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없었다 (심순애에서 길라임까지, 대중예술 속 신데렐라 이야기 변천사)

신데렐라는 없었다 (심순애에서 길라임까지, 대중예술 속 신데렐라 이야기 변천사)

$19.00
Description
《장한몽》의 ‘심순애’부터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을 거쳐 현재까지,
근현대 한국 대중예술 속 ‘신데렐라 이야기’의 흐름과 변화
흔히 사람들은 우리나라 TV드라마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가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여기는 듯하다. ‘부잣집 남자와 가난하지만 총명하며 착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 말이다. 21세기 초반 한국에서 대중예술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실장님’ 혹은 ‘본부장님’으로 불리는 극중 캐릭터의 의미를 모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재벌이나 대기업의 기획실 혹은 기획본부를 맡은 기업 승계 후계자 1순위인 미혼의 멋진 남자, 애정물의 대표적인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의미한다는 점은 삼척동자라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와 짝을 맞추는 여자주인공은 돈도 없고 집안의 후원은커녕 가족의 짐을 떠맡고 있는, 가난하지만 총명하고 착한 인물로 설정된다.
그런데 저자가 20세기 《장한몽》의 ‘심순애’부터 21세기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까지 100년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이어진 한국 대중예술사 속에서 신데렐라 이야기의 부침을 살펴본 결과는 무척 흥미롭다. 100년 동안 신데렐라 이야기가 인기 있었던 때는 ‘196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이렇게 두 번에 불과했고, 그나마 신데렐라 이야기의 기본형인 여성 신데렐라가 인기 있던 시기는 한 번뿐이었다.
저자

이영미

한국대중예술연구자.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현대문학비평으로석사학위를받았으나1984년부터줄곧대중가요,민중가요,마당극을비롯한연극과뮤지컬등‘말문학’에대한평론과연구를주활동영역으로삼았다.한국예술종합학교한국예술연구소책임연구원,성공회대학교문화대학원대우교수등으로일했고,연구논문은물론신문과잡지,방송을통해친근한평론을많이해왔다.
지은책으로《한국대중예술사,신파성으로읽다》,《대중예술본색》,《한국대중가요사》,《흥남부두의금순이는어디로갔을까》,《동백아가씨는어디로갔을까》,《광화문연가》,《세시봉,서태지와트로트를부르다》등이있고,함께지은책으로는《김내성연구》,《정비석연구》,《문학사이후의문학사》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1왜‘신데렐라이야기’인가
신데렐라이야기의매력/신데렐라이야기가품고있는인간·세상에대한태도

2신파적주인공과신데렐라의간극
행복한신데렐라를가로막는것/신데렐라와며느리의간극/고학력자와하층민,그크나큰격차

3신데렐라의가능성혹은불가능성
인생은‘엔조이’,그러려면돈이필요해!/신데렐라맨의시대:사랑과야망을한꺼번에/결혼과가족은또다른전쟁터/짧은신데렐라맨의시대가끝나고

4익어가는자본주의,그속의사랑과결혼
시장판에나앉은결혼/소녀같은성매매여성의시대/상처깊은왕자는신데렐라를거두지못했다/캔디의부상과한국순정만화의다른욕망

5신데렐라의시대와그쇠락:1990년대이후
〈사랑을그대품안에〉와캔디렐라시대의개막/캔디렐라와악녀의경쟁/신데렐라이야기에깃든희극과판타지/신데렐라이야기가물러간자리

에필로그_신데렐라이야기,그부침의의미

참고문헌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1960년대신데렐라맨,남자의희망
100년동안신데렐라이야기가인기를누렸던단두시기,1960년대중반과1990년대후반은공통점이있다.자본주의적성장에대해대체로대중의신뢰와희망이있던시대라고할수있다.1960년대중반은최초의시민혁명에성공함으로써이승만정권을몰아냈고,비록정변으로권력을쥔정권이긴했지만,정국을안정시키며경제개발계획등을야심만만하게추진하면서우호적민심을얻었던때였다.전쟁이끝난지10년이넘었으며여러법과제도가정비되면서사회가약간의안정을회복한시기였다.경제개발계획이아직뚜렷한성과를드러내지는못했으나산업화의빠른진전이이루어질것임이분명해보였다.아직은시작하는시기여서국가주도의빠른산업화와강력한국가주의적통치가앞으로어떤문제를일으킬지,경제성장의결실이과연많은사람을행복하게해줄지,아직은알수없던시기,그래서희망과신뢰가강했던시기이기도했다.무리한장기집권으로지식인과대학생의저항이거세졌고노동문제와도시주거문제등이마구터져나오기시작했으며,설상가상으로전쟁전후에태어난세대가청소년기에도달하면서부모뻘인식민지세대에대한불신의태도를뿜어대던1970년대에비하면,1960년대중반은그야말로순진하게희망찬시대였다.
그리고이시대에희망차게상승하던신데렐라는남자였다.대중예술작품의인기를보건대1960년대의민심은가진것없는남성청년이상승기류에올라탄형국이었다.능력과책임감과의지까지갖춘남성은말할것도없고,능력과의지는그리신통치않지만,진정성있는뜨거운마음만갖추었다면충분히희망적이었다.물론진정성있는사랑·결혼과계층상승을동시에달성하는신데렐라가남자이며자신의능력이아니라처가의도움으로계층상승에성공한다는점은남성중심사회에서큰약점이었다.어찌보면이시대청춘영화의신데렐라맨이계층을뛰어넘는진정성있는사랑까지는성공했지만말끔한해피엔딩까지성취하지못한것은그런이유일수있다.

