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그림들의 여행 (동아시아 불교 회화의 이동과 아름다움)

아주 특별한 그림들의 여행 (동아시아 불교 회화의 이동과 아름다움)

$19.00
Description
역사 속에서 미술품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조각, 공예, 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각물이 운반되어 지역을 초월한 문화 교류의 첨병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림은 적당한 크기로 만들 경우, 어떤 물건보다도 소지하거나 운반하기 편리했다. 종교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람들은 길 위에서 자신을 지켜줄 신의 형상을 두루마리에 담아 품고 다니기도 하고 포교의 목적으로 먼 지역까지 운반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일본으로 건너간 중국 송·원대의 영파 불화와 조선 불화, 에도 시대 떠돌이 이야기꾼의 불화, 그리고 조선 후기 괘불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그림들의 특별한 여행길을 따라나서는 일은 성(聖)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속(俗)의 세계에 발을 들인 동아시아 종교 회화의 아름다움과 그 역동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경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저자

김소연

국민대학교교양대학조교수.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를졸업하고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로스앤젤레스캠퍼스에서고려〈치성광여래도〉와성수신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아시아의해상신앙과시각물을연구하면서,자연환경과종교이미지의관계로관심범위를확장하고있다.함께지은책으로《한국미술:전통에서현대까지》가있고주요논문으로는〈ZoomorphizingtheAsterisms:IndigenousInterpretationsoftheTwenty-EightLunarMansionsintheHistoryofChina〉,〈성지(聖地)의재해석:일본조쇼지(定勝寺)소장‘보타락가산관음현신성경도’와그유전(流轉)을통해본중국과일본의보타락가산신앙〉등이있다.

목차

prologue

1.공방과화가
중국영파의그림공방|내수용불화

2.가라모노수집가
무역선과군함|가라모노(唐物),일본의시누아즈리(Chinoiserie)|새로운범본

3.떠돌이이야기꾼
에토키(繪解き)와권진(勸進)|만들어진전설과성물|구마노만다라

4.사찰과신도들
괘불의시공간|마당에강림한부처님|먼길을떠난괘불

epilogue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성스러운그림들의특별한여행
그여정에서엿보는동아시아종교회화의아름다움
크기와무게도중요하지만사실종교화가여행을떠날때중요한것은무엇보다도시각적아름다움이었다.적당한크기와적당한무게가그림이물리적으로이동할수있는전제조건이라면아름다움은여행의필수조건이자동력이었다.일반적으로종교예술을통해구현되는조형성은작품을제작한개인이나집단의신앙심및예술적성취의결과로인식된다.이는종교예술을경배하고감상하는대다수사람의시각을반영한것이다.그런데감상자가아닌종교예술의제작자,유통자,전달자등의시각에서보면어떨까?이들에게종교예술의아름다움이란각자의목적(교리전파부터상업적판매에이르기까지)을달성하기위해개개의작품이갖추어야할조건이었다.감상을목적으로하는순수미술이아니라신앙을바탕으로제작한종교미술이라고하더라도일단사람들의눈길을사로잡지못하면원하는목적을이루기쉽지않다.즉종교예술의아름다움은누군가에게는시각물을통해드러나는최종결과물이지만,때로는신도,소비자,대중에게다가가기위한전제조건이었고,그렇기에관람대상의문화와취향과도분리될수없었다.따라서종교예술품의‘아름다움’이란모든작품에일괄적으로적용되는영원불변의어떤것이라고는볼수없다.이는초상화나풍경화와는조금다른아름다움이다.종교화의미학이란숭고함은물론,세속적화려함,압도적규모,흥미로운스토리텔링,작품에자신을이입할수있는현실성에이르기까지,보는이의눈길을사로잡고마음을움직이는다양한매력을포괄한다.그리고그매력은개별작품이위치한맥락과목적에따라다르게나타난다.

근대이전동아시아불교회화의여행과의미
이책은지리적,시대적범위를한정하여근대이전동아시아문화권에서주류를이루었던종교화,즉불교회화가어떤이유로여행을떠나게되었고,이여행을가능케한이들이누구였는지,그리고이여행에서불교회화의아름다움은어떻게드러나는지를조망한다.처음부터타지로옮겨질것을전제로제작된작품도있고,특정장소에봉안되기위해만들어졌지만,이런저런이유로고향을떠나여러사람의손을거치며돌아다닌작품도있었다.때로는더많은관람객을만나기위해여행을떠나기도했다.상업적,예술적가치가있는작품인동시에신의대체물,혹은신의이야기를담은성물(聖物)이기도했던종교화는서예작품이나산수화같은비종교화보다더다양하고복잡한상황에서이동했다.성스러운이미지가성의세계에서일시적으로,혹은영원히,속의영역으로넘어가는일이었기에의례가동반되거나전에없던새로운의미가부여되기도했다.

한편,이책에서언급한작품들은현재대부분박물관에머물러있다.사찰이소장한작품도불당에걸려있는것이아니라사찰에서운영하는성보박물관에있거나,근처박물관에기탁보관되고있다.오랜여행을거친낡은그림들인만큼보존과관리가중요하기때문이다.박물관이이작품들이떠난여행의종착지일까?지금은우리시대의사람들이덧붙여놓은감상과해석이이그림들이얼마나아름다운지를설명한다.미래에는다른환경과문화가우리가미처보지못했던새로운아름다움을끄집어낼것이다.그리고그배경에또다른유무형의여정이있을지도모른다.