인가? 당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총을 택할 것이다. 총은 상대에게서 떨어져 있어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칼을 휘두를 때처럼 상대에게서 공격받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조준만 잘한다면 힘이 약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즉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의심할 여지 없이 총은 칼보다 진보된 무기로 여겨지며, 진보된 무기다. 총을 두고 칼을 집어 들 이가 있을까?
18세기 일본인들은 그러했다. 그들은 손에서 총을 내려놓았다. 대신 칼을 들었다. 왜, 그리고 어떻게?
1855년 1월 초, 일본 다네가 섬에 상륙했던 존 로저스 중령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그는 해군성에 보내는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이들[일본인들]은 화약 무기 사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 내 장교들 중 한 명이 총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를 알아냈다. 그건 매우 박식한 한 일본인이 동료들에게 자기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쓴 말이었다.”
이 보고서는 사실이었다. 그들, 일본인들은 총에 무지했다. 하지만 그러한 무지함은 원시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었다. 그들 조상은 단순히 총기를 사용한 것을 넘어,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이들이었다. 이 때문에 16세기 중엽 일본에서는 총이 ‘다네가 섬(다네가시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후 그 표준적인 명칭은 ‘테포teppo’, 즉 鐵砲(철포)가 되었는데, 이것이 로저스가 보고서에 쓴 “총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였으리라.
총이 일본에 도착한 것은 1543년이었다. 일본에 닻을 내린 첫 번째 유럽인들이 가져온 이 총을, 일본인들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료들은 일본인들이 이렇게 대량 생산된 총으로 무장하고 훈련했음을 보여준다. 16세기 말에 일본은 전투에서 어떤 유럽 국가보다도 많은 총을 사용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총은 아주 천천히, 사라졌다. 총이 도입되는 예는 흔했지만 버려지는 예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일본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퇴보하기를 선택한 것만 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퇴보하기를 ‘선택’할 수가 있는가? 가령 우리 중 누구도 컴퓨터가, 전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생활로 돌아가기를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바로 이렇게. 총을 버리고 칼로 회귀한 것은 퇴보인가? 일본은 과연 퇴보하기를 선택했는가?
《총을 버리다》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진보는 멈출 수 없다.” 전기를 사용하던 이가 촛불을 사용하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듯이, 더 발전된 것에서 원시적인 것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라는 것은 (이 규정하기 힘든 개념을 누가 어떻게 정의하든) 흡사 신격神格을 지닌, 인간 통제에서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무언가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인도할 수 있고, 지휘할 수 있고, 심지어 멈출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기억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고, 망각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다네가 섬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자

노엘페린

미국수필가이자영문학자로,다트머스대학교수를지냈다.작가였던어머니의영향으로글을읽고쓰는일에깊은관심을가졌던페린은현대시를가르치는한편,20년넘게《워싱턴포스트》에기고한글을엮어《읽는이의기쁨Areader’sdelight》,《아이의기쁨AChild’sDelight》으로출간했다.그는한국전쟁당시야전포대관측장교로복무했는데,《총을버리다》는당시의경험과그경험으로말미암은화약무기에대한관심이맺은결실이다.