1990년대,여자신데렐라의시대
그에비해1990년대중반부터펼쳐진신데렐라의시대는자본주의체제에대한신뢰가훨씬더확고해진때였다.전쟁의폐허에서일어나어쨌든먹고살아야한다며,까마득하게먼거리에있는선진국을따라갈거라며,막걸음마를시작한시대와는차원이달랐다.비록충분한재분배가이루어지지않았고정치는군부출신이집권한비민주적상황을벗어나지못했지만,30년가까이고속성장을한경제상황이뒷받침됐기때문이다.1990년대는군인출신대통령의시대가끝나고대중화된노동운동등으로노동자의살림살이가크게나아졌으며,사회주의권의몰락으로자본주의체제에대한신뢰가어느때보다도높아져있던때였다.
이제서구와미국같은선진국이보여준근대자본주의의풍요롭고자유로운삶이우리코앞으로성큼다가왔다고느꼈고,젊은이의자유주의적사고방식과태도가역사상어느때보다도넓고깊게자리잡고있었다.재벌총수에대한호감과존경심이어느때보다도높을정도로자본주의적부의축적에대한죄의식도청산되고있었다.이런신뢰의밑바닥에는이사회에서자신도매우풍요롭고자유롭게잘살수있으며,그것이당당하고당연한일이라는대중의인식이자리하고있었다.무엇보다도수십년동안여성의학력과사회진출이꾸준히높아짐으로써,이러한자유롭고풍요로운삶에대한희망의태도가여성에게도그리무리하게여겨지지않았다는점은주목할만하다.
비록곧이어외환위기등을겪으며신자유주의의고통이몰아쳤지만,수십년고속성장을해오며굳어진사고방식과신뢰의태도는몇년간지속됐다.바로이시기가대중적인TV드라마에서여성신데렐라캐릭터가큰호응을받으며당대드라마의주류경향으로자리잡은때였다.

100년동안딱두번,신데렐라이야기의흐름으로살펴본한국근현대
2010년대에다시신데렐라이야기의인기는수그러들었고,이는계층양극화와높은청년실업등사회에대한불신이다시커진시대와일치한다.사람들은계층상승의기회가오기는커녕인간답게살최소한의조건이위태로워진시대에분노와복수심과공포심을자극하는드라마에큰공감을보였다.100년간의한국대중예술사에서신데렐라이야기가가장인기를누렸던시대는이렇게지나가고있다.
신데렐라이야기조차인기를누릴수없는세상이암울하다고쉽게단정하기는힘들다.신데렐라이야기가인기있는세상이살기좋은사회이며바람직한세상이라고이야기할수없는것과마찬가지다.오히려신데렐라이야기가인기있는세상은가진자와못가진자로나뉜세상의지배질서에대해대중이비판의식을별로지니지않는세상,노력과행운에따라누구나가진자가될수있다는순진하고도보수적인희망이지배하는세상일수있다.그저우리가살아온100여년이그런순진하고보수적인희망을오랫동안유지할수없는세상이었고,그래서100년동안단두번의행복하고순진한시대가짧게지나갔다고생각하는것이타당할것이다.

사소한일상을톺아보고몸에박힌생활을낯설게보는시각,
박제된사건이아닌인간행위와숨결이담긴사전
지금우리의삶은과거에서이어져,현재를이루고,미래로나아간다.그런의미에서우리삶의과거를돌아보는것은현재뿐아니라미래로나아가기위한의미있는일이라할수있다.그과거중에서도현재와멀지않은근현대를돌아보는일은더의미가클것이다.‘한국근현대생활사큰사전’은‘내안의역사를성찰하고새로운미래를설계하는플랫폼’을슬로건으로내세운,근현대인간의사소하지만중요한일상을돌아보는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