목차

서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출판사 서평

“노엘페린은일본이경험한한역사적사건을다룬,하이쿠처럼팽팽하고우아한책을써냈다.”
_《더뉴리퍼블릭》

당신은결투를앞두고있다.자,그리고여기총한자루와칼한자루가놓여있다.둘중어떤무기를택할것인가?당신은두말할것도없이총을택할것이다.총은상대에게서떨어져있어도타격을입힐수있다.칼을휘두를때처럼상대에게서공격받을위험을감수하지않아도된다.조준만잘한다면힘이약한사람이라도상대를즉사에이르게할수있다.손에피한방울묻히지않고도.의심할여지없이총은칼보다진보된무기로여겨지며,진보된무기다.총을두고칼을집어들이가있을까?
18세기일본인들은그러했다.그들은손에서총을내려놓았다.대신칼을들었다.왜,그리고어떻게?
1855년1월초,일본다네가섬에상륙했던존로저스중령으로부터이야기를시작해보자.그는해군성에보내는보고서에이렇게썼다.“이들[일본인들]은화약무기사용법을전혀알지못하는것같다.…내장교들중한명이총을뜻하는일본어단어를알아냈다.그건매우박식한한일본인이동료들에게자기지식을과시하기위해쓴말이었다.”
이보고서는사실이었다.그들,일본인들은총에무지했다.하지만그러한무지함은원시적인것이아니라학습된것이었다.그들조상은단순히총기를사용한것을넘어,일본에서처음으로사용한이들이었다.이때문에16세기중엽일본에서는총이‘다네가섬(다네가시마)’이라는이름으로알려져있었다.그후그표준적인명칭은‘테포teppo’,즉鐵砲(철포)가되었는데,이것이로저스가보고서에쓴“총을뜻하는일본어단어”였으리라.
총이일본에도착한것은1543년이었다.일본에닻을내린첫번째유럽인들이가져온이총을,일본인들은불과10년도지나지않아대량생산하기시작했다.여러사료들은일본인들이이렇게대량생산된총으로무장하고훈련했음을보여준다.16세기말에일본은전투에서어떤유럽국가보다도많은총을사용했다.그리고알수없는일이벌어진다.총은아주천천히,사라졌다.총이도입되는예는흔했지만버려지는예는그렇지않았다.
여기까지만놓고보면일본은군사적인측면에서퇴보하기를선택한것만같다.하지만누군가는이렇게물을것이다.퇴보하기를‘선택’할수가있는가?가령우리중누구도컴퓨터가,전기가존재하지않았던생활로돌아가기를선택할수없다.
따라서질문은바뀌어야한다.바로이렇게.총을버리고칼로회귀한것은퇴보인가?일본은과연퇴보하기를선택했는가?
《총을버리다》는바로이질문에대한답변이자,‘진보’라는개념에대해다시금질문을던진다.
사람들은흔히이렇게말한다.“진보는멈출수없다.”전기를사용하던이가촛불을사용하던생활로돌아갈수없듯이,더발전된것에서원시적인것으로되돌아갈수는없다는것이다.이는진보라는것은(이규정하기힘든개념을누가어떻게정의하든)흡사신격神格을지닌,인간통제에서벗어난불가항력적인무언가라는말이다.물론그렇지않다.그것은우리가인도할수있고,지휘할수있고,심지어멈출수도있는것이다.인간은기억하기를선택할수도있고,망각하기를선택할수도있다.바로다네가섬에서그랬던것처럼.

책속에서

“서양에알려질정도였던일본인들의총기모험에관한모든이야기는수세기에걸쳐거의사라져버렸다.이는지금까지도완전히복구되지않았다.하지만한가지사실만은분명하다.일본인들은100여년동안총기를능숙하게다뤘다.그럼에도그들은칼로,창으로돌아갔다.무엇때문에혹은어떻게그들이총과그토록멀어졌는지,다시말해서어떻게총으로부터뒷걸음질칠수있었는지를놓고학자들은의견일치를이루지못하고있다.당대의기록은부족하다.”_23쪽

“10년후라면,그들은변화에놀라고말았을것이다.1878년부터현재까지화약무기에대한일본의태도는여느선진산업사회와거의다를게없다.뒤로되돌려졌던시계는어마어마한속도로다시앞을향해돌려졌다.1900년이전에일본은다시군사적으로서양을따라잡았다.핵세상이된오늘날의관점에서볼때,250년에걸친일본의기술적인퇴보는별의미가없는것처럼보인다.역사적호기심의대상,그리고아마도문명사회에서의도적인퇴보가실제로가능하다는증거라는점을제외하면말이다.그렇지만동시대인들이직접본바에따르면,그것들은별개의문제였다.”_119쪽

“그들은지속적인문화안에서기술을역행시키는것은가능하지않다고가정한다.만약어떤기적으로인해그런역행이가능해진다면,그들은퇴보나침체같은결과로이어질거라고생각한다.그들은기술을역행시킬것인가말것인가하는선택이모든분야에서의지속적인발전아니면암흑시대로의회귀로본다.요컨대중성자탄과생물유전공학을계속추진하거나,치과진료와유리창을포기하거나둘중하나라는것이다.하지만도쿠가와시대일본의역사는이런우울한견해를뒷받침하지않는다.일본인들은분명선택적통제를실행했다.그들은무기개발을완전히중단했다.아니,엄밀히말해후퇴했다.그러면서도다른수십가지분야에서는진전을이루었다.천천히,확실하게.”_